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VS 한동훈 ‘시한부 휴전’ 막전막후

총선까지만…불안한 동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김건희 여사를 사이에 두고 당과 대통령실에 분란이 발생했지만, 일단 빠르게 봉합했다. 문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기 때문이다. 손을 내밀었지만, 물밑에서는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만간 다음 라운드가 펼쳐질 양상이다.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가 돼 4·10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이번에는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의 갈등이 표출됐다. 그 주인공은 20년 지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다. 취임한 지 이제 막 한 달 된 비대위원장에게 물러나라고 선제타격한 곳은 다름 아닌 대통령실이었다. 

등 돌린
20년 지기

지난 22일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한 위원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한 자리서 만났다. 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비서실장은 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한 위원장은 사실상 거절했다. 한 비대위원장 사퇴의 이면에는 ‘사천(私薦)’ 논란이 개입돼있다. 서울 마포구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여한 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한 위원장은 “마포구을은 개딸 전체주의와 운동권 특권 정치 등으로 변질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있는 곳”이라며 “김경율 비대위원이 정 의원과 붙겠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비대위원은 단상으로 올라가 한 위원장과 손을 번쩍 들며 자신감을 보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비대위원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비대위 회의 중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명품 파우치 가방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란은 김 여사가 최재형 목사를 만났을 때 디올 파우치 가방을 받았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친윤(친 윤석열)계는 사건의 본질이 ‘몰카(몰래 카메라) 공작’이기 때문에 대통령 부부가 사과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선언이 워낙 급작스러웠던 만큼,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험악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총선 출마 문제라면 지도부와 김 비대위원 간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배신감을 느꼈다는 일부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친윤 세력도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전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실에 제대로 한 방 먹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퇴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자 오히려 “할 일 하겠다”는 말로 되받아쳤다. 당무 일정도 그대로 수행했고, 기자와의 질의응답서도 거칠 게 없었다. 

믿었던 복심에 큰 충격 받아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어

한 위원장은 명품백 논란에 대해 “몰카 공작이라면서도 전후 과정서 분명 아쉬움이 있는 만큼 국민적 여론을 걱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읽힌다. 당내서도 김 여사의 사과 여부를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윤 원내대표는 정치공작으로 못 박았으나, 한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김 여사 이슈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을 두고 ‘약속 대련’이라는 말도 나온다. 두 사람의 갈등을 지지층 결집을 위해 짜고 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대표는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인사가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며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데, 굳이 이 실장을 보내 이유가 없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갈등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상황이 점점 극에 달했지만, 한 위원장은 단호한 메시지를 던지며 한 치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은 우회적으로 한 위원장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그 사이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이 빠르게 이뤄졌다. 당초 예상과는 다른 시나리오였는데 이는 한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함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윤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이 지명됐다.

검찰 라인 역시 빠르게 친윤 라인으로 채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박 전 고검장과 대구지검 초임 검사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왔다. 이와 함께 법무부 차관의 교체도 함께 이뤄졌다. 법무부 차관이 교체된 것은 7년 만으로 상당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상 한 위원장을 향한 경고성 인선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서로가 공멸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한 모양새다. 일단 빠르게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머리 숙인 한
조건부 사과?

지난 23일, 한 위원장의 일정은 당 사무처 방문이 예정돼있어 취재진도 진을 치고 있었으나 대뜸 최근 화재가 발생했던 충청남도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윤 대통령도 현장 점검을 위해 방문해 충돌 이후의 첫 만남을 가졌다.

한 위원장이 먼저 와서 기다렸고, 90도로 고개 숙여 폴더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특유의 손짓으로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며 대두됐던 갈등설을 봉합했다. 20년 우정의 건재함을 보인 셈이다. 

문제는 화재 현장 방문 자리가 화해의 장이 됐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정치쇼’에 불과했다는 혹평이 제기됐다. 만약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사실이라면 그 원인에 관한 문제를 풀어내고 해결책이 지금 쯤 나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둘의 갈등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분에 대해선 일절 언급조차 없었는데 무턱대고 화해만 진행된 것과 다름없다. 

