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따라 강 따라 ④임실 사선대국민관광지

신선처럼 누리는 봄날의 정취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아래 떠나는 상춘 여행에 ‘임실’을 빠뜨릴 수 없다. 섬진강과 옥정호 위로 흐르는 고고한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자연과 문화를 간직해온 전북 임실. 한자로 ‘맡길 임(任)’ 자에 ‘열매 실(實)’ 자를 쓸만큼 비옥한 토지를 자랑하는데, 이는 지리적으로 임실의 산이 구릉처럼 낮고 물이 많은 데서 비롯한다. 임실을 상징하는 특산물 브랜드인 ‘임실N치즈’는 임실의 낙농업이 낳은 소중한 유산이다. 

산이 많고 물이 많은 임실은 그야말로 봄의 전령사다. 회문산, 나래산, 백련산 등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산을 통해 변화하는 계절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섬진강의 개나리와 옥정호의 물안개는 겨우내 잿빛이었던 마음을 화사한 설렘으로 물들인다.

봄의 전령사

이에 더해 임실은 최근 녹지공간 확충사업을 통해 다양한 계절꽃과 가로수를 심는 등 더 많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임실의 여러 자연 명소 중 1985년 12월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사선대는 임실 주민의 오래된 휴식 공간이자 전국서 꾸준히 방문객이 드나드는 임실 대표 명승지다. 사선대(四仙臺)를 풀이하면 ‘네 신선이 노닌 곳’이라는 뜻인데, 명승고적 설화집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2000여년 전 임실 운수산의 두 신선과 진안 마이산의 두 신선이 관촌지역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유유자적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해발 430m의 성미산과 섬진강 상류인 오원천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는 사선대는 봄날의 정취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3000여명을 거뜬히 수용할 만큼 방대한 규모의 잔디광장은 겨우내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깨워 각종 여가 활동과 친목 활동을 누리기에 최적이고 오원천을 끼고 조성된 산책로를 한 바퀴 크게 걷다 보면 왜 과거 이곳에 네 신선이 머물렀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참고로 오원천(烏院川)이라는 이름은 ‘까마귀가 놀던 강’이라는 데에서 유래한다. 이는 과거 까마귀가 네 신선과 함께 하늘서 땅으로 날아든 길조였다는 설과 연결된다. 고즈넉이 흐르는 오원천 덕분에 사선대는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 언제 찾아와도 훌륭하다. 오원천 주변으로 봄이면 노란 봄꽃이, 여름이면 푸른 초목이,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겨울이면 하얀 눈길이 저마다의 색채를 진하게 드러낸다. 

잔디광장 북쪽에 조성된 조각공원은 1996년 임실군의 지원을 받으며 오궁리 신덕분교서 예술 활동을 한 다국적 작가군의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돌, 철, 쇠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인간 감정의 희로애락을 첨예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품을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그리고 조각공원 근처에는 작은 놀이터가 조성돼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 

임실 대표 명승지 사선대(四仙臺)
정상 운서정서 바라보는 절경도 일품

사선대 위쪽 언덕에 보이는 운서정(雲棲亭)은 일제강점기 당시 관촌지역 부호였던 부친 김양근의 덕망을 추모하기 위해 둘째 아들 김승희가 1928년 건립한 공간으로, 우국지사가 모여 나라 잃은 한을 달래던 곳이다. 남쪽의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축대를 쌓아 단을 만든 뒤 가정문과 좌우로 동재와 서재, 그 위에 누각을 올렸다.

이 지역서 보기 드문 조선시대 본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운서정에서 한눈에 굽어보는 사선대 절경이 일품이다. 

운서정 주변의 덕천리 가침박달 군락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천연기념물이다. 이유는 가침박달나무가 중부 이남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야생 수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침박달 군락을 사선대서 볼 수 있는 까닭은 관촌면 덕천리가 남방한계선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가침박달나무는 5월에 하얀색 꽃을 피우며 9월에 열매를 맺는다. 

