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노시니어존’ 논쟁의 뒷면

“늙었으면 나가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노키즈존’에 이은 ‘노시니어존’ 논쟁이다. 한 작은 카페서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제한”이라는 방침을 세운 것을 두고 찬반 양론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한쪽에서는 점주의 야박함을 비판하고, 반대쪽에선 점주의 자유를 옹호한다. 전문가들은 논쟁의 맥락에 세대 갈등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제한)”.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속 카페 출입문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진을 올린 커뮤니티 이용자는 “참고로 이곳은 딱히 앉을 곳도 마땅치 않은 한적한 주택가의 한 칸짜리 커피숍”이라며 “무슨 사정일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지나가다 보실까 무섭다”고 했다.

“노인 혐오”

하필 게시글이 어버이날에 올라온 탓인지, 점주의 ‘운영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되레 옹호하는 의견 간의 대립도 한층 격했다. 방침을 비판하는 측은 “특정 연령대 출입을 모두 제한하는 건 혐오를 조장한다” “결국 누구나 늙는다. 늙음이 잘못은 아니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반면 “자기 가게 운영방침은 마음대로 정할 자유가 있다”며 점주를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문에 함께 붙어있는 ‘안내견 환영’ 문구를 보고 “노인은 개만도 못한 존재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시에 “안내견과 시각장애인도 배려하는 점주가 무작정 노인 출입을 막았을 것 같진 않다. 사연이 있어 보인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실제로 해당 카페가 노시니어존을 운영하기 시작한 사연을 알고 있다는 이도 등장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이 이곳 단골이라며 “동네 할아버지들이 여사장님을 두고 ‘여기 마담 이뻐서 온다’ ‘커피 맛이 그래서 좋다’ 등의 성희롱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노인 출입금지’에 세대별 엇갈린 반응
‘진상 피해담’ 공유하는 청년세대 다수

이어 “사장님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노시니어존이라고 써붙인 것인데, 이렇게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하시더라. 대학생 둘을 자녀로 둔 어머님이 그런 성희롱을 듣고 웃어넘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문제는 해당 논쟁이 세대 갈등으로 번질 기미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해당 논쟁을 접한 청년층과 장년층 이상은 대부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청년층은 노시니어존 운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장년층 이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청년층은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의 아르바이트 경험 속 ‘진상 노인’ 사례를 공유했다. 가게를 찾은 일부 노인이 운영 방침을 무시하거나 막무가내로 무리한 요구를 폈다는 것이다. 설득을 하려 해도 듣지 않고, 종업원을 하대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모든 노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반박에 “유독 많은 건 사실” “없는 소리 하냐”는 등 날선 재반박이 달리기도 했다.

“기성세대에 적대감 표출”
점점 깊어지는 갈등의 골


실제로 전문가들은 청년세대가 노시니어존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배경에 세대 갈등이 있다고 진단한다.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내면화된 적대감을 이 사례를 통해서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세대의 기성세대 부양 부담이 커진 사회구조 변화가 부정적 인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연동되면서 사회구조적으로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훨씬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세대 갈등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서 노년층을 대놓고 제한하고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더 많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꼭 노시니어존이라고 써놓지 않더라도 노인이 이용하기 어렵게 만든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노년층의 행동반경이 축소되면 그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결국 사회 전체적인 부양 부담이 늘어나는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장 마음”

일각에선 이번 논쟁이 몇 년 전 촉발된 ‘노키즈존’ 논란의 연장선에 놓여 있지만, 심각성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키즈존 찬성 여론이 가진 불만의 대상은 대개 아이들 본인이 아닌, 이들을 적절히 훈육하지 않는 부모였다.

반면 이번 논쟁에선 사회적 불만이 노인들 본인에게 직접 향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자라면 청년이 되지만 노인은 더 노인이 될 뿐이라는 점,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되는 시점서 노인 배제 정서가 더욱 강해지는 상황 또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키즈존 없애자” 정치권 연이은 목소리

정치권서 이른바 ‘노○○존’의 시초격인 노키즈존 운영을 법률·제도적으로 금지하자는 주장이 연일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이달 임시회서 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송창권 의원은 지난달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도지사에게 노키즈존 지정 금지 책무를 지우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제주도는 전국서 노키즈존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542곳 중 78곳이 제주도에 위치했다.

인구 10만명당 노키즈존 운영 영업장 수를 환산하면 11.56곳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5배~20배 높은 수치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4일 두 살배기 아들을 안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용 의원은 “인스타 ‘핫플’이라 불리는 카페와 식당, 심지어는 공공이 운영하는 도서관조차 노키즈존이 되어버렸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키즈존이 아닌 ‘퍼스트 키즈 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나가자. 공공시설조차 합리적 이유 없이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세계 최하위의 출생률을 극복하려면 양육자와 어린이를 거부하는 사회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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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