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㊿자유를 지워버린 세뇌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9.27 09:09:43
  • 호수 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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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난 안으로 들어서서 첫 계단에 발을 올려놓았다. 솔직히 조금은 무서웠다.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러 가는 건 아닐지언정 뭔지 염탐하려는 속셈은 있지 않은가. 

호기심이 비록 죄는 아니라 하더라도, 만일 일반 주택 지역이라면 설령 문이 열렸다고 막 들어갈 수 있겠는가. 오라고 해도 아마 대개 사양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무슨 호기심 때문에 굳이 불미스럽고 또 위험스러울 수도 있는 짓을…? 

슬픈 고요

사실 나는 그 순간 허물어질 듯 낡은 그 건물이 풍겨내는 으스스한 분위기에 끌려들고 있었다. 과연 이곳엔 어떤 사람들이 사는 걸까?


인생의 종착지에 다다른 빈민들이 살 수도 있겠지만, 혹시 어떤 범죄를 저지른 자가 숨어 살고 있진 않을까? 

이윽고 나는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스레 걸어 올랐다. 일종의 탐정 의식 또는 작가 의식으로 내심 무장해 보곤 픽 웃었다.

계단 끝에 이르자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쭉 늘어선 여러 개의 방이 보였다. 누르무레한 나무 문은 다 닫혔으며 그 앞의 시멘트 바닥에 슬리퍼나 운동화 그리고 찢어진 고무신 따위가 놓여 있었다. 

의외로 조용했다.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방이 여섯 개쯤 되는 만큼 일반 주택보다 소란스러울 줄 알았는데, 이따금 어느 방에선가 여자의 비명 같은 소리가 새어나와 들릴 뿐이었다.

그것도 진짜 사람 소린지 혹은 텔레비 같은 데서 지르는 건지 명확하지 않았다. 구석쪽으로 몇 걸음 들어가서 확인해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걸 구별한들 무엇하겠는가. 살인이 난들 어떡하겠으며 알아본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오히려 쪽방 거주자들이 조용한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내가 팔푼이인지도 몰랐다. 

그들에게 무슨 신나는 일이 있어 떠들어대겠는가 말이다. 그냥 놔두고 놔두고 내려가라. 괴로워도 묵묵히 속으로 삼키거나, 절망에 지쳐 깡소주를 마시고 곯아떨어졌을 수도 있잖은가.

저 슬픈 고요를 깨지 마라. 3층까지 한번 올라가 보려던 나는 고개 숙인 채 발길을 돌렸다. 계단을 내려가던 나는 문득 야릇한 몽상에 잠겼다. 


‘음, 여긴 죄와 벌의 등장인물인 라스콜리니코프가 살아도 되겠군. 아마 3층의 맨 구석방이 적합하겠지. 햇빛이라곤 들지 않는 음습한 쪽방을 나온 그는 희미한 비웃음을 흘리며 계단을 내려간다. 흐흐흐… 마치 내가 그로 변해 내려가는 기분이로군.’ 

유리 문을 지나 어둑한 거리로 나선 그(혹은 나)는 네온사인이 현란한 태평로 쪽으로 내려가려다가 마음을 바꿔 다시 해방촌을 향해 걷는다.

그곳에서 전당포 간판을 본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전노 노파를 죽이고 금전을 탈취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싶지 않다.

물론 라스콜리니코프는 그걸 범죄라고 생각하진 않았지. 만약 지금 그가 이 대한민국에 산다면, 초인 사상을 지닌 채 일개 노파 따위를 죽이기보다 뭔가 다른 일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싶다. 

‘벌레 같은 노파를 죽이는 건 죄가 아니야. 그걸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진다면…. 그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지금 이 땅 이 길을 걷는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곰곰이 성찰해 보았으나 잘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그래, 만일 그가 이 시대에 산다면 이런 공상에 빠질 수도 있을 거야…. 정말 부끄럽고 징그러운 노릇이군. 무슨 왕조 시대도 아닌데 무려 3대째 내리 제왕보다 더한 신격화 독재를 하고 있으니. 그곳엔 세뇌 잘하는 천재와 세뇌 잘 당하는 천재들만 모여 사는 건가?

폐쇄적인 사회라서 더 부각돼 보이는 면도 있겠지만, 암튼 엽기적인 점이 많은 건 사실이야. 카드섹션이나 매스게임뿐 아니라 어린애들을 교묘하게 훈련해 마치 전자 칩을 넣은 인형처럼 정교하게 활동하게끔 한 모양을 보노라면 감탄보다는 오히려 기가 막혀 구역질이 일어날 지경이라니까. 

