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을 여행 ①안산 달전망대

새해 전망을 수(水)놓다

안산 시화방조제 가운데 우뚝 선 달전망대는 달이 수놓은 그림이다. 달을 모티프로 만든 공간으로, 달이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풍경이 바뀐다. 작은가리섬에는 이루나타워의 달전망대, 시화나래휴게소, 시화나래조력공원, 시화나래조력문화관이 모여 대부도로 직행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시화나래는 ‘훨훨 날개를 펼치듯 널리 알려지고 솟아오르다’라는 뜻으로, 시화호 주변 관광자원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먼저 달전망대로 가자. 주말이면 타워 바깥으로 탑승 대기 줄이 이어질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 중심 기둥은 노출 콘크리트로 매끈한 직사각형이고, 꼭대기 전망대는 도넛처럼 둥글납작해 360°를 조망하게 했다. 1층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아파트 25층 높이 전망대에 금세 도착한다.

360°조망

문이 열리자 시화방조제와 조력발전소, 큰가리섬, 인천 송도, 멀리 서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형으로 이어진 유리 덱을 따라 걷는 동안 공원과 휴게소, 대부도까지 고공서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는 5분이면 한 바퀴 돌아볼 공간이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손가락이 다른 곳을 가리키며 새로운 풍경과 마주한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화호조력발전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서해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 조력발전의 최적지로 꼽히며, 시화호조력발전소는 2004년 공사를 시작해 7년 만에 완공했다.

‘달이 준 선물’이라 일컫는 조력 에너지는 고갈될 염려가 없다. 일단 개발하면 태양계가 존속하는 한 이용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무공해 청정에너지라는 장점이 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하루에 두 번 밀물 때 외해와 시화호의 수위 낙차를 이용해 발전합니다. 연간 발전량이 552GWh 규모로, 50만명이 1년간 사용하는 전기량과 맞먹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느 방향이 호수이고 바다인가? 관광객 사이서 질문이 오간다. 호수가 바다처럼 아득하다. 시화호는 시화 간척 사업으로 시화방조제가 건설되면서 생긴 인공호다. 여의도의 15배(43.8㎢) 규모로, 저수량이 연간 3억3200만t이다. 이름은 시흥과 화성서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

시화호가 만들어진 뒤 미처 예상하지 못한 환경문제를 빼면 방조제 완공과 이후의 개발은 그 자체로 엄청난 역사다.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불리던 시화호가 지금은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으로 희귀한 물새들이 노니는 곳이 됐다. 시화호조력발전소를 가동하며 수질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수많은 생명이 먹고 쉬고 번식하는 생명의 땅이 된 시화호를 전망대서 내려다보니, 전망도 밝아 보인다.

맑은 날이면 인천LNG생산기지, 대부도, 구봉도, 영흥도, 방아머리풍력·태양광발전소가 모두 가시권이다. 시간이 넉넉하면 ‘카페이루나’의 창가에 앉아 음료와 간식을 즐기며 서해 풍경을 감상해도 좋다.

환경오염의 대명사에서 천연기념물 명소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시화호의 모습

카페이루나 옆으로 바닥이 유리로 된 구간은 아래가 훤해 아뜩하다. 75m에 이르는 타워 높이를 실감하는 공간이다. 창밖을 보며 성큼성큼 걷다가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수자원공사 건물 옥상에 쓴 ‘K-WATER’가 눈에 띈다. 이곳은 해넘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장소다.

시화나래조력공원, 달전망대 어디든 최고의 일몰을 선사한다. 밤이면 달전망대를 화려하게 수놓는 경관 조명도 멋지다. 달전망대 타워층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7시30분, 연중무휴), 엘리베이터는 1·2층과 25층만 운행한다.

휴게소와 달전망대 사이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T-Light공원’이라고도 부르는 시화나래조력공원은 시화호조력발전소를 조성할 때 발생한 토사를 이용해 만든 해상공원이다. ‘달이 만드는 무한 에너지’를 주제로 구성했다. 이야기산책로가 바다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고, 파도소리쉼터에서는 갈매기를 벗 삼아 노닐기 좋다.

‘빛의 오벨리스크’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색유리 수십만개를 모자이크로 장식했고, 첨탑 부분은 태양과 조명 빛에 반사되어 신비롭다. 선조들이 쌓은 돌탑과 청자의 선이 떠오르기도 한다. 현재 공원 일부 공간에 휴게 덱과 가구 교체, 조경공사를 진행하며, 올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화나래조력문화관 역시 전면 리모델링 중으로 다음 해 상반기에 오픈할 예정이다.

