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 윤석열-기시다 평행이론 내막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13 15:30:16
  • 호수 1479호
  • 댓글 0개

벼랑에 선 두 정상…그 끝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우리의 공통점은 맛있는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17일(현지시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나눈 말이다. 이날 두 정상은 원만한 한일 관계를 약속했지만, 서로의 입지가 원만하지 않다.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 외에도 두 정상이 겪고 있는 정치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흐름은 비슷하다. 정확히는 선거 이후에 일어난 일이 같은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 같다. 둘의 행보가 겹치기 시작한 것은 선거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시작은 지난달 10일, 22대 총선을 치렀던 윤 대통령부터다. 4·10 총선 투표율은 67.0%를 기록하며 32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똑같은 
발걸음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각각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지지층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심판론은 야당에게 힘을 실어줬고, 결국 여당은 참패했다. 지역구서 90석가량 건지는 데 그쳤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도 4년 전과 비슷한 규모였다.

특히 민주당은 수도권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중성동갑·을, 영등포갑·을, 광진갑·을, 강동갑·을, 마포을, 동작갑 등 이른바 한강벨트 격전지에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텃밭인 호남(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과 제주 3석을 모두 차지했고, 중원인 충청권서도 28석 중 21석을 확보했다.

영남·강원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서 보인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으로만 단독 과반인 161석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 지역구 163석과 비슷한 규모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은 19석에 그쳤다. 서울의 경우, 전통적 강세 지역인 강남 3구를 수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동작을을 탈환하고 마포갑과 도봉갑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11석이라는 성적표에 빛이 바랬다. 인천(2석)은 지난 총선과 같았고, 경기(6석)는 오히려 1석 줄었다.

충청권서도 대전과 세종은 지난 총선에 이어 단 한 석도 가져오지 못했고, 충북도 3석으로 지난 총선과 같았다. 충남은 지난 총선보다 2석 줄어든 3석에 그쳤다. 대구, 경북의 25석을 모두 차지하고, 다른 격전지인 부산·울산·경남서 40석 중 34석을 확보하는 등 그나마 영남권을 지켜낸 것은 위안거리였다. 

국민의힘 지역구는 90석으로, 지난 총선(84석)보다 다소 늘었지만, 민주당에 견주기 어렵다. 이번 총선 결과는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 결과와 흡사하다. 공통점은 둘 다 ‘정권심판’의 성질을 띤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일본 3개 지역서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모두 이겼다.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이 재보궐선거서 1석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내각을 이끌던 2021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일, 비자금 스캔들 ‘보수 전멸’
한, 채 상병 사망사건이 ‘시작’

이로써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위기에 몰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 15구, 혼슈 서부 시마네 1구, 규슈 나가사키 3구 중의원 의원을 뽑는 이날 보궐선거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자유민주당은 선거구 3곳 중 2곳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못했고 소선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자유민주당이 무패를 자랑해 ‘보수 왕국’으로 불린 시마네 1구에만 유일하게 후보를 냈으나 패배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 1대1 구도로 치러진 시마네 1구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자유민주당은 시마네 1구에 재무 관료 출신인 니시코리 노리마사를 공천했고 입헌민주당은 가메이 아키코 전 의원을 내세웠다. 양당은 이곳서 치열한 유세전을 벌였고 특히 다른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은 자유민주당은 시마네 1구에 사활을 걸었다.


기시다 총리도 선거 고시 이후 두 차례 시마네현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자유민주당 후보를 누른 가메이 당선인은 “보수 왕국이라고 하는 시마네현서 이번 (선거)결과는 큰 메시지가 돼 기시다 정권에 닿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입헌민주당 후보는 불륜 파문을 겪은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타케 히로타다를 비롯해 후보 9명이 경쟁한 도쿄 15구, 야당 후보끼리 양자 대결을 펼친 나가사키 3구서도 각각 승리했다.

자유민주당이 ‘보궐선거 전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4·10 총선과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 이후 두 정상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내려갔다. 윤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직후 지지율이 2주 전 대비(4·10 총선) 11%p 내린 27%로 나타났다. 취임 후 전국지표조사(NBS)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다.

기시다 총리도 마찬가지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25%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고, <아사히> 26%, <마이니치 신문> 조사도 22%를 기록했다.

선거 후도
같은 행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시다 측근 기하라 세이지 간사장 대리는 “지금 정권교체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날 기하라 간사장 발언에 대해 <교도통신>은 “당세가 침체하는 현상에 위기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6개월 넘게 이어진 ‘비자금 스캔들’ 사건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민주당 내에는 ‘파벌’로 불리는 여러 개의 정책 집단들이 존재한다. 기시다 총리만 해도 탈퇴는 했지만 본인 이름을 딴 ‘기시다파(고치정책연구회)’ 소속으로 총리가 됐다.

파벌을 운영하려면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모금을 위한 행사, 소위 파티를 연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사야 한다. 파티권(입장권) 가격은 1장당 2만엔이었다. 개인이나 기업이 행사에 참석하면 이들 입장권 수익은 모두 파벌의 정치자금 수입이 되는 것이다.

