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박근혜 발목 잡는 측근들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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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잘린 꼬리들 수두룩 "진짜 개인문제 맞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선거는 단체전이다. 각 후보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후보자를 돕는 주변 인물들의 면면도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측근들의 '사고'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후보자의 대권행보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박근혜의 사람들.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9월24일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계된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박 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5·16과 유신, 인혁당사건 등에 대해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인정했다. 끝을 모르는 지지율의 폭락과 여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측근 헛발질
분통 터지네

박 후보는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부모의)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자식으로서 국민 앞에서 아버지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인정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전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된 친박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 논란'이 알려지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 의원은 전날 대변인으로 내정된 뒤 기자들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박 후보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 발언이 주위에 알려지자 동석했던 기자들을 향해 "누가 정보보고를 했느냐"며 "야 이 XX들아, 너희가 기자가 맞느냐"고 욕설을 퍼부었다. 박 후보가 눈물을 머금고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또? 연이어 터진 팀킬에 대권가도 '빨간불'
측근인사 시스템 오류 없나 되짚어 봐야


박 후보가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정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벌써 한 달 가량이 지났다. 후보 선출 직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하는 등 '대통합 행보'로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던 박 후보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측근들의 연이은 '자살골' 때문이다.

지난 8월2일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터져 나왔을 때만해도 박 후보의 지지자들은 해당 사건을 현 의원의 개인비리로 치부하며 박 후보에게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측근들의 사건사고에 이제는 박 후보의 지지자들조차 할 말을 잃은 모양새다.

지난 9월6일에는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에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박 후보를 당황케 했다. 정 전 위원은 안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친구사이의 대화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정 전 위원을 태웠던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정 전 위원은 처음에는 택시에 탄 일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해당 택시기사가 블랙박스 등의 구체적 증거물을 제시할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이 착각했다며 사실을 인정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를 연출했다.

불법자금부터
말 실수까지

정 전 위원의 불출마종용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9월17일에는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방 소재 중소기업 진모 대표에게서 6000만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중앙선관위의 고발을 당하는 악재를 만났다. 특히 이번 사건의 주인공이 친박계의 좌장격인 홍 전 의원이기에 박 후보의 충격은 더욱 컸다.

홍 전 의원은 박 후보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6선 의원이다. 홍 전 의원은 친박계 핵심 중에서도 핵심으로 손꼽히는 인사로 진위여부를 떠나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 후보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했다.

홍 전 의원을 고발한 선관위는 "운전기사 고모씨의 제보를 받고 이를 토대로 기초조사작업을 벌여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 그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홍 전 의원은 "큰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하루 만에 자진 탈당했지만 바로 다음 날인 19일에는 박근혜 서포터즈 중앙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송영선 전 의원의 비리의혹이 터져 박 후보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번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송 전 의원이 한 기업인에게 변호사비 등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게다가 송 전 의원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인이 지난 2007년 경선 때 박 후보 측근에게 25억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갑자기 꺼내면서 나보고 대신 돈을 받아달라고 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후보 측근이 20억대의 돈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썼다는 주장이어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둘러싼 비리가 상상 이상의 규모이며 박 후보와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 몰랐나?
무능한 박근혜?

박 후보 측근의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송 전 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된 다음 날인 20일에는 박 후보가 야심차게 영입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송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한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항상 어떤 비리나 부정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을 녹취로 해서 보도를 한다든지, 이런 모습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해 누리꾼들의 융단폭격을 받아야만 했다.

한 누리꾼은 "비리가 발생했으면 거기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것을 보도한 언론을 꾸짖는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독재정권으로 회귀해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거냐"며 분노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청렴강직한 검사로 이름을 날린 안대희가 새누리당에 합류하더니 최소한의 양심도 버린 것이냐"며 한탄했다.

그렇다면 박 후보의 측근들은 왜 연이어 사고를 치는 것일까? 박 후보 측의 주장대로 개인적 비리, 개인적 실수일 뿐일까? 전문가들은 겉으로 볼 땐 박 후보가 측근들의 돌발악재로 억울하게 발목을 잡힌 듯이 보이지만 박 후보 측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불법정치자금과 관련한 측근들의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4·11총선은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당명까지 바꿔가며 쇄신을 외칠 때였다"며 "아직 혐의가 확실히 입증되진 않았지만 설사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친박계 의원들이 그 시기를 전후해 불법 정치자금과 연루되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정황증거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박 후보는 책임이 있다. 말로는 쇄신을 외쳤지만 정작 쇄신을 이끌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이나 측근 단속에는 소홀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권 돕기는커녕 발목이나 잡지 말아야지"
측근은 재 뿌리고 박근혜 나 홀로 고군분투

특히 송 전 의원의 경우 박 후보가 곁에 두고 수 년간 지켜봐온 인물인데 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해가며 기업인에게 금품을 요구할 정도였음에도 그동안 비리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박 후보의 인사관리능력 자체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측근들의 잦은 말실수 역시 박 후보와 직접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일단 지난 9월23일 기자들에게 욕설을 해 파문을 일으킨 김재원 의원의 경우 평소부터 과격한 언변으로 유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인물에게 이토록 중요하고 민감한 시기에 대변인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라인'의 과도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된다. 박 후보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의 주변 인사들은 박 후보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히 누구도 박 후보에게 직언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캠프 내 분위기가 구성원들의 공명심을 자극하고 과도한 충성경쟁이 말실수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 후보 측근들은 박 후보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다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김병호 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인혁당사건과 관련 "사과를 피해자 당사자들이 아닌 그들의 가족이나 후손까지로 확대하기 시작하면, 전 국민 중에 사과를 안 받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발언은 사건 피해자의 가족과 후손들이 그동안 겪어야만 했던 엄청난 고통을 간과한 매우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평가다.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파문'도 결국 정 전 위원의 공명심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 후보의 측근들이 연일 문제를 일으키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유상종'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박 후보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사들만 주변에 모이는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판이다.

개인적 문제?
시스템 오류!

한 정치 전문가는 "박 후보 주위에는 어느새 잘린 꼬리들이 수두룩하다. 박 후보 진영은 측근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사퇴로 마무리 짓는데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무조건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다보니 재발방지책 마련이 소홀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시스템적 오류는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한국 정치의 불행 중 상당 부분은 무능하고 부패한 측근들의 권력 횡포 및 남용에서 비롯됐다"며 "본인은 억울하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지만 대선후보 시절부터 측근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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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