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㊻다른 사회 같은 상황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8.23 00:00:00
  • 호수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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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어차피 피장파장 동희동락이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 욕하지 않는 것이다. 가끔씩은 서로 교류한다는 명목으로 남남북녀를 바꾸어 맛보기도 하리라.

남북한의 보통 국민과 인민들끼리는 서로 싸움을 붙여 놓은 채 고위 권력층 인사들은 희희낙락 마치 초인들처럼 고급스레 소통하는 것이다.

첨부 파일 속의 수기 전체를 다 읽어 본 결과 중국과 북한에서 탈북 여인들이 겪는 고난은 사실인 성싶었다.

중국 남자에게 속아 인신매매 당한 여성들과 북한 땅으로 다시 붙잡혀 간 여인들의 비참한 절규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 도저히 부정하기가 어려웠다.

지옥경


모든 과장과 공상적 왜곡을 제외하더라도 가슴을 찌르는 한 줌 비극은 남았다. 그걸 모른 척 눈감는다는 건 스스로 청맹과니가 되는 짓이리라.

아무튼 그건 윤 여사가 어떤 목적을 갖고 보내 준 파일이므로 나로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전체적으로 까다롭게 살펴봐야 할 터였다.

그녀의 중요한 기획 의도 중 하나는 북한 사회를 가능한 한 최악의 지옥경으로 설정해 보여줌으로써 남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공분을 불러일으켜 그 악의 제국을 타도케 하는 데 있는 것처럼 얼핏 보였다.

세습 김씨 왕족과 측근 최고위급 사이비 공산당 간부들의 멸망! 나 역시 바라는 바였다. 참된 공산주의도 아니고 인민들 피 빨아먹는 이기주의자들은 모조리 몰아내 대동강 물속에 수장시켜 버리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한가? 쥐새끼마저 궁지에 몰리면 결사항전을 하는데, 세계 최고의 악질 독종으로 소문난 그들이 순순히 항복하겠는가?

아마 자신들의 위기를 눈치채는 순간 핵폭탄을 안은 채 발광해 버릴 것이다. 결과는 공존공영이 아닌 동귀멸망. 우리의 번영이 훨씬 큰 타격을 입으리라.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려는 건 윤 여사의 열혈 애국 정신이라기보다 책임 의식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철부지 아이들의 불장난 같은 것이랄까. 아니다. 그들에겐 분명 어떤 목적이 있을 터이다.


현실적이고 교활한 기획. 자기네 스스로의 머리로 심사숙고해 추진하기보다 어둠 속의 누군가와 손을 잡고 지령과 자금을 지원받아 벌이는 남북 상쟁 와중의 희비극 쌍곡선 쇼. 그 피에로들 뒤에는 누가 있을까?

여기서 보수파라고 쉽게 말하면 안 된다. 우리 국민의 대부분, 즉 60% 이상이 보수파이기 때문이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 한국에 진짜 진보와 보수는 별로 없다.

대부분 관념적이고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가짜 사이비뿐이다. 참다운 진보와 중도와 보수는 상류층이나 자칭 지식 계층엔 거의 없고 일반 보통 국민들 속에만 존재한다.

그들은 나불나불 지껄이지 않을 뿐 실천으로 이 나라를 지탱해 나가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이다. 그런데 그들은 무시당하고 있다. 늘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고상하신 정치꾼 모리배님들께서는 입주둥이론 국민의 머슴이니 뭐니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여전히 왕족 혹은 귀족으로 군림하고 있다.

양쪽 다 열혈 애국정신·책임 의식 전무
공존공생 이념 팽개치고 상류계급만 떵떵

그들은 현실을 농간하고 국민들의 정신을 농락하기 위해 갖은 꾀를 썼고 그 결과 우리는 참다운 진보와 중도와 보수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가짜 사이비 보수와 중도와 진보가 본 자리를 차지해 주인인 양 행세하는 바람에 우리는 밤낮 헷갈린다.

남한과 북한의 왕족 나리와 귀족님들은 이따금씩 밀실 회담을 통해 한민족의 앞길을 밝히기보다 ‘흐린 거울’을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오히려 거울 면을 슬그머니 일그러뜨려 남북 상황을 왜곡하려는 낌새를 보이기도 한다. 북한을 찬양하면 무조건 진보 빨갱이,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누구든 보수 퍼렁이가 되어 버린다.

유교와 불교가 수천년 동안 가르쳐 준 중용과 중도의 나무는 양쪽으로부터 비겁자란 욕을 얻어먹어 이파리가 시들고 뿌리마저 뽑혀 말라 버렸다.

사리사욕을 챙기는 구멍에서는 진보파와 보수파가 오히려 중도보다 서로 더 잘 통하는 실정이다. 사이비 급진파와 수구파(극좌와 극우)는 서로 눈을 흘기면서도 얄궂은 미소를 주고받는다.


아무튼 이런 요지경 속 판국이다 보니 땀 흘려 일해서 살아가는 일반 국민들은 모리배들의 짬짜미 계획대로 도대체 뭐가 뭔지 헷갈려 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한 사람 속에 보수와 진보와 중도가 다 들어앉은 셈이랄까.

10:90이든 50:50이든 60:40이든 어쨌든 보혁이 혼합돼 있는 것이다. 그건 또한 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수시로 비율이 변한다.

부지불식간이기 때문에 얼마나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도 없고, 변했는데도 자신은 그대로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아마 이건 어떤 식으로든 통일이 되기 전엔 낫기 어려운 고질병이 아닐까?

만일 통일이 되면 남과 북의 국민과 인민들 대부분은 좌도 우도 아닌 참된 중도의 길을 걸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속엔 참다운 진보와 보수가 수렴되리라.


각설하고 본줄기로 돌아가자. 애초에 탈북이니 중국으로의 여성 인신매매 따위가 왜 생겼겠는가?

죄인도 있고 자기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자도 있었겠지만 대다수는 굶주림을 벗어나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도대체 왜 그런 지경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남한과 북한의 사이비 언론들이 떠들어대는 것 말고 진짜 원인이….

나로서는 우선 북조선인민공화국의 지도층이란 자들을 믿을 수가 없다. 이 대명천지에 뭘 어찌했기에 수백만명의 인민이 굶어 죽을 수가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뼈와 가죽만 남아 할딱이다가 숨질 수가 있는가.

아프리카의 토인족처럼 자연 친화적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힘으로 지상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자들이! 그렇다고 인민들이 동남아 일부 사람처럼 게으른 것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빠릿빠릿한 독종으로 소문나 있건만!

공산주의든 지랄주의든 뭐든 다 좋다. 적어도 부지런히 일하는 인민은 배불리 먹고살면서 자유를 누려야만 ‘민주공화국’이라 칭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깡패 집단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의 자격이 없다. 좀 심하게 말해 도둑 소굴이나 깡패 집단도 그러지 않는다. 살면 함께 살고, 죽으면 같이 죽는다.

더군다나 세계 유일의 공산주의 낙원이라면서 평등한 공존공생의 이념은 내팽개친 채 이른바 성혈(聖血)받은 지도층과 상류계급 족속들만 마치 조선왕조 시대처럼 떵떵거리고 일반 인민(백성)들은 로봇이나 흙 인형 꼴로 취급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반론이 없을 수야 없으리라. 남한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정신만큼은 훨씬 순수하다. 돈이면 다 땡이라는 황금만능주의의 노예가 돼 비인간적으로 사느니, 가난하되 정답게 살아가는 게 낙원 아니겠느냐. 우리는 그래도 남조선만큼 빈부 격차가 심하지 않으며 살인 강도와 강간 따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지 않는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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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