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문안드림팀' 저지 비책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12 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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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막으면 대권 직행, 못 막으면 벼랑 직행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추석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 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게 모두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단일화 경쟁이 사실상 이번 대선의 결승전으로 떠오른 이유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앞으로 야권단일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렇다면 박 후보가 단일화 저지를 위해 내놓을 비책은 과연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미리 살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최근 기상시간을 새벽 4시까지 앞당겨 강행군에 돌입했다. 싸늘한 추석민심에 화들짝 놀란 까닭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추석이 끝난 직후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신뢰수준 95%, 오차범위 ±2.5%p) 박 후보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라 불리는 40대 표심을 잡는데 일단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인 PK(부산·경남)지역마저 흔들리고 있는 양상이라 박 후보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다자대결 필승
양자대결 필패

일부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기도 했지만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 사과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무척 참담한 결과다. 게다가 박 후보는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47.7%대 47.2%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안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50.0%대 43.8%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와는 오차범위내의 근소한 차이지만 안 후보와는 오차범위 밖까지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박 후보 측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역전시킬 뾰족한 수가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른바 '10월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대선 분수령은 누가 뭐래도 '야권후보 단일화'
험난한 단일화 가는 길 "말처럼 쉽진 않을 걸"


당내 일각에선 '과거사 사과'라는 비장의 카드를 이미 사용했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자 기존에 거론되던 각종 쇄신방안도 결국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 후보가 어떤 전략이나 정책을 내놓더라도 야권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모든 이슈가 묻혀버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단일화가 성사되고 나면 박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이 방심하기엔 이르다. 안 후보는 본인의 대담집 출간 후 한때 다자대결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문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문 후보의 지지층 또한 견고해져 다자대결 1위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때문에 양 후보 간의 단일화 경쟁은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치열한 진검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야권의 단일화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어떤 전략이나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백약이 무효한 반면, 반대로 단일화를 저지해낸다면 오히려 대권으로 손쉽게 직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불리한 삼각구도?
잘하면 대권 직행

한 전문가는 "언론에서는 마치 야권의 단일화가 이미 성공한 것처럼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박근혜 필패론을 거론하는데 단일화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야권 단일화는커녕 조금만 이해관계가 엇갈려도 당내 경선도 불복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정치판"이라며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와 같은 야권의 단일화 과정을 박 후보 진영에서 어떻게 흔드냐에 따라 충분히 판을 깰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아직까지는 박 후보 측이 좀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측이 야권의 단일화를 저지하기 위해 벌써부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우선 전문가들은 박 후보 측이 만약 야권단일화를 저지하고자 한다면 안 후보보다는 '민주당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지난 9월19일 대선출마선언에서 후보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 "야권단일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분'이 가장 중요하다"며 "만약 민주당이 진정한 쇄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안 후보는 민주당의 단일화 제의를 받아들일 명분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일단 민주당의 쇄신작업은 박 후보 측이 굳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험로가 예상된다. 문 후보는 대선후보 선출 이후 당 지도부가 사실상 전권을 위임하면서 쇄신의 칼자루를 쥐었지만 여전히 쇄신안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경선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도 쇄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동시에 교체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이 민주당 쇄신 과정에서 어떻게든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막장 경선에 이어 쇄신과정에서도 막장 행태를 보인다면 안 후보로서는 민주당의 단일화 제의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진다.

이이제이 전략
단일화 상처내기

박 후보 측은 민주당의 쇄신작업을 직접 훼방 놓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쇄신작업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는 있다. 박 후보 측이 문 후보와 민주당 진영에 혹독한 검증공세를 펼쳐 운 좋게 몇몇 인사가 걸려든다면 이들을 쇄신대상에 포함시키느냐를 놓고 민주당은 또 한바탕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또 민주당이 대응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식 행태를 보인다면 단일화의 명분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한 상황에서 안 후보가 단일화제의를 받아들인다면 그 파괴력은 반감이 될 수밖에 없고, 유권자들은 안 후보 역시 구태정치세력에 불과하다는 실망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박 후보 측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를 막기 위해 적을 통해 적을 무찌르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5% 이내로 좁혀졌다. 양 후보 모두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단일화 경쟁은 그만큼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 측이 약간의 계기만 만들어 준다면 양측의 이전투구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서병수 새누리당 중앙선대본부장이 지난 9월28일 안 후보의 다운계약서 의혹이 불거졌을 때 민주당에게 이에 대한 논평을 강요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서 본부장은 이날 "불과 두 달 전인 7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다운계약서 문제를 지적했던 민주당이 안 후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며 "김 후보자를 낙마시킨 민주당이라면 응당 안 후보의 다운계약서 의혹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지지율이 좀 더 떨어지도록 방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주장 한다.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승리가 확실해 질수록 야권 대선주자들의 단일화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의 대선후보들이 단일화 룰을 정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 시점은 박 후보 측이 이이제이 전략을 제대로 구사할 절호의 기회다.

'어게인 1987' 꿈꾸는 박근혜, 무얼 노리나?
직접 훼방 놓을 순 없지만 물밑 작전 치열

현재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시점이나 방식 등 각론에선 입장 차가 적지 않다. 이를 파고들어 박 후보의 지지자들이 대거 역투표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초박빙의 단일화 경선에서 박 후보 지지자들의 역투표가 판세를 바꾼다면 단일화 승자에 대한 대표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고 경선룰의 합리성을 두고 후보 간 격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역투표의 가능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양 후보의 단일화 경선룰 협상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편 박 후보 측은 내심 이번 대선에서 지난 1987년 13대 대선의 상황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13대 대선은 국민들의 끈질긴 민주화 요구 끝에 힘겹게 얻어낸 20여 년 만의 첫 직선제 선거였다. 그럼에도 결과는 군사독재정권의 승리였다. 야권의 후보들이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집권여당인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고작 36.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민정당이 직선제를 전격 수용한 것은 야권 대선주자들의 대립과 분열을 잘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직선제를 요구하며 민주화 투쟁을 벌이던 야권 대선주자들은 막상 직선제가 선포되자 단일화 후보선출방식과 경선일자 등을 놓고 몇 달씩이나 협상을 벌이고도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각자 대선에 출마해 패배했다. 이 같은 역사는 여야 대선주자 모두가 반드시 되새겨봐야 할 사항이다.


역동적 3자 구도
피 말리는 승부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3자 구도는 역동적이고 가변적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피 말리는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물론 박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막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확률의 문제"라며 "누가 뭐래도 이번 대선의 분수령은 야권의 단일화 성공여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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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