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뭐길래…’ 갈라지는 국민의힘

내편 네편 내부 총질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국민의힘의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지도부 리스크부터, 내부 분란 등등 곳곳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청소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특급 해결사를 모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내년 총선서 큰 사달이 날지도 모른다. 김기현 대표가 현재의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후폭풍이 거세다. 좀처럼 쉽게 수습이 안 된다.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과 더욱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하락했고, 국민의힘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쇄신’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섰으나 행동은 온데간데 없고 말잔치 뿐이다. 당이 갈라질 조짐까지 비친다. 

심각해지는
내분 사태

내부에서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온다. 일단 김 대표는 임명직 당직자 전원을 사퇴시키고, 김기현 지도부 2기를 출범시켰다. 그럼에도 좀처럼 수습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국회서 기자들이 질문해도 묵묵부답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일단 김 대표를 재신임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지도부의 변화보다는 수습에 방점이 찍히면서 국민적인 여론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 대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 지도부인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의 메시지도 화근이 됐다.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라는 메시지를 조 최고위원에게 전달했다. 


해당 메시지에 당 내부는 물론, 지도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내 스피커로 활발히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김병민 최고위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결국 김 부원장은 자리서 물러났다. 

앞서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 리스크를 크게 겪었던 바 있다. 조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태영호·김재원 전 최고위원까지 다수의 의혹과 논란이 터져나왔다. 

당시에도 김 대표는 문제를 수습하느라 전전긍긍했다. 결국 지도부가 내린 답은 논란을 가진 최고위원들의 입을 다물게 시키는 일뿐이었다. 여러 일을 겪으며 당 지도부 최고위원의 존재감은 더욱 줄었다.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도 못하는 중이다. 

이런 탓에 김기현호의 존재감은 갈수록 작아져만 간다. 전원 사퇴한 임명직 당직자들은 비교적 존재감이 컸다. 이철규 의원을 비롯해 박성민·배현진·박대출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선 김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김예지 의원 ▲사무총장에 이만희 의원 ▲조직부총장에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 ▲수석대변인으로 박정하 의원 ▲선임대변인에는 윤희석으로 재빨리 2기 체제를 꾸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교적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인선이 비교적 친윤(친 윤석열) 색채가 옅은 인물로 꾸렸다고 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수습이 필요하다는 인식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기 당직자가 영남당 색채가 짙은 반면, 2기는 수도권 인물을 전진 배치하는 전략이다. 


쉽게 진화 못 하는 당내 분란
대혼란에 서로 향해 공세 높여

다만 상징성이 큰 사무총장은 이번에도 TK(대구·경북) 인사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사무총장 역시 수도권 인사로 꾸렸어야 했다는 비판과 함께, 한편으로는 다시 친윤을 넣었다는 해석도 있다. 이 사무총장은 TK 재선 의원이다. 윤핵관까지는 아니더라도 친윤으로 분류되는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수행단장을 맡았다. 

함 조직부총장의 경우 대선 기간 윤석열캠프서 초기부터 영입한 인사인데 장제원 의원이 라인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 쇄신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핵관인 장 의원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장 의원 라인이 여전히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김 대표는 2기를 꾸린 뒤 쇄신 방향도 함께 거론했다. 당과 정부에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대표는 “현안을 사전에 긴밀히 조율하는 방식으로 엇박자를 내지 않겠다”며 “민심과 동떨어진 사안이 생기면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대통령실과 당이 수직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에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 비윤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김 대표가 이들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였다고 보인다. 

문제는 당 지도부의 힘이 많이 빠져버렸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대표를 불러들여 재신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 지도부의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김 대표가 마냥 물러나기에는 여러 리스크들이 따른다. 우선 당 대표를 다시 선출하는 행위가 지도부의 실패를 고스란히 인정하게 되는 꼴이다. 앞선 전당대회서 김 대표가 과반을 차지해 당선되긴 했지만, 비윤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지지세도 만만치 않았다. 

지도부
리스크

이런 까닭에 당내에서는 사실상 김기현 비대위라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윤희석 수석대변인은 “지도부의 평가가 좋지 않으며 호전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어 “홍준표 전 대표보다 훨씬 센 박근혜라는 분이 있었다.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 우리한테는 박근혜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이 박근혜 비대위를 구성했던 상황과 비교했을 때 현 지도부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2기 지도부 체제는 김기현호의 마지막 기회로 일이 틀어지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일단 급한 불은 끄자는 심정으로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2기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시기다. 


