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넥스지 VS 어울림’ 끝나지 않은 저작권 전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28 14:24:31
  • 호수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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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10년 진흙탕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솔넥스지(현 넥스지)와 어울림정보기술(어울림)의 ‘저작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최근 어울림 측에 유리한 근거가 제시되면서다. 최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어울림 측의 시큐웍스V4.0 저작권 등록 과정서 필수 자료가 누락된 사실을 인정했다. 양사는 방화벽 운영체제인 시큐웍스V4.0의 소유권을 놓고 10년째 공방 중이다.

통상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을 등록할 때는 저작권법에 따라 소스코드와 실행파일이 필수로 첨부돼야 한다. 소스코드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설계도를 의미한다. 시큐웍스V4.0이 최초 등록된 건 2011년 9월.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저작권위원회(이하 저작위)는 홍보 브로셔만 검토하고 저작권을 내줬다. 넥스지가 매수한 저작권은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껍데기 
사갔다?

넥스지는 2001년 설립된 국내 VPN(가상사설망) 시장 1위 업체다. 2013년 9월 한솔그룹의 정보시스템업체인 ‘한솔인티큐브’ 등에 인수됐다. 합병을 통해 한솔넥스지가 출범했다. 그해 11월 어울림서 퇴사한 개발자 20여명은 다넷정보기술이라는 업체를 설립했다. 2013년 10월 한솔넥스지는 다넷정보기술을 인수했다.

한솔넥스지는 당시 어울림 소유의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경매로 매수해 “차세대방화벽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선포했다.

어울림이 개발한 시큐웍스V4.0 시리즈는 관공서 등에 납품한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으로 등급과 용도에 따라 R2·R3·R4로 나뉘어 있다. 


2013년 말 한솔넥스지는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이 시큐웍스V4.0 R2·R3·R4를 포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큐어웍스V4.0을 사용 중인 고객사 800여곳 중 500여곳에 관한 유지보수로 연간 60억원을 벌었다. 고객사들은 어울림이 기존에 납품한 거래처였다.

1997년 설립된 어울림정보기술은 어울림그룹 산하 기업이다. 주로 방화벽, VPN 등을 개발한 정보보안 기업이다.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 등을 생산한 어울림모터스의 모회사기도 하다.

넥스지와 어울림의 분쟁은 박동혁 어울림 대표가 2013년 공금횡령 등으로 구속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어울림 측은 “한솔넥스지가 ‘핵심 인력’과 ‘기술’을 빼돌려 불법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끝까지 싸웠다.

‘시큐웍스V4.0’ 등록 과정 필수자료 누락
홍보자료만 받고?…위원회 “말도 안 돼”

어울림의 분열 기미가 포착된 건 2012년 3월 주주총회부터다. 앞서 직원 200여명은 회사 지분 20%가량을 확보했다. 이후 주총에 나타나 이사 선임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들은 집단 퇴사하면서 퇴직금 지급소송을 냈다. 어울림의 통장 계좌, 시큐웍스V4.0 저작권에 관한 압류 신청을 이어갔다. 박 대표가 발목을 잡힌 시기였다. 그는 퇴직금 지급을 위해 압류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대표는 시큐웍스V4.0의 저작권 유무를 압류되기 전까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어울림 내에 시큐웍스V4.0이라는 단일 제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시큐웍스V4.0 R2·R3·R4 등의 시리즈를 통칭하기 위해 시큐웍스V4.0이라는 단어를 썼을 뿐이다. 


저작위에 확인한 결과, 시큐웍스V4.0은 2011년 9월에 등록됐다. 법인 공인인증서를 통해 누군가 저작권을 등록했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법인 공인인증서 관리를 맡았던 총무팀 직원 김모씨로부터 정황을 듣게 된다. 김씨는 “2011년 9월8일 최모 부장이 찾아와 ‘급히 처리할 것이 있으니 컴퓨터를 쓰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자리를 내줬다”고 진술했다. 이날은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이 최초 등록된 날이다.

2차 감정
90% 동일

최 부장이 어울림 법인 공인인증서를 사용해 저작권을 등록한 것이다. 당시 최 부장은 한솔넥스지로 이직했다가 현재는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시큐웍스V4.0 R2·R3·R4의 저작권을 2005년에 등록했다. 2011년 9월 등록된 시큐웍스V4.0과 다른 저작권이다. 당시 최 부장은 시큐웍스V4.0을 등록할 때 홍보 브로셔 이미지만 등록했다. 기술적 근거자료 없이 단순 설명서로만 저작권을 받은 셈이다.

박 대표는 “어떻게 홍보 브로셔만 받고 저작권을 내주냐”며 저작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저작위는 사실을 인정하며 경정을 요청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저작위 공문에 따르면 “(시큐웍스V4.0)등록 신청 당시 등록명세서 기재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소스파일을 제출하지 않고 브로셔를 제출했으므로 저작권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에 따라 이를 경정해 제출할 것을 요청한다”고 적혀 있다.

박 대표는 어울림서 납품한 시큐웍스V4.0 R2·R3·R4와 무관한 소스코드를 저작위에 넘겼다. 최근 법원이 저작위에 요청한 2차 감정서도 시큐웍스V4.0 R2·R3·R4와 시큐웍스V4.0의 저작권 등록 내용은 다르게 나타났다.

다만,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은 압류된 상태라 회수할 수 없었다. 경정이 완료되자, 2013년 말 한솔넥스지는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을 매수한다.

한솔넥스지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소스코드가 없다고 해서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2014년 한솔이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정당하게 인수했고, 이를 인정해준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고 일축했다.

