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골목 여행 ③하동재첩특화마을

섬진강의 맛, 재첩 요리를 한자리에!

천고마비의 계절에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질러 경남 하동에 왔다. 거리 곳곳서 ‘재첩’ 두 글자가 눈에 띈다. 재첩은 남도 구경 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은 접해봤을 먹거리가 아닐까 싶다. 뽀얗게 끓인 재첩국에 악양막걸리 한 잔이 간절한 가을이다. 다만 재첩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세상에 나오며, 왜 하필 섬진강 재첩이 유명한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재첩은 모래와 진흙이 많은 강바닥서 서식하는 민물조개다. 강에서 난다고 강조개(하동 사투리로 갱조개), 까만 아기 조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막조개로도 불린다. 재첩은 글리코겐, 타우린, 아미노산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식용 조개지만 다 자라도 지름 2㎝ 내외라 국물 요리로 많이 먹고, 크기가 워낙 작아 한 요리에 재첩이 수십서 수백마리가 들어간다.

섬진강 재첩

재첩은 낙동강 하구인 부산 하단과 경남 김해·양산, 섬진강 하구인 하동과 광양서 주로 채취되는데, 섬진강 재첩이 그중 가장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낙동강은 1980년대 후반 하굿둑이 들어서며 자연환경이 바뀌고 오염이 거듭돼 재첩 채취량이 줄어든 반면, 일급수를 자랑하는 섬진강은 국내서 재첩을 가장 많이 채취한다.

하동군은 섬진강 재첩을 하동 특산물이자 대표 먹거리로 내세우며,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맛있는 재첩 요리를 한자리서 맛볼 수 있도록 2009년 12월 하동읍 신기리에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했다. 가장 기본적인 재첩국을 비롯해 재첩회무침, 재첩회덮밥, 재첩부침개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전문 음식점이 하동 재첩의 명성을 알려왔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9년 3월, 하동재첩특화마을은 관리상 어려움 때문에 운영 주체가 군에서 민간으로 이양됐다. 현재 하동재첩특화마을에는 재첩 전문 음식점이 4곳 입점해 있다. 3대에 걸쳐 60년 이상 재첩 요리를 만들고, 재첩과 해물칼국수를 결합한 별미를 자랑하는 등 저마다 특징이 드러난다.


하동재첩특화마을서 각양각색 재첩 요리만큼 주목할 것은 마을 뒤로 흐르는 섬진강 하류다. 이곳서 채취한 재첩은 남해의 영향으로 국물 맛이 진하고 갯내가 난다. 재첩 채취는 물때가 맞아야 가능하다. 강물 깊이가 사람 허리쯤 오는 썰물 때가 적기다.

물이 빠지고 모래톱이 드러나면 어민이 거랭이로 강바닥의 재첩을 긁어 올린 다음, 체로 작은 돌 사이서 재첩을 골라낸다. 거랭이는 쇠갈퀴 수십개를 삼태기처럼 잇대어 만든 재첩 채취 도구다.

비가 오면 강바닥의 흙이 탁해서 재첩 맛이 떨어지니 비가 그치고 강이 본래의 탁도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장소와 시기에 맞춰 채취한 재첩은 한나절 물에 담가 해감한다. 이후 전용 전동기구로 재첩을 씻어 큰 솥에 넣고 삶는다. 삶은 재첩은 체에 담고 재첩 삶은 물도 면포에 내린다. 삶는 과정서 껍데기와 조갯살이 분리된다.

하동재첩특화마을의 모든 식당에서 재첩국과 재첩회무침, 재첩부침개, 참게장으로 차린 모둠정식을 낸다(1만8000원 선). 재첩국에 부추를 넉넉히 넣는 이유는 부추가 재첩국에 비타민A를 보충하고, 특유의 향으로 재첩에 남은 비린내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재첩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좋아 일본식 된장(미소)국에 넣고 끓이기도 한다.

국내 최대 재첩 서식지 섬진강
박경리 <토지> 배경이도 한 하동

재첩 요리는 하동재첩특화마을을 포함해 화개, 악양, 고전 등 하동 거의 모든 지역서 맛볼 수 있다. 올해는 거랭이로 재첩을 캐는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지정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 어업 분야서 세 번째, 국내 어업 분야에서는 처음이다.