문제는 당 지도부가 혁신위에 권한을 얼마나 부여하느냐다. 혁신위의 권한 범위가 혁신위 카드의 성패를 가를 가늠자다.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혁신안을 최고위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다. 일단 김 대표는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미 이준석 전 대표 체제서 띄웠던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혁신안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끝끝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 혁신위 출범은 뒤늦은 감이 있다.

여전히 원외에서는 김기현호 2기 체제에 비판적인 시선이 강하다. 리스크가 큰 지도부에 총선을 맡길 경우, 승리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구인난으로 인한 혁신위 출범도 쉽지 않았다. 보통 이런 경우 재빠른 인선을 통해 기구를 띄운다. 당 지도부는 30대 젊은 원외 인사부터 당 원로까지 다양한 후보군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혁신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던 인물이 줄줄이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더욱 늦춰졌다. 

점차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내려앉고 있다. 이대로라면 무언가를 추진하기에도 힘이 달릴 수밖에 없는 데다 당 지도부의 무게감도 계속 가벼워지고 있다. 김 대표의 존재감은 더욱 줄어들고 있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도 자주 공격이 들어온다. 

혁신위 
구인난


국민의힘의 분란은 이제 시작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갈등은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가장 큰 예다. 서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내부 총질이 보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지목했고, 이 전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 과정서 안 의원은 이 전 대표를 내보내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는 “이 전 대표 징계를 요청하겠다”며 “윤 대통령을 자기 힘으로 만들었다는 독선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도 지지 않았다. 윤정부 실정 목록을 나열하며 “여당이 여당답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선거 패배 이후 며칠간 고심 끝에 나온 목소리가 당정일체 강화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두 인물은 나란히 기자회견까지 열며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장서 보인 눈물이다. 그는 “계속 이렇게 가면 보수가 상당한 위기”라며 “국민의힘이 100석 아래면 개헌 저지선이 뚫린다. 이는 탄핵 저지선이 뚫리는 셈”이라고 호소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12년째로 정치권에서는 톰과 제리 사이로도 불린다. 과거 한솥밥을 먹었지만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서로를 향해 늘 날을 세워왔다.

국민의힘서도 여전히 앙숙 관계다. 이 전 대표는 지지 않고 안 의원을 물고 늘어졌다. 최근 대표적인 비윤계인 이 전 대표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신당 창당 이야기까지 들린다.

이 전 대표가 즉답은 피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다. 그가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은 아직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신당을 창당한다는 말이 자주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준석 전 대표가)1월에 창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 

연말 유승민 창당하면 큰 타격
비윤 의견 들어야 회생 가능성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창당을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신당 창당을 두고 술렁이는 분위기다. 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까지 합세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유 전 의원은 최근 탈당 여부를 연말 무렵에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의 경험이 있다. 이전까지는 번번이 실패를 겪어왔지만 이번에는 다른 기류가 흐른다. 특히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시 국민의힘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두 인물의 신당이 수도권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영남권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더라도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을 떨어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이라며 우려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오고 있다. 덕분에 중도층에 소구력을 얻었고, 차기 대권주자서 연일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신당 창당이 자꾸 거론되는 것도 중도층이 국민의힘에 충분히 돌아선 것을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본격적으로 당무감사가 시작되면 내부 분란이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분열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6일까지 사전 심사 서류를 제출받았다. 당직자를 파견해 현장 당무감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 가운데 사고 지역을 제외한 209개 당협이 감사 대상에 올랐다. 이번 당무감사의 중점사안은 당선 가능성과 도덕성이다. 결과는 11월 말 최고위에 보고될 예정이다. 

이번 당무감사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펼쳐지는 만큼 국민의힘도 사활을 걸 예정이다. 경선 여부나 진용을 짜는 주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TK·PK
물갈이?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은 물론 여러 지역서 현역 의원을 향한 물갈이 신호탄이라는 전망도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탓에 결과에 따라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또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 대표가 혼란을 수습해야 지지율 하락 국면을 막을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당내 비윤이 공식적으로 들고 일어나진 않았지만,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김 대표도 이제는 비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창당설?

최근 국민의힘이 위기에 휩싸이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창당을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정치권서 퍼지고 있다. 

신평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도저히 국민의힘은 안 되겠다”며 “신당 창당을 생각한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일각서도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추진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 경우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중책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대통령의 지지도만 가지고 신당을 해보겠다는 것인데 성골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이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동력을 상실했다”며 “국민의힘은 윤석열 당”이라고 비판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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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