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자전거 여행 ③영주 자전거길

마음이 소란할 때 자전거를 타 보자. 부드러운 바람이 마음을 어루만지고, 스치는 풍경에 시름을 던다. 물길 따라 산과 들의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지는 영주 자전거길은 봄에 가장 매력적이다. 낮에는 초록이 싱그럽고, 저녁 무렵에는 노을이 따듯한 분위기를 낸다.

영주는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영주 자전거길 4개 구간으로 주요 명소를 두루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1구간은 소백산역서 서천교까지 소백산의 활력을 얻는 길, 2구간은 소수서원과 선비촌서 서천교까지 전통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길이다. 3·4구간은 서천교와 무섬마을을 잇는다.

영주시 자전거공원

특히 3구간 중간에 자리한 영주시 자전거공원부터 4구간 무섬마을에 이르는 약 14.5㎞는 풍경이 빼어나고 길이 평이해서 초보자도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여행자라면 영주시 자전거공원서 출발하기를 권한다. 무섬마을까지 편도 약 1시간30분 거리지만, 곳곳에 있는 관광지와 소박한 마을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강변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공원을 빠져나가자 영주 시민의 힐링 공간, 서천 변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250m쯤 달리면 왼편 언덕에 우뚝 솟은 제민루가 보인다. 자전거를 끌고 언덕 위 구학공원에 올라보자. 조선시대 의국 제민루는 ‘백성을 구제하다’라는 뜻으로, 오늘날 보건소 같은 곳이다. 제민루의 역사는 1371년(공민왕 20년)에 시작하지만,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2007년에 다시 지었다. 그 위엄은 옛 모습 못지 않다.


제민루 앞에 삼판서고택이 자리한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판서 세 사람이 살았다는 집이다. 판서는 고려·조선시대 정무를 맡은 육조서 으뜸 벼슬을 일컫는다. 고택은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생가로도 알려졌으며, 2008년에 복원했다. 구학공원서 내려와 본격적인 라이딩을 즐긴다.

완연한 봄이면 서천 변으로 벚꽃이 흩날릴 터. 자전거길 곳곳에 나무가 우거진 덱 구간이 있어 싱그럽다. 구학공원서 약 7㎞를 달리니 문수면 적동2리 꾀꼬리마을에 닿는다. 여름새 꾀꼬리가 해마다 마을에 찾아와 어여쁜 이름이 붙었다. 마을 입구 100여년 된 아름드리 버드나무 쉼터서 잠시 머무르기 좋다. 쉼터 아래 은빛 백사장에는 맨발로 걷는 이도 종종 보인다.

꾀꼬리마을서 20여분 달리자 문수면 월호3리다. 강 건너편에 기찻길이 있어 열차와 나란히 달리는 기분이 색다르다. 월호3리서 약 1㎞ 가면 무섬마을(국가민속문화재)이 서서히 자태를 드러낸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와 함께 경북 3대 물돌이 마을로 꼽힌다.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 집성촌으로, 내성천이 삼면을 휘감아 섬처럼 보인다.

마을에 들어가는 외나무다리는 폭 30㎝로, 걸음을 뗄 때마다 스릴이 느껴진다. 자전거로 진입하려면 외나무다리 옆 수도교를 이용한다. 마을에는 전통 가옥 30여채가 있으며, 350년이 넘은 만죽재고택(경북민속문화재)이 가장 오래됐다. 아도서숙은 항일운동의 거점이었다. 마을 구석구석 자전거로 둘러보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스며든다.

영주는 자전거길이 잘 조성됐고, 자전거 대여도 편리하다. 영주시 자전거공원에서는 신분증을 지참하면 자전거와 안전모, 자물쇠를 무료로 빌려준다. 담당자가 알맞은 자전거를 골라주고, 자전거 탐방로와 안전 수칙 등을 꼼꼼히 안내한다.

경북 3대 물돌이 마을 중 한 곳인 무섬마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전거로 둘러보기

공원 내 공공자전거대여소는 트레일러 자전거, 어린이용·성인용 자전거, 2인용 자전거, 전기 자전거 등 120여대를 비치해 선택의 폭이 넓고,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30분이다(대여 5시까지, 명절 당일 휴무). 공원은 상시 개방하며(연중무휴), 주차장과 물품 보관함, 화장실, 카페 등 편의 시설과 어린이들이 자전거 탈 공간도 갖췄다.


