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슬로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04 17: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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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슬로건 하나가 열 정책보다 낫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후보를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친구·고향·건강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일곱 번째로 그들의 '슬로건'을 살펴봤다.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잘 만든 슬로건 하나가 열 정책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단 한 줄의 메시지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도 자신의 정책적 방향은 물론이고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까지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슬로건은 '단 한 줄의 승부'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대선에서 단 한 줄의 승부 슬로건 대결에서 승리하게 될 후보는 누구일까? <일요시사>는 각 후보의 슬로건을 살펴봤다.


박근혜 <박근혜가 바꾸네>
"무엇보다 쇄신이 중요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선 슬로건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박 후보는 슬로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침대는 과학'이라는 카피로 유명한 조동원씨를 홍보기획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눈에 띄는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무척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4·11총선 때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100% 대한민국'으로 정해 큰 효과를 얻은 경험이 있다. '1% 대 99%의 대결'을 내세운 민주당을 역으로 겨냥한 슬로건이었다.

민생에 방점

박 후보 측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에 대해 "시대적 과제인 '변화', 박 후보의 정치철학을 상징하는 '민생', 유권자가 원하는 '개인화' 등을 키워드로 슬로건을 만들었다"며 "기다려온 변화 박근혜, 국민의 삶과 함께 가는 박근혜, 내 삶을 위한 선택 박근혜 등이 더해져 깔때기 원리에 의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지난 7월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가진 대선출정식에서도 '국민' '행복' '꿈'을 수십 차례 언급하며 "우리 정치는 민생과 상관없는 정쟁과 비방에만 몰두해있다"며 "이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 국민 모두가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박 후보를 상징하는 이모티콘은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의 말풍선 안에 '박근혜' 이름의 초성인 'ㅂㄱㅎ'과 함께 '스마일'을 한데 모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박 후보 측은 "그동안 지도자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사진, 이름, 캐리커처 등이 사용됐지만 디지털문화를 상징하고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이모티콘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슬로건과 PI(Presidential Identity)는 나오자마자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박 후보의 'ㅂㄱㅎ' PI가 경선상대였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PI인 'ㅇㅌㅎ'을 따라한 것이라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또 시민단체인 '내가 꿈꾸는 나라'는 박 후보의 슬로건에 대해 자신들의 단체명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슬로건은 우리나라에 500개가 넘고, 사람이름 초성을 사용하는 것은 최근의 트렌드"라며 일축했다.

한편 슬로건인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그 뜻이 모호해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선 '박 후보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례적 슬로건 추가

이러한 논란 때문인지 박 후보 측은 지난 7월20일경 '박근혜가 바꾸네'란 대선 슬로건을 이례적으로 새로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경선 선거운동기간에는 당초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발표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보다 이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이 슬로건은 "국민 여러분 저 박근혜가 바꾸겠습니다"라는 발언에서 나온 것으로, 박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문, 또 뒤이은 정책발표를 통해 자주 나왔던 문구다. 이를 '박근혜' 발음과 비슷하게 표현해 '슬로건화'한 것으로 보인다.


변추석 미디어홍보본부장을 비롯해 실무진 다수가 이 슬로건을 제안했고, 박 후보도 제안에 흡족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박 후보의 철학과 정책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박근혜가 바꾸네는 쇄신과 실천의지를 강조하겠다는 의지로 다가온다. 캠프 측은 이를 통해 친근감을 높이면서도 '박근혜=쇄신·개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 정하기 힘들다 힘들어"

"슬로건 좋던데, 좀 빌릴까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손학규 당시 경선후보는 지난 7월23일 방송토론회에서 슬로건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문 후보가 자신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손 후보의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을 빌려 써도 되겠냐고 물은 것이다. 그러나 손 후보는 자신이 대선후보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지만 그만큼 손 후보의 슬로건이 탐난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한 것이다.

손 후보는 비록 경선에서 패했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건배사로 쓰일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문 후보는 당초 여성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겨냥해 헌신·용기·원칙을 키워드로 한 '대한민국 남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나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중도 폐기됐다.

