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홀연히 떠난 자승 스님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04 10:38:10
  • 호수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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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입적 의문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여기서 인연을 달리해 미안하다.” 지난 10여년간 조계종의 실세로 군림했던 자승 스님. 현장에 그가 남긴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는 단 2장이었다. 생전에 스님은 ‘상월결사’(霜月結社)와 봉은사 회주 등을 맡으며 조계종의 주요 의사결정을 지휘해왔다. 상월결사는 불교중흥과 국민화합을 이루고 세상의 평화로 나아가자는 그의 뜻을 계승·실천하고자 결성됐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50분께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에 불이 났다. 요사채는 사찰 내에 스님들이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 화재 진압을 위해 요사채 내부로 들어간 소방당국은 숨져 있던 스님 1명을 발견했다. 숨진 채 발견된 법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으로 확인됐다. 당시 요사채 안에 있던 스님 4명 중 3명은 밖으로 대피해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탄 칠장사
법구들 발견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후 한 시간여 만인 7시52분께 불길을 잡아 9시48분께 불을 껐다. 요사채 외 다른 사찰 시설로 불길이 번지지는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찰 내 폐쇄회로(CCTV), 사찰 내 목격자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했다.

서울 봉은사 회주를 맡았던 자승 스님은 죽산면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의 명예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었다.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은 조계종 스님들의 노후를 돌보는 무료 병원으로 지난 5월 개원했다.

평소에도 자승 스님은 이따금 칠장사에서 머무르곤 했다. 이날도 스님은 칠장사를 방문한 이후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칠장사는 궁예, 임꺽정, 어사 박문수와 관련된 설화로 유명한 천년 고찰로 1983년 9월19일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24호로 지정된 곳이다. 이번 화재로 인한 문화재 훼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요사채는 종무소 등이 있는 사찰 법당과는 직선거리로 100여m 떨어져 있다. 경찰의 현장 통제로 요사채로의 출입은 막힌 상태다. 요사채는 타다만 나무기둥이나 일부 잔해만 남긴 채 모두 소실됐다. 다만, 누군가가 요사채만 타도록 불을 낸 것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은 증폭됐다.

칠장사에 주차된 차량에서는 자승 스님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에는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는 문구와 함께 자승 스님 자필 서명이 담겼다.

또 지강 스님에게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경찰은 방화 등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할 방침이다. 합동감식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부터 이뤄졌다. 칠장사 CCTV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자승 스님이 혼자 요사채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이날 “일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승 스님의 사망 원인 및 과정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방화나 방화에 의한 살해, 제3자가 개입한 사고사 위장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자승 스님이 남긴 유서가 그가 직접 작성하지 않은 문건이거나, 누군가에 위력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돌연 유서까지 쓰고?…커지는 미스터리
상월결사 지휘…불교 알리기 온몸 던져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전날, 경기도 안성 칠장사 화재 현장을 현장 점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것이 맞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자승 스님이 불교계 유력인사고 사찰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서 경찰 수사와 별도로 테러 및 안보 위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자승 스님은 지난 2002년과 2010년, 2011년 세차례에 걸쳐 남북 불교 교류 활성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경찰과 국정원은 통신 기록 등을 통해 자승 스님의 행적을 면밀히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칠장사 화재 직전 자승 스님과 함께 있었던 스님들을 상대로 조사에 나서 당일의 상황을 전면 재구성할 방침이다.

또 다른 수사당국 관계자는 “하루 전,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정부 관계자 등 다양한 인사들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자승 스님이 지난달 27일 봉은사에서 언론 간담회를 갖는 등 활발하게 활동한 만큼 유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변 관계자들은 자승 스님의 돌연한 입적 선택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종단 정책에 대한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입적이 믿기지 않는다”며 “일선서 활약하며 힘든 일도 마다치 않고 이끄셨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허망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승 스님은 조계종 내의 대표적인 사판승(행정 담당 스님)으로 ‘종단 내 최고 실력자’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사흘 전까지…
조계종 발칵

자승 스님은 지난달 27일, 불교계 언론사와 만난 자리서 “나는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2027년 교황 방한이 예상되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맞춰 서울서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2009년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2013년에는 재선돼 총 8년간 총무원장을 지냈다. 두 번의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던 그는 퇴직 후에도 서울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맡아 왕성하게 활동했다. 실제로 정치인들도 스님을 찾아올 만큼 상당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여야 국회의원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도 봉은사를 방문해 그에게 불교계 현안을 들었다.

