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골목 여행 ①부산 초량육미거리

삼시 세끼로 부족한 미식 탐방의 진수

사람들이 긴 시간 열차를 타고 내린 역 일대에는 식당가가 형성되게 마련이다. 부산역 광장서 8차선 대로를 건너면 초량육미거리다. 접근성으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육미(六味)는 돼지갈비와 돼지불백, 돼지국밥, 밀면, 어묵, 곰장어까지 여섯 가지 맛을 뜻한다. 이곳 부산 동구 초량동이 맛의 본거지가 된 데는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전했고, 19 60~1970년대 조선방직과 삼화고무 노동자들은 고된 하루 끝에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위로를 받았다. 육미가 영양 만점 밥상이자 술안주로 손색없는 메뉴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초량육미거리로 미식 탐방에 나서자.

부산은 ‘돼지고기 음식의 수도’로 불러도 무방하다. 부산에 정착한 팔도 사람의 음식이 모두 녹아든 덕이다. 문현동 돼지 곱창, 부평동 돼지 족발, 감자탕, 돼지껍질 등 떠오르는 음식이 많지만, 초량동 돼지갈비와 돼지불백을 빠뜨리면 섭섭하다.

힙하게

초량전통시장과 접한 초량동 돼지갈비골목은 오래된 가게가 모인 곳이다. 육미의 첫 번째 맛, 돼지갈비다. 삼대는 기본, 빼닮은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한다. 골목서 불판을 닦는 가게 사장을 만났다. “불판 나이가 환갑이 넘어요. 우리 할머니 때부터 쓰던 거니까 올해로 예순셋. 주물로 만들어서 잘 닳지 않고, 금세 깨끗이 닦여”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오래된 가게는 요즘 세대에겐 ‘힙하다’. 레트로 감성에 열광하는 젊은이는 물론, 대를 이어 찾는 손님까지 초량 돼지갈비의 인기는 여전하다. 가게 조명이 켜질 무렵, 초량동에 들어선 관광객은 동네방네 퍼지는 갈비 냄새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초량육미거리를 걷다 보면 후각이 발달하는 기분이다.


초량천을 따라 오르면 육미의 두 번째 맛, 돼지불백을 만난다. 초량 돼지불백은 바쁜 택시 기사들에게 ‘집밥’과 다름없었다. 불고기와 공깃밥을 줄여 불백(불고기 백반)으로 불렀다. 빨간 양념으로 버무린 돼지고기를 불판에 굽고 상추에 무생채와 함께 싸 먹으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부산고등학교 입구 노상 공영주차장 앞으로 돼지불백 가게가 나란히 성업 중인데, 앞다퉈 원조라고 내세운다. 맛은 버텨온 세월이 입증하니 어디를 가도 기본 이상이다.

육미에 돼지국밥이 빠질쏘냐. 육수에 돼지 내장과 부속물을 넣고 끓이면 진한 고깃국이 완성되는데, 여기서 돼지국밥이 등장한다. 가마솥에 푹 삶는 돼지 수육은 다양한 음식으로 변주된다. 잔칫상에도 수육이 빠짐없이 올라간다. 초량육미거리에선 돼지국밥 토렴하는 소리가 발길을 붙든다. 국자와 뚝배기가 일정한 박자로 부딪히는 소리에 즉흥곡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돼지국밥의 맛과 유명한 식당으로 따지면 부산역 뒷골목도 놓치기 아깝다. 부산 돼지국밥은 육수에 잡내가 없고 고소하면서도 가볍지 않다. 만화가 허영만은 TV 프로그램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서 돼지국밥을 맛보며 “부산 돼지국밥이 먼저냐, 밀양 돼지국밥이 먼저냐 따지지 마소. 국밥은 따땃할 때가 맛있으니까”라고 했다.

여행의 시작과 끝에 맛보는 뜨끈한 국물이 부산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돼지고기로 배가 부르면 개운한 맛이 당긴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된 부산밀면은 한국전쟁 때 북에서 온 피란민이 구호품으로 받은 밀가루를 냉면처럼 만들며 시작됐다고 한다. ‘망향의 음식’인 셈이다. 차가운 국물에 말아 먹는 물밀면, 매운 양념에 비벼 먹는 비빔밀면 가운데 고르기 어렵다.

바다의 도시에서 즐기는 육미(六味)거리
판잣집 세월의 흐름 알 수 있는 전시관도


친구와 함께 가면 하나씩 주문하고 육전을 추가해야 후회 없다. 살얼음 동동 뜬 육수부터 맛보자. 새콤한 감칠맛이 입안에 오래 감돈다. 닭을 넣어 시원한 육수, 소뼈의 깔끔한 육수 등 집마다 조리법이 다르다. 거무스름한 육수는 한약재를 넣어 깊은 맛을 냈다. 밀면을 먹어보면 부산 사람들이 왜 냉면 대신 사시사철 밀면을 찾는지 이해가 된다. 양도 많아 한 끼로 충분하다.

