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박근혜 발목 잡는 측근들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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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잘린 꼬리들 수두룩 "진짜 개인문제 맞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선거는 단체전이다. 각 후보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후보자를 돕는 주변 인물들의 면면도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측근들의 '사고'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후보자의 대권행보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박근혜의 사람들.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9월24일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계된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박 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5·16과 유신, 인혁당사건 등에 대해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인정했다. 끝을 모르는 지지율의 폭락과 여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측근 헛발질
분통 터지네

박 후보는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부모의)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자식으로서 국민 앞에서 아버지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인정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전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된 친박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 논란'이 알려지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 의원은 전날 대변인으로 내정된 뒤 기자들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박 후보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 발언이 주위에 알려지자 동석했던 기자들을 향해 "누가 정보보고를 했느냐"며 "야 이 XX들아, 너희가 기자가 맞느냐"고 욕설을 퍼부었다. 박 후보가 눈물을 머금고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또? 연이어 터진 팀킬에 대권가도 '빨간불'
측근인사 시스템 오류 없나 되짚어 봐야

박 후보가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정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벌써 한 달 가량이 지났다. 후보 선출 직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하는 등 '대통합 행보'로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던 박 후보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측근들의 연이은 '자살골' 때문이다.

지난 8월2일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터져 나왔을 때만해도 박 후보의 지지자들은 해당 사건을 현 의원의 개인비리로 치부하며 박 후보에게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측근들의 사건사고에 이제는 박 후보의 지지자들조차 할 말을 잃은 모양새다.

지난 9월6일에는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에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박 후보를 당황케 했다. 정 전 위원은 안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친구사이의 대화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정 전 위원을 태웠던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정 전 위원은 처음에는 택시에 탄 일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해당 택시기사가 블랙박스 등의 구체적 증거물을 제시할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이 착각했다며 사실을 인정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를 연출했다.

불법자금부터
말 실수까지

정 전 위원의 불출마종용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9월17일에는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방 소재 중소기업 진모 대표에게서 6000만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중앙선관위의 고발을 당하는 악재를 만났다. 특히 이번 사건의 주인공이 친박계의 좌장격인 홍 전 의원이기에 박 후보의 충격은 더욱 컸다.

홍 전 의원은 박 후보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6선 의원이다. 홍 전 의원은 친박계 핵심 중에서도 핵심으로 손꼽히는 인사로 진위여부를 떠나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 후보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했다.

홍 전 의원을 고발한 선관위는 "운전기사 고모씨의 제보를 받고 이를 토대로 기초조사작업을 벌여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 그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홍 전 의원은 "큰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하루 만에 자진 탈당했지만 바로 다음 날인 19일에는 박근혜 서포터즈 중앙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송영선 전 의원의 비리의혹이 터져 박 후보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번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송 전 의원이 한 기업인에게 변호사비 등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게다가 송 전 의원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인이 지난 2007년 경선 때 박 후보 측근에게 25억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갑자기 꺼내면서 나보고 대신 돈을 받아달라고 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후보 측근이 20억대의 돈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썼다는 주장이어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둘러싼 비리가 상상 이상의 규모이며 박 후보와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 몰랐나?
무능한 박근혜?

박 후보 측근의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송 전 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된 다음 날인 20일에는 박 후보가 야심차게 영입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송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한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항상 어떤 비리나 부정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을 녹취로 해서 보도를 한다든지, 이런 모습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해 누리꾼들의 융단폭격을 받아야만 했다.

한 누리꾼은 "비리가 발생했으면 거기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것을 보도한 언론을 꾸짖는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독재정권으로 회귀해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거냐"며 분노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청렴강직한 검사로 이름을 날린 안대희가 새누리당에 합류하더니 최소한의 양심도 버린 것이냐"며 한탄했다.

그렇다면 박 후보의 측근들은 왜 연이어 사고를 치는 것일까? 박 후보 측의 주장대로 개인적 비리, 개인적 실수일 뿐일까? 전문가들은 겉으로 볼 땐 박 후보가 측근들의 돌발악재로 억울하게 발목을 잡힌 듯이 보이지만 박 후보 측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불법정치자금과 관련한 측근들의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4·11총선은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당명까지 바꿔가며 쇄신을 외칠 때였다"며 "아직 혐의가 확실히 입증되진 않았지만 설사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친박계 의원들이 그 시기를 전후해 불법 정치자금과 연루되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정황증거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박 후보는 책임이 있다. 말로는 쇄신을 외쳤지만 정작 쇄신을 이끌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이나 측근 단속에는 소홀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권 돕기는커녕 발목이나 잡지 말아야지"
측근은 재 뿌리고 박근혜 나 홀로 고군분투

특히 송 전 의원의 경우 박 후보가 곁에 두고 수 년간 지켜봐온 인물인데 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해가며 기업인에게 금품을 요구할 정도였음에도 그동안 비리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박 후보의 인사관리능력 자체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측근들의 잦은 말실수 역시 박 후보와 직접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일단 지난 9월23일 기자들에게 욕설을 해 파문을 일으킨 김재원 의원의 경우 평소부터 과격한 언변으로 유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인물에게 이토록 중요하고 민감한 시기에 대변인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라인'의 과도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된다. 박 후보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의 주변 인사들은 박 후보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히 누구도 박 후보에게 직언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캠프 내 분위기가 구성원들의 공명심을 자극하고 과도한 충성경쟁이 말실수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 후보 측근들은 박 후보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다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김병호 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인혁당사건과 관련 "사과를 피해자 당사자들이 아닌 그들의 가족이나 후손까지로 확대하기 시작하면, 전 국민 중에 사과를 안 받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발언은 사건 피해자의 가족과 후손들이 그동안 겪어야만 했던 엄청난 고통을 간과한 매우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평가다.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파문'도 결국 정 전 위원의 공명심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 후보의 측근들이 연일 문제를 일으키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유상종'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박 후보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사들만 주변에 모이는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판이다.

개인적 문제?
시스템 오류!

한 정치 전문가는 "박 후보 주위에는 어느새 잘린 꼬리들이 수두룩하다. 박 후보 진영은 측근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사퇴로 마무리 짓는데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무조건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다보니 재발방지책 마련이 소홀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시스템적 오류는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한국 정치의 불행 중 상당 부분은 무능하고 부패한 측근들의 권력 횡포 및 남용에서 비롯됐다"며 "본인은 억울하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지만 대선후보 시절부터 측근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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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