기나긴 독재 모자라 자식까지 왕처럼 세습
분단 후 남북 지배계층 양면의 가면 쓰다

외국인들은 보면서 즐거워하더라만 동족이라 그런지 마음이 아프더라구. 쳇, 제 잘났다고 뻐기는 남한 사람도 세뇌를 잘 당하긴 마찬가지야.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유행 따라 우루루 몰려다니는 덴 선수라니까. 그거야말로 세뇌당한 꼴이 아니고 뭐냔 얘기야.

그러니 우방이라는 미국인조차 들쥐떼 같다고 깔보는 거지. 몇몇 뛰어난 사람들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갈채받을 뿐,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이든 인민이든 여전히 각성하지 못한 채 조종당하며 서로 물고 뜯는 무지몽매한 들쥐. 그게 우리의 초상이라면 지나친 말이지만 일리가 없지도 않아. 

독일도 동서로 분단돼있었지만 그런 소린 듣지 않았거든. 히틀러에게 세뇌당했던 기억의 각성. 그들은 과오를 반성하며 늘 각성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 그게 우리와 다른 점이지. 그런데 남과 북의 수구적인 강경파들은 여전히 전쟁을 부추기면서 동족을 세뇌당한 들쥐로 만들고 있어. 전화의 공포심을 부채질해서 올바른 생각을 못하도록, 각성해서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하도록….


분단 이후 남과 북의 지도자와 지배계층은 양면의 가면을 쓴 채 거창한 오페라를 연출했다고 볼 수 있어. 그들은 겉으로는 대결 구도의 거대한 극장 간판을 내걸어 놓곤, 자기네끼리는 이른바 선택된 특별 인격인 양 은밀히 악수하면서 양쪽 국민과 인민들은 서로 증오하고 싸우도록 사악한 오페라를 보여준 거지.

흠,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수령은 마치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은 꼴인 것 같아.

장기 독재, 새마을 운동과 천리마 운동, 자기 우상화와 죽은 후의 신격화, 요정 여인들과 기쁨조 아가씨들, 목적을 위해 자행한 수많은 차도 살인 등등…. 무수한 국민과 인민들이 그들의 하수인에게 살해당하거나 감옥과 강제노동수용소 등에 갇혀 서서히 죽어 갔지.

또 있다! 그들 자신의 기나긴 독재로도 모자라 자식새끼들까지 세습 왕으로 만들었어. 물론 영애 근혜 씨는 스스로 권좌에 올랐다지만 꼭 자기 능력만으로 그리된 건 아니잖아? 

쌍둥이처럼

아마 아버지의 후광이 없었다면 어림없었겠지. 혹시 소원대로 되었다면 북조선처럼 지금 외아들이 왕좌에 앉아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야.


후훗…. 자, 어쨌든 과거는 과거사이고 이제부턴 어떻게 해야 될까? 바로 그것이 중요한 문제로다! 까짓 벌레 같은 노파 따위를 죽여 이 추악스런 세상을 어찌 좋게 바꾸겠어?

악독한 놈들이 더 마음 편하게 살고 있는 게 요즘 세태야. 왜냐하면 양심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지. 일말의 양심마저 완전히!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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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br> 짬짜미 의혹

