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겁 없는 신인 이한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12 10:47:01
  • 호수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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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그랬다 “네 얼굴로 뭘 한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여성이 성형을 통해 3가지 인생을 살아가며 살인까지 벌이는 극적인 연출이 인상깊다는 평이 많다. 동명의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배우 이한별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주인공 김모미로 분한 ‘만찢녀’ 이한별은 더 못생겨질수록 극찬을 받았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주연을 꿰찬 이한별은 “무명 시절 없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오디션서 번번히 낙방하던 그는 김모미처럼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했다. “네 얼굴로 가수를 한다고?”라며 엄마의 외면을 받았던 모미처럼 실제 이한별도 쓴웃음으로 견뎌왔다.

못생긴 여자
마스크 벗다

이한별은 고현정 등 대선배들이 함께하기에 “흥행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란 눈치다. 공개 2주 차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정상에 오른 이 작품에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잇는 대작이라며 사회 비판, 블랙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와 외모지상주의, 사회 비판, 학교폭력을 비롯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매우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프랑스 매체 <GRAZIA>는 “잘 만들어진 K-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내재하며, 보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주제를 다뤘다”며 “아름다움이 요구하는 해악과 개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사회적 압력에 주목한다”고 보도했다.


이한별은 신인 배우인 자신에 관한 세계적 관심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서 “공개되기 전에 미리 완성본을 봤는데, ‘내가 (연기를)잘한 게 맞나’ ‘대중은 어떻게 볼까’ 생각했다”면서 “연기 당시엔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그런데도 아쉬운 점이 보여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한별이 연기하는 20대 후반의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연예인의 길을 접고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지만, 대중의 관심을 갈망한다. 퇴근 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BJ 마스크걸로 분해 꿈을 실현한다. 

작품 속에서 화려한 BJ의 모습과 초췌한 회사원 김모미의 이중성을 연기하는 모습도 놀랍다. 이한별은 “민낯에 광대를 부각하는 흑칠을 해가며 수정 작업을 반복했다”며 “촬영 중에는 ‘너무 못 생겨 보이면 어떡하지’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못생겨질수록 웹툰 속 김모미에 가까워졌다.

앞서 <마스크걸>은 3인1역이라는 독특한 기획이 알려지며 공개 전부터 궁금증을 유발했다. 고현정과 나나의 캐스팅 소식이 차례로 전해지며 두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또 한 명의 배우가 누구일지 관심이 쏠렸다. 원작을 접했던 팬들은 “설마 김모미 성형 전 모습이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이냐며 미스 캐스팅을 지적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마스크걸> 전 세계적 인기
제작발표회까지 숨겨왔던 ‘괴물 신인’

숨은 의도였을까? 제작진은 제작발표회 때까지 이한별의 존재를 숨겼다. 베일을 벗은 이한별을 본 팬들은 “어디서 이런 배우를 찾았냐”는 반응이었다. 포털에 프로필도 없었던 신인배우였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

공개 후 이한별은 인생 첫 캐릭터로 ‘못생긴 여자’를 맡게 됐지만 “연기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우연히 본 연극을 통해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소극장서 한 배우가 몇 시간 동안 혼자 걸어 다니며 1인극을 펼쳤는데, 눈이 반짝였고 침을 튀기며 대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열정적이었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된 그는 대학 졸업 후 고향인 경북 구미를 떠나 서울로 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단편영화 등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으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이한별은 “당시엔 작은 성취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불안감과 함께 스트레스로 몸이 안 좋아졌고, 금전적인 압박도 느낄 무렵이었는데 그때 <마스크걸> 오디션 기회가 왔다”며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최선을 다하되,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스리며 오디션에 임했다”고 말했다.

미스 캐스팅?
말 많았지만…

4개월가량 이어진 오디션 끝에 ‘김모미 A’로 낙점됐다. 김용훈 감독은 지난달 중순 제작발표회서 “이한별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연기하고 싶은 그의 커다란 열망이 김모미가 느끼는 감정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모뿐 아니라 내면도 닮아 있었다.

30대에 늦깎이로 첫 작품에 캐스팅된 이한별은 “(딱히)롤모델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같이 한 선배님들을 보며 내 안에서 좋은 기준이 세워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던 배우 안재홍(주오남 역)에 관해 “현장서 아이디어가 많고, (내가)캐릭터 표현에 있어 헤매고 있으면 옆에서 연기 합을 맞춰주고 조언도 해줬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완벽한 드라마 속에서 비호감 캐릭터 역할을 소화하면서 ‘은퇴작이냐’는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만큼 ‘미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극 중 안재홍은 김모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직장 동료 주오남 역을 맡았다. 퇴근 후 인터넷방송을 시청하던 주오남은 BJ 마스크걸을 보던 중 그의 정체가 자신의 직장 동료 김모미임을 직감하고 그를 향한 집착과 망상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주오남이 상상 속에서 김모미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최근 SNS상에 떠돌며 화제를 일으켰다. 일명 ‘오타쿠’라고 불리는 주오남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익힌 일본어로 김모미에게 “아이시떼루(사랑한다)”라고 고백한다. 심지어 대본에 없는 대사를 리허설로 만들었다는 후문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한별도 <마스크걸> 명장면으로 안재홍의 고백신을 꼽았다.

