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레트로 ②태백 철암탄광역사촌

까치발 건물을 아시나요?

 

태백 철암역서 약 170m 거리에 있는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시설을 복원·보존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감독이 “액션!”을 외치면, 금방이라도 배우들이 열연을 펼칠 듯한 과거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탄광서 석탄을 캐던 광부와 연탄을 처음 본 아이가 만나는 곳, 태백이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한 1970~1980년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지다.

탄광촌이 활황이던 1970년대 철암 지역은 광부가 되려는 이들 수만명이 몰려 서울 명동 거리만큼 붐볐다. 철암연립상가부터 산비탈 판자촌까지 도시가 급속도로 확장된 철암의 ‘리즈 시절’이다. 탄광촌에서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만큼 경기가 좋았다는데, 철암 동네 개는 10만원권 수표를 물었다고 할 정도로 석탄 산업의 전성기를 누렸다.

기회의 땅

광부에겐 위험수당까지 포함한 고임금이 보장돼, 철암은 인생 역전의 밑천을 마련할 ‘기회의 땅’이었다. 철암의 영화(榮華)가 레트로 감성을 입은 철암탄광역사촌서 하나둘 전개된다.

철암탄광역사촌은 11개 건물 가운데 총 6개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첫째·셋째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페리카나와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을 거쳐 한양다방서 마무리하는 동선이지만, 각각 독립된 공간이라 취향에 맞게 골라 들어가면 된다.

산울림, 붐비네, 젊음의양지 등 향수를 자극하는 간판이 보이는데 모두 폐업 상태다. 알면서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노포 주인장이 반갑게 맞아줄 것만 같다.


페리카나 1층은 관리사무소다. 2층 기획전시실에는 각종 장부와 철암 지역 학생들의 성적표, 계약서, 광부들이 매일 마셨을 소주 등을 전시한다. 강도 높은 노동 후 퇴근길에 맛보는 돼지고기와 삼호소주 한 잔이 남은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됐을 터. 추억의 향토주 맛을 그리워하는 관람객의 눈길이 멈추는 곳이다.

전시실 흑백사진 속, 월급날 사무실 풍경이 인상적이다. 야무지게 말아 올린 파마머리 여성들이 눈에 띈다. 당시에 월급을 현금으로 지급했는데, 바깥양반의 호탕한 씀씀이를 걱정한 아내가 선수를 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광부 월급은 공무원의 곱절이었고, 서울 종로 거리에나 있을 법한 다방과 술집이 헤아릴 수 없었다니 빈 월급봉투에 대한 우려도 이해가 된다.

진주성은 관광객 쉼터와 복합 문화 공간, 철암 다큐멘터리 공간으로, 호남슈퍼는 철암의 유래·역사 관련 전시 공간과 선탄장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꾸몄다. 철암에는 마을 북쪽 백산과 경계가 되는 철도 변에 높이 20m, 너비 30m가 넘는 바위가 있는데, 쇠 성분이 많아 ‘쇠바위’라 했다. 바위서 뗀 돌을 녹여 쇠를 얻기도 해 쇠바위마을, 한자로 철암리(鐵巖理)라고 불렀다.

호남슈퍼 2층에는 광부들의 모습을 담은 선술집과 가정집, 마을 골목을 재현했다. 부엌과 난방시설에 연탄이며 조개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층층이 파인 검은 산이 흰 건물과 대비된다. 태백에 마지막으로 남은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서 보낸 원탄을 선별·가공해 현장서 쓸 수 있게 만든 다음 화물열차에 싣는다. 장성광업소와 철암역두 선탄시설도 올해 6월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 탄광촌은 도시의 확장 속도를 건축이 따라가지 못해 증축을 거듭했다. 원래 있던 건물은 상가로 활용하고, 철암천 쪽으로 공간을 확장해 지층 아래 살 집을 마련했다. 이때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만들었는데, 이곳이 ‘까치발 건물’로 불리는 까닭이다.

까치발 건물을 제대로 보려면 신설교에 서야 한다. 어떤 건물은 층마다 자재와 건축 스타일이 다르다. 탄광의 흥망성쇠가 까치 울음소리로 들려오는 듯하다. 철암탄광역사촌 앞 표석에 ‘남겨야 하나, 부숴야 하나 논쟁하는 사이, 한국 근현대사의 유구들이 무수히 사라져갔다’는 말이 이곳이 존재하는 이유를 대변한다.


