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VS 한동훈 ‘시한부 휴전’ 막전막후

총선까지만…불안한 동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김건희 여사를 사이에 두고 당과 대통령실에 분란이 발생했지만, 일단 빠르게 봉합했다. 문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기 때문이다. 손을 내밀었지만, 물밑에서는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만간 다음 라운드가 펼쳐질 양상이다.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가 돼 4·10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이번에는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의 갈등이 표출됐다. 그 주인공은 20년 지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다. 취임한 지 이제 막 한 달 된 비대위원장에게 물러나라고 선제타격한 곳은 다름 아닌 대통령실이었다. 

등 돌린
20년 지기

지난 22일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한 위원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한 자리서 만났다. 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비서실장은 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한 위원장은 사실상 거절했다. 한 비대위원장 사퇴의 이면에는 ‘사천(私薦)’ 논란이 개입돼있다. 서울 마포구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여한 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한 위원장은 “마포구을은 개딸 전체주의와 운동권 특권 정치 등으로 변질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있는 곳”이라며 “김경율 비대위원이 정 의원과 붙겠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비대위원은 단상으로 올라가 한 위원장과 손을 번쩍 들며 자신감을 보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비대위원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비대위 회의 중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명품 파우치 가방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란은 김 여사가 최재형 목사를 만났을 때 디올 파우치 가방을 받았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친윤(친 윤석열)계는 사건의 본질이 ‘몰카(몰래 카메라) 공작’이기 때문에 대통령 부부가 사과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선언이 워낙 급작스러웠던 만큼,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험악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총선 출마 문제라면 지도부와 김 비대위원 간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배신감을 느꼈다는 일부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친윤 세력도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전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실에 제대로 한 방 먹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퇴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자 오히려 “할 일 하겠다”는 말로 되받아쳤다. 당무 일정도 그대로 수행했고, 기자와의 질의응답서도 거칠 게 없었다. 

믿었던 복심에 큰 충격 받아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어

한 위원장은 명품백 논란에 대해 “몰카 공작이라면서도 전후 과정서 분명 아쉬움이 있는 만큼 국민적 여론을 걱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읽힌다. 당내서도 김 여사의 사과 여부를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윤 원내대표는 정치공작으로 못 박았으나, 한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김 여사 이슈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을 두고 ‘약속 대련’이라는 말도 나온다. 두 사람의 갈등을 지지층 결집을 위해 짜고 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대표는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인사가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며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데, 굳이 이 실장을 보내 이유가 없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갈등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상황이 점점 극에 달했지만, 한 위원장은 단호한 메시지를 던지며 한 치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은 우회적으로 한 위원장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그 사이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이 빠르게 이뤄졌다. 당초 예상과는 다른 시나리오였는데 이는 한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함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윤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이 지명됐다.

검찰 라인 역시 빠르게 친윤 라인으로 채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박 전 고검장과 대구지검 초임 검사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왔다. 이와 함께 법무부 차관의 교체도 함께 이뤄졌다. 법무부 차관이 교체된 것은 7년 만으로 상당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상 한 위원장을 향한 경고성 인선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서로가 공멸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한 모양새다. 일단 빠르게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머리 숙인 한
조건부 사과?

지난 23일, 한 위원장의 일정은 당 사무처 방문이 예정돼있어 취재진도 진을 치고 있었으나 대뜸 최근 화재가 발생했던 충청남도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윤 대통령도 현장 점검을 위해 방문해 충돌 이후의 첫 만남을 가졌다.

한 위원장이 먼저 와서 기다렸고, 90도로 고개 숙여 폴더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특유의 손짓으로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며 대두됐던 갈등설을 봉합했다. 20년 우정의 건재함을 보인 셈이다. 

문제는 화재 현장 방문 자리가 화해의 장이 됐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정치쇼’에 불과했다는 혹평이 제기됐다. 만약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사실이라면 그 원인에 관한 문제를 풀어내고 해결책이 지금 쯤 나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둘의 갈등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분에 대해선 일절 언급조차 없었는데 무턱대고 화해만 진행된 것과 다름없다. 

