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따라 강 따라 ⑤나주 영산강둔치체육공원

영산강에 샛노란 봄이 오나봄

 

영산강은 담양의 가마골 용소서 발원해 광주와 나주 등을 거쳐 목포서 바다로 흘러든다. 남도의 구석구석을 지나는 셈이다. 하지만 강의 이름은 나주 영산포서 기인한다. 영산포라는 이름은 신안 흑산도 동쪽 섬 영산도서 왔다는 말이 있다.

남도의 구석구석

고려 시대 영산도에 왜구의 노략질이 잦자 섬사람들을 내륙으로 이주해 살게 했다. 그들이 사는 나주의 강변 동네를 영산도 사람들이 사는 포구라고 해서 영산포라 불렀다. 나주 영산포는 바다까지 뱃길로 이어지는 교역의 중추라 자연스레 강의 이름 역시 영산포를 따서 영산강이 됐다고 전한다. 

영산강둔치체육공원은 나주시 영산포 일대를 아우르는 시민들의 쉼터이자 휴식처다. 약 13만㎡ 너비의 공원으로 축구장, 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을 갖추고 전용 주차장이 있어 편리하다. 지역 사람의 일상이 묻어나는 이런 장소는 어김없이 여행의 의미를 되묻게 만든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도 좋지만 때로는 현지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설 때, 여행은 한층 여행다워진다. 하물며 우리나라 5대 강의 하나인 영산강둔치의 공원이다.

영산포홍어거리가 영산강둔치체육공원 강변에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영산포 사람들이 고향의 홍어 맛이 그리워 가져다가 먹던 게 오늘에 이르러 나주 홍어의 명성을 만들었다. 다른 지역의 맛 골목과 달리 홍어 삭힌 향이 코끝을 간질여 어렵잖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런데도 봄에는 유채꽃이 홍어에 맞서 영산강의 주인공을 다툰다. 오감 가운데 제일 오래가는 건 후각이지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역시 시각이다. 홍어 맛보러 왔던 이들조차 식후경을 놓치지 않는다. 


유채꽃은 영산교 상류 공원 북단이 주 무대다. 홍어 맛이 깊고 영산강이 푸르러도 이맘때는 봄날의 노란 유채꽃을 압도하기가 쉽지 않다. 영산교나 영산대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노란빛이다. 봄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절로 맘이 설렌다.

물론 다리 위보다 곁에 두고 보는 게 한층 아름답고 다정하다. 이를 모르지 않는 이들은 유채꽃 사이를 거닐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영산대교 동쪽의 동섬은 좀 더 로맨틱한 장소다. 공원서 조금 더 올라가야 하지만 영산강 안에 있는 자그마한 섬으로 다리를 건너 들어간다. 섬이 주는 고립감이 동섬만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행여 유채꽃이 만개하는 시기를 놓쳤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영산강둔치체육공원을 여행하는 방법으로 영산강 황포돛배 체험과 자전거 타기를 빼놓을 수 없다. 황포돛배는 육상 교통이 발달하며 1977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2008년부터 관광 목적으로 부활해 운영 중이다.

영산교 남쪽 영산포선착장서 출발해 한국천연염색박물관선착장까지 왕복 50분을 유람한다. 천연염색박물관에 내리지는 못하고 그 앞에서 뱃머리를 돌려 돌아온다.

전체 구간은 왕복 약 10㎞로 백제 아랑사와 아비사의 전설을 간직한 앙암(仰巖)바위, 영모정과 기오정 등 나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강변의 유적을 곁에 두고 지난다. 3인 이상이 모여야 출발하며 탑승 인원에 따라 운행하는 배가 다르다.

나주시민들의 쉼터이자 휴식처

영산포 선창의 영산포 자기수위표(국가등록문화재)도 옛 정취를 전한다. 흔히 영산포등대로 불리며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건립한 우리나라 유일의 강변 등대다. 영산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용도로도 쓰였기 때문에 공식 명칭은 영산포 자기수위표다.


공원 둔치 둑으로는 영산강자전거길이 지난다. 영산강자전거길은 담양댐 물문화관부터 목포 영산강하구언까지 총 133㎞다. 그 일부는 황포돛배가 지나는 구간과 나란한데 황포돛배와 석관정서 바라보는 풍경은 석관귀범이라고 해 영산5경에 해당한다.

