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학교 정체는?

교부금 새는 그린스마트스쿨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나라 곳간이 빚더미에 가득하다는데 교육청 현실은 달랐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현장과는 달리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은 쌓여가고 있다. 세금 증가에 따른 내국세의 20.79%가 수요와 무관하게 교부금으로 자동 배정된다. 지방교육청 예산은 기금을 통해 쌓여가고 있지만, 현행법 조항상 중앙정부는 지방교육청에 매년 교육예산을 보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선 교육감이 재선을 노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필두로 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예산을 집행할 사용처를 찾지 못해 적립한 기금 규모만 지난해 말 기준 21조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 5조4041억원 대비 4배로 증가한 규모다. 교육청은 매년 내국세 20.79%를 교부금으로 받는다. 올해 책정한 교부금은 80조1134억원이다. 

문재인정부의 뉴딜 사업 핵심 중 하나인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최근 5년간 20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사업 운영비의 예산 집행률이 절반도 되지 않아 예산을 과다 집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교부금 기금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에는 그린스마트 사업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선심성 정책

전국 시·도 교육청서 지방교육제정을 방만하게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기금 규모가 커진 만큼 여유가 생긴 교육청이 선심성 정책을 펼치는 모양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교육부와 지방교육재정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97건에 달하는 위법 사례가 발생했다.

액수는 282억원 규모로 밝혀졌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전환사업 운영비 예산 중 목적과 전혀 다른 지출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전국 노후 학교 건물을 개·보수한다는 기존 목적과는 다르게 서울과 충남의 한 중학교서 뮤지컬 관람비로 각각 700만원, 400만원을 지출했다. 경기도 소재의 한 고등학교 교직원은 바리스타 취득 연수를 위해 220만원을 집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인천 한 고교에선 야식으로 치킨 21만원어치를 시켜 먹었고, 경남의 한 고교에선 음파전동칫솔 구입비로 290만원을 썼다. 목적성이 다른 지출을 포함하면 총3억7000만원이 지출됐다.

교부금으로 운영되는 남북교육협력기금은 북한에 물품들을 제공하는 과정서 증빙자료가 불충분한 상태로 사업이 종료됐다. 기금이 설치된 8개의 교육청은 최근 3년간 기금 122억원을 적립하고 44억원만 집행해 36.4%에 달했다. 모 교육청은 대북 인도적 지원 물품 반출에 용역계약을 체결할 당시 특정단체와 반복적으로 1인 수의계약을 체결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 287억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 지역 중학교 1학년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했다. 그러나 전자칠판 설치를 두고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새로 개교한 학교나 시설을 교체한 지 얼마 안 된 학교에도 예산을 집행한 데다, 전자칠판이 아니더라도 기존 빔프로젝트와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자료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었던 탓이다.

예산 넘치는데 사용처가 없어서?
건물 개·보수하랬더니 웬 뮤지컬?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말 서울교육청 예산 심의서 전자칠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경북도교육청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추진과 관련해 중복투자 문제가 심해 예산 낭비 지적을 받았다. 기존 노후 학교시설을 리모델링, 소방시설 개선, 냉난방시설 개선, 석면 해체 등을 신청해 공사를 진행한 후 개축 대상에 선정되면 완전히 철거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경북 울릉군 소재 모 학교는 최근 5년간 7건의 개선 공사로 약 9억3000만원을 들여놓고 곧 철거를 앞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해당 도교육청 관계자는 “석면 해체공사의 경우 철거가 결정되더라도 똑같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복이 아니지만 시설 개선 후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선정 시 일어난 개축의 문제점을 인정한다”며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에 이어 교부금에도 전 정부 시절 예산 관리·감독 문제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경우 집행 세부지침을 정비하고 사업 이행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근거가 마련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점검 결과에 대해 “예산의 편법적 사용과 낭비적 집행사례가 다수 발견돼 제도개선 방안을 적극 이행하고 점검해나갈 것”이라며 “관련 부처와 함께 관리·감독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법한 사례에 대해선 수사 의뢰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합동 점검에도 대규모 위법, 부당사례가 적발됐다”며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세수는 증가해 교부금이 증가한 사례서도 보조금과 관련한 남발 검증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부정과 비리의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돈 넘치나? 개정 시급한데...
총선 앞두고 몸 사리는 정부 

그러면서 “혈세가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되고 지난 정부서만 400조원의 국가채무가 쌓였는데 이는 납세자에 대한 사기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는 유아교육·보육 관리체계 통합(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삼고 2025년 시행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정부는 초·중·고 교육에만 배정된 교부금을 대학에 이어 어린이집에도 지원하려고 하자 교육감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인 데다, 필요한 재원은 별도의 재원 확보 계획을 수립해 나서야 된다는 것이다.

윤정부는 출범 당시에도 교부금을 개편하겠다며 의지를 피력했던 바 있다. 초·중·고 교육비로만 사용할 수 있는 교부금을 대학과 평생교육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재정전략회의서 교부금의 일부인 3조6000억원을 고등·평생교육 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서 1조5000억원으로 삭감됐다.

교육감들은 이마저도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해 이미 예산 1조5000억원을 대학생 형과 언니들에게 양보했던 초·중등 학생들에게 이번에는 동생한테까지 양보하라는 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내국세를 떼어 교육청에 지급하도록 의무화한 교부금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지만,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논의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서 국가재정의 방향성을 담은 ‘재정비전 2050’ 발표는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시기를 미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교부금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거센 반발을 우려해 최근 삭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 눈치만

재정전략회의는 내년 예산안과 향후 5년간 재정운용 방향을 설정하는 회의체다. 올해 변수는 대규모 ‘세수 펑크’로 인한 내년도 지출 증가율 방향성 설정이다. 총선 악재 우려 속에서도 윤정부 출범 당시 강조한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교부금 개정 논의는 미뤄졌다.

지출 감소는 복지 축소와 그린스마트 사업과 같은 인프라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내년 22대 총선서 복지 선거전략 등 힘을 받아야 할 여당 의원들의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교육계의 반발을 핑계로 묵묵부답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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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