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55)과거에 머무는 빨간 체제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11.06 09:22:51
  • 호수 14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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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말이 나온 김에 나라꽃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북조선의 국화를 우리는 대개 진달래로 알고 있는데 뜬소문이 아닌가 싶다. 아마 소월이 노래한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으로 인한 영향일 수도 있고, 남한 사람들 역시 진달래를 좋아해 맘속으로 은근히 우리 민족의 꽃이라 느끼다가 무심결에 당연히 진달래라고 지레짐작해 버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김일성의 꽃

섭섭하게 진달래는 아직 한 번도 나라꽃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 그저 우리 마음속에 피어 있을 뿐. 북한의 국화는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무궁화였다고 한다. 그 후 목란으로 바뀌었는데 여기엔 일화가 있다. 

1964년, 김일성 주석은 황해도의 산길에서 함박꽃나무를 보곤 ‘아름답고 향기도 좋으며 생활력이 강해 꽃 가운데 왕’이라는 이유로 목란(나무에 피는 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국화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라꽃보다 더 귀중하게 대접받는 꽃이 있으니 바로 김일성화이다. 


무궁화에도 세뇌성은 들어 있을 것이다. 영원 무궁한 꽃, 성인 군자와 같은 품격, 인의예지신의 5덕을 지닌 꽃 중의 꽃….

한 송이의 꽃에 너무나 거창한 상징들이 가득 들어 있어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누가 그 덕목들을 꽃에 넣어 놓았을까? 아마 민중들의 가슴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온 느낌이기보다 양반 유학자들의 관념적 소망이 반영돼있는 게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며 자만하지 않고 겸허한 자태이다. 길을 가다가 문득 그 꽃을 있는 그대로 보면 한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 궁금하다. 

언젠가 그날이 오면 어차피 통일 나라꽃을 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땐 남북의 지도층 인사 몇 명이 앉아 결정할 게 아니라, 무궁화든 목란이든 진달래든 또 다른 어떤 꽃이든, 아무런 세뇌 없이 온 민중이 정녕 사랑하는 꽃을 통일 국화로 삼아야 하리라. 나라 노래를 통일하는 건 좀 쉬워 보인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3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몸과 맘 다 바쳐 이 조선 길이 받드세~’ 

남한의 애국가와 북조선 애국가는 초등생이 봐도 꽤 유치하고 구태의연해서 부르기가 싱겁다.

새로운 통일 애국가는 활력이 넘치고 홍익인간의 정신이 현대적으로 잘 표현된 노래라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살아 숨 쉬는 아리랑을 활용해도 좋으리라. 

나라 이름과 국기를 통일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다. 건국의 이념뿐만 아니라 아집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한민국. 이름은 그렇게 지어 놓고 과연 정말 인민과 민중이 주인으로서 생활하는 나라였는지, 뒤돌아보며 모두 함께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세뇌, 우상화와 신격화, 우민화, 특권층의 향락과 독재, 민중들의 억울한 고난과 죽음은 이 순간에도 남북 양 체제에서 뻔히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자본주의의 악과 공산주의의 죄를 이 땅에서 동시에 몰아내고, 진정한 자유와 민주가 생동하는 새로운 나라에 어울리는 이름….

순우리말로 지어도 좋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코리아도 괜찮겠지만, 다만 이번에야말로 꼭 국민의 뜻을 받들어 공명정대하게 정해야 하리라. 국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꽃 가운데 왕’ 이유로 목란 국화로 삼아
공산주의 통제 가장 고도화된 도시 평양

태극과 주역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나 작은 별을 넣어 놓은 붉은 깃발은 둘 다 너무 철학 사상적이고 이념 편향적이다.

별은 선입견 때문인지 왠지 창공에 뜬 별 같지 않고 날카로운 느낌이다. 차라리 보름달과 해님과 무지개를 잘 활용하여 우리 한민족 민중의 아름다운 꿈을 형상화하는 게 필요할 듯싶다. 

태극기엔 심오한 우주의 철리가 깃들어 있어 아깝긴 하되 꼭 고집할 일은 아니다. 국기엔 지식인의 철학보다 국민의 소망이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태극의 모양을 두고 삼팔선 같다느니 빨갱이와 파랭이 같다느니 하는 소리도 솔직히 마음에 걸린다. 물론 그 때문에 이렇게 분단돼 싸우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북조선 인공기는 우선 우리 민족의 심성에 맞지 않는다. 고정된 심성이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싶진 않으나 아무리 봐도 친밀감이 들지 않고 어색한 느낌이다.

내포된 뜻은 차치하고 디자인 자체가 한민족의 예술적 감각을 구현하고 있지 않다. 구 소련의 스탈린이 만들어 준 것이라는 풍문이 사실인지 유언비어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걸 통일 국가의 깃발로 삼느니 그냥 순수의 상징인 하얀 천을 푸른 하늘 아래 펄럭이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민중들이 저마다 자신의 꿈을 그 기폭에 수놓을 수 있도록…. 또는 쌍무지개나 색동저고리 문양을 잘 활용하면 통일국의 멋진 국기가 나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남북통일을 말하기 전에 각자 지역감정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이건 함께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남한의 경우 해묵은 경상도와 전라도 간의 반목은 이제 꽤 누그러든 성싶은데, 다른 지역 간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자주 다툼이 벌어진다.


북조선의 상황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잘 모르긴 해도 아마 속으로 곪아 더 심할 수도 있다.

아무리 일당 독재 체제로 일사불란하게 다스린다고 해도 도리어 그 때문에 지역 간 불평등이 고착화됐다는 불평·불만도 나온다. 

서울을 자본주의적 자유가 가장 방만한 도시라고 한다면 평양은 공산주의적 통제가 가장 고도화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서울처럼 알짜배기는 모두 몰려 있는 건 비슷하나 그곳엔 아무나 제 맘대로 가서 살 순 없기에 불만이 더욱 속으로 깊어질 것 같다.

물론 서울도 아무나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일단 자신이 선택할 가능성은 주어졌으니 설령 죽을지언정 불평하긴 어렵다. 

어색한 인공기

하긴 서울의 지나친 방만함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평양의 엄격한 통제를 좋아하는 사람 또한 존재하리라.

어쨌든 유람하러 온 평양 사람이 얄미워 묻지 마 식의 살인이 벌어지기도 한다니 북쪽 지역감정의 깊은 억하심정을 추측할 만하다.

더구나 수도 평양뿐만 아니라 남포, 함흥, 신의주 등등 모든 도시 또한 공화국 권력의 선별에 의해 차등 배치돼 살아가는 판국이므로 소외된 인민들은 옛 조선시대의 백성들처럼 속으로 붉은 울음을 울지 않겠는가.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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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