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넥스지 VS 어울림’ 끝나지 않은 저작권 전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28 14:24:31
  • 호수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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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10년 진흙탕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솔넥스지(현 넥스지)와 어울림정보기술(어울림)의 ‘저작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최근 어울림 측에 유리한 근거가 제시되면서다. 최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어울림 측의 시큐웍스V4.0 저작권 등록 과정서 필수 자료가 누락된 사실을 인정했다. 양사는 방화벽 운영체제인 시큐웍스V4.0의 소유권을 놓고 10년째 공방 중이다.

통상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을 등록할 때는 저작권법에 따라 소스코드와 실행파일이 필수로 첨부돼야 한다. 소스코드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설계도를 의미한다. 시큐웍스V4.0이 최초 등록된 건 2011년 9월.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저작권위원회(이하 저작위)는 홍보 브로셔만 검토하고 저작권을 내줬다. 넥스지가 매수한 저작권은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껍데기 
사갔다?

넥스지는 2001년 설립된 국내 VPN(가상사설망) 시장 1위 업체다. 2013년 9월 한솔그룹의 정보시스템업체인 ‘한솔인티큐브’ 등에 인수됐다. 합병을 통해 한솔넥스지가 출범했다. 그해 11월 어울림서 퇴사한 개발자 20여명은 다넷정보기술이라는 업체를 설립했다. 2013년 10월 한솔넥스지는 다넷정보기술을 인수했다.

한솔넥스지는 당시 어울림 소유의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경매로 매수해 “차세대방화벽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선포했다.

어울림이 개발한 시큐웍스V4.0 시리즈는 관공서 등에 납품한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으로 등급과 용도에 따라 R2·R3·R4로 나뉘어 있다. 


2013년 말 한솔넥스지는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이 시큐웍스V4.0 R2·R3·R4를 포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큐어웍스V4.0을 사용 중인 고객사 800여곳 중 500여곳에 관한 유지보수로 연간 60억원을 벌었다. 고객사들은 어울림이 기존에 납품한 거래처였다.

1997년 설립된 어울림정보기술은 어울림그룹 산하 기업이다. 주로 방화벽, VPN 등을 개발한 정보보안 기업이다.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 등을 생산한 어울림모터스의 모회사기도 하다.

넥스지와 어울림의 분쟁은 박동혁 어울림 대표가 2013년 공금횡령 등으로 구속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어울림 측은 “한솔넥스지가 ‘핵심 인력’과 ‘기술’을 빼돌려 불법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끝까지 싸웠다.

‘시큐웍스V4.0’ 등록 과정 필수자료 누락
홍보자료만 받고?…위원회 “말도 안 돼”

어울림의 분열 기미가 포착된 건 2012년 3월 주주총회부터다. 앞서 직원 200여명은 회사 지분 20%가량을 확보했다. 이후 주총에 나타나 이사 선임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들은 집단 퇴사하면서 퇴직금 지급소송을 냈다. 어울림의 통장 계좌, 시큐웍스V4.0 저작권에 관한 압류 신청을 이어갔다. 박 대표가 발목을 잡힌 시기였다. 그는 퇴직금 지급을 위해 압류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대표는 시큐웍스V4.0의 저작권 유무를 압류되기 전까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어울림 내에 시큐웍스V4.0이라는 단일 제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시큐웍스V4.0 R2·R3·R4 등의 시리즈를 통칭하기 위해 시큐웍스V4.0이라는 단어를 썼을 뿐이다. 


저작위에 확인한 결과, 시큐웍스V4.0은 2011년 9월에 등록됐다. 법인 공인인증서를 통해 누군가 저작권을 등록했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법인 공인인증서 관리를 맡았던 총무팀 직원 김모씨로부터 정황을 듣게 된다. 김씨는 “2011년 9월8일 최모 부장이 찾아와 ‘급히 처리할 것이 있으니 컴퓨터를 쓰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자리를 내줬다”고 진술했다. 이날은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이 최초 등록된 날이다.

2차 감정
90% 동일

최 부장이 어울림 법인 공인인증서를 사용해 저작권을 등록한 것이다. 당시 최 부장은 한솔넥스지로 이직했다가 현재는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시큐웍스V4.0 R2·R3·R4의 저작권을 2005년에 등록했다. 2011년 9월 등록된 시큐웍스V4.0과 다른 저작권이다. 당시 최 부장은 시큐웍스V4.0을 등록할 때 홍보 브로셔 이미지만 등록했다. 기술적 근거자료 없이 단순 설명서로만 저작권을 받은 셈이다.

박 대표는 “어떻게 홍보 브로셔만 받고 저작권을 내주냐”며 저작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저작위는 사실을 인정하며 경정을 요청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저작위 공문에 따르면 “(시큐웍스V4.0)등록 신청 당시 등록명세서 기재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소스파일을 제출하지 않고 브로셔를 제출했으므로 저작권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에 따라 이를 경정해 제출할 것을 요청한다”고 적혀 있다.

박 대표는 어울림서 납품한 시큐웍스V4.0 R2·R3·R4와 무관한 소스코드를 저작위에 넘겼다. 최근 법원이 저작위에 요청한 2차 감정서도 시큐웍스V4.0 R2·R3·R4와 시큐웍스V4.0의 저작권 등록 내용은 다르게 나타났다.

다만,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은 압류된 상태라 회수할 수 없었다. 경정이 완료되자, 2013년 말 한솔넥스지는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을 매수한다.

한솔넥스지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소스코드가 없다고 해서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2014년 한솔이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정당하게 인수했고, 이를 인정해준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고 일축했다.