[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
짬짜미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못이 흙탕물로 변하기까지 미꾸라지 한 마리면 충분했다. 사람들은 물을 맑게 만드는 대신 더 많은 미꾸라지를 연못에 밀어 넣었다. 이제 연못은 바닥을 볼 수 없는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긴급’이라는 두 글자의 힘은 엄청났다. 촌각을 다투는 일일수록 담당자의 재량권은 커지게 마련이다. 일단 진행하고 추후에 상황을 수습하는 게 용인이 되는 일도 많이 있다. 시간 단위로 수십㎞까지 확산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문제가 대표적이다. 확산 방지 죽여서 처리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살처분 명령)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역학조사·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가축의 소유자에게 살처분을 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우역, 우폐역, 구제역, 돼지열병,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치사율이 높고 백신으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어려우며 전파 속도가 빨라서 바이러스 숙주 자체를 죽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해서 가축전염병 매개체와 직접 접촉했거나 접촉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그 장소를 중심으로 확산하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의 가축 소유자에게도 지체없이 살처분을 명할 수 있다. 실제 지자체에 가축전염병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진단부터 살처분까지 길게 잡아도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가량 가축 살처분 일을 해온 업계 관계자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6만 마리 정도는 퇴비화 작업까지 하룻밤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살처분한 가축을 땅에 묻는 대신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자루에 동물을 잡아 넣고 탄산가스를 주입해 처리한다. 살처분한 동물로 퇴비를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살처분에 참여한 업체는 바이러스 확산 문제 때문에 1~2주는 일을 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긴급’ 이유로 입찰 없어 최저가 낙찰 안 하고 왜? 문제는 감염된 가축을 살처분하는 일을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축전염병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업체에 연락을 돌린다. 연락을 받은 업체가 견적서를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이 업체를 선정한다. 지자체에서 용역 사업을 진행할 때 거치는 공고, 입찰, 평가, 선정 등의 절차가 전부 생략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수의 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제1항 제2호에 의한 조치다. 시행령에 따르면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긴급복구가 필요한 재난 등 행정안전부령에 따른 재난 복구 등의 경우’ 수의 계약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돼있다. 더 큰 문제는 절차의 불투명성 외에도 업체를 평가하는 잣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살처분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업체 상황을 훤히 알고 있다. 기계는 몇 대가 있는지, 인력은 몇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지, 과거에 일은 어떻게 했는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져 있다. 업무 능력이 비슷하다는 전제라면 비교할 건 가격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최저가 낙찰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 다른 지역에서 AI나 ASF가 발생해 살처분했다면 그 단가에 맞춰 견적을 넣거나 공무원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풍토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손에 다 달렸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충북 음성군. 음성군청에서 다른 업체와 비교해 1마리당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곳을 선정한다거나 살처분 업무 경력이 적은 곳을 고르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잣대나 투명한 절차까지는 아니어도 업계에 통용되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규칙이 다 깨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AI 등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을 선정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음성군청 관계자의 답변과 달리 지난해 11~12월 음성에서 AI가 발생했을 당시 살처분 업체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7일 한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이 이뤄졌다. 당시 살처분을 맡은 업체는 A사다. 업계 관계자는 “A사는 당시 1마리당 가격을 3500원에 (견적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사는 담당 공무원에게 구두로 1마리당 2000원에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살처분 일을 맡은 건 A사였다. A사와 B사의 1마리당 단가 차이가 1500원에 달했지만 더 비싼 곳이 맡은 것이다. 당시 폐사한 오리 수는 5만7000여마리라고 한다. 전체 가격으로 따지면 8500여만원 차이다. 지난해 12월30일 닭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당시 일을 따낸 업체는 C사로, 1마리당 가격으로 2800원을 적어냈다. B사도 1마리당 가격을 1900원 견적으로 내 음성군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1마리당 가격이 900원 비싼 C사가 낙점됐다. 싸게 해도 안 줬다 당시 폐사한 닭 수는 4만3000여 마리로 전체로 보면 3800여만원 차이다. B사 관계자는 “심지어 C사는 원래 인력 업체다. 우리가 살처분 업무할 때 사람이 필요하면 C사에 연락해 공급받았다. 등기부등본에도 C사의 업종은 인력 공급업으로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B사는 살처분한 가축을 퇴비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은 업체다. C사와 비교해 살처분 업무 능력에 있어서 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11월7일에 AI가 발생했을 때는 업체 3곳에만 전화했고 그중 A사의 가격이 가장 낮았다”고 해명했다. 12월30일 상황을 묻자 “B사가 견적을 늦게 냈다”고 답했다. B사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해명에 반박했다. B사 관계자는 “11월7일 우리가 AI 발생 소식을 알고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해 단가를 말했다. 그런데도 1500원이나 비싼 A사에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성군청 공무원이 B사에 연락하진 않았지만 상황을 알자마자 단가를 제시했는데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2월30일 AI가 터졌을 때는 C사 관계자와 군청에 함께 있었다”며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는데 (단가가 더 비싼) C사가 일을 따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1900원보다) 더 싸게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가 입수한 당시 통화 녹음에서 음성군청 관계자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B사 직원을 응대했다. 이미 업체가 정해졌다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말에 B사 직원이 “(해당 업체의) 단가가 더 싼가 보죠?”라고 물었을 때도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통화 내용대로라면 가격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업체 선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준도 잣대도 불명확 퇴직 공무원 연결고리? B사 관계자는 “보통 의심 신고가 들어온 뒤 역학조사를 거쳐 실제 살처분에 돌입하는 건 다음 날부터다. 아무리 급해도 업체 간 가격을 비교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살처분 업체들이 퇴직 공무원을 영입하면서부터”라고 주장했다. 지자체에서 동물방역 등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퇴직한 후 관련 업체에 취업하면서 이른바 업계에 ‘전관예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충북도청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을 영입한 이후 비싼 단가에도 일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관계자도 충북도청에서 2023년까지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D씨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D씨는 와의 통화에서 “A사에 정식으로 소속돼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 일을 하고 있다”면서 “단가 같은 얘기는 다른 사람이 안다. 내가 그분께 말해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는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A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음성군청 관계자는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데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이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그런 건 없다”면서도 “견적서만 내는 것보다 (군청에) 찾아와서 일은 어떻게 하겠다, 뒤처리는 이렇게 하겠다 등 설명해주는 업체를 더 선호하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 선정 과정에 공무원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큰 만큼 일정 정도의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만? 다른 데는? B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업계가 망가져 버렸습니다. 이대로 두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껏 누구도 말하지 못했고 기사도 제대로 나지 않은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밥줄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공무원이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다는 방증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