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㉙미국 꽁무니만 졸졸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4.18 08:59:46
  • 호수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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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흠, 사실은 교주 영감이 북쪽에 땅이 좀 있었던 모양이야. 누렇게 변색된 옛날 옛적 문서를 고리짝에서 꺼내 보여 주더군. 지금 그것만 돌려받아도 고향에서 띵땅거리며 잘살 수 있을 텐데, 김일성 놈들 때문에 해방촌 옥탑방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 울화통이 터지는 모양이야. 이제 살날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점점 초조해져 때론 광기가 발동하나 봐. 그래서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거지 뭐.” 

물질의 노예

“사리사욕 때문에 그러는군요. 아마 그런 사람이 많겠죠?”

“음, 그렇다고 해. 영감이 이북오도민회 등에 설문지를 들고 다니며 서명을 받는 모양이던데….” 

“노자 <도덕경>에 보면, 삿된 이익을 추구하는 자는 스스로 급히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하던데요.” 


“아무튼 통일이 되면 대박난다니 여러 모로 많이 좋아지겠지. 지금은 반신불수 상태지만 혈액순환도 좀 제대로 될 테고…. 그리고 현재는 허리 부분을 철조망 또는 밧줄로 칭칭 감아 졸라 놓아 숨쉬기조차 어려운데, 그걸 풀어 버린다면 아마 너무 홀가분해져 우화등선하는 사람도 많이 나올 거야. 즉, 말하자면 영성이 제대로 꽃피게 된달까.” 

“오랜만에 통찰력 있는 말씀을 한마디 하시는군요. 현묘지도를 숭상하던 민족이 영혼과 본심마저 잃어버린 채 물질의 노예로 살고 있잖아요. 북쪽은 유물주의를 부르짖으며 인간성을 이상스레 개조하려 설치고…. 물론 통일이 설령 평화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가 많겠지만, 우선 제정신을 좀 차리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영혼을 내다 버린 채 육신의 노예가 돼 살고 있잖아요.”

“하긴 뭐 통일이 된다고 영육이 곧장 건강해지는 건 아니더라도 기지개를 쭉 펴볼 만한 가능성은 훨씬 넓어지니까요. 요즘 글로벌 시대라지만, 앞장서서 시대를 창발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그저 서양 특히 미국을 모방 추종만 하고 있는 실정이잖아요. 그런 덕분에 우리 고유의 미덕은 다 파괴해 버리고 말예요. 큰 나라뿐만 아니라 작은 나라들도 다 지니고 살아가는 고유의 개성미인데….” 

“영성의 세상이라…. 흠, 그리 되면 나 같은 사람도 좀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되려나. 언젠가는 그리 되겠지. 난 언제나 청춘의 마음으로 살고 있으니 안타까울 건 없어. 흠, 모든 조숙함은 궁극에 가서 보면 한 치도 빠름이 아니며, 모든 만숙함은 궁극에 가서 보면 결코 늦음이 아닐지니, 세상 일은 반드시 때가 있는 법….” 

피에로씨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곤 절룩절룩 걸어갔다. 푸른 하늘엔 흰 구름 한 점이 떠서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 갈 무렵 색다른 하숙인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꼽추였다. 외양으로 사람을 평가해선 안 되겠지만, 불구자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은 대단하다. 괴상한 짐승 혹은 외계인 보듯 했다.


낡은 잠바에 코르덴 바지 차림이었는데 어딘지 싸구려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는 3층에서도 조용한 편인 구석의 단독 방을 썼다. 주인 아주머니와는 전부터 잘 아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하숙생들은 미래엔 어찌 될지언정 현재는 일반적인 사회인에 비해 약간 낮은 계급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타인을 웬만해선 잘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부에 감춰두고 있을 뿐 결코 일반인보다 덜한 건 아니다. 하숙 혹은 하숙생의 본질이랄까. 표를 내진 않지만 은근한 기류는 있다. 

아무튼 누가 속으로 비웃든 괄시하든 간에 꼽추 하씨는 비굴함 없이 초연한 모습이었다. 비굴함이나 저열함 같은 것이야 아마 숨겨서 그렇지 보자기를 헤쳐서 꺼내 놓으면 일반인들의 속내가 훨씬 더 추저분할지 모른다. 

현 묘지도 숭상하던 민족 영혼 본심 잃어
꼽추 하씨의 초연한 모습…새 출발 도모

주인 아주머니의 얘기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암동의 단독주택에서 부자로 살았다고 한다. 남대문시장 부근의 금은방인지 귀금속 세공 기술자로서 꽤 잘나갔단다.

여자도 있었다. 세련된 여자, 순진한 여자, 못생긴 여자 등등…. 그런데 모두 돈만 챙기곤 사라져 버렸단다.

그저 그냥 위자료 떼 주는 마음으로 견뎌 넘겼는데, 최근에 도망간 여자는 인감도장까지 모조해 아예 전 재산을 탈탈 털어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나도 그 중의 한 여자를 얼핏 본 듯싶은 기억이 났다. 석 달쯤 전 식당에 함께 와 밥을 먹었었다. 다른 여자는 어땠는지 몰라도 그때 내가 본 여자는 정말 순결무구한 성처녀 같았다.

저 정도라면 나도 한번 연애를 해보고 싶을 만큼 안타까웠다.

그렇긴 해도 나 자신의 선입견 때문인지 좀 섬뜩한 느낌이 들길도 했다. 저토록 어여쁜 여자가 대체 왜? 꼽추 아저씨가 주인 아줌마와 금목걸이에 대해 무슨 얘길 나누는 사이 나는 그녀를 흘깃 훔쳐보며 궁금해했었다.

돈 때문일까? 무슨 감춰진 불구가 있는 걸까? 적어도 외양으론 건강해 보였으며, 꼽추 연인을 다정스레 바라보면서 짓는 미소에도 위선이나 가장 따윈 섞여 있지 않은 성싶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짐작하기 어려운 진정한 사랑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녀가 악녀 짓을 저지른 장본인이란 얘기였다. 

다행히 그런 소문은 식당 안에 떠돌지 않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아무 하숙인에게나 마구 떠벌이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좌절감에 빠져 세상을 원망하며 폭음했고 자살까지 시도했던 모양이었으나, 하숙집에 들어온 뒤부턴 아주머니의 다독거림을 받으며 새 출발을 도모하는 듯싶었다.

종로 뒷골목에 자리한 직장으로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왔다. 원래 그런지 상실의 후유증 탓인지 그의 얼굴에서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 세공

한동안 식당엔 늙수그레한 노인네들이 자주 들렀다. 금니를 일반 시중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두 배 정도 비싸게 쳐서 주었으므로 감탄의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어떤 하숙인은 생활비가 빠듯해지자 흔들리는 이빨을 제 손으로 직접 뽑아 팔곤 며칠간 희희낙락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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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