‘운명적?’ 윤석열-기시다 평행이론 내막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13 15:30:16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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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두 정상…그 끝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우리의 공통점은 맛있는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17일(현지시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나눈 말이다. 이날 두 정상은 원만한 한일 관계를 약속했지만, 서로의 입지가 원만하지 않다.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 외에도 두 정상이 겪고 있는 정치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흐름은 비슷하다. 정확히는 선거 이후에 일어난 일이 같은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 같다. 둘의 행보가 겹치기 시작한 것은 선거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시작은 지난달 10일, 22대 총선을 치렀던 윤 대통령부터다. 4·10 총선 투표율은 67.0%를 기록하며 32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똑같은 
발걸음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각각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지지층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심판론은 야당에게 힘을 실어줬고, 결국 여당은 참패했다. 지역구서 90석가량 건지는 데 그쳤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도 4년 전과 비슷한 규모였다.

특히 민주당은 수도권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중성동갑·을, 영등포갑·을, 광진갑·을, 강동갑·을, 마포을, 동작갑 등 이른바 한강벨트 격전지에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텃밭인 호남(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과 제주 3석을 모두 차지했고, 중원인 충청권서도 28석 중 21석을 확보했다.

영남·강원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서 보인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으로만 단독 과반인 161석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 지역구 163석과 비슷한 규모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은 19석에 그쳤다. 서울의 경우, 전통적 강세 지역인 강남 3구를 수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동작을을 탈환하고 마포갑과 도봉갑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11석이라는 성적표에 빛이 바랬다. 인천(2석)은 지난 총선과 같았고, 경기(6석)는 오히려 1석 줄었다.

충청권서도 대전과 세종은 지난 총선에 이어 단 한 석도 가져오지 못했고, 충북도 3석으로 지난 총선과 같았다. 충남은 지난 총선보다 2석 줄어든 3석에 그쳤다. 대구, 경북의 25석을 모두 차지하고, 다른 격전지인 부산·울산·경남서 40석 중 34석을 확보하는 등 그나마 영남권을 지켜낸 것은 위안거리였다. 

국민의힘 지역구는 90석으로, 지난 총선(84석)보다 다소 늘었지만, 민주당에 견주기 어렵다. 이번 총선 결과는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 결과와 흡사하다. 공통점은 둘 다 ‘정권심판’의 성질을 띤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일본 3개 지역서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모두 이겼다.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이 재보궐선거서 1석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내각을 이끌던 2021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일, 비자금 스캔들 ‘보수 전멸’
한, 채 상병 사망사건이 ‘시작’

이로써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위기에 몰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 15구, 혼슈 서부 시마네 1구, 규슈 나가사키 3구 중의원 의원을 뽑는 이날 보궐선거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자유민주당은 선거구 3곳 중 2곳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못했고 소선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자유민주당이 무패를 자랑해 ‘보수 왕국’으로 불린 시마네 1구에만 유일하게 후보를 냈으나 패배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 1대1 구도로 치러진 시마네 1구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자유민주당은 시마네 1구에 재무 관료 출신인 니시코리 노리마사를 공천했고 입헌민주당은 가메이 아키코 전 의원을 내세웠다. 양당은 이곳서 치열한 유세전을 벌였고 특히 다른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은 자유민주당은 시마네 1구에 사활을 걸었다.

기시다 총리도 선거 고시 이후 두 차례 시마네현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자유민주당 후보를 누른 가메이 당선인은 “보수 왕국이라고 하는 시마네현서 이번 (선거)결과는 큰 메시지가 돼 기시다 정권에 닿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입헌민주당 후보는 불륜 파문을 겪은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타케 히로타다를 비롯해 후보 9명이 경쟁한 도쿄 15구, 야당 후보끼리 양자 대결을 펼친 나가사키 3구서도 각각 승리했다.

자유민주당이 ‘보궐선거 전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4·10 총선과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 이후 두 정상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내려갔다. 윤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직후 지지율이 2주 전 대비(4·10 총선) 11%p 내린 27%로 나타났다. 취임 후 전국지표조사(NBS)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다.

기시다 총리도 마찬가지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25%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고, <아사히> 26%, <마이니치 신문> 조사도 22%를 기록했다.

선거 후도
같은 행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시다 측근 기하라 세이지 간사장 대리는 “지금 정권교체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날 기하라 간사장 발언에 대해 <교도통신>은 “당세가 침체하는 현상에 위기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6개월 넘게 이어진 ‘비자금 스캔들’ 사건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민주당 내에는 ‘파벌’로 불리는 여러 개의 정책 집단들이 존재한다. 기시다 총리만 해도 탈퇴는 했지만 본인 이름을 딴 ‘기시다파(고치정책연구회)’ 소속으로 총리가 됐다.

파벌을 운영하려면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모금을 위한 행사, 소위 파티를 연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사야 한다. 파티권(입장권) 가격은 1장당 2만엔이었다. 개인이나 기업이 행사에 참석하면 이들 입장권 수익은 모두 파벌의 정치자금 수입이 되는 것이다.

