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을 여행 ②동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해랑전망대

동쪽 바다 마을에서 품는 희망과 평화

지나간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기대하기 좋은 곳으로 해가 떠오르는 고장, 동해만한 곳이 있을까? 동해는 1980년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되며 신설된 도시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원주, 춘천, 강릉에 이어 현재 네 번째로 규모가 크고, 송구영신의 시기가 다가오면 전국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지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동해는 바다가 아름다운 고장이다. 망상, 대진, 어달, 하평, 한섬, 추암 등 아름다운 해변이 늘어서 여름이면 해수욕과 일광욕을 누리기에 좋다. 특히 어달해변과 하평해변이 자리한 묵호권은 시원한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묵호등대, 1937년 개항한 이래 지금까지 동해 어민의 삶을 견인하는 묵호항이 있어 동해 여행 1번지로 손꼽힌다.

바다가 아름다운 곳

최근 묵호권의 여러 관광지 가운데 동해를 감상하는 동시에 다양하고 이색적인 체험시설을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끄는 곳이 있다. 2021년 6월 묵호등대와 월소택지 사이 도째비골에 조성된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으로, 비 내리는 밤이면 묵호항 어시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불빛이 자주 출몰했다는 구전에 따라 도째비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명물은 광활한 동해를 향해 곧고 길게 뻗은 높이 59m 스카이워크다. 일부 구간을 강화유리로 제작해 마치 허공을 걷는 듯 아찔한 기분이 드는 하늘 산책로다. 거칠 것 없는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뿐.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이용 시간은 동절기(11 ~3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월요일 휴장, 12월 매주 금요일~일요일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600원이다.


스카이워크 외에도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왕복 179m 공중을 달리는 스카이사이클, 길이 87m에 높이 약 27m 원통 슬라이드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자이언트슬라이드가 있어 가족 여행지로 적당하다. 스카이사이클은 140㎝ 이상~200㎝ 이하, 자이언트슬라이드는 130㎝ 이상~200㎝ 이하로 신장 제한이 있으니 참고하자.

이용료는 스카이사이클 1만5000원, 자이언트슬라이드 3000원이다.

제2 전성기를 맞은 묵호권
한국문화관광대상도 수상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연계해 조성한 도째비골 해랑전망대는 길이 85m 해상 보도 교량이다. 해랑은 ‘태양과 바다와 내가 함께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바다 위 파도를 발 아래서 만끽한다는 점, 소망을 기원하는 도깨비방망이를 형상화해 제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9시(명절 당일 휴무), 입장료는 없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해랑전망대는 어린이와 장애인, 노약자 등 이동 약자도 유아차나 휠체어를 타고 출입할 수 있도록 무장애 경사로를 설치하고, 장애인 화장실과 주차장을 마련했다. 시각장애인은 안내견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두루 인정받아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1970년대 묵호항을 중심으로 오징어와 명태잡이 등 어업이 흥할 때, 밤바다서 바라본 산비탈 판자촌 도째비골은 고층 빌딩 숲 같았고,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은 봄밤 벚꽃처럼 빛났다고 한다. 1983년 동해항이 국제무역항으로 떠오르며 묵호항은 쇠퇴했으나, 요즘 도째비골 스카이밸리&해랑전망대 덕분에 묵호권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동해시는 올해 제2회 한국문화관광대상을 받았다.


묵호동에 있는 논골담길은 동해시가 2010년부터 묵호 등대마을에 조성한 담화(談畫) 마을길이다. 논골1길~3길을 거닐며 옛 어촌의 정취를 느끼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그림으로 호황을 누린 묵호의 과거 생활상을 만난다. 등대오름길을 거쳐 논골담길 맨 꼭대기에 놓인 묵호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청량한 동해가 두 눈 가득 담긴다.

묵호등대 전망대와 이어지는 바람의언덕에는 여행자가 잠시 다리를 쉴 논골카페,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추억앨범 포토 존, 묵호어머니상이 있다.

