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골목 여행 ②강진 병영돼지불고기거리

불금불파! 불 맛 좀 보시렵니까?

석쇠 위에서 돼지불고기가 지글지글 맛있게 익어간다. 이건 못 참겠다. 전남 강진 병영돼지불고기는 기분 좋게 미각을 자극한다. 고기 굽는 소리는 물론, 붉은 양념과 기름기 자르르한 빛깔이 유혹한다. 다이어트 따위 금세 잊는다. 체지방이 근육을 점령해도 어쩔 수 없다. 기어이 한 점 입에 넣으면 콧노래가 절로 난다. 맛있는 음식은 하루의 피로마저 없애는 법이다.

전남 강진에는 불맛 나는 병영 돼지불고기에 관한 일화가 전해진다. 전라도와 제주도의 육군을 총괄하는 전라병영성이 병영면에 있다. 어느 해 전라병영성에 병마절도사가 새로 부임했다. 하필 당시 강진현감의 친조카였다. 직급이 낮은 현감은 병마절도사에게 부임 축하 인사하러 가는 길이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병마절도사가 현감을 집안의 웃어른으로 극진히 모셨고, 그날 상에는 양념이 잘된 돼지고기를 올렸다.

돼지불고기 일화

그 후 강진 병영 일대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돼지불고기를 낸다고 한다. 강진은 이 일화가 생기기 전부터 음식문화가 발달했을 것이다. 전라병영성이 지역의 큰 관청이고 보면 주변에 상업 시설이 붐볐으리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더구나 강진은 해상 교통과 육상 교통이 만나는 곳이다. 유통이 발달하고 사람 모이는 곳이니 음식과 맛은 물어 무엇할까?

요즘도 강진 병영돼지불고기는 변함없이 맛깔나다. 병영성로 일대는 돼지불고기 특화음식거리다. 몇몇 식당이 방송을 타면서 이제는 ‘거리’에 걸맞은 풍경을 이룬다. 도로를 따라 맛집이 늘어서진 않았지만, 돼지불고기 식당이 압도적으로 많다.


버스 정류장부터 병영돼지불고기거리를 알리는 조형물이나 안내판, 쉼터 등이 동네를 장식한다. 앙증맞고 귀여운 돼지 형제 그림은 포토 존으로 인기다. 식사 전후 동네 산책을 나서볼만하다.

병영돼지불고기 상차림은 한정식에 가깝다. 돼지불고기 외에 홍어와 편육, 구운 생선, 젓갈 등이 한 상 가득하다.

돼지불고기는 양념한 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연탄불에 구워 불 향이 압권이다.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익게 하려면 화력과 석쇠의 높이, 고기의 밀집도 등에 맞춰 굽는 기술이 필요하다. 집마다 앞다릿살과 삼겹살 등 고기 배합이나 비율, 양념 등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정식처럼 푸짐한 상차림은 모두 같다.

오는 28일까지 금·토요일마다 ‘불금불파’가 이어진다. ‘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의 줄임말로, 지난 5월부터 병영5일시장 일원서 야외 돼지불고기 파티를 진행한다. 여름 휴식을 취하고 지난달 재개했다.

파티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4시에 시작한다. 병영5일시장 광장에 원형 테이블을 놓고, 마을 부녀회서 직접 불고기를 구워 판매한다. 초벌구이 돼지고기에 연탄불 향을 입히고 채 썬 대파를 올린다. 상추와 밑반찬, 강진이 자랑하는 토하젓도 같이 낸다. 인근 식당보다 반찬 수는 적지만 1인당 9000원으로 저렴하다.

돼지불고기를 먹는 동안 지역 가수와 EDM DJ 등이 흥을 돋운다. EDM DJ는 파티의 절정에 등장해 식탁 앞의 모든 이들을 춤추게 한다. 이 시간에는 세대가 따로 없고 남녀와 노소가 다르지 않다. 마당극 〈장사의 신〉도 빼놓을 수 없다. 사의재의 ‘조만간프로젝트’를 옮겨 와, 병영 상인 이야기를 마당극 형식으로 흥겹게 풀어낸다.

이 밖에 주민 해설사와 함께하는 한골목길이야기투어, 지역 농부장터와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 친환경 자전거 여행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여유롭게 식사에 집중하고픈 이는 인근 식당이 편하고, 주말의 신명에 젖고 싶은 이는 불금불파가 제격이다.


