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을 여행 ④제천 청풍호반케이블카

청룡과 청풍. 2024년 청룡의 해를 앞둔 12월, 제천 청풍호(충주호)는 올해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운세 좋은 여행지일 것만 같다. 그래서 제천 사람인 양 ‘청풍호’라 외치며 떠나고 싶다. 국가기본도에는 충주호로 표시돼있지만 가끔은 마음 길을 따라가도 좋겠다.

청풍호는 제천시 남쪽 청풍면 일대 남한강을 이른다. 청풍면의 지명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뜻하는 청풍명월에서 왔다. 그렇다고 맑은 청(淸)풍과 푸른 청(靑)룡을 구분할 이유는 없겠다. 2024년 전망은 맑고 푸름이라 믿고 걷다 보면 정말 그런 해가 될지도. 억지 좀 부리면 어떤가. 뜻풀이는 조금 다를지언정 맑고 푸른 청풍호는 매한가지인 것을.

청룡의 해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툭툭 털어내게 할 ‘전망’이 그곳에 있다. 그러니 청풍호 절경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아 2024년 청룡의 해에 부적처럼 들고 다녀도 괜찮겠다.

청풍호 전경을 감상하기에는 비봉산이 제격이고, 비봉산에 오르기에는 청풍호반케이블카가 맞춤하다. 청풍호반케이블카는 청풍면 물태리역과 비봉산역 사이 2.3㎞ 구간을 오간다. 10인승 케이블카 46대가 비봉산 정상까지 약 9분 만에 이동한다.

실은 이동이라는 말로 모자란다. 비봉산역으로 향하는 여정 내내 빼어난 전망이 펼쳐진다. 케이블카가 움직이는 전망대다. 물태리역 뒤로 봉긋 솟은 망월산서 시작해 종국에는 사방으로 월악산과 소백산 능선이 장대하게 열린다. 그 사이로 골골이 굽이치며 흐르는 겨울 남한강은 너무나 고요해 호수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케이블카가 서는 비봉산 정상은 해발 531m다. 비봉산은 봉황이 나는 모습을 닮아 그리 부른다. 매가 날아가는 것 같아 ‘매봉’이라고도 한다. 봉황이나 매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셈이다. 그 의미 또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에 걸맞다.

케이블카 승하차장을 지나 3층 밖으로 나오자 전망 덱이 시원하다. 계단을 따라 4층 비봉하늘전망대로 이어지고, 5층 야외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여느 케이블카 정상 전망대보다 훨씬 넓어, 동서남북으로 사면을 오가며 360° 조망하는 게 장점이다.

북쪽은 대덕산과 바짝 붙어 흐르는 남한강이 시원스럽다. 물길은 멀리 제천 시내 풍경과 겹친다. 남쪽으로는 가까이 백운면 도곡리 악어섬이 눈을 즐겁게 한다. 강과 땅이 악어 모양으로 들쑥날쑥하다. 멀리 월악산이 어른댄다. 동쪽으로는 청풍대교서 옥순대교를 지나 소백산까지 펼쳐진다.

옥순대교 쪽은 산세와 어우러진 남한강 풍경이 단연 압권이다. ‘내륙의 바다’라는 표현을 체감한다. 겨울나무는 푸른 잎을 떨궜지만, 덕분에 물빛이 한층 쨍하게 다가온다. 해 질 녘에는 서쪽으로 걸음을 옮겨 한 해 마지막 달의 일몰을 감상하자.

청풍호반케이블카 비봉산역은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특별한 기억을 저장하는 모멘트 캡슐, 인생 사진을 완성할 초승달과 하트 포토 존이 여행을 풍요롭게 한다. 약초숲길은 왕복 35분 남짓한 산책로다. 그 끝에서 만나는 ‘비봉산파빌리온’은 복주머니를 형상화한 김희원 작가의 작품으로, ‘축복’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특수필름 여러 겹이 만드는 스펙트럼이 다채로운 빛을 뿜어낸다. 조금 이른 새해 소망을 기원해볼 만하다.

한기가 느껴질 때는 비봉산역 3층 카페를 이용한다. 커피나 차는 물론, 베이커리 종류가 다양하다. 창가로 스미는 햇살이 따뜻하다. 피로까지 풀고 싶다면 아래쪽 물태리역 족욕카페가 적당하다. 한방 족욕제와 에센스, 음료 한 잔을 제공한다(1만2000원). 물태리역에 자리한 환상미술관, 시네마360도 눈에 띈다.