여전히 김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와 사천 논란, 김 여사의 사과 문제 등이 갈등을 일으킬 태세다. 일단 화재 현장 방문 이후로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친윤 인사들은 입을 닫았다. 기자회견이 예정돼있던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해당 일정을 취소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김 비대위원의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소통 과정의 오류’라는 이유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사실 비대위원 전원 사퇴 외에는 대통령실과 당 누구도 한 위원장을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 


겉만 봉합 
상처 그대로

문제는 이런 방식들이 국민의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혁신당 이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다가 쫓겨난 이후 자체적으로 반복해온 체제 전환이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인요한 혁신위원회 등 띄웠던 기구들마다 내분과 당무 개입 논란 등으로 당의 분란과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제 선거까지 불과 70일 남은 가운데, 더 이상의 변화 시도는 무리일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뭉치는 중인 만큼 칼자루는 한 위원장이 쥐고 있다. 친윤 입장에서는 앞으로 또 같은 일이 발생해 윤 대통령을 결사옹위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좋을 게 없으며 다시 당 내분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상황도 나아진 게 없을 뿐더러, 해결된 문제도 하나 없다. 오히려 2차전의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우선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사퇴와 관련해서 들은 바가 없다”며 모르쇠 전략을 펴고 있다. 이는 당정 관계가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추가 가능하다.

게다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뿐더러 당무 개입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증거일 수 있다. 김 비대위원 사퇴 시 당장 입을 틀어막을 순 있지만, 상당수에 달하는 중도층의 이탈을 감수해야만 한다. 반면 김 비대위원이 버틸 경우, 기존 지지층의 불만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김 비대위원은 전혀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신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을 향한 쓴소리로 들어갔으며, 곧바로 한 위원장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 또 친윤계 인사들이 내색은 하지 않지만 불편해할 것으로 보인다.


“2인자 존재감만 더 커졌다”
당정 2차전 조만간 또 발생?

현재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사과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집요한 질문에 침묵으로 대응을 바꿨다. 앞선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과는 정반대의 행태다. 이 같은 언론 대응 기조가 지속될 경우, 총선구도는 정권 심판론에 김 여사 논란까지 합세하면서 불리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보다는 한 위원장 얼굴로 치르는 게 국민의힘에게는 유리하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계속 내세우는 이유도 윤 대통령이 전면에 드러날수록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반면 한 위원장이 커질수록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는 압박이 된다.

민주당서 지속적으로 김 여사 리스크를 띄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 여사가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더욱 야당에게 유리한 구도가 설정된다. 한 위원장 역시 지금과 같은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당이 더욱 갈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김 여사가 ‘당이 결정하면 사과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이다. 사실상 당과 대통령실서 알아서 하라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로 인한 야당의 공세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등 야당에선 사과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문제는 단순히 야당의 공세로만 몰고 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과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70%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국면을 뒤집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과나 ‘몰카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론 부족하며 억울한 부분 역시 정면돌파로 풀어가야 한다. 물론, 명품 파우치를 받은 김 여사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탁금지법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접수됐지만, 공직자의 배우자인 김 여사에 대해서는 조사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는 게 사실이다. 또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과 ‘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은 디올 파우치를 대통령실기록물로 지정해버렸고, 가방이 언제 창고로 이관됐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물은 한꺼번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한다. 

김 여사를 
어찌할꼬∼

현재대로라면 국민의힘이 이렇다 할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총선서 패배하는 것은 자명해진다. 비윤계는 쌍특검 재표결로 대통령실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탈표가 20명만 나오면 쌍특검이 즉시 개시되며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역전될 수도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여의도 정가 관계자는 “한동훈 위원장이 한 발 물러나 준 것으로 봐야 한다. 한 위원장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총선서 패배할 경우, 그 역시 정치적 타격이 클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2차전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쌍특검’ 미는 국민의힘,  왜?

국민의힘이 쌍특검(대장동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재의결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쌍특검 표결조차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이 속도를 내자고 제안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공천’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 국민의힘은 공천룰이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천룰이 확정되고, 발표가 이뤄진 후 ‘친윤’ 후보 공천 논란이 발발하게 되면 당내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지점을 민주당이 노리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최대한 압박해 공세 수위를 높여가며 비윤계의 이탈표를 최대한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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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