공원서도 가벼운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다. 영산교 북쪽 교각 아래는 자전거무료대여센터가 자리한다. 1인승과 2인승 자전거를 갖췄고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용 범위는 영산강둔치체육공원 내로 제한한다. 물론 강변의 바람을 맞으며 봄의 감각을 깨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영산강체육둔치공원서 영산포철도공원이 지척이다. 영산교서 약 500m거리에 있다. 영산포철도공원은 옛 영산포역을 복원한 영산포역사문화체험관과 레일바이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영산포역은 1913년 호남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열었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이를 1969년에 다시 지었고 2004년 철거 전까지 존재했다. 

현재 공원 내에 있는 영산포역은 1969년에 두 번째로 지은 건물 형태를 따랐다. 내부는 기관사·승객 VR체험, 역무원 복장 체험 등은 물론 대합실 홍익 매점을 재현한 세트와 역무원들이 쓰던 검표 가위, 옛 무궁화 승차권 등의 전시물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별도의 입장료가 없고 야외 폐철로 600m 구간을 오가는 레일바이크 역시 무료여서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다.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의 머리글자를 딴 지명이다. 나주는 이미 고려 시대부터 호남의 중심지였다. 나주 읍내를 산책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그 영화를 짐작할 수 있다. 고샅길은 마을의 좁은 골목을 가리키는 옛말로 옛 나주읍성의 골목골목을 걸어볼 수 있는 코스다.

크게 서부길(3㎞)과 동부길(5㎞)로 나뉜다. 서부길은 나주목의 상징과도 같던 금성관(보물), 나주목사가 살았던 금학헌, 나주목 관아의 정문 정수루 등 조선 시대 나주읍성의 흔적이 주를 이루고 동부길은 일제강점기의 근현대사 흔적을 연결한다.

따로 안내 지도가 없어 나주읍성관광안내소(정수루 앞) 안내판을 참고해야 하지만, 복잡한 길은 아니어서 표식 없이도 걸을 만하다. 

고샅길이 옛 나주를 여행할 수 있는 여행지라면 빛가람호수공원과 전망대는 현재의 나주를 만날 수 있는 장소다. 빛가람호수공원은 나주혁신도시의 초록 쉼터다. 배메산과 호수공원이 산책의 즐거움을 안긴다는 측면서 영산강둔치체육공원과 비슷하다.

빛가람호수공원

빛가람호수공원만의 특징은 배메산 정상의 전망대를 들 수 있겠다. 정상부에 들어선 높이 20.7m의 빛가람호수공원전망대는 나주혁신도시의 랜드마크다. 전망대에 오르면 한층 실감이 난다. 나주혁신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노레일(편도 1000원)을 이용하면 정상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영산강둔치체육공원→영산포철도공원→빛가람호수공원과 전망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영산강둔치체육공원→영산포철도공원→고샅길
-둘째 날 빛가람호수공원과 전망대→빛가람 치유의숲→다도 도래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나주시 문화관광 https://www.naju.go.kr/tour

문의 전화
-나주시청 관광과 061)339-8724
-영산강둔치체육공원 061)339-4523
-빛가람전망대 061)339-2715

대중교통
-버스 서울-나주혁신도시,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3회(08:50, 10:50, 15:05)운행, 3시간30분 소요. 빛가람시외버스정류장서 택시 이용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빛가람시외버스정류장 061)332 8315, 나주시버스운행정보 061)339-8831, https://bis.naju.go.kr

-기차 용산역-나주역, KTX 하루 16회(05:47~21:17) 운행, 약 2시간~2시간10분 소요. 나주역정류장서 400번 일반버스, 160번 광역버스, 순환2, 순환3번 버스 이용 영강동행정복지센터 정류장 하차. 도보 16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광주외곽순환도로 남광산IC→ 빛가람장성로 나주 방면 19.8㎞→ 빛가람로  금천 나주시청 방면 5.8㎞→ 예향로 영암, 해남 방면 1.5㎞→ 영산포로 180m→ 영산강둔치체육공원

숙박 정보
-호텔 코어: 나주시 배멧3길, 061)337-0700
-목서원: 나주시 향교길, 061)331-3917
-은신히: 나주시 금성관길, 010-6319-2244, www.eunsinhee.com

식당 정보
-나주곰탕 하얀집(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4292, www.hayanjib.com
-홍어1번지(홍어삼합): 나주시 영산3길, 061)332-7444, www.nskates.com
-스테이케이션(까눌레): 나주시 석전2길, 070-4799-5693

주변 볼거리
느러지전망대, 한수제, 국립나주박물관,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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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