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와유강산’ 후 하이잉

흙으로 그린 산과 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갤러리이배에서 도자회화 작가 후 하이잉의 개인전 ‘臥遊江山(와유강산)’을 준비했다. 후 하이잉은 중국 전통도자기법의 청화안료를 사용해 일상의 풍경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가다. 

후 하이잉 작가는 이번 개인전 ‘臥遊江山(와유강산)’서 특유의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작업한 ‘Landscape’ 연작을 공개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묵화나 단색 화풍의 회화적 중국 도자의 색다른 면모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말리고

2006년 중국 남방(경덕진)으로 생활의 터를 옮긴 후 하이잉은 푸른 풍경과 끝없이 이어지는 산의 매력에 심취하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오랜 시간 깊은 사색에 빠져들었고 당시의 감성적 경험은 작품 탄생의 배경이 됐다. 

후 하이잉이 표현하고자 하는 산수는 물리적 풍경이면서 마음의 풍경이다. 같은 풍경이라도 보는 관점이나 마음에 따라 달라 보인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본인이 의도한 마음뿐 아니라 각자 마음의 풍경을 감상하기를 원한다. 나름대로 보고 느끼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와의 교감을 기대하는 것이다.

후 하이잉은 전통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색하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산의 형태는 단순화됐고 산수를 표현하면서도 산과 물은 보이지 않는다. 후 하이잉의 산수는 배합비율과 불의 온도, 태토와 유약의 성질 등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지닌 청화안료를 사용해 농담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통을 현대적 감성으로
청화안료로 일상의 풍경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단순미는 점묘법에 의한 수많은 점과 중첩된 풍부한 색감으로 더욱 가치를 더하고 있다. 색채는 전체적으로 청화안료색인 푸른색으로 통일했으며 가까운 곳은 옅은 초록색과 저녁 석양의 노을빛 색으로 변화를 꾀했다.

후 하이잉은 실제 산수와 같은 공간감을 상상할 수 있도록 작품을 서로 연속해서 이어 긴 그림으로 설치했다. 

전통적인 도자기법을 이용해 백토로 사각의 평판을 만든 후 흙물을 바른 뒤 말리고 다시 바르기를 약 3개월에 걸쳐 100회 이상 반복하면 약 8㎜ 두께의 흙판이 만들어진다. 이후 티끌 높이보다 낮은 두께로 긁어내고 성형을 하면 곡선과 곡면이 주는 입체감이 생겨 표면과 이미지의 경계가 드러난다. 

이미지 부분에 안료로 그림을 그린 후 배경 부분은 흙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유약을 바르지 않았다. 산의 이미지 부분은 유약을 발라 고전 도자기의 형태를 회화적으로 재현해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산의 이미지 부분만 자연스럽게 도드라져 보인다. 바다를 상상하게 하는 유약을 바르지 않은 면과 대비를 이룬다. 

바르고

갤러리이배 관계자는 “유약을 바르지 않은 배경과 재현한 산의 이미지는 이원적인 구분이 불가능하지만 물성 차이는 뚜렷하다. 가까이에서 보면 작품 속 산이나 배경은 두께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평면적이지만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어우러지는 산수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1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후 하이잉은?]

후 하이잉 작가는 1986년 중국 산동성 청도 출생으로 경덕진 도자대학교 도예과와 본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세계적인 도자회화 작가인 이승희의 수하서 10년간 수학했다.

중국도자디자인전시와 경덕진도자비엔날레서 수상했고 항저우국제현대도자전람회, 경덕진국제도자비엔날레 등에 참가했다.

상하이아트페어, 아트베이징, 아부다비아트 등에 참가해 도자회화 작가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국내서도 청주공예비엔날레 참가하고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통해 미적 감각과 창의적인 예술작업을 선보였다.

아랍에미리트의 왕실을 비롯해 경덕진도자대학교(중국), Sanbaopeng Art Museum(중국), Executive Affairs Authority(아랍에미리트) 등에 작품이 소장돼있다.

현재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레지던시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