이한별은 “대본에는 (안재홍이)‘모미씨를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게 끝이었는데 ‘주오남이라면 어떻게 고백할까’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애드리브였다”며 “주오남은 어디선가 자신이 본 만화의 장면과 현실이 혼재돼있는 인물이라 ‘아이시떼루’라고 고백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배들과?
“현실감 없어”


이한별은 “(현장서)주오남이 ‘아이시떼루’ 하는 걸 봤기 때문에 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됐다. 정말 찐으로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상대역인 안재홍에 대해 이한별은 “감사한 게 너무 많다. 리딩 때부터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기다려주시면서 해주신 부분도 많다. 대사도 먼저 맞춰주셨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김모미 역을 맡았던 고현정, 나나에 대해선 “고현정 선배님과 같은 작품을 넘어,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 현실감이 없었다”면서도 “촬영이 가까워지면서 같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누가 되지 않게 잘해서 시너지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같은 인물을 연기했기에 세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출 순 없었지만 제작발표회나 홍보 일정 속에서 고현정과 나나는 이한별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김모미 캐릭터에 관해선 “대본을 보며 모미에게 뭔가 애틋함,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어떤 이유로 그 꿈을 펼치지 못한 인물이고, 그럼에도 그 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에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를 꿈꿨던 자신과 가수를 꿈꿨던 김모미의 열정이 동일시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투영된 것이다. 이한별은 극 중 김모미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지만, 몰입도를 위해 많은 이의 노력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이한별이 웹툰의 김모미처럼 보일 수 있게 수차례 분장을 고쳤다. 현장 스태프들은 이한별의 광대 부분을 부각하는 메이크업을 통해 초췌한 모습을 만들어갔다. 

외모지상주의 아닌 
인간 양면성 보여줘

“내가 점점 못나질수록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반응을 보니 나까지 동화돼서 신났다”는 이한별은 작품을 위해 운동은 물론, 춤까지 배우며 칼을 갈았다. 주 5회 운동과 춤, 연기 연습에 몰입하며 치열했던 노력을 떠올렸다.

그는 “사실 알바를 병행하기가 힘들다고 생각돼 그만두고 ‘일단 한 번 해보자’ 하고 오디션에 매진했다”며 “특히, BJ 마스크걸이 추는 춤을 소화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주제곡처럼 나오는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을 완벽히 소화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습은 촬영 준비 과정서도, 촬영 중에도 계속해서 했다. ‘리듬 속의 그 춤을’과 손담비씨의 ‘토요일밤에’는 계속 듣고 다녔다”며 “어릴 때는 무용을, 커서는 발레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걸>로 데뷔해 스타덤에 오른 이한별의 다음 행보도 궁금해진다. 이한별은 “<마스크걸>이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 작품이어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저 또한 기대가 된다.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감독은 “인간의 양면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서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이 <마스크걸>의 진짜 이야기 아닌가 싶다”며 “(김모미가)‘가면을 쓴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 이런 양면성, 이중성을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중 시점으로 다룬 것”이라고 밝혔다.

외모로 받는 차별적인 사회 시선 때문에 김모미가 변해가고,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마스크걸>은 이 과정을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김모미로 변신해 보여준다. 

다음 행보
모두 주목

김 감독은 김모미가 삶을 통해 맞이하는 변화들이 단순히 외모지상주의 때문이라고 보지 않았다. <마스크걸>은 자식을 잃은 사람이 타인의 자식을 해하는 부조리함과 외모로 차별받은 사람이 타인의 외모적 약점으로 성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 감독은 “외모지상주의보다 조금 더 들어간 그 안에는 인간의 양면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라마 보고 원작 찾는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마스크걸>과 <무빙>이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원작을 다시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로 처음 접한 팬들이 원작을 찾는 ‘흥행 선순환’은 여러 작품서 엿볼 수 있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넷플릭스 드라마로 방영되기 한 달 전인 지난 7월 9~18일에 비해 방영 이후인 지난달 19~28일 국내 조회수가 121배, 거래액은 166배 늘었다.

일본서 <마스크걸> 웹툰을 서비스하는 ‘라인망가’서도 방영 한 달 전에 비해 방영 이후 10일간 합산거래액이 112배 늘었다.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흥행 중인 <무빙>은 방영 전에 비해 방영 이후인 지난달 9~29일 일평균 매출이 카카오페이지서 12배, 카카오웹툰서 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회수는 카카오페이지 22배, 카카오웹툰 9배 증가했다.

강풀 작가가 2015년 완결한 작품임을 고려하면, 드라마에서 얻은 인기가 웹툰으로 되돌아왔다고 해석된다.

최근 넷플릭스서 시즌2를 공개한 <D.P 개의날>은 방영 한 달 전 10일간에 비해 방영 직후 10일간 조회수가 78배, 거래액이 60배 늘었다. 

웹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기존 웹툰 플랫폼을 이용하던 독자들과 다른 ‘신규 유입층’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웹툰 드라마화로 흥행을 맛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 등 주 플랫폼들은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의 영상화 작업에 나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원작의 스토리와 특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직접 영상콘텐츠를 기획·제작하기도 한다.

지난해 선보인 드라마 <사내맞선>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IP로 영상을 만들면 원작으로 확보된 팬덤이 영상의 인기를 보장하고, 또 영상을 본 뒤 다시 웹툰으로 유입되는 시너지를 낸다”며 “웹툰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팬덤이 형성되고,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흥행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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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