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제3지대 동상이몽

산으로 갈 사공도 없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현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태동을 일으키고 있다. ‘제3지대’로 불리는 신당들이 줄줄이 생겨났거나 창당을 예고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이 무당층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번 총선서 거대 양당을 꺾으며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제3지대란 거대 양당이 국회를 양분하는 것을 비판하는 집단을 일컫는 말로, 한국 정치 지형상 ‘중도’를 뜻한다. 최근 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정치계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아직은 인재풀이 충분치 않고, 구체적인 비전도 없다는 등 회의적인 시각이 여럿 존재한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불리는 데다,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게 정치판인 만큼 현역 의원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하면서 곁눈질만 하는 모양새다.

눈치 보기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몇 달 동안 20%를 맴돌던 무당층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 29%까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 약 3명 중 1명은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35%, 민주당이 31%인 점을 고려하면 무당층과 엇비슷한 규모다. 이를 토대로 새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 크다는 게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의 진단이다.

첫 깃발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한국의희망’이 꽂았다. 양 의원은 지난달 2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신당이 차별화되는 핵심 지점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내세웠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밀실 공천’ 등 기성정치의 허점을 메우겠단 취지였다.

행사 도중 양 의원은 캐치프레이즈인 ‘이제는 건너가자!’를 거듭 강조했다. ‘건너가다’는 워딩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양 의원은 “당의 성격이나 체제를 고치는 건 ‘바꾼다’의 의미”라며 “반면 ‘건너가다’는 기존 정치 시스템과 환경을 말 그대로 ‘건너’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께 손을 잡고 건너갈 이들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이들의 최대 해결과제로 꼽힌다. 거대 양당과 결을 달리하는 제3당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흡인력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만한 동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셈이다.

정치권에선 ‘선거’라는 경쟁서 기존의 여야 정치인을 꺾을 수 있는 깜짝 후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 254개의 지역구에 후보를 구성하는 것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양 의원은 창당에 관심을 보이는 현역 의원이 5명 정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는 달리 이날 행사에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만이 10여분간 자리에 머물렀다. 함께하기로 했던 민주당 의원은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양향자 주도 ‘한국의희망’ 첫 깃발
금태섭·김종인 이끄는 신당도 꿈틀

이와 관련해 양 의원은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관심을 보이는(현역 의원) 분이 상당히 많았지만, 지금 소속된 정당의 알을 깨고 나올 분은 없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창당발기인대회를 두고 정가에선 현실 정치의 문제를 요목조목 짚어낸 점은 ‘사이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긍정적으로 운을 띄웠던 현역 의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신당 동력의 지표도 제시되지 않았던 점은 숙제로 남게 됐다. 결국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이끄는 신당 준비 모임인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이하 성찰과모색)서도 비슷한 문제가 대두됐다. 집권 계획이 모호하고 대권주자와 맞먹는 인물의 합류 없이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시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되자 성찰과모색은 지난달 27일, ‘성찰과 반성 없이 미래는 오지 않는다’라는 제안문을 통해반박 논평을 냈다. 이들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모두가 말한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변화가 필요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여년간 정권은 수차례 바뀌었지만 과제들은 늘 정치적으로 포장되고 강조됐던 반면 해법은 유예되거나 모호함만 반복했다”며 “정치적 퇴행의 반복과 정상화, 진영 갈등의 극단화, 적대와 혐오의 사회적 확산 등 방향성을 잃고 동요하는 시간이었지만 이런 논리와 장벽의 언어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절해야 할 폐해와 계승해야 할 역사를 구분해야 한다.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을 시작하고자 한다. 대화는 생각과 가치가 다르기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공존을 전제로 우리의 고민이 작은 파문의 물결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언론을 통해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인재 부족이라는 폄하를 멈추라면서 현역 의원의 입당이나 공천 탈락자 영입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성찰과모색에 합류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인물 부재론’에 대해 시대와 정치 환경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무에서 시작해 집권당을 만들어내고 대통령이 된 것처럼 국민을 위한 ‘새 정치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우선 지켜보는 분위기
‘인재 부족’ 해소될까

기존 정당 중에서도 제3지대와 궤를 함께할 이들이 등장했다. 정의당은 노동당과 녹색당 등 제3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연대와 통합을 통한 재창당을 선언했다.

정의당은 현재의 노선을 강화해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자강론’과 세력 확장을 도모하는 ‘재창당론’을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결국 장고 끝에 지난달 24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제3세력과의 신당 추진안’을 채택했다.

정의당은 제3정치세력과의 신당 창당을 모색하면서도 무분별한 연대나 통합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만큼, 양 의원이나 금 전 의원 등 신당과의 통합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두 분(양향자·금태섭)의 정치적 이력은 정의당이 걸어왔던 길과 좀 다른 사이드서 진행됐다”며 “지금 같이 해봐야 한다고 답을 당장 내리기 어렵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케케묵은 정치 굴레를 반대한다는 창당 이념은 신당 대표들의 동상이몽이자 교집합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뜻을 함께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각에선 거대 양당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들이 ‘헤쳐 모여’식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결말은 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두 분(양향자·금태섭) 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목적을 내거셨다”면서도 “결국엔 본인의 대선캠프를 꾸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창당을 대선주자로서 본인들의 몸집 키우기를 위한 디딤돌처럼 쓴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들 움직임을 우선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서 민주당과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이들을 마냥 배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공천 양상에 따라 제3지대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크게 주목받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공천권 따내기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여야가 제3지대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일요시사> 취재진 질의에 “아직 큰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각 당의 충성 경쟁이 심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 소장은 “‘내가 좀 더 아부하면, 충성 경쟁하면 나에게 (공천을)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현역 의원이 의미 있는 선택이나 움직임을 보이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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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