대부도 북단에 구봉도가 있다. 과거에 섬이었지만 구봉염전을 조성하면서 뭍과 연결돼 자유롭게 드나든다. 구봉도 초입 종현어촌체험마을부터 낙조전망대에 이르는 약 2㎞가 대부해솔길 1코스에 드는데, 대부해솔길(91㎞)에서 가장 아름답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색다른 풍경이 안긴다. 할매바위와 할아배바위, 구봉이개미허리아치교를 지나 낙조전망대까지 꼭 걸어보길 추천한다. 구봉도 낙조는 안산9경 중 3경으로 꼽힌다. 일렁이는 파도 위에 아름다운 노을빛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함께 인생 사진을 남기자.

안산대부광산퇴적암층(경기기념물)도 지나칠 수 없다. 과거 채석장이던 곳으로, 1999년 이후 공룡 발자국과 식물화석 등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보존 상태가 양호한 공룡 발자국 세 개를 잔디광장에 전시한다. 숲길 따라 전망 덱을 향해 오르면 채석 절개지의 지질층 단면이 보이고, 대부도 풍광도 한눈에 담긴다. 현재 입구에 진행 중인 주차장과 편의시설 공사는 다음 해 상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탄도항

탄도항은 최근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통해 더욱 화제가 됐다. 하루 두 차례 드넓은 서해 갯벌이 드러나면서 누에섬으로 향하는 탄도바닷길이 열린다. 대형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가르고, 서해랑제부도해상케이블카가 오가는 풍경에 낙조가 더해지면 금상첨화. 약 1.2㎞ 거리에 있는 누에섬에는 등대전망대가 볼만하다. 밀물 때 탄도항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섬에 고립될 수 있으니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시화호조력발전소(시화나래조력공원, 달전망대)→구봉도 낙조전망대→안산대부광산퇴적암층→안산민속어촌박물관→탄도항(누에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시화호조력발전소(시화나래조력공원, 달전망대)→구봉도 낙조전망대→안산대부광산퇴적암층→안산민속어촌박물관→탄도항(누에섬)
-둘째 날 바다향기수목원→유리섬박물관→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안산시문화관광 www.ansan.go.kr/tourinfo/main/main.do
-시화호조력발전소 www.kwater.or.kr/website/tlight.do

문의 전화
-안산시청 관광과 031)481-2105
-대부도관광안내소 1899-1720
-시화호조력발전소 032)890-6520
-달전망대 070-8836-0101
-시화나래휴게소 032)880-7000

대중교통
전철/버스 수도권전철 4호선 오이도역 2번 출구, 오이도역 정류장서 123번 일반버스 이용, 시화호조력발전소(방아머리선착장 방면) 정류장 하차, 달전망대까지 도보 약 3분. 4호선 안산역 1번 출구, 안산역 정류장서 123-1번 일반버스 이용, 시화호조력발전소(방아머리선착장 방면) 정류장 하차, 달전망대까지 도보 약 3분. 4호선 안산역 1번 출구, 안산역(도로변) 정류장서 300번 직행좌석버스 이용(주말 운행), 시화호조력발전소(방아머리선착장 방면) 정류장 하차, 달전망대까지 도보 약 3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경기버스정보 www.gbis.go.kr 태화상운 031)494-9126 경원여객 031)492-2260

자가운전
제3경인고속화도로→정왕 IC→정왕교차로에서 우회전→서해안로→옥구고가차도→시화방조제

숙박 정보
-대부도호텔마리나: 단원구 사근여길, 032)888-3860, https://hoteldaebudo.kr
-트래블지: 단원구 구봉타운길, 010-7315-4334, www.travelg.net
-대부도펜션타운: 단원구 참살이2길, 1588-1934, www.ddtown.co.kr

식당 정보
-카페동이 시화나래점(동이불고기정식): 단원구 대부황금로, 070-8836-0101
-누에섬(바지락칼국수): 단원구 대부황금로, 032)881-7705
-대부객주(바지락쌈밥): 단원구 구봉타운길, 032)880-9643
-조만간식당(꼬막한판): 단원구 구봉길, 032)880-8678

주변 볼거리
서해랑제부도해상케이블카, 종이미술관, 방아머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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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