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을 여행 ④제천 청풍호반케이블카

청룡과 청풍. 2024년 청룡의 해를 앞둔 12월, 제천 청풍호(충주호)는 올해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운세 좋은 여행지일 것만 같다. 그래서 제천 사람인 양 ‘청풍호’라 외치며 떠나고 싶다. 국가기본도에는 충주호로 표시돼있지만 가끔은 마음 길을 따라가도 좋겠다.

청풍호는 제천시 남쪽 청풍면 일대 남한강을 이른다. 청풍면의 지명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뜻하는 청풍명월에서 왔다. 그렇다고 맑은 청(淸)풍과 푸른 청(靑)룡을 구분할 이유는 없겠다. 2024년 전망은 맑고 푸름이라 믿고 걷다 보면 정말 그런 해가 될지도. 억지 좀 부리면 어떤가. 뜻풀이는 조금 다를지언정 맑고 푸른 청풍호는 매한가지인 것을.

청룡의 해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툭툭 털어내게 할 ‘전망’이 그곳에 있다. 그러니 청풍호 절경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아 2024년 청룡의 해에 부적처럼 들고 다녀도 괜찮겠다.

청풍호 전경을 감상하기에는 비봉산이 제격이고, 비봉산에 오르기에는 청풍호반케이블카가 맞춤하다. 청풍호반케이블카는 청풍면 물태리역과 비봉산역 사이 2.3㎞ 구간을 오간다. 10인승 케이블카 46대가 비봉산 정상까지 약 9분 만에 이동한다.

실은 이동이라는 말로 모자란다. 비봉산역으로 향하는 여정 내내 빼어난 전망이 펼쳐진다. 케이블카가 움직이는 전망대다. 물태리역 뒤로 봉긋 솟은 망월산서 시작해 종국에는 사방으로 월악산과 소백산 능선이 장대하게 열린다. 그 사이로 골골이 굽이치며 흐르는 겨울 남한강은 너무나 고요해 호수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케이블카가 서는 비봉산 정상은 해발 531m다. 비봉산은 봉황이 나는 모습을 닮아 그리 부른다. 매가 날아가는 것 같아 ‘매봉’이라고도 한다. 봉황이나 매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셈이다. 그 의미 또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에 걸맞다.

케이블카 승하차장을 지나 3층 밖으로 나오자 전망 덱이 시원하다. 계단을 따라 4층 비봉하늘전망대로 이어지고, 5층 야외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여느 케이블카 정상 전망대보다 훨씬 넓어, 동서남북으로 사면을 오가며 360° 조망하는 게 장점이다.

북쪽은 대덕산과 바짝 붙어 흐르는 남한강이 시원스럽다. 물길은 멀리 제천 시내 풍경과 겹친다. 남쪽으로는 가까이 백운면 도곡리 악어섬이 눈을 즐겁게 한다. 강과 땅이 악어 모양으로 들쑥날쑥하다. 멀리 월악산이 어른댄다. 동쪽으로는 청풍대교서 옥순대교를 지나 소백산까지 펼쳐진다.

옥순대교 쪽은 산세와 어우러진 남한강 풍경이 단연 압권이다. ‘내륙의 바다’라는 표현을 체감한다. 겨울나무는 푸른 잎을 떨궜지만, 덕분에 물빛이 한층 쨍하게 다가온다. 해 질 녘에는 서쪽으로 걸음을 옮겨 한 해 마지막 달의 일몰을 감상하자.

청풍호반케이블카 비봉산역은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특별한 기억을 저장하는 모멘트 캡슐, 인생 사진을 완성할 초승달과 하트 포토 존이 여행을 풍요롭게 한다. 약초숲길은 왕복 35분 남짓한 산책로다. 그 끝에서 만나는 ‘비봉산파빌리온’은 복주머니를 형상화한 김희원 작가의 작품으로, ‘축복’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특수필름 여러 겹이 만드는 스펙트럼이 다채로운 빛을 뿜어낸다. 조금 이른 새해 소망을 기원해볼 만하다.

한기가 느껴질 때는 비봉산역 3층 카페를 이용한다. 커피나 차는 물론, 베이커리 종류가 다양하다. 창가로 스미는 햇살이 따뜻하다. 피로까지 풀고 싶다면 아래쪽 물태리역 족욕카페가 적당하다. 한방 족욕제와 에센스, 음료 한 잔을 제공한다(1만2000원). 물태리역에 자리한 환상미술관, 시네마360도 눈에 띈다.