‘2020년 한국 관광의 별’ 본상에 선정
청풍호반케이블카에서 즐기는 여행


청풍호반케이블카는 관광 약자를 위한 노력으로 ‘2020년 한국 관광의 별’ 본상에 선정됐다. 휠체어나 유아차 승차 시 케이블카를 잠시 멈추거나 서행하고, 물태리역 야외 덱은 난간이 유리라 휠체어 이용자가 주변 경관을 눈높이서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 이용료는 일반캐빈 대인 1만8000원, 소인(36개월 이상~초등학교 6학년) 1만4000원, 크리스탈캐빈 대인 2만3000원, 소인 1만8000원이다. 매표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마감한다(물태리역 기준, 비봉산역 하행은 5시30분). 인터넷 예약은 이용일 일주일 전까지 가능하다.

제천 여행서 의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의림지는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사적)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대 수리시설이다. 둑을 따라 늘어선 소나무와 수양버들, 영호정과 경호루 같은 정자가 볼거리다. 제천 시민에게는 소풍부터 데이트, 가족 나들이까지 일생의 장면이 새겨진 장소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제천의 일상을 여행하는 듯하다. 어스름에는 저수지 가운데 순주섬 반영이 그윽하다. 의림지 역사는 의림지역사박물관서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상설 전시는 의림지의 형성과 생태 등을 다섯 가지 주제로 소개한다.

의림지솔밭공원 지나 위치한 비룡담저수지는 ‘제2의 의림지’라 불린다. 북쪽 용두산에 살던 용이 승천한 이야기가 전한다. 근래 제천 야경 명소로 눈길을 끈다. 덱을 따라 이어지는 저수지 산책로 안쪽에 유럽 고성을 연상케 하는 루미나리에 조형물이 아름답다. 밤이면 색색으로 반짝인다. 덱의 조명도 물가를 점점이 수놓는다. 규모로 압도하지 않고 주변 풍경과 어울려 따뜻한 겨울을 연출한다.

한때 제천은 전국 지자체서 유일하게 관광미식과가 있었다. 가스트로투어는 미식 도시 제천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다. 도보로 떠나는 맛집 순례 투어라고 할까. 두 시간 동안 제천 시내 맛집 다섯 곳을 돌며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맛보는 콘셉트다.

미식 도시

A·B코스로 운영하며, 민들레밥서 막국수, 커피와 샌드위치, 찹쌀떡과 빨간어묵, 수제 맥주 등 구성이 알차다. 맛집 역사를 꿰뚫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 미감을 자극한다. 최소 네 명 이상 예약제로 진행하며, 관광지 결합 상품도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청풍호반케이블카→의림지→비룡담저수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청풍호반케이블카→청풍문화재단지→슬로시티 수산
-둘째 날 가스트로투어→의림지→비룡담저수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휴윗제천(제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s://tour.jecheon.go.kr
-청풍호반케이블카 www.cheongpungcablecar.com
-의림지역사박물관 www.jecheon.go.kr/museum/index.do
-제천시티투어(가스트로투어) https://citytour.jecheon.go.kr

문의 전화
-제천시청 관광과 043)641-6713
-청풍호반케이블카 043)643-7301
-의림지관광안내소 043)651-7101
-㈔제천시관광협의회(가스트로투어) 043)647-2121


대중교통
-버스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8~23회(06: 30~21:30) 운행, 약 2시간 소요. 제천시외버스터미널서 시외버스터미널·우리은행 정류장까지 도보 약 300m 이동, 950번·953번·970번 등 버스 이용, 청풍면사무소앞 정류장 하차, 청풍호반케이블카 물태리역까지 도보 약 2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제천시버스정보센터 https://its.jecheon.go.kr
-기차 청량리역-제천역, KTX 하루 7~8회(06:00~22:00) 운행, 약 1시간5분 소요. 제천역 정류장서 950번·953번·970번 등 버스 이용, 청풍면사무소앞 정류장 하차, 청풍호반케이블카 물태리역까지 도보 약 2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제천시버스정보센터 https://its.jecheon.g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청풍호로→문화재길→청풍호반케이블카 1주차장(물태리역)

숙박 정보
-엽연초하우스: 제천시 의병대로12길, 043)920-2217
-ES제천리조트: 수산면 옥순봉로, 043)648-0480, www.clubes.co.kr
-청풍리조트: 청풍면 청풍호로, 043)640-7000, www.cheong pungresort.co.kr
-포레스트리솜: 백운면 금봉로, 043) 649-6000, www.resom.co.kr/forest

식당 정보
-동심식당(전복죽): 후포면 후포로, 054)788-2557
-고바우한중식(홍게짬뽕·문어짬뽕): 후포면 후포로, 054)788-1116
-물치상회(아인슈페너·무화과파운드): 후포면 울진대게로, 010-5967-8546


주변 볼거리
한국차문화박물관, 능강솟대문화공간, 배론성지, 제천한방엑스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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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