어울림 출신
모두 나갔다

박 대표는 “어울림이 2005년 저작권을 취득한 시큐웍스V4.0 R2·R3·R4를 한솔넥스지가 무단 판매했다”며 “자신들이 경락받은 시큐웍스V4.0 저작권과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저작위는 허술한 저작권 등록 과정에 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저작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프로그램 저작권을 신청할 때 소스코드나 실행파일을 등록하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며 “10년도 지난 일이지만, 말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쟁점은 시큐웍스V4.0과 시큐웍스V4.0 R2·R3·R4의 관련성이다. 시큐웍스V4.0 R2·R3·R4 저작권은 현재까지 어울림의 소유다.

반면, 한솔넥스지 측은 “시큐웍스V4.0이 시큐웍스V4.0 R2·R3·R4 등을 총칭하는 제품명”이라고 주장했다.

어울림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첫 번째 근거는 저작권에 등록된 파일의 용량이다. 먼저, 어울림의 시큐웍스V4.0 R2·R3·R4는 저작권 등록 당시 각각 실행파일과 소스파일이 첨부됐다. 한솔넥스지의 주장대로라면 시큐웍스V4.0의 저작권 내용물이 시큐웍스V4.0 R2·R3·R4을 포함한 파일의 크기여야 한다.

저작권 프로그램 등록부를 살펴보면 시큐웍스V4.0 R2·R3·R4의 용량은 2982만1579바이트다. 이에 비해 시큐웍스V4.0의 소스파일 용량은 1102만6988바이트다. 결론은 두 저작권의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500억 이상 손해배상액?
“승소했는데 뭐가 문제냐”


특히, 시큐웍스V4.0의 프로그램 등록 설명에는 “고성능 Multi-Core CPU를 사용한 경계선 방어형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으로 Firewall, VPN, IPS, QoS, Anti-Virus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고 적혀 있다.

시큐웍스V4.0 R2·R3·R4의 경우 ‘전용 서버 하드웨어에 설치되어 내부 네트워크 자원에 대한 보안과 사용자들의 접근제어를 수행하고 암호화된 가상의 사설망을 제공하는 시스템 프로그램’이다.

다시 말해 한솔넥스지는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인수해놓고 이와 무관한 시큐웍스V4.0 R2·R3·R4를 무단으로 판매한 것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서 저작위에 의뢰한 2차 감정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솔넥스지가 판매한 제품이 어울림 소유의 시큐웍스V4.0 R2·R3·R4 소스코드와 90% 일치한 것으로 나왔다.

2015년 어울림은 한솔넥스지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오히려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한솔넥스지는 “프로그램 업데이트 권한과 유지보수 권한 등 시큐웍스V4.0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저작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인수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제품 판매 및 유지보수 활동을 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박 대표는 “(한솔은)어울림 출신 퇴직자들이 설립한 회사를 인수하고, 시큐웍스V4.0 R2·R3·R4와 별개인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인수해 우리 제품을 판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솔넥스지는 2017년 한솔그룹과 분리되면서 넥스지로 사명을 바꿨다. 현재 어울림은 넥스지를 상대로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어울림 측 변호사에 따르면 약 5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액이 나올 전망이다. 한솔넥스지는 어울림이 납품한 시큐웍스V4.0 R2·R3·R4의 유지보수로만 500억원 이상을 벌었다.

공방전
재점화

시큐웍스V4.0을 매수한 2014년 기준, 유지보수비로 발생한 연평균 매출은 약 60억원이다. 하드웨어까지 포함한 매출은 150억원 이상이다.

넥스지 측은 “어울림 출신 직원은 모두 퇴사했다”며 “한솔넥스지가 승소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박 대표의 입장을 반박할 어울림 출신 직원들은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술 복제 코오롱베니트

소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한 대기업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 IT서비스 전문업체인 ㈜코오롱베니트(대표 강이구)는 개인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베꼈다가 지난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형사4단독 이용제 판사는 저작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베니트 법인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지난해 2월10일 밝혔다. 

코오롱베니트 측 책임자 이모씨와 프로그램 복제 등을 수행한 외부 업체 책임자 김모씨에게도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다만 초범이라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코오롱베니트 측은 항소할 뜻을 밝혔다.

앞서 2017년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고모(전 솔컴 인포컴스 대표)씨가 개발한 TP모니터 계열의 미들웨어 프로그램을 코오롱베니트가 복제해 ‘수출용 증권시장 감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미들웨어(Middleware)는 컴퓨터 제작 회사가 사용자의 특정한 요구대로 만들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운영체제와 응용 소프트웨어의 중간서 조정과 중개의 역할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다. 

코오롱베니트는 해당 프로그램을 한국거래소(KRX)에 납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담당한 이씨와 관련 용역에 참여한 김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KRX는 이 시스템을 우즈베키스탄·베트남 등에 수백억원대에 판매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서울신문> 보도 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수십년간 보류돼왔다.

지난해 10월 민사소송서 법원이 코오롱베니트의 기술 침해를 인정해 배상금 2000만원 지급을 명령하면서 속개됐다.

고모씨는 2016년 11월 “코오롱베니트가 2년 전부터 ‘심포니 넷트’ 베이스 라이브러리(소스 프로그램)를 몰래 사용하고 개발자를 비밀리에 고용해 역공학(복제)하는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고씨의 미들웨어 프로그램은 은행의 뱅킹 업무 및 철도 승차권 예약과 같이 동시 사용자가 폭주할 경우 업무 처리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감시·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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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