‘2020년 한국 관광의 별’ 본상에 선정
청풍호반케이블카에서 즐기는 여행


청풍호반케이블카는 관광 약자를 위한 노력으로 ‘2020년 한국 관광의 별’ 본상에 선정됐다. 휠체어나 유아차 승차 시 케이블카를 잠시 멈추거나 서행하고, 물태리역 야외 덱은 난간이 유리라 휠체어 이용자가 주변 경관을 눈높이서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 이용료는 일반캐빈 대인 1만8000원, 소인(36개월 이상~초등학교 6학년) 1만4000원, 크리스탈캐빈 대인 2만3000원, 소인 1만8000원이다. 매표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마감한다(물태리역 기준, 비봉산역 하행은 5시30분). 인터넷 예약은 이용일 일주일 전까지 가능하다.

제천 여행서 의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의림지는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사적)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대 수리시설이다. 둑을 따라 늘어선 소나무와 수양버들, 영호정과 경호루 같은 정자가 볼거리다. 제천 시민에게는 소풍부터 데이트, 가족 나들이까지 일생의 장면이 새겨진 장소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제천의 일상을 여행하는 듯하다. 어스름에는 저수지 가운데 순주섬 반영이 그윽하다. 의림지 역사는 의림지역사박물관서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상설 전시는 의림지의 형성과 생태 등을 다섯 가지 주제로 소개한다.

의림지솔밭공원 지나 위치한 비룡담저수지는 ‘제2의 의림지’라 불린다. 북쪽 용두산에 살던 용이 승천한 이야기가 전한다. 근래 제천 야경 명소로 눈길을 끈다. 덱을 따라 이어지는 저수지 산책로 안쪽에 유럽 고성을 연상케 하는 루미나리에 조형물이 아름답다. 밤이면 색색으로 반짝인다. 덱의 조명도 물가를 점점이 수놓는다. 규모로 압도하지 않고 주변 풍경과 어울려 따뜻한 겨울을 연출한다.

한때 제천은 전국 지자체서 유일하게 관광미식과가 있었다. 가스트로투어는 미식 도시 제천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다. 도보로 떠나는 맛집 순례 투어라고 할까. 두 시간 동안 제천 시내 맛집 다섯 곳을 돌며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맛보는 콘셉트다.

미식 도시

A·B코스로 운영하며, 민들레밥서 막국수, 커피와 샌드위치, 찹쌀떡과 빨간어묵, 수제 맥주 등 구성이 알차다. 맛집 역사를 꿰뚫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 미감을 자극한다. 최소 네 명 이상 예약제로 진행하며, 관광지 결합 상품도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청풍호반케이블카→의림지→비룡담저수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청풍호반케이블카→청풍문화재단지→슬로시티 수산
-둘째 날 가스트로투어→의림지→비룡담저수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휴윗제천(제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s://tour.jecheon.go.kr
-청풍호반케이블카 www.cheongpungcablecar.com
-의림지역사박물관 www.jecheon.go.kr/museum/index.do
-제천시티투어(가스트로투어) https://citytour.jecheon.go.kr

문의 전화
-제천시청 관광과 043)641-6713
-청풍호반케이블카 043)643-7301
-의림지관광안내소 043)651-7101
-㈔제천시관광협의회(가스트로투어) 043)647-2121


대중교통
-버스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8~23회(06: 30~21:30) 운행, 약 2시간 소요. 제천시외버스터미널서 시외버스터미널·우리은행 정류장까지 도보 약 300m 이동, 950번·953번·970번 등 버스 이용, 청풍면사무소앞 정류장 하차, 청풍호반케이블카 물태리역까지 도보 약 2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제천시버스정보센터 https://its.jecheon.go.kr
-기차 청량리역-제천역, KTX 하루 7~8회(06:00~22:00) 운행, 약 1시간5분 소요. 제천역 정류장서 950번·953번·970번 등 버스 이용, 청풍면사무소앞 정류장 하차, 청풍호반케이블카 물태리역까지 도보 약 2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제천시버스정보센터 https://its.jecheon.g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청풍호로→문화재길→청풍호반케이블카 1주차장(물태리역)

숙박 정보
-엽연초하우스: 제천시 의병대로12길, 043)920-2217
-ES제천리조트: 수산면 옥순봉로, 043)648-0480, www.clubes.co.kr
-청풍리조트: 청풍면 청풍호로, 043)640-7000, www.cheong pungresort.co.kr
-포레스트리솜: 백운면 금봉로, 043) 649-6000, www.resom.co.kr/forest

식당 정보
-동심식당(전복죽): 후포면 후포로, 054)788-2557
-고바우한중식(홍게짬뽕·문어짬뽕): 후포면 후포로, 054)788-1116
-물치상회(아인슈페너·무화과파운드): 후포면 울진대게로, 010-5967-8546


주변 볼거리
한국차문화박물관, 능강솟대문화공간, 배론성지, 제천한방엑스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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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