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시간’ 스마트워치 무용론

칼에 찔리고 있는데 시계 버튼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부분의 사람은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경찰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이며 ‘민중의 지팡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 믿음이 깨졌을 때 발생한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피해자가 짊어져야 한다. 

오는 14일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1주기를 맞는 날이다. 지난해 9월14일 서울교통공사 여직원이 자신의 근무지인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서 동료 직원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가해자 전주환은 피해자에 대한 불법 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선고를 앞둔 상태였다.

최후의 보루

신당역 사건은 스토킹 범죄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스토킹으로 시작해 살인까지 이어지는 범죄가 신당역 사건 이후에도 끊이지 않으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피해자의 신변을 현행보다 더 강력한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변화는 더뎠다. 

지난 6월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서 통과됐다. 신당역 사건 이후 9개월 만이다. 당초 스토킹 범죄에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적용돼있었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규정이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판결 전이라도 스토킹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긴급응급조치 보호대상을 스토킹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동거인 또는 가족까지 넓혀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했다.


스토킹 범죄로 살해당한 피해자의 피로 얼룩진 법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실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사건이 일어난 후에 개정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건이 법안의 허점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식이다. 특히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이 제공하는 ‘스마트워치’에 관한 말이 끊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신변보호의 마지막 수단으로 여기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워치는 각종 범죄 피해자와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2015년 10월 경찰이 도입했다. 보복 범죄를 당할 우려가 있는 피해자나 신고자가 경찰서를 찾아가 신청하면 신변보호심사위원회를 거쳐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피해자나 신고자가 위급 상황에 시계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112 상황실과 신변보호 전담 경찰관 등에게 위치 정보가 자동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2015년 도입 이후
실효성 논란 계속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스마트워치로 위치정보를 전송한 뒤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반납 이후다. 지난 7월 인천서 일어난 스토킹 살인사건은 스마트워치의 실효성 논란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당시 피해자 이은총씨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전 남친이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했다. 

은총씨는 사망 전 A씨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다. 법원은 지난 6월 A씨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렸고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은총씨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던 한 달간 A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은총씨가 경찰의 요구로 스마트워치를 반납하고 이후 사흘 만에 A씨는 칼을 들고 모습을 보였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6월9일 이후 피해자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7월13일 피해자의 아파트에 나타났다. 은총씨가 경찰에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날짜가 7월13일, 그로부터 나흘 뒤인 7월17일 은총씨는 살해됐다.

은총씨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직후 A씨의 범행이 다시 시작됐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은총씨의 유가족은 경찰이 한 달 동안 A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마트워치 반납을 요구한 점을 납득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스마트워치는 지급된 날로부터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보복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용기간을 6개월 이내 범위서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은총씨의 한 지인도 스마트워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인은 “칼에 찔리고 있는 상황서 신고 버튼을 누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라고 반문했다.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지만 가해자가 마음먹고 공격하려 들면 스마트워치는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발간한 <2022 회계연도 결산 예비심사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 피해자 신변보호 강화를 위한 예산은 29억5000만원이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업은 20억원 규모의 스마트워치 구입 등이었다.

신변보호 마지막 수단?
중요한 순간 효과 미비

스마트워치를 확보·유지·관리하는 ‘위치확인 장치 구입 및 유지 사업’과 스마트워치를 112 관제시스템에 연계해 운영·관리하는 사업으로 구성됐다. 

경찰은 스마트위치 6300대를 신규 도입하기 위해 예산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신규 도입 계약이 체결된 시기는 지난해 10월, 각 경찰청에 배포가 완료된 시점은 지난해 12월로 파악됐다. 

국회 전문수석위원은 “연말에서야 신규 장치를 확보해 그 실질적인 활용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구형 스마트워치의 정확도, 배터리 지속 시간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성능 향상을 위해 사업 추진 방식을 재검토하는 과정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성능을 계속해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에는 차세대 스마트워치 개발에 착수했다. 예산 117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으로 2026년 개발을 마치고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나눠준다는 계획이다. 버튼 눌러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는 기능이 위험에 처했거나 긴박한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신고가 이뤄지도록 개선된다. 

물리적 충격이 가해지거나 심박수 등 신체 긴장도 수치가 급격히 증가할 때 또 통상적 생활지역을 빠르게 이탈했을 때 등 3개 지표를 설정해 2개 이상서 비정상 신호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신고되는 방식이다. 8~10시간마다 충전해야 하는 부분도 최대 4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그 사이엔?


문제는 시간이다. 신당역 사건 이후 1년이 흘렀지만 그 사이에도 스토킹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은 여전히 요원하다. 더 이상 누군가의 피가 법의 허점을 찾아내고 뒤늦게 구멍을 메우는 방식으론 사건을 막을 수 없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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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