자승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자승 스님의 갑작스런 입적 소식을 듣고 황망하기 이를 데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스님은 ‘동심동덕’(同心同德)으로 화합을 강조하셨던 불교계의 큰 어른이셨다”며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말씀은 정치권에 주신 죽비와도 같다”고 되새겼다.

자승 스님은 33대 집행부와 스님 노후를 위한 수행연금 지원, 스님 사후 사유재산을 종단에 귀속시키는 종법 개정, 한국불교수행법 대중화, 해외특별교구 설립 등을 추진했다.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 동남아 국가의 저소득계층 지원 등 사회활동도 왕성히 펼쳤다.

2021년에는 학교법인 동국대 건학위원회의 고문이자 총재를 맡았다. 사실상 조계종 내 가장 큰 권력 두 개를 모두 잡은 셈이다. 은사인 월암 정대 스님이 설립한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의 이사장도 맡았다. 

북한 테러?
온갖 소문

지난해엔 상월결사 회주로 부처의 말씀을 전파하는 전법 활동에 매진했다. 2019년 자승 스님을 주축으로 9명의 스님이 모여 시작된 상월결사는 봉암사결사 정신을 잇는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봉암사결사에 참여한 스님들은 소욕지족의 삶을 살며, 어떤 명예나 자리를 탐하지 않고 오로지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자”는 마음이었다.

자승 스님은 지난 봄 40여일에 걸쳐 인도 부처님 성지 1167㎞를 도보로 순례할 만큼 건강했다. 지난 3월에는 조계사 회향법회서 “성불(成佛)보다 부처님 법(法)을 전합시다”며 전국 교구본사별로 대학생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법 캠페인을 벌였다.


일각에선 종단 권력이 자승 스님에게 집중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진보 성향의 명진 스님은 자승 스님이 자신의 승적 박탈을 이끌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자승 스님이 조계종의 최고 지도자인 ‘종정’이 되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정 여론이 일자 자승 스님은 조용한 은퇴를 고민했지만 결국 활발한 포교활동을 선택했다. 생전에 자승 스님은 “퇴임 후에, 은퇴 후에 종단에 얽매이면서 살아온 여러 가지 힘들었던 이런 것들을 여과시키고 어쨌든 정진하고 기도하는 이러한 평범한 대중으로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새 총무원장이 취임하자 상월결사에 참여한 자들이 대거 요직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조계종 노조 박정규 기획홍보부장이 “총무원장 선거에 자승 스님이 개입한다”며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승려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불교계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상당히 큰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특히, 종단 내 실세였던 자승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으로 조계종 내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동국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학위원회, 봉은사 회주, 상월결사 회주, 은정재단 등이 리더십 공백에 처했다.

‘조계종 실세’ 논란도 잇달아
경찰에 국정원까지 조사 나서

한편, 조계종 측은 “11월29일 안성 칠장사 화재와 관해 대한불교조계종 제33대 제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해봉당 자승 스님께서 입적하셨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승스님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했다고 판단했다. 

조계종 대변인인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자승 스님이)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열린 브리핑서 말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생사가 없다 하니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렸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지난 3일 자승 스님의 장례를 종단장으로 모셔 영결식을 엄수했다. 다비장은 자승 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 연화대서 행했다.

조계종은 조계사 외에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와 전국 각 교구 본사, 종단 직영 사찰인 봉은사·보문사 등에도 지역분향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장례는 종단장 규정에 따라 입적일을 기점으로 5일장으로 행했다.

고인은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1972년 해인사로 출가해 1973년 첫 은사였던 조계종 3·9대 총무원장을 지낸 경산 스님으로부터 ‘자승’이란 법명을 받았다. 1986년부터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했다. 1988년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의 상좌도 지냈다.

1992년 10대 중앙종회의원에 선출된 후 1996년 11대 중앙종회 사무처장, 12·13·14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서울 관악산 연주암 주지였던 1994년부터 신도는 물론, 등산객들에게 비빔밥 점심 공양을 제공하는 등 불교 교세 확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4년 임기 두 번
총무원장 유일

이때 1994년 개혁종단 설립 후 분열된 불교계를 하나로 묶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유력한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떠올랐다. 

2009년 10월 총무원장 선거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대 득표로 제33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자승 스님은 당시 나이 만 55세로 전 총무원장들보다 젊어 주목을 받았다. 1962년 통합종단조계종 출범 후 청담, 의현 스님이 총무원장을 연임했지만, 4년 임기 두 번을 모두 채운 총무원장은 자승 스님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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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