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윤석열정부 1년 성적표

검찰로 시작해 검찰로 끝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 취임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와도 가까스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었으나 앞으로가 문제다. 가시적인 결과를 내놔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서다. 시점이 시점인 만큼 전 정부 탓도 할 수 없다. 윤정부는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민생 문제 등을 해결하고, 대선 공약들을 잘 지킬 수 있을까?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 50%로 시작하며 정권교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출범 이후 외교, 대통령실의 인사, 경제 문제 등 여러 악재들로 인해 꾸준히 지지율이 하락해왔다. 이런 가운데 어느덧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1년 동안 윤 대통령은 여러 개혁을 목표로 달려왔다. 

그러나 윤석열표 개혁들은 어쩐지 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 대북정책, 외교, 경제, 부동산, 복지, 대통령실 인사 분야를 키워드로 선정해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북

윤정부의 대북정책은 문재인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다. 문정부서 북한과 대화를 끊임없이 하려 했던 것과 비교하면 윤정부 들어선 공식적인 대화 자체가 한 번도 없었다. ‘담대한 구상’은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때부터 끊임없이 강조해온 목표로 취임식서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

윤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 수위는 더 높아졌으며, 횟수는 더 잦아졌다. 최근에는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윤정부는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앞선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1년 내 핵무장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윤정부와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처럼 적대적 관계로 바뀌었다는 것.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맞다. 차이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과 위협으로 규정하는 데 있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 모든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어떤 지원을 하게 된다고 해도 독이 든 사과다. 윤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은 이명박정부 시기에 비핵·개방·3000과 비슷한 논리”라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과거 문정부도 사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선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는데, 현 정부도 마찬가지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제시하고 있는 탓에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핵 폐기 결단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남북한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프로젝트다. 결국 과거의 논리를 현 정부서 상당히 흡사하게 구상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 6명에 물으니…
“못하고 있다” 이구동성

그는 “과거 문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지나치게 매달렸다. 긍정적인 것은 이번 정부가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핵 보유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한미동맹은 굳건해야 하지만 우리 안보를 한미동맹에 의존하면 북한의 핵 공포하에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제재가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동안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해도 제재가 채택이 되지 않았다. 북한으로선 지금이 마음 놓고 무기 시험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이런 탓에 추후 남북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외교

윤정부는 문정부의 외교정책을 한미동맹 약화, 대중 굴종 외교, 주종의 남북 관계라는 프레임으로 적극적으로 공격해왔다. 윤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는 상생과 공영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나라를 살리는 경제, 안보 확립, 국격에 걸맞은 기여다.

최근 전 세계적인 외교 기조는 ‘안보가 경제’라는 측면보다는 ‘경제가 안보’라는 흐름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의 도·감청 사건, 한일정상회담에서는 굴욕 외교라는 후폭풍이 거셌다. 직전 한미정상회담도 윤 대통령에게는 양국 간 동맹 강화라는 기조에도 불구하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힘쓰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제 들러리였다는 혹평까지 내려진다.

중국, 러시아와는 더욱 사이가 틀어진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서 적대적 행위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무역 규모가 15위고, 중국은 한국이 상당량의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가다. 앞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당시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던 바 있는 만큼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 교수는 “한마디로 진영 편향 외교다. 미국과 일본만 만났다. 겉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다른 국가와의 협상이나 어젠다가 없다. 중국과 30분 만난 건 상견례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 후보 시절 국익을 앞세워 실리외교를 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윤정부가 결국 변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미국, 일본도 이익이 없으면 한국을 설득시킬 이유가 사라진다.

앞서 연속적인 정상회담서 윤정부는 외교적 성과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위해서는 우리가 ‘자율성’을 갖고 서로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 133조원 투자를 약속하고 왔던 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은 뒤통수를 맞고 왔다. 

대북, 핵 보유하는 방향으로 가야?
외교, 진영 편향…자율성 가져야

김 교수는 “외교 옵션이 점점 적어지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결국 친구는 아무리 잘못해도 친구라는 논리밖에 세워지지 않는다”며 “실리를 따르지 않고, 같은 진영인지만 눈치 보면 일본이 (과거사를)반성하지 않고, 미국에는 요구하지 못한 채 다 줘버리는 상황만 생긴다. 원자력도 윤정부가 내세우는 주요 사업 중 하나인데 이러다가는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복합기업으로 불리는 웨스팅하우스는 한국 정부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에너지부에 낸 체코 원전 수술 신고서가 반려되면서, 협력 의향서까지 체결한 폴란드 원전 수출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정부가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와 공조 강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려고는 하고 있으나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는 윤정부가 인수위 기간 마련한 국정운영의 큰 줄기 중 하나다. 경제 체질을 선진시켜 혁신 성장의 디딤돌을 놓고, 핵심전략산업 육성으로 경제 재도약을 견인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또 현 세대의 희생, 고통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개혁 과제들도 미루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윤정부 출범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반도체 산업은 침체기로 빠져 들었고, 수출은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적자 상황까지 벌어졌고, 원화 가치마저 하락했다. 민생경제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처참하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코로나라는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그렇지 않다”며 “10여년 동안 이런 국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은 경제위기다. 위기를 덮고, 가리는 데 급급해 해결책이 안 나온다”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한국의 재정도 위기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세수가 다 걷히지 않았을 뿐더러, 감세 상황까지 벌어져 10년 동안 최저라고 분석했다.

