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시간’ 스마트워치 무용론

칼에 찔리고 있는데 시계 버튼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부분의 사람은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경찰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이며 ‘민중의 지팡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 믿음이 깨졌을 때 발생한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피해자가 짊어져야 한다. 

오는 14일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1주기를 맞는 날이다. 지난해 9월14일 서울교통공사 여직원이 자신의 근무지인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서 동료 직원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가해자 전주환은 피해자에 대한 불법 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선고를 앞둔 상태였다.

최후의 보루

신당역 사건은 스토킹 범죄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스토킹으로 시작해 살인까지 이어지는 범죄가 신당역 사건 이후에도 끊이지 않으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피해자의 신변을 현행보다 더 강력한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변화는 더뎠다. 

지난 6월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서 통과됐다. 신당역 사건 이후 9개월 만이다. 당초 스토킹 범죄에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적용돼있었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규정이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판결 전이라도 스토킹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긴급응급조치 보호대상을 스토킹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동거인 또는 가족까지 넓혀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했다.

스토킹 범죄로 살해당한 피해자의 피로 얼룩진 법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실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사건이 일어난 후에 개정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건이 법안의 허점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식이다. 특히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이 제공하는 ‘스마트워치’에 관한 말이 끊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신변보호의 마지막 수단으로 여기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워치는 각종 범죄 피해자와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2015년 10월 경찰이 도입했다. 보복 범죄를 당할 우려가 있는 피해자나 신고자가 경찰서를 찾아가 신청하면 신변보호심사위원회를 거쳐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피해자나 신고자가 위급 상황에 시계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112 상황실과 신변보호 전담 경찰관 등에게 위치 정보가 자동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2015년 도입 이후
실효성 논란 계속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스마트워치로 위치정보를 전송한 뒤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반납 이후다. 지난 7월 인천서 일어난 스토킹 살인사건은 스마트워치의 실효성 논란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당시 피해자 이은총씨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전 남친이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했다. 

은총씨는 사망 전 A씨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다. 법원은 지난 6월 A씨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렸고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은총씨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던 한 달간 A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은총씨가 경찰의 요구로 스마트워치를 반납하고 이후 사흘 만에 A씨는 칼을 들고 모습을 보였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6월9일 이후 피해자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7월13일 피해자의 아파트에 나타났다. 은총씨가 경찰에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날짜가 7월13일, 그로부터 나흘 뒤인 7월17일 은총씨는 살해됐다.

은총씨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직후 A씨의 범행이 다시 시작됐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은총씨의 유가족은 경찰이 한 달 동안 A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마트워치 반납을 요구한 점을 납득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스마트워치는 지급된 날로부터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보복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용기간을 6개월 이내 범위서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은총씨의 한 지인도 스마트워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인은 “칼에 찔리고 있는 상황서 신고 버튼을 누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라고 반문했다.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지만 가해자가 마음먹고 공격하려 들면 스마트워치는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발간한 <2022 회계연도 결산 예비심사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 피해자 신변보호 강화를 위한 예산은 29억5000만원이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업은 20억원 규모의 스마트워치 구입 등이었다.

신변보호 마지막 수단?
중요한 순간 효과 미비

스마트워치를 확보·유지·관리하는 ‘위치확인 장치 구입 및 유지 사업’과 스마트워치를 112 관제시스템에 연계해 운영·관리하는 사업으로 구성됐다. 

경찰은 스마트위치 6300대를 신규 도입하기 위해 예산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신규 도입 계약이 체결된 시기는 지난해 10월, 각 경찰청에 배포가 완료된 시점은 지난해 12월로 파악됐다. 

국회 전문수석위원은 “연말에서야 신규 장치를 확보해 그 실질적인 활용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구형 스마트워치의 정확도, 배터리 지속 시간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성능 향상을 위해 사업 추진 방식을 재검토하는 과정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성능을 계속해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에는 차세대 스마트워치 개발에 착수했다. 예산 117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으로 2026년 개발을 마치고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나눠준다는 계획이다. 버튼 눌러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는 기능이 위험에 처했거나 긴박한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신고가 이뤄지도록 개선된다. 

물리적 충격이 가해지거나 심박수 등 신체 긴장도 수치가 급격히 증가할 때 또 통상적 생활지역을 빠르게 이탈했을 때 등 3개 지표를 설정해 2개 이상서 비정상 신호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신고되는 방식이다. 8~10시간마다 충전해야 하는 부분도 최대 4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그 사이엔?

문제는 시간이다. 신당역 사건 이후 1년이 흘렀지만 그 사이에도 스토킹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은 여전히 요원하다. 더 이상 누군가의 피가 법의 허점을 찾아내고 뒤늦게 구멍을 메우는 방식으론 사건을 막을 수 없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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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