세월 흘러도 변함없이 맛깔나는 강진 음식
셔틀버스 이용해 편리하게 즐기는 명소

돼지불고기가 술을 곁들이기 좋은 메뉴인 만큼, 셔틀버스가 금요일(오후 1시30분, 오후 1시40분)과 토요일(오전 11시, 오전 11시10분)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과 행사장을 오간다. 운행 코스가 조금씩 다른데 사의재와 마량놀토수산시장, 무위사, 가우도 등 강진 명소를 거쳐 여행을 겸한다.

불금불파가 시작되기 전 행사장에 도착하고, 파티가 끝나는 오후 8시에 광주로 돌아간다. 셔틀버스는 버스한바퀴 홈페이지(www.kumhoaround.com)서 예약하며, 왕복 요금(1만원)은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병영면은 강진 한골목 옛 담장(국가등록문화재)과 수령 820년이 넘은 성동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단풍이 가을을 물들인다. 지명의 유래가 된 강진 전라병영성(사적)도 지나칠 수 없다. 전라병영성은 1417년(태종 17년) 병마절도사 마천목이 쌓았다. 1895년(고종 32년)까지 500년 가까이 전라도와 제주도의 육군을 총괄 지휘한 본부다.

우리나라를 서양에 처음 알린 하멜이 유배돼 노역을 살던 곳이기도 하다. 높이 3.5m에 길이 1060m인 성곽은 대체로 그 형태가 잘 남아 과거의 규모를 짐작게 한다. 동서남북 4개 성문과 문루 등은 복원됐다.

다산 정약용 역시 강진과 인연이 깊다. 그는 강진에 18년간 유배돼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500여권을 남겼다. 정약용이 강진에 와서 처음 묵은 사의재는 ‘네 가지(생각, 용모, 언어, 행동)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란 뜻이다.

사의재저잣거리서 진행하는 ‘조만간프로젝트’가 유명하다. ‘조선을 만나는 시간’의 줄임말로, 여행자와 함께 즐기는 마당극을 펼친다. 오디션과 배우 양성 아카데미를 거친 강진 주민 배우들이 출연한다. 오는 22일까지 토·일요일 오전 10시30분~오후 5시에 재현 코너를 운영하고, 마당극은 오전 11시30분과 오후 2시30분에 공연한다.

강진만생태공원

강진만생태공원은 탐진강과 강진만이 만나는 지역에 조성한 생태공원이다. 천연기념물 큰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 등 철새가 집단으로 서식하며, 갈대 군락이 장관이라 해마다 가을에 강진만춤추는갈대축제가 열린다. 길이 4.16㎞ 생태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황금빛 갈대를 만끽한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도 적당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마을 여행 강진 전라병영성→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병영돼지불고기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진 전라병영성→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병영돼지불고기거리
-둘째 날 사의재→강진만생태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강진문화관광 www.gangjin.go.kr/culture
-강진군문화관광재단 www.gangjin.or.kr
-강진만생태공원 www.gangjin.go.kr/gangjinbay


문의 전화
-강진군청 관광진흥팀 061)430-3313
-강진군문화관광재단 061)434-7999
-사의재 061)433-3223
-강진만생태공원 061) 434-7795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진,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4회(07:50~17:10) 운행, 약 4시간50분 소요. 강진버스여객터미널서 택시 이용, 병영돼지불고기거리까지 약 14㎞.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강진개인택시 061)434-6161

자가운전
광주외곽순환고속도로 남광산 IC→빛가람장성로→부덕교차로→영나로→장흥대로→관동교차로→밤재로→부유로→옴천로→병영성로→남삼인길→병영5일시장

숙박 정보
-해로당: 성전면 달빛한옥길, 010-9417-7517, https://gjmoon light.modoo.at
-보금자리: 성전면 달빛한옥길, 010-4714-1951, www.gangjinhanok.kr
-더원비즈니스호텔: 강진읍 영랑로, 061)434-1000, https://theonehotel.modoo.at

식당 정보
-수인관(연탄불고기백반한상차림): 병영면 병영성로, 061)432-1027
-설성식당(기본상): 병영면 병영성로, 061)433-1282
-백운차실(이한영차문화원)(백운옥판차): 성전면 백운로, 061)434-4995, www.1st-tea.kr


주변 볼거리
강진 정약용 유적, 백련사, 가우도, 강진 백운동 원림, 무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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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