경제위기로 정부는 지출을 줄이거나 돈을 빌리거나 때론 국채를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 경제가 보통인 상황에선 지출을 줄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불경기 때는 정부가 나서 돈을 인위적으로 풀어야 한다. 


경제, 처참…역경기적 정책 필요
부동산, 액션은 긍정…속도 조절 

우 교수는 “정부가 돈을 못 쓰게 한다. 추경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추경호 부총리와 윤 대통령이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렸다. 경제가 안 좋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할 역할이 있는데 못하는 것”이라며 “경제는 늘 실질을 찾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터진다. 물구덩이가 마르기 시작하면 가장자리부터 마른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괜찮지만 서민경제는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역경기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상 경기가 좋을 때는 정부의 역할은 크지 않으며 정부의 개입 시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한마디로 경제를 평탄화시키는 작업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문정부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6번이나 대책을 내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 집값은 붙들지 못했다. 부동산 문제는 지난 대선서 가장 주목받았던 의제로 윤 대통령 역시 자신있게 대책을 내놨다.

분양시장 규제로 로또 청약을 막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조합원의 과다이익을 막겠다는 게 골자였다. 세금 규제, 주택 보유 매매 부담을 늘려 주택시장의 수요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주택은 5년간 270만호를 전국에 짓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액션을 취하는 부분은 긍정적이나 통상 ‘공급 부족’이라는 말은 실제 집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집값이 오를 때 나오는 이야기”라며 “파격적인 조세 규제 완화, 부동산 세제개편 부분도 이야기한 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보유세는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데 거래세 같은 게 낮아진 걸로 보이지 않는다. 양도세도 거의 그대로다”고 진단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 교수 역시 속도가 느리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한 교수는 “특이적 요소가 너무 많이 개입돼있다. 긍정적인 면은 있을 수 있지만, 시장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 속도 조절 측면을 지키지 않았다”며 최 교수와 비슷하게 규제 완화 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수위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그립을 쥐었다는 셈이다.

복지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역대 정부서 출산율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과는 늘 역부족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정부를 거치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 무려 200조원이 넘는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다. 적립금은 전 세계 2위 수준인 1000조원이지만 2050년경 고갈이 예상된다. 현재 연금개혁은 3대 개혁 중 하나로 선정해 추진 중이지만, 문제는 적잖은 저항이 예상돼 정부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선 연금개혁을 두고 끊임없이 손을 대겠다고 말해왔으나 늘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어떤 정당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았다. 

복지, 전환·혁신 없으면 그대로
인사, 검찰공화국 총선 때 위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혁안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선거 직전에 진영 논리가 생겨왔다. 복지개혁은 후세대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여전히 복지 분야는 알박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 정책을 생산하는 통로 틀 자체가 동맥경화에 걸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복지정책이 좋다, 나쁘다는 치열한 논쟁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복지정책 분야에서는 1년 평가도 의미가 없다. 정책 생산 과정 자체가 정체돼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복지제도를 건드리기 위해서는 집권 초기에 정책들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공약을 내세우기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정치권도 알고 있었고, 연금개혁특위도 있었다. 그러나 특위 마지막 회의서 나온 얘기가 그동안의 논의를 정리했다는 수준이다.

한국의 평균 국민연금 급여액은 60만원 수준으로 기여금은 노동자 9%, 회사 9%인데 소득 대체율은 40%밖에 안 된다.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생산(GNP) 대비 공적 복지예산은 낮은 수준에 속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어느 정권이든 동일했다. 윤정부도 방향 전환, 혁신이 없으면 앞으로 4년은 그대로 간다. 그 사이에 우리 복지는 더 후퇴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며 “곧 1년이 지나고, 행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끝났을 시점이다. 어젠더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

윤정부는 정권 시작 초기부터 대통령실 인사와 관련된 문제가 상당했다. 측근, 검찰 출신의 인선은 여론 악화의 주범이었다. 국정운영 부정 평가 부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도 바로 ‘인사 문제’였다.

최근에는 아예 검사 출신 측근들을 총선에 대거 투입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인수위 시절 전문성을 갖고, 능력 있는 인재를 널리 등용시키겠다고 밝힌 것과는 다르게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찰 출신을 우대했다는 평가서 자유로울수 없어 보인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내각이나 대통령실 비율로 따져봤을 때는 얼마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요직에 앉힌 부분을 살필 필요가 있다. 검사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 문제는 차기 총선서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지지율이 높으면 탕평 인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결국 정치권으로 (검찰 출신을)진입시키기 위해 무리한 공천이 진행되면 위험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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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