하동 재첩 미식 여행 중 둘러보면 좋은 주변 명소를 추천한다. 하동송림공원은 섬진강 흰 모래와 어우러져 백사청송(白沙靑松)의 아름다움을 구현한다. 수령 270년이 넘는 노송이 장쾌한 숲을 이루는 하동 송림(천연기념물)에 자리한 공원이다. 


하동 송림은 1745년(영조 21년) 도호부사 전천상이 광양만의 바닷바람과 섬진강의 모래바람서 하동읍을 보호할 목적으로 조성했다. 당시 소나무 1500여그루를 심었으나 현재 후계목을 포함해 900여그루가 남았다. 선조들이 여가를 즐긴 이곳은 오늘날 관광객은 물론 지역민에게도 체육·휴식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섬진철교를 다시 꾸민 알프스하모니철교에 오르면 섬진강과 하동송림공원이 한 눈에 담긴다.

악양은 하동서 빠뜨릴 수 없다. 악양면 평사리는 한국 문학의 거장 박경리 작가가 쓴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지다. 이를 기념하며 2016년 5월4일, 평사리에 박경리문학관이 개관했다. 문학관에는 작가가 평소 아끼고 사용한 유품 41점, 각 출판사가 발행한 <토지> 전질, 작가의 주요 작품, 작가의 초상화와 사진, 영상물,   <토지> 인물 지도와 평사리 지도 등을 전시한다.

하동의 별

문학관 가까이 드라마 〈토지〉 촬영지이자 조선 후기 생활상을 고스란히 재현한 최참판댁도 있다.

스타웨이하동 스카이워크는 섬진강 물길과 평사리 들판을 시원하게 조망하는 곳이다. ‘하동의 별’이라는 콘셉트로 섬진강 수면서 150m 상공에 별 모양 전망대를 만들었다. 스타웨이하동은 멋진 풍경과 충분한 휴식을 추구한다. 하동의 수려한 자연과 그 안에 어우러진 문화를 즐기며 차 한 잔 마시고 한가로이 산책하는 방식이다. 스타웨이하동 1층은 로비와 상점, 2층은 여성 전용 갤러리, 3층은 전망대 카페로 운영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하동송림공원→하동재첩특화마을→박경리문학관→스타웨이하동 스카이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화개장터→하동재첩특화마을→하동송림공원
-둘째 날 박경리문학관→최참판댁→스타웨이하동 스카이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하동 문화관광 www.hadong.go.kr/tour.web
-박경리문학관 www.hdmunhak.com/park
-스타웨이하동 스카이워크 www.starwayhadong.com

문의 전화
-하동군청 해양수산과 055)880-2448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 5)880-2375
-하동송림공원(하동군청 산림녹지과) 055)880-2475
-박경리문학관 055)882-2675
-스타웨이하동 스카이워크 055)884-7410

대중교통
버스 서울-하동,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8회 운행(06:40~19:30), 약 3시간50분 소요. 하동버스터미널서 하동재첩특화마을까지 택시 이용(약 1.5㎞).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하동버스터미널 055)883-8806 하동콜택시 055)884-6446 하동개인택시 055)882-1111 악양개인택시 055)883-3009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논산 JC→호남고속도로→익산 JC→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 IC→국도 19호선 하동 방면→하동재첩특화마을

숙박 정보
-올모스트홈스테이 하동: 악양면 평사리길, 055)882-5094, ww w.kolonmall.com/Special/214114
-스타웨이하동 힐포트: 악양면 섬진강대로, 055)884-7411
-가비원모텔: 화개면 화개로, 055)883-3699, www.gabeone.co.kr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 화개면 쌍계로, 055)880-8000, www.kensington.co.kr/rhd

식당 정보
-해성식당(모둠정식·재첩회무침·재첩국): 하동읍 섬진강대로, 05 5)883-6635
-홍이네갱조개(재첩해물칼국수·재첩국·해물칼국수): 하동읍 섬진강대로, 055)884-5583
-황금재첩식당 (재첩스페셜정식·재첩국·재첩부침개): 화개면 섬진강대로, 010-8628-2677, www.instagram.com/hadong_gold

주변 볼거리
지리산국립공원, 쌍계사, 불일폭포, 삼성궁, 청학동, 평사리공원, 하동공설시장, 하동야생차박물관, 하동포구, 양탕국커피문화마을, 하동레일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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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