2012년 개장한 임실치즈테마파크는 대한민국 치즈의 발상지인 임실을 만날 수 있는 체험형 테마 관광지다. 치즈캐슬, 치즈관, 테마관, 파크관, 홍보관, 치즈레스토랑, 치즈숙성실, 유가축장을 통해 6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임실치즈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임실 청정원유로 만드는 임실N치즈 체험, 임실치즈를 듬뿍 넣어 만드는 쌀피자 체험이 인기다. 선택한 코스에 따라 30분~1시간 정도 소요되며 홈페이지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119안전체험관은 ‘안전’을 주제로 교육과 체험과 놀이를 결합한 전국 최대 규모의 종합 안전체험관이다. 신개념 에듀테인먼트 시설답게 재난종합체험동, 위기탈출체험동, 어린이안전마을, 전문응급처치교육장, 물놀이안전체험장, 생존수영교육장을 통해 화재, 지진, 태풍, 교통사고, 호우와 같은 자연재해와 각종 안전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면 좋은지 연령대별 수준에 맞게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붕어섬생태공원

붕어섬생태공원(옥정호출렁다리)이 내부 시설을 보강하고 지난달 1일 재개장했다. 옥정호는 1928년 섬진강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인공 호수다.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이면 맑고 넓은 호반 위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기 위해 전국서 수많은 여행자가 찾아온다. 특히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붕어섬은 영락없이 붕어를 닮아 유명하다. 옥정호출렁다리는 요산공원서 붕어섬까지 이어주는 총 길이 420m, 폭 1.5m의 현수교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사선대국민관광지→임실치즈테마파크→전북특별자치도119안전체험관→붕어섬생태공원(옥정호출렁다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사선대국민관광지→전북특별자치도119안전체험관→필봉문화촌
-둘째 날 임실치즈테마파크→붕어섬생태공원(옥정호출렁다리)→국사봉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임실군 문화관광 www.imsil.go.kr/tour
-임실치즈테마파크 www.cheesepark.kr
-전북특별자치도119안전체험관 www.sobang.kr/safe119

문의 전화
-임실군청 관광치즈과 063)640-2341
-사선대국민관광지 063)640-2922
-임실치즈테마파크 063)643-9540(체험문의 063) 643-2300, 3400)
-전북특별자치도119안전체험관 063)290-5675, 5676
-붕어섬생태공원(옥정호출렁다리) 063)644-50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임실, 서울남부버스터미널서 하루 15회 운행(06:00 ~17:45), 약 3시간30분 소요. 임실공용버스터미널 앞 정류장까지 도보 약 145m 이동, 임실-관촌·임실-관촌-운암·201번·202번·203번 농어촌버스 이용, 사선대 정류장 하차, 사선대국민관광지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서울남부버스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임실공용버스터미널 063)642-2114

-기차 용산역-임실역, 무궁화호 하루 5회(05:43~19:14) 운행, 약 4시간 소요 임실역 정류장까지 도보 약 100m 이동, 임실-관촌·임실-관촌-운암·201번·203번 농어촌버스 이용, 사선대 정류장 하차, 사선대국민관광지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새만금포항고속도로지선(익산-완주)→순천완주고속도로→임실→사선대국민관광지

숙박 정보
-임실치즈펜션: 성수면 도인2길 50, 063)643-3900(운영팀 063) 643-3903), www.cheesepark.kr
-이랑한옥스테이: 덕치면 인덕로 1571-6, 010-3119-5300, http://instagram.com/erang_hanokstay
-필봉한옥스테이: 강진면 강운로 272, 063)643-1902, 2901, www.pilbong.co.kr

식당 정보
-사선대해물칼국수(해물칼국수·녹두해물전·검정콩국수): 관촌면 사선2길 46-10, 063)644-9070
-프로마쥬레스토랑(치즈돈까스·스페셜피자·치즈볶음밥): 성수면 도인2길 50, 063)643-3401, www.cheesepark.kr/page/301000.php 
-임실N치즈피자 전북임실점(불고기스테이크피자·발사믹피자·허니치킨피자): 임실읍 봉황로 183, 063)644-7272, www.imsilncheesepizza.com

주변 볼거리
임실치즈마을, 필봉문화촌, 오수의견공원, 국사봉전망대, 김용택시인생가, 섬진강자전거길, 구담마을, 섬진강댐물문화관, 성수산왕의숲국민여가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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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