어울림 출신
모두 나갔다

박 대표는 “어울림이 2005년 저작권을 취득한 시큐웍스V4.0 R2·R3·R4를 한솔넥스지가 무단 판매했다”며 “자신들이 경락받은 시큐웍스V4.0 저작권과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저작위는 허술한 저작권 등록 과정에 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저작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프로그램 저작권을 신청할 때 소스코드나 실행파일을 등록하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며 “10년도 지난 일이지만, 말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쟁점은 시큐웍스V4.0과 시큐웍스V4.0 R2·R3·R4의 관련성이다. 시큐웍스V4.0 R2·R3·R4 저작권은 현재까지 어울림의 소유다.

반면, 한솔넥스지 측은 “시큐웍스V4.0이 시큐웍스V4.0 R2·R3·R4 등을 총칭하는 제품명”이라고 주장했다.

어울림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첫 번째 근거는 저작권에 등록된 파일의 용량이다. 먼저, 어울림의 시큐웍스V4.0 R2·R3·R4는 저작권 등록 당시 각각 실행파일과 소스파일이 첨부됐다. 한솔넥스지의 주장대로라면 시큐웍스V4.0의 저작권 내용물이 시큐웍스V4.0 R2·R3·R4을 포함한 파일의 크기여야 한다.

저작권 프로그램 등록부를 살펴보면 시큐웍스V4.0 R2·R3·R4의 용량은 2982만1579바이트다. 이에 비해 시큐웍스V4.0의 소스파일 용량은 1102만6988바이트다. 결론은 두 저작권의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500억 이상 손해배상액?
“승소했는데 뭐가 문제냐”


특히, 시큐웍스V4.0의 프로그램 등록 설명에는 “고성능 Multi-Core CPU를 사용한 경계선 방어형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으로 Firewall, VPN, IPS, QoS, Anti-Virus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고 적혀 있다.

시큐웍스V4.0 R2·R3·R4의 경우 ‘전용 서버 하드웨어에 설치되어 내부 네트워크 자원에 대한 보안과 사용자들의 접근제어를 수행하고 암호화된 가상의 사설망을 제공하는 시스템 프로그램’이다.

다시 말해 한솔넥스지는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인수해놓고 이와 무관한 시큐웍스V4.0 R2·R3·R4를 무단으로 판매한 것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서 저작위에 의뢰한 2차 감정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솔넥스지가 판매한 제품이 어울림 소유의 시큐웍스V4.0 R2·R3·R4 소스코드와 90% 일치한 것으로 나왔다.

2015년 어울림은 한솔넥스지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오히려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한솔넥스지는 “프로그램 업데이트 권한과 유지보수 권한 등 시큐웍스V4.0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저작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인수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제품 판매 및 유지보수 활동을 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박 대표는 “(한솔은)어울림 출신 퇴직자들이 설립한 회사를 인수하고, 시큐웍스V4.0 R2·R3·R4와 별개인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인수해 우리 제품을 판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솔넥스지는 2017년 한솔그룹과 분리되면서 넥스지로 사명을 바꿨다. 현재 어울림은 넥스지를 상대로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어울림 측 변호사에 따르면 약 5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액이 나올 전망이다. 한솔넥스지는 어울림이 납품한 시큐웍스V4.0 R2·R3·R4의 유지보수로만 500억원 이상을 벌었다.

공방전
재점화

시큐웍스V4.0을 매수한 2014년 기준, 유지보수비로 발생한 연평균 매출은 약 60억원이다. 하드웨어까지 포함한 매출은 150억원 이상이다.

넥스지 측은 “어울림 출신 직원은 모두 퇴사했다”며 “한솔넥스지가 승소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박 대표의 입장을 반박할 어울림 출신 직원들은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술 복제 코오롱베니트

소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한 대기업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 IT서비스 전문업체인 ㈜코오롱베니트(대표 강이구)는 개인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베꼈다가 지난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형사4단독 이용제 판사는 저작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베니트 법인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지난해 2월10일 밝혔다. 

코오롱베니트 측 책임자 이모씨와 프로그램 복제 등을 수행한 외부 업체 책임자 김모씨에게도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다만 초범이라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코오롱베니트 측은 항소할 뜻을 밝혔다.

앞서 2017년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고모(전 솔컴 인포컴스 대표)씨가 개발한 TP모니터 계열의 미들웨어 프로그램을 코오롱베니트가 복제해 ‘수출용 증권시장 감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미들웨어(Middleware)는 컴퓨터 제작 회사가 사용자의 특정한 요구대로 만들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운영체제와 응용 소프트웨어의 중간서 조정과 중개의 역할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다. 

코오롱베니트는 해당 프로그램을 한국거래소(KRX)에 납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담당한 이씨와 관련 용역에 참여한 김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KRX는 이 시스템을 우즈베키스탄·베트남 등에 수백억원대에 판매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서울신문> 보도 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수십년간 보류돼왔다.

지난해 10월 민사소송서 법원이 코오롱베니트의 기술 침해를 인정해 배상금 2000만원 지급을 명령하면서 속개됐다.

고모씨는 2016년 11월 “코오롱베니트가 2년 전부터 ‘심포니 넷트’ 베이스 라이브러리(소스 프로그램)를 몰래 사용하고 개발자를 비밀리에 고용해 역공학(복제)하는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고씨의 미들웨어 프로그램은 은행의 뱅킹 업무 및 철도 승차권 예약과 같이 동시 사용자가 폭주할 경우 업무 처리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감시·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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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