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고택 ①구례 운조루

품이 너른 평온한 집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 ‘구름 위를 나는 새도 돌아오는 집’. 운조루(雲鳥樓, 국가민속문화재)는 중국 시인 도연명이 쓴 〈귀거래사〉의 “구름〔雲〕은 무심히 산골짜기에 피어오르고, 새〔鳥〕들은 날기 지쳐 둥우리로 돌아오네”라는 구절에서 딴 글자로 이름했다. 구름처럼 너그럽고 포근한 고택은 베풀고 나누는 운조루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운조루는 1776년(영조 52년) 류이주 선생이 낙안군수를 지낼 때 지은 집이다. 250년 가까이 잘 보존된 외관은 물론, 고택에 스민 정신이 면면히 전해온다. 류 선생은 낙안에서 가까운 곳에 집터를 살펴보다가 뒤에는 지리산이, 앞에는 섬진강이 흐르는 명당에 운조루를 건축했다. 수원유수로 재직할 때 수원 화성 축조에 참여한 만큼 건축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을 것이다. 운조루를 짓는 7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으리라. 운조루는 규모가 제법 크지만, 장식이 거의 없는 소박한 자태가 돋보인다.

소박한 자태

솟을대문 앞에 커다란 뒤주가 놓인 집이 운조루다.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새긴 뒤주는 류씨 가문 대대로 이어오는 보물이다. 쌀 2가마니 반 정도 들어가는 뒤주에 항상 쌀을 채워 곤궁한 이웃이 가져가게 했다. 타인능해는 ‘누구나 열 수 있다’라는 뜻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당신을 이해한다는 공감과 타인을 향한 배려가 자연스레 배어난다. 운조루 1년 소출의 20%에 해당하는 36가마니를 이웃에게 베풀었다고 전해진다. 뒤주 실물은 운조루유물전시관에 있다.

고택에 들어서자 꾸미지 않은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대문 양옆으로 긴 행랑채가 눈에 띈다. 일하는 사람이 머무르던 곳으로 서쪽 7칸, 동쪽 11칸이다. 행랑채 한쪽 끝에 죽은 사람을 석 달 동안 모셔두는 가빈 터의 흔적도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온 문상객이 장례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운조루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채는 여름에 해를 가리고 겨울에 바람을 막는 들어열개가 있다. 문짝을 한껏 올려 고정하면 내가 집 안에 있는지, 자연 속에 있는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가롭게 운치를 즐기기 좋다.


현재 운조루는 10대손 류정수씨가 지키고 있다. 그는 사랑채 누마루에서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하며 그윽한 차를 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오봉산과 계족산의 부드러운 곡선과 처마가 마음을 다독인다. 선조들은 이 풍경을 두고 얼마나 많은 글을 지었을까. 매천 황현 선생은 “서헌은 객을 머무르게 하는 가장 좋은 곳으로 비와 같은 솔바람 술 위에 파란을 일으키네”라며 운조루의 정취를 예찬했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이어지는 곳에 부엌이 있다. 운조루는 굴뚝이 낮은데, 밥 짓는 연기가 높이 솟지 않게 함이다. 가난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섬세한 건축이다. 여성이 생활하던 안채는 ‘ㅁ 자형’으로, 돌계단이 높아 고아한 기품이 서린 듯하다.

운조루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채
이곳에서 바라보는 오봉산과 계족산

안채 다락은 바깥세상을 자유롭게 보지 못하던 집안 여인들에게 탁 트인 휴식 공간이자, 아이들의 비밀스러운 놀이터였을 듯하다. 운조루는 항상 열려 있으며 입장료는 어른 1000원, 학생(10~18세) 700원이다.

고택 근처 운조루유물전시관도 함께 둘러보자. 류씨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유물과 고택에 있던 현판, 타인능해 뒤주 실물을 전시한다.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유물과 기록은 당시 시대상을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직한 필체가 눈길을 사로잡는 귀만와(歸晩窩) 현판은 류 선생의 친구인 서예가 직암 윤사국의 글씨다. 운조루 현판은 운조루 3대 주인 류억과 막연한 고동 이익회의 글씨로, 유연한 미가 흐른다. 소장고에 있는 수분실(隨分室) 현판의 뜻도 되새겨볼 만하다. ‘자기 형편에 따라 절제 있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한다.