중도폐기 아픔도

문 후보는 SNS를 통해 "대한민국 남자 PI를 사용도 안 했는데 걱정이 들려왔다. 페북(페이스북)과 트윗(트위터)으로 의견을 물었는데 반대의견이 많았다"면서 "(폐기를) 받아들인다. 의견을 여쭤보길 잘했다"고 적었다.

 후보는 슬로건을 놓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문 후보는 출마선언을 통해 "소수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주인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마선언을 했다. 하지만 출마선언 때의 슬로건인 '우리나라 대통령' 또한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메시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캠프에서는 "아직 메인 슬로건으로 확정 된 것이 아니다"라며 급히 발을 뺐다.

즉각 캠프에서는 '노무현의 카피라이터'로 불린 정철 사무국장과 시인이자 캠프 대변인인 도종환 의원,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정만호 메시지팀장이 참여해 슬로건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이다. 이에 따라 문 후보의 최종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가 됐다.

이 슬로건은 현 정부, 여당이 민생을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민주당 경선 승리 후 다음 날 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같은 날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는 '일자리가 먼저입니다'라는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연 것도 슬로건에 입각한 행보로 풀이된다.

드림팀 구성

하지만 문 후보의 슬로건 역시 표절시비를 겪었다. 사람이 먼저다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2년 대선 때 내걸었던 슬로건 'Putting People First(국민이 먼저)'를 표절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7월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뒤 'Putting People First'(PPF)로 명명된 집권 비전과 미래를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 실업자 증가, 빈부격차 확대 등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행정부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재정운용 방안과 관련한 정책 대안들을 내놨고, 결국 선거에서 이겼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클린턴 전 대통령 슬로건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인간의 존엄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담은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홍익인간'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후보의 심벌은 황록색의 담쟁이를 형상화 했다. 문 후보 측은 "담쟁이 잎 하나가 수백, 수천 개의 담쟁이 잎과 손잡고 결국 벽을 넘는 것처럼 국민과 함께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철수 <새로운 변화의 시작>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9일 정식으로 출마선언을 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아직 슬로건과 PI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안 후보 측은 선대위 인선이 마무리 되면 슬로건과 PI도 곧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홍보팀이 꾸려지면 그곳에서 담당해 슬로건과 PI를 만들고 박선숙 총괄선대본부장이 최종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출마선언 당시 단상 플래카드에 새겨져 있던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사실상의 슬로건이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 줬다"며 "저는 18대 대선에 출마해 국민들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고 밝히며 특히 '변화'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변화'

안 후보 측은 일단 이 문구가 슬로건이라고 보면 되지만 이를 계속 가져갈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출마선언 다음 날인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서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때문에 안 후보의 슬로건은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가 이렇게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제도권 정치인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차별화를 통해 3자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변화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은 안 후보의 차별화 된 집권 플랜과 국민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대선출마과정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의 향후 대선 행보 또한 새로운 변화라는 슬로건에 맞춰 파격적인 정치실험을 거듭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정당에 기반하지 않은 선거운동, 독자출마, 네거티브 없는 선거운동 등의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다. 또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에서 '국민이 선택하는'이라는 부분은 정치적 이득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민심만을 따르겠다는 안 후보의 정치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해당 문구가 적혀있던 플래카드의 바탕색깔인 '흰색'이 안 후보의 상징색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흰색은 안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와도 잘 맞고, 박 후보의 상징색인 빨간색이나 문 후보의 상징색인 초록색과도 겹치지 않는다. 또 안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국민' '정치' '미래' '변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향후 PI에는 이러한 개념이 반영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대와 우려 동시에

한편 정치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추구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정당 배경을 가지지 않은 후보가 대선에서 이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세계 최초일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치실험임은 분명하지만 때문에 여러가지로 위험스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네거티브 없는 선거운동 제안 등의 참신한 행보는 정치권의 발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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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