여전히 김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와 사천 논란, 김 여사의 사과 문제 등이 갈등을 일으킬 태세다. 일단 화재 현장 방문 이후로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친윤 인사들은 입을 닫았다. 기자회견이 예정돼있던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해당 일정을 취소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김 비대위원의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소통 과정의 오류’라는 이유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사실 비대위원 전원 사퇴 외에는 대통령실과 당 누구도 한 위원장을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 


겉만 봉합 
상처 그대로

문제는 이런 방식들이 국민의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혁신당 이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다가 쫓겨난 이후 자체적으로 반복해온 체제 전환이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인요한 혁신위원회 등 띄웠던 기구들마다 내분과 당무 개입 논란 등으로 당의 분란과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제 선거까지 불과 70일 남은 가운데, 더 이상의 변화 시도는 무리일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뭉치는 중인 만큼 칼자루는 한 위원장이 쥐고 있다. 친윤 입장에서는 앞으로 또 같은 일이 발생해 윤 대통령을 결사옹위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좋을 게 없으며 다시 당 내분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상황도 나아진 게 없을 뿐더러, 해결된 문제도 하나 없다. 오히려 2차전의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우선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사퇴와 관련해서 들은 바가 없다”며 모르쇠 전략을 펴고 있다. 이는 당정 관계가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추가 가능하다.

게다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뿐더러 당무 개입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증거일 수 있다. 김 비대위원 사퇴 시 당장 입을 틀어막을 순 있지만, 상당수에 달하는 중도층의 이탈을 감수해야만 한다. 반면 김 비대위원이 버틸 경우, 기존 지지층의 불만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김 비대위원은 전혀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신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을 향한 쓴소리로 들어갔으며, 곧바로 한 위원장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 또 친윤계 인사들이 내색은 하지 않지만 불편해할 것으로 보인다.


“2인자 존재감만 더 커졌다”
당정 2차전 조만간 또 발생?

현재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사과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집요한 질문에 침묵으로 대응을 바꿨다. 앞선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과는 정반대의 행태다. 이 같은 언론 대응 기조가 지속될 경우, 총선구도는 정권 심판론에 김 여사 논란까지 합세하면서 불리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보다는 한 위원장 얼굴로 치르는 게 국민의힘에게는 유리하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계속 내세우는 이유도 윤 대통령이 전면에 드러날수록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반면 한 위원장이 커질수록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는 압박이 된다.

민주당서 지속적으로 김 여사 리스크를 띄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 여사가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더욱 야당에게 유리한 구도가 설정된다. 한 위원장 역시 지금과 같은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당이 더욱 갈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김 여사가 ‘당이 결정하면 사과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이다. 사실상 당과 대통령실서 알아서 하라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로 인한 야당의 공세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등 야당에선 사과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문제는 단순히 야당의 공세로만 몰고 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과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70%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국면을 뒤집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과나 ‘몰카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론 부족하며 억울한 부분 역시 정면돌파로 풀어가야 한다. 물론, 명품 파우치를 받은 김 여사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탁금지법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접수됐지만, 공직자의 배우자인 김 여사에 대해서는 조사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는 게 사실이다. 또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과 ‘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은 디올 파우치를 대통령실기록물로 지정해버렸고, 가방이 언제 창고로 이관됐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물은 한꺼번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한다. 

김 여사를 
어찌할꼬∼

현재대로라면 국민의힘이 이렇다 할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총선서 패배하는 것은 자명해진다. 비윤계는 쌍특검 재표결로 대통령실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탈표가 20명만 나오면 쌍특검이 즉시 개시되며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역전될 수도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여의도 정가 관계자는 “한동훈 위원장이 한 발 물러나 준 것으로 봐야 한다. 한 위원장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총선서 패배할 경우, 그 역시 정치적 타격이 클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2차전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쌍특검’ 미는 국민의힘,  왜?

국민의힘이 쌍특검(대장동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재의결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쌍특검 표결조차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이 속도를 내자고 제안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공천’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 국민의힘은 공천룰이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천룰이 확정되고, 발표가 이뤄진 후 ‘친윤’ 후보 공천 논란이 발발하게 되면 당내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지점을 민주당이 노리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최대한 압박해 공세 수위를 높여가며 비윤계의 이탈표를 최대한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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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