파벌은 파티를 통해 수입이 생길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이를 회계장부에 적어야 한다. 문제가 된 것은 이 수입 일부를 회계장부에 적지 않고 자금을 모금한 일부 의원에게 돌려줬다는 것.

예를 들어 A 의원이 판매를 할당받은 파티권이 100장이라고 하면, 이보다 많은 150장을 판매했을 때 50장만큼의 금액을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해당 의원에게 돌려준 식이다. 회계장부에 누락된 금액은 사용에 따른 영수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의원들이 비자금 형태로 마음대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가장 심했던 파벌이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속했던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고, 총리가 소속됐던 기사다파도 포함했다. 도쿄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즉각 수사에 나서 자유민주당 6개 파벌 중 최소 3곳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자유민주당 부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비자금 문제는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자유민주당은 부랴부랴 기시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쇄신본부를 만들고 파벌 해체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2018~2022년 5년간 정치 자금 6억7503만엔(약 61억원)을 비자금으로 만든 아베파가 결성 45년 만에 파벌 해산을 선언했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1979년 만든 아베파는 소속 의원 98명을 보유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다. 기시다파(46명)와 ‘니카이파(시스이카이·38명)’ 또한 파벌 해체를 밝혔다.

결국 자유민주당이 비자금 조성 문제에 관련된 소속 의원 39명에게 탈당 권고, 공천 배제 등의 징계를 내렸다.

패배한
보수 왕국


자유민주당은 지난달 4일 당 규율위원회를 열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건에 연루됐던 아베파‧니카이파 소속 의원 39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2018년서 2022년까지 5년간 파벌 파티 수익금을 돌려받은 후 정치자금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500만엔(약 4450만원) 이상인 의원들이 징계 대상이다.

39명은 아베파·니카이파 소속 의원 전체 83명의 약 절반 정도에 달하는 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26~27일 아베파 간부 4명에게 비자금 사건에 대한 해명을 들은 뒤 “반성이 부족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당의 절차를 거쳐 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처벌 수위는 당내 역할이나 금액에 따라 결정됐다. 아베파의 핵심 간부로 비자금 사건에 책임이 큰 시오노야 류, 시모무라 하쿠분, 니시무라 야스토시, 세코 히로시게 의원은 ‘제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탈당 권고’ 징계를 받았다.

나머지 의원들은 미기재 금액 규모에 따라 ‘당원 자격정지’ ‘선거 공천 제외’ ‘당 직무 정지’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의 여파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처벌 강화로 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했지만 실패한 셈이다.

반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떨어진 배경은 일본의 상황보다 훨씬 복잡하다. 기시다 총리는 한 가지 사건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사건이 중첩돼있는 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여당의 실책과 실언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7월19일에 있었던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부터다. 여름 폭우 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지역에 복구 및 지원 목적으로 제1사단 신속기동부대가 투입됐고, 작전에 투입됐던 채 상병이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급류에 떠내려가 사망했다.

이후 수사마저 문제였다.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 결과를 최종 결재권자인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 및 결재 후, 경상북도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결재 이후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은 “관련자의 혐의 사실을 삭제하라”는 등의 해병대 수사단에게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기, 정상외교 후 지지율 ↑
윤, 첫 공식회담 후 지지율 ↓

이어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로부터 법적 근거 없이 회수하는 등의 행위를 했고,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 대해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보직해임하고 입건하는 등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쟁점은 ▲박정훈 대령에게 내린 것이 수사외압인지 ▲수사외압이라면 그 주체는 누구며 형사 처벌할 대상인 것인지’ 등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고서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자로 입건돼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는 점도 뇌관으로 작용했다.

또 윤 대통령은 마트서 대파 가격이 875원인 것을 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해당 마트가 윤 대통령 방문 시점에 맞춰 할인한 것이냐는 의혹과 함께 민생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밖에도 2000명 의대 학생 증원 문제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서 한국과 일본은 모두 ‘정권 심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먼저 기시다 총리는 퇴진 움직임까지 나왔지만, 현재 표면적인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자위대 역할을 키우기 위한 헌법 개정을 시도 중이지만, 낮은 지지율로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곧 반등이 있었다.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과 일본 황금연휴 기간 프랑스, 브라질, 파라과이 순방 등, 활발한 정상외교 활동을 바탕으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이 7%p 올라 29.8%를 나타냈다. 이번 달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 성과로 지지율 반전에 힘을 쓸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경우, 채 상병 사망사건에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될 경우, 바로 탄핵 사유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CBS 라디오>서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할 것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의 심복이라고 하는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사건 관여가 나왔지 않느냐? 이 말은 뭐냐면 (사건이)대통령 자신의 일로 직결된다는 걸 대통령 자신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갈림길

조 대표는 “이런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되면 이건 바로 탄핵 사유가 된다. 윤 대통령은 이걸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채 상병 특검법을 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악재 속에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1.6%p 감소한 26.7%을 기록했다(지난 8일 기준). 낮은 지지율을 의식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첫 공식 회담을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긍정적인 지지율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