탄광 산업의 상징 같은 존재
옛 영광 볼 수 있는 탄광역사촌

신설교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산동네와 마주한다. 여기가 광부들이 모여 살던 삼방동이다. 광부 아버지가 빨간 보자기로 싼 도시락을 들고 아이와 함께 선 조형물이 보인다. 오늘 나선 막장이 삶의 마지막 장이 아니길, 가족은 매일같이 기도했을 것이다.

산동네에선 철암탄광역사촌의 까치발 건물과 철암역두 선탄시설,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 철암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한 벽화가 쇠락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에는 음식점과 카페, 편의시설이 모여있다. 여기 식당 한 곳에서 내는 물닭갈비는 광부의 단골 음식이었다. 태백의 닭갈비는 채소를 넣은 전골 형태인데, 광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체내 분진 제거에 섬유질이 많은 채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암역은 1940년 영업을 시작했다. 철도가 없는 장성서 생산한 무연탄이 철암역을 거쳐 전국으로 나갔기에 그 위상이 대단했다. 1980년대 강릉역 역무원이 28명, 철암역 역무원이 300여명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후 석탄 산업이 쇠퇴하며 철암역의 위상도 떨어졌고,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시발역이자 종착역이 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서 자동차로 5분쯤 가면 태백8경에 드는 구문소(천연기념물)가 있다. 태백시 남쪽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는 곳인데,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동굴 형태가 신기하다. 석회암이 겹겹이 쌓인 층에서 다양한 퇴적 구조가 드러나고 고생대 화석이 발견돼, 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나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구문소 지질에 대한 궁금증은 인근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서 해소한다. 고생대에는 구문소 일대가 바다였는데, 당시 존재한 해양 생물 화석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에 세운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선캄브리아기부터 고생대, 신생대 인류의 출현과 발전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전문 박물관이다.

해발 800m에 자리한 몽토랑산양목장서 태백 시내를 조망해보자. 유산양 130여마리와 거위, 산토끼가 노니는 풍경이 목가적이다. 먹이 주기 체험도 색다르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오는 유산양의 웃는 모습에 먹이통이 비는 건 순식간이다. SNS 핫 플레이스로 소문난 몽토랑카페에선 매일 짠 신선한 산양유와 갓 구운 빵도 맛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철암탄광역사촌→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철암탄광역사촌→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둘째 날 몽토랑산양목장→태백 용연굴→바람의언덕(매봉산풍력발전단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태백관광 https://tour.taebaek.go.kr/tour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https://tour.taebaek.go.kr/tpmuseum
-몽토랑산양목장 www.instagram.com/tae_baekdudaegan


문의 전화
-태백시청 문화관광과 033)550-2081
-철암탄광역사촌 033) 582-8070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3003
-몽토랑산양목장 033)553-0102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6회(06:00~22: 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번·4번·4-2번 일반버스 이용, 철암역 정류장 하차, 철암탄광역사촌까지 도보 약 55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태백버스터미널 1588-0585, www.bustaja.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index.php

-기차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5회(07:34~19: 10) 운행, 2시간55분~3시간40분 소요. 태백역서 태백버스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60m 이동, 1번·4번·4-2번 일반버스 이용, 철암시장 정류장 하차, 철암탄광역사촌까지 도보 약 85m. 청량리역-영주역(환승)-철암역, KTX-무궁화호 하루 1회(15:22) 운행, 약 4시간(환승 포함) 소요, 철암역서 도보 약 1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index.php


광주원주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강원남로→제천 IC서 영월·제천 방면→신동교차로→고명교차로서 영월·쌍용 방면→황지교사거리서 도계·동해 방면→철암역·철암농공단지 방면 우회전→철암탄광역사촌


숙박 정보
-태백산한옥펜션: 태백시 소롯골길, 033)552-2367, www.ok114.co.kr/0335522367
-오투리조트: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태백호텔: 태백시 태백산로, 033)550-5800, http://taebaekhotel.com
-블루문게스트하우스: 태백시 석공길, 033)581-0880
-태백관광호텔쏘라노: 태백시 기장밭길, 033)553-8080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태백시 머리골길, 033)582-7440,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불로닭물닭갈비(물닭갈비): 태백시 동태백로, 033)582-4142
-연화식당(김치찌개·청국장): 태백시 태백로, 033)581-8897
-원조안동갈비(돼지갈비): 태백시 번영로, 033)554-4242
-한밭식당(산나물가마솥밥·굴밥): 태백시 먹거리길, 033)552-3160

주변 볼거리
통리탄탄파크, 오로라파크, 365세이프타운, 태백석탄박물관, 황지자유시장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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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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