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을 여행 ③울진 등기산스카이워크

바다 위를 걸어 하늘 속으로

푸른 바다와 푸른 숲, 푸른 하늘까지 울진의 매력은 온통 푸른색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같은 푸른색이 없다. 같은 바다라도 날마다 푸른빛의 깊이가 다르다. 울진이 품은 다채로운 푸른색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등기산스카이워크다.

지난 2018년에 첫선을 보인 등기산스카이워크는 총 길이 135m로, 당시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지자체의 스카이워크 설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타이틀을 빼앗긴 지 오래다. 등기산스카이워크를 찾아가는 길, 멀리서 존재감을 뽐내는 구조물은 높이 20m로 우뚝 솟아 올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

해안선을 따라 걷다가 일부 구간이 바다를 향해 돌출한 여타 스카이워크와 달리, 시작부터 바다를 향해 쭉 뻗은 구조라 스릴은 배가 된다.

등기산스카이워크는 바닥 오염을 방지하는 덧신을 신어야 입장이 가능하다(어린이 제외). 발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화유리의 선명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입구 목재 바닥을 지나면 길이 57m 강화유리 구간이 시작된다.

투명한 바닥으로 넘실거리는 파도가 그대로 비쳐 이 길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지, 하늘 위로 오르는지 헷갈릴 정도다. 스카이워크 너비도 2m 정도라 바닷바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풍속 9㎧ 이상 강풍이 불면 입장을 제한하는 이유다.


스카이워크 중간쯤 이르면 후포 갓바위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육지에 팔공산 갓바위가 있다면 바다에는 후포 갓바위가 있다.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설명이다.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소원을 들어주던 바위는 한때 전망대와 정자까지 갖춘 번듯한 관광지였다.

바로 곁에 스카이워크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본 모습을 찾은 것. 눈부신 윤슬에 둘러싸인 갓바위를 내려다보니 저 아름다운 바위처럼, 그저 나답게 살게 해달라는 바람이 일렁인다.

등기산스카이워크 끝자락에 신비로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의상대사를 사모한 선묘 낭자를 표현한 작품이다. 전설에 따르면 선묘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된다. 의상대사가 무사히 신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바닷길을 살피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도움을 준다.

총 길이 135m의 등기산스카이워크
울릉도와 가장 가까운 후포등대도 위치

동해의 힘찬 물줄기 사이로 반은 용이고 반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인 선묘 낭자가 전설 속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등기산스카이워크 운영 시간은 동절기(11~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연중무휴), 입장료는 없다.

등기산스카이워크 출구는 구름다리(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출렁이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예부터 낮에는 깃발을 꽂아 위치를 알리고 밤에는 봉화로 뱃길을 안내했다고 이름 붙은 등기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등기산(64m)은 나지막하지만, 뱃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위치였다.

1968년 이곳 등기산서 첫 불을 밝힌 후포등대는 불빛이 35㎞에 이른다. 울릉도와 제일 가까운 등대기도 하다. 등기산서 만나는 등대는 후포등대뿐만 아니다. 후포등기산(등대)공원에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등대를 모형으로 제작·설치했다.


1611년에 세워 프랑스서 가장 오래된 등대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코르두앙, 세계 최초의 등대로 알려진 이집트 파로스, 중세 고딕 교회가 떠오르는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독일의 브레머하펜, 악명 높은 암초에서 뱃길을 밝히는 별로 다시 태어난 스코틀랜드의 벨록 등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전망대로 활용되는 벨록등대에 올라 탁 트인 울진 앞바다를 눈에 담아보자.

공원 한쪽에 울진후포리신석기유적관이 자리한다. 1983년 등기산 꼭대기서 집단 매장 유적이 발견됐는데, 지름 4m 안팎 자연 구덩이서 40명이 넘는 사람 뼈가 출토됐다. 부장된 토기는 한 점도 없었으나, 돌도끼 180여점이 발굴됐다고.

이 돌도끼는 장례 시 사람 뼈를 덮는 용도였는데, 이처럼 장례용으로 추정되는 돌도끼가 발굴된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유적관 내부는 유적 발굴 과정과 신석기 생활 모습을 복원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등기산스카이워크가 들어선 후포리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백년손님〉에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덕분에 이를 주제로 벽화마을도 꾸몄다. 순박하면서도 유쾌한 입담으로 시청자에게 사랑받은 후포리 어르신들이 그림 속 주인공이다.

앞서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를 통해 누군가의 추억 속에 남았을 따스한 고향 풍경이 낡은 담벼락을 가득 채운다.

요즘 울진서 가장 ‘핫한’ 즐길 거리를 꼽으라면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폭풍 속으로〉 촬영지와 ‘하트 해변’으로 유명한 죽변 해안을 따라 달리는 모노레일이다. 최대 높이 11m에 레일이 설치되어 이전에는 눈에 담을 수 없던 옥빛 바다와 기기묘묘한 바위를 감상하기 좋다. 모노레일 운행 속도가 걷는 속도와 비슷해 울진의 온갖 푸른색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국립해양과학관

아이와 함께라면 국립해양과학관을 추천한다. 이름 그대로 과학적 원리를 활용해 드넓은 바다의 비밀을 파헤친 곳이다. 기후와 먹거리 등 바다가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게임으로 쉽게 알려준다. 길이 393m에 이르는 바다마중길393 끝에서 만나는 수심 7m 바닷속전망대도 살아 있는 바다를 실감케 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등기산스카이워크→후포리벽화마을→죽변해안스카이레일→국립해양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등기산스카이워크→후포리벽화마을→월송정→울진 성류굴
-둘째 날 죽변해안스카이레일→국립해양과학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울진군문화관광 www.uljin.go.kr/tour/index.uljin
-죽변해안스카이레일 www.uljin.go.kr/skyrail/main.tc
-국립해양과학관 www.kosm.or.kr/kosm

문의 전화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3
-등기산스카이워크 054)787-5862
-죽변해안스카이레일 054)783-8881
-국립해양과학관 054) 780-5008


대중교통
버스 서울-울진,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11회(07:10~20:05) 운행, 3시간55분~4시간15분 소요. 울진종합버스터미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50m 이동, 울진-평해 농어촌버스 이용, 한마음광장 정류장 하차, 등기산스카이워크까지 도보 약 67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울진종합버스터미널 1666 -7220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신갈 JC서 원주·인천 방면→여주 JC에서 충주 방면→낙동 JC서 영덕 방면→상주 JC서 영덕 방면→영덕톨게이트→영덕 IC서 왼쪽 고속도로 출구→삼율교차로서 울진해양경찰서·후포항·후포해수욕장 방면→등기산스카이워크

숙박 정보
-백암스프링스호텔: 온정면 온천로, 054)787-3007, http://sprin gshotel.co.kr
-덕구온천호텔&콘도: 북면 덕구온천로, 054)782-0677, www.dukgu.com
-시선호텔: 죽변면 죽변중앙로, 054)783-7145, https://seasunhotel.modoo.at

식당 정보
-동심식당(전복죽): 후포면 후포로, 054)788-2557
-고바우한중식(홍게짬뽕·문어짬뽕): 후포면 후포로, 054)788-1116
-물치상회(아인슈페너·무화과파운드): 후포면 울진대게로, 010-5967-8546

주변 볼거리
금강송에코리움, 이현세만화거리, 민물고기생태체험관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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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