바다의 도시 부산, 육미의 다섯번째 맛은 어묵이다. 길거리 음식으로 가볍게 여기기엔 어묵의 진화가 놀랍다. 부산역 광장 어묵베이커리가 대표적인 예다. 오픈 키친 같은 조리 공간이 있고, 카페에서 수제 어묵 70여 종 가운데 맘에 드는 것을 빵처럼 골라 먹는다.

초량전통시장엔 영진어묵 본점이 있어, 초량육미거리 미식 탐방 중 언제든 신선한 어묵을 맛보기 좋다.

육미의 대미는 포장마차 대표 메뉴 곰장어가 장식한다. 곰장어구이는 고소하면서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원래 이름은 먹장어인데, 경상도에서는 꼼장어로 편히 부른다. 전국 먹장어는 거의 부산에서 나고 유통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껍질을 벗겨도 오랫동안 꿈틀대는 강한 생명력 때문에 보양식으로 찾는 이가 많다.

가게 입구에서 곰장어를 손질하는 모습도 볼거리다. 소금구이는 풋고추와 양파를 썰어 넣고, 양념구이는 초고추장 양념을 한다.

초량육미거리서 ‘초량이바구길’ 표지판이 자주 눈에 띈다. 부산역 앞 8차선 대로 맞은편이 이 길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원도심을 따라 산복도로를 향해 오르면 근현대 부산 이야기가 자연스레 펼쳐지는데, 이를 연결한 걷기 여행 코스가 초량이바구길이다. 초량동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으되, 자유분방하며 역동적인 동네다.

초량이바구길 초입에 부산 구 백제병원(국가등록문화재)이 있다. 부산에 처음 생긴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으로, 두 동을 합친 건물이다. 지금은 카페 ‘브라운핸즈백제’와 창비부산이 자리한다. 창비부산은 창비출판사가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5층 벽돌 건물에 아로새긴 듯, 공간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

명란 3남매

초량이바구길 표지판을 따라 걸으면 1 68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명란브랜드연구소가 얼굴을 드러낸다. 정확히 말하면 명란 3남매 캐릭터(도요, 레요, 미요)가 손을 흔든다. 부산 동구청이 직영하는 이곳은 ‘뷰 맛집’으로 소문났으며, 음료와 명란을 활용한 음식, 상품을 판매한다. 2층 통창으로 초량동과 북항, 부산항대교를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부산 최초 근대식 물류 창고인 남선창고(일명 명태고방) 이야기를 더해 명란젓의 발상지 초량동의 역사를 전한다.

망양로 산복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바다를 바라보는 길, 망양로를 제대로 알기 위해 망양로 산복도로전시관에 들르자. 하꼬방(판잣집)과 루핑집이 세월을 지나 어떻게 변했는지, 민둥산이 푸르러지는 동안 이곳 사람들의 서사를 작품으로 조명했다. 초량육미거리의 다양한 맛이 초량이바구길에서 우리네 삶의 멋으로 향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초량육미거리→창비부산→168계단→명란브랜드연구소→망양로 산복도로전시관→초량전통시장→초량동 돼지갈비골목→북항문화공원1차개방구역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초량육미거리→창비부산→168계단→명란브랜드연구소→망양로 산복도로전시관→초량전통시장→초량동 돼지갈비골목→북항문화공원1차개방구역
-둘째 날 자갈치시장→BIFF거리→부평깡통시장→보수동책방골목→부산근현대역사관→용두산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동구 문화관광 www.bsdonggu.go.kr/tour/index.donggu
-비짓부산 http://tour.busan.go.kr/index.busan
-부산관광공사 http://bto.or.kr

문의 전화
-부산관광공사 051)780-2111(평일), 051)780-2116(주말)
-부산광역시청 관광마이스국 관광진흥과 051)888-5294
-창비부산 051) 714-6866
-명란브랜드연구소 051)463-9182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수시(05:12~22:48) 운행, 약 2시간40분~3시간20분 소요. 부산역 광장서 초량육미거리까지 도보 약 5분(부산전철 1호선 부산역 7번 출구서 초량역 1번 출구 사이).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수정터널톨게이트→좌천삼거리서 부산역·부산진역 방향 오른쪽 부산도시고속도로 출구→중앙대로209번길 방면 우회전→대영로243번길로 우회전→초량육미거리

숙박 정보
-더비에스호텔: 동구 중앙대로236번길, 051)466-8400, w ww.thebshotel.com
-아몬드호텔: 동구 중앙대로196번길, 051)469-1918, www.almondhotel.co.kr
-이바구캠프: 동구 망양로525번길, 051)467-0289, www.2bagu.co.kr/in dex.bsdonggu
-아스티호텔 부산역: 동구 중앙대로214번길, 051)409-8888, https://astihotel.co.kr


식당 정보
-밀양갈비(돼지갈비): 동구 초량로, 051)466-4546
-초량불백(불백정식): 동구 초량로, 051)464-0454
-우리돼지국밥(돼지국밥): 동구 초량로, 051)468-5623
-초량밀면(물밀면): 동구 중앙대로, 051)462-1575
-경북산꼼장어(곰장어구이): 동구 초량로, 051)441-9292

주변 볼거리
부산과학체험관, 문화공감수정, 부산역풍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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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