파벌은 파티를 통해 수입이 생길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이를 회계장부에 적어야 한다. 문제가 된 것은 이 수입 일부를 회계장부에 적지 않고 자금을 모금한 일부 의원에게 돌려줬다는 것.

예를 들어 A 의원이 판매를 할당받은 파티권이 100장이라고 하면, 이보다 많은 150장을 판매했을 때 50장만큼의 금액을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해당 의원에게 돌려준 식이다. 회계장부에 누락된 금액은 사용에 따른 영수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의원들이 비자금 형태로 마음대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가장 심했던 파벌이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속했던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고, 총리가 소속됐던 기사다파도 포함했다. 도쿄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즉각 수사에 나서 자유민주당 6개 파벌 중 최소 3곳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자유민주당 부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비자금 문제는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자유민주당은 부랴부랴 기시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쇄신본부를 만들고 파벌 해체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2018~2022년 5년간 정치 자금 6억7503만엔(약 61억원)을 비자금으로 만든 아베파가 결성 45년 만에 파벌 해산을 선언했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1979년 만든 아베파는 소속 의원 98명을 보유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다. 기시다파(46명)와 ‘니카이파(시스이카이·38명)’ 또한 파벌 해체를 밝혔다.

결국 자유민주당이 비자금 조성 문제에 관련된 소속 의원 39명에게 탈당 권고, 공천 배제 등의 징계를 내렸다.

패배한
보수 왕국

자유민주당은 지난달 4일 당 규율위원회를 열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건에 연루됐던 아베파‧니카이파 소속 의원 39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2018년서 2022년까지 5년간 파벌 파티 수익금을 돌려받은 후 정치자금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500만엔(약 4450만원) 이상인 의원들이 징계 대상이다.

39명은 아베파·니카이파 소속 의원 전체 83명의 약 절반 정도에 달하는 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26~27일 아베파 간부 4명에게 비자금 사건에 대한 해명을 들은 뒤 “반성이 부족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당의 절차를 거쳐 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처벌 수위는 당내 역할이나 금액에 따라 결정됐다. 아베파의 핵심 간부로 비자금 사건에 책임이 큰 시오노야 류, 시모무라 하쿠분, 니시무라 야스토시, 세코 히로시게 의원은 ‘제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탈당 권고’ 징계를 받았다.

나머지 의원들은 미기재 금액 규모에 따라 ‘당원 자격정지’ ‘선거 공천 제외’ ‘당 직무 정지’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의 여파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처벌 강화로 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했지만 실패한 셈이다.

반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떨어진 배경은 일본의 상황보다 훨씬 복잡하다. 기시다 총리는 한 가지 사건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사건이 중첩돼있는 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여당의 실책과 실언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7월19일에 있었던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부터다. 여름 폭우 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지역에 복구 및 지원 목적으로 제1사단 신속기동부대가 투입됐고, 작전에 투입됐던 채 상병이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급류에 떠내려가 사망했다.

이후 수사마저 문제였다.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 결과를 최종 결재권자인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 및 결재 후, 경상북도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결재 이후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은 “관련자의 혐의 사실을 삭제하라”는 등의 해병대 수사단에게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기, 정상외교 후 지지율 ↑
윤, 첫 공식회담 후 지지율 ↓

이어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로부터 법적 근거 없이 회수하는 등의 행위를 했고,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 대해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보직해임하고 입건하는 등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쟁점은 ▲박정훈 대령에게 내린 것이 수사외압인지 ▲수사외압이라면 그 주체는 누구며 형사 처벌할 대상인 것인지’ 등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고서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자로 입건돼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는 점도 뇌관으로 작용했다.

또 윤 대통령은 마트서 대파 가격이 875원인 것을 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해당 마트가 윤 대통령 방문 시점에 맞춰 할인한 것이냐는 의혹과 함께 민생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밖에도 2000명 의대 학생 증원 문제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서 한국과 일본은 모두 ‘정권 심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먼저 기시다 총리는 퇴진 움직임까지 나왔지만, 현재 표면적인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자위대 역할을 키우기 위한 헌법 개정을 시도 중이지만, 낮은 지지율로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곧 반등이 있었다.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과 일본 황금연휴 기간 프랑스, 브라질, 파라과이 순방 등, 활발한 정상외교 활동을 바탕으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이 7%p 올라 29.8%를 나타냈다. 이번 달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 성과로 지지율 반전에 힘을 쓸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경우, 채 상병 사망사건에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될 경우, 바로 탄핵 사유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CBS 라디오>서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할 것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의 심복이라고 하는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사건 관여가 나왔지 않느냐? 이 말은 뭐냐면 (사건이)대통령 자신의 일로 직결된다는 걸 대통령 자신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갈림길

조 대표는 “이런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되면 이건 바로 탄핵 사유가 된다. 윤 대통령은 이걸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채 상병 특검법을 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악재 속에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1.6%p 감소한 26.7%을 기록했다(지난 8일 기준). 낮은 지지율을 의식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첫 공식 회담을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긍정적인 지지율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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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