영주시 자전거공원 한편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하루 1000원에 공공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공공 자전거는 무료 대여 자전거와 달리 반납 장소가 영주시 곳곳에 있다. 무섬마을에도 대여·반납 장소가 있으니 마을까지 편도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다면 공공 자전거를 이용한다.

영주 여행서 부석사를 빼놓을 수 없다. 676년(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문화재가 많다. 배흘림기둥은 무량수전(국보)의 건축미를 완성한다.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겹겹이 이어진 소백산 능선이 한 폭의 수묵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소수서원(사적)은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들었다. 1542년(중종 37년) 우리나라 주자학의 시조 안향 선생을 배향하기 위해 세웠으며,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퇴계 선생의 제자를 포함해 유생 4000여명을 배출했다. 강학 영역 뒤에 제향 영역이 있는 일반적인 서원과 달리, 소수서원은 좌우로 나란한 배치가 특징이다. 선조들이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 취한대는 고풍스러운 정자다.

영주호용마루공원

무섬마을서 자동차로 15분쯤 가면 영주호용마루공원에 닿는다. 영주호의 탁 트인 풍광을 바라보는 포인트다. 공원의 상징인 용미교와 용두교를 건너면 수변공원이 나오고, 영주댐 건설로 폐역이 되어 이전·복원한 평은역도 만난다. 용미교와 용두교는 어두울 때 더욱 신비롭다. 금~일요일과 공휴일 해가 진 뒤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조명이 들어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영주 자전거길(영주시 자전거공원-무섬마을)→부석사→소수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석사→소수서원→선비촌
-둘째 날 영주 자전거길(영주시 자전거공원-무섬마을)→영주호용마루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영주시 문화관광 https://www.yeongju.go.kr/open_content/tour/index.do
-부석사 http://www.pusoksa.org
-소수서원 https://www.yeongju.go.kr/open_content/sosuseowon/index.do

문의 전화
-영주시청 관광개발단 054)639-6601~6
-무섬마을안내소 054) 636-4700
-부석사 종합관광안내소 054)638-5833
-소수서원 안내소 054)639-5852

대중교통
-버스 서울-영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3회(07:10~20:4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영주종합터미널 정류장서 3번 버스 이용, 건강나라건너 정류장 하차, 영주시자전거공원까지 도보 약 1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 영주종합터미널 054)631-1006, https://yeongjuterminal.modoo.at

-기차 서울역-영주역, KTX 하루 4회(09:01~18:01)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청량리역-영주역, KTX 하루 8~9회(05:38~22:0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영주역건너 정류장서 3번 버스 이용, 건강나라 정류장 하차, 영주시 자전거공원까지 도보 약 1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s://www.letskorail.com, 영주시내버스터미널 054)633-0011~3, 영주시시내버스노선안내(영주시농업기술센터) https://www.yeongju.go.kr/atec/page.do?mnu_uid=4098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소백산국립공원·풍기·봉화 방면 우회전→봉현교차로서 단양·영주 방면 9시 방향→봉현교차로서 안동·영주·봉화 방면 왼쪽→영일사거리서 시청·영주역 방면 우회전→선비로225번길 방면 우회전→영주시 자전거공원

숙박 정보
-만죽재고택: 문수면 무섬로234번길, 010-5293-4010, http://무섬마을.net
-서늘기문화: 영주시 창진로194번길, 010-6242-2219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풍기읍 죽령로, 054)604-1700, https://taliaresort.co.kr

식당 정보
-축산식육식당(한우구이·한우육회): 영주시 번영로173번길, 054) 631-1437
-흥부가(육회비빔밥): 영주시 대학로, 054)638-2094
-나드리(쫄면·돈가스): 영주시 중앙로, 054)633-5482, https://ww w.nadrifood.co.kr

주변 볼거리
국립산림치유원, 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 콩세계과학관, 여우생태관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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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