연필뮤지엄은 국내·외서 수집한 연필 3000여종을 전시한다. 필기구의 대명사 연필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문화예술 공간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선보이는 연필 박물관이다. 2층에는 연필이 탄생하기까지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3층에는 세계 곳곳서 수집한 다양한 연필과 명사 6인(이어령, 승효상, 김훈, 김현, 김은주, 강병인)의 연필을 전시한다.

4층에는 연필을 포함한 문구류 등을 판매하는 아트숍,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카페테리아가 있다. 드로잉, 글쓰기, 나만의 연필 만들기, 북 바인딩 등 연필 관련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동해 무릉계곡(명승)은 용추폭포서 무릉반석까지 약 4㎞에 이른다.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 김효원이 이름 지었다고 전해지며, 신선이 노닐었다고 해서 ‘무릉도원’이라고도 불렸다.

무릉계곡

이 일대를 찾은 시인 묵객이 음각한 시가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릉반석, 천하 비경 장자제(張家界)에 비유되며 수백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다가 2020년 가을 개방한 베틀바위 산성길, 두타산과 청옥산의 물이 모여 흐르는 쌍폭, 신선봉 아래 절벽을 타고 흐르는 용추폭포 등이 장관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논골담길→도째비골 스카이밸리&해랑전망대→연필뮤지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논골담길→도째비골 스카이밸리&해랑전망대
-둘째 날 무릉계곡→연필뮤지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동해관광 www.dh.go.kr/tour
-연필뮤지엄 www.pencilmuse um.co.kr

문의 전화
-동해문화관광재단 070-7799-6955
-묵호관광안내소 033)534-8012
-도째비골 스카이밸리&해랑전망대 033)534-6955
-논골담길 033)530-2231
-연필뮤지엄 033)532-1010
-무릉계곡 033)539-3700

대중교통
버스 서울-동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9회 운행(06:20 ~22:30), 약 3시간5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11회 운행(06:45~19:50), 약 2시간55분 소요. 동해시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서 21-5번·101번 버스 이용, 논골길 정류장 하차,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까지 도보 약 7분. 동해시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서 21-4번 버스 이용, 갈매기횟집 정류장 하차,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해시종합버스터미널 033)532-3800 동해시대중교통정보 https://bus.dh.go.kr

기차 서울역-묵호역, KTX 하루 4회 운행(07:01~18:26), 약 2시간30분 소요. 청량리역-묵호역, KTX 하루 4~7회 운행(07: 22~20:15), 약 2시간10분 소요. 묵호역 정류장서 21-5번·101번 버스 이용, 논골길 정류장 하차,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까지 도보 약 7분. 묵호역 정류장서 21-4번·504번 버스 이용, 갈매기횟집 정류장 하차,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동해시대중교통정보 https://bus.dh.go.kr

자가운전
올림픽대로→동부간선도로→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광주원주고속도올림픽대로→동부간선도로→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광주원주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망상 IC→일출로→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숙박 정보
-호텔피카소: 동해시 동굴로, 033)533-2500, http://picaso-dh.ja lib.site
-동해한옥동안재: 동해시 천곡1길, 010-2974-3007
-호텔이스트: 동해시 동해대로, 033)521-3589
-오션시티레지던스호텔: 동해시 한섬로, 033)533-8000, https://oceancityhotel.co.kr

식당 정보
-혜성대게회식당(생우럭탕·대게라면): 동해시 일출로 033)533-7506
-명한식당(아귀찜·해물뚝배기): 동해시 일출로 033)532-3707
-일출곰치국(곰치국·홍합탕): 동해시 일출로 033)532-7272


주변 볼거리
묵호등대, 묵호항, 한섬감성바닷길, 망상해변, 망상해변한옥마을, 무릉별유천지, 천곡황금박쥐동굴, 추암촛대바위, 추암촛대바위 출렁다리, 동해 해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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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