전시관에 걸린 영정 속 류 선생의 표정이 인자하다. 사랑채 누마루에서 아이를 품에 안고 뜰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넉넉한 인품이 느껴진다. 운조루유물전시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명절 당일, 임시공휴일 휴관), 관람료는 없다.


운조루서 자동차로 5분쯤 가면 섬진강어류생태관에 닿는다. 섬진강 민물고기 자원의 전시와 보전을 담당하는 곳이다. 멸종 위기종인 수달(천연기념물) 한 쌍도 만날 수 있다(오후 2시30분~4시). 생태관은 지난 7월 재개관하면서 체험 수조, 먹이 주기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즐길 거리가 풍성해졌다. 생태관 옆 섬진강수달생태공원도 산책하기 좋다.

매월 끝자리 3·8일에 열리는 구례5일시장은 지리산서 나는 약재와 산나물이 푸짐하고, 인심이 넉넉하다. 40년이 넘은 뻥튀기 가게와 수제 도마 가게 등에서 온기가 넘치고, 핫도그와 호떡, 튀김 등 갖가지 주전부리를 파는 청년점포가 생기를 더한다.

구례5일장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든 천은사 상생의길&소나무숲길은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곳이다. 지리산 서남쪽 천은사 주변 3.3㎞에 조성한 길이다. 명상하며 천은사 주위 산을 도는 나눔길, 천은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보듬길, 무장애 탐방로 누림길서 자연의 깊은 여운을 맛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운조루→섬진강어류생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구례5일시장→운조루→쌍산재
-둘째 날 섬진강어류생태관→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구례여행 www.gurye.go.kr/tour/main.do
-운조루 www.unjo ru.net
-섬진강어류생태관 https://sjfish.jeonnam.go.kr

문의 전화
-구례군청 문화관광실 061)780-2226
-운조루 061)781-2644
-운조루유물전시관 061)782-2432
-섬진강어류생태관 061)781-3666

대중교통
-버스 서울-구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8회(06:40~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구례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서 4-2번·4-3번·4-4번·4-5번·4-6번·4-10번 버스 등 이용, 원내 정류장 하차, 운조루까지 도보 약 500m. 구례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서 4-8번·4-9번 버스 이용, 운조루 정류장 하차, 운조루까지 도보 약 4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구례공영버스터미널 061)780-2731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KTX 하루 6회(07:09~18:47) 운행, 2시간30분~3시간 10분 소요. 구례구역 정류장서 2-1번·2-5번·2-9번·2-12번 버스 등 이용, 서울안과 정류장 하차, 도보 약 300m 이동, 하나로마트 정류장서 4-2번·4-4번·4-5번·4-6번·4-10번 버스 등 환승, 원내 정류장 하차, 운조루까지 도보 약 50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 IC→구례화엄사톨게이트서 왼쪽→용방교차로서 구례·지리산국립공원 방면 오른쪽→냉천교차로서 하동·화엄사 방면 오른쪽→냉천삼거리서 남해·하동 방면 회전교차로 12시 방향→광평삼거리서 남해·하동 방면 회전교차로 직진→운조루길 방면 좌회전→곡전재길 방면 우회전→운조루유물전시관 주차장

숙박 정보
-노고단게스트하우스: 산동면 하관1길, 061)782-1507, https://no godanguesthouse.modoo.at
-지리산호수리조트: 산동면 구만제로, 061)783-0011, http://jirisanhosu.com
-쉬리펜션: 토지면 섬진강대로, 010-4583-8255, www.shiri.co.kr

식당 정보
-들녘밥상(뽕잎백반): 토지면 운조루길, 061)781-8881
-지리산오여사(우리들깨칼국수): 구례읍 5일시장작은길, 061)781-1431
-지리산소풍(산나물밥·제철샐러드): 구례읍 구례2길, 0507-1332-4121

주변 볼거리
지리산피아골축제: 2023년 11월4~5일, 피아골단풍공원·피아골 일원, 061)780-2226(구례군청 문화관광실)
사성암, 천개의향나무숲,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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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