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㉗통일 외치는 옥탑방 교주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4.06 09:38:56
  • 호수 14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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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피에로씨는 예전에 동자동 하숙집에서 열광적으로 시전하던 성공학에다 여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접목시켜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설정했는가 보았다.

즉, 자기 개인의 성공을 넘어 우리 한민족 전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투신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옥탑방에 꽤 자주 오르락내리락했다. 이와 관련해 제법 기특한 소릴 흥얼대기도 했다. 

성공통일교

“목표가 뚜렷하면 어떤 고난도 견뎌내고 실천하게 된다!”


별 대단스럽달 건 없지만, 그나마 공상이나 실없이 뇌까리던 예전에 비해 많이 변화된 모습이었다. 다만, 무엇을 위한 실천행인지가 문제였다.

나쁜 실행은 때론 관념적 우유부단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던가. 나로서는 동자동에서보다 외려 더 걱정스러웠다. 

옥탑의 사이비 교주에 대해 그는 별 비판을 하지 않았다. 전엔 실행력은 떨어져도 입바른 소린 나름 잘 내뱉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교주의 사이비성을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닌 성싶었다.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이 세상에서 성공키 위해 나름 자신이 믿는 것을 정공법으로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정사를 초월해 나아가는 모습이었달까.

더구나 자기가 내심 사모하는 여통령님의 이른바 통일대박론에 심취해 그 민족적 대사업에 일조키 위해서 나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지고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이비 종교든 수구 꼴통 언론이든 뭐든 다 활용해야 한다는 일종의 막가파식이었다. 그는 삐라와 지라시를 만들어 뿌리느라 절룩거리며 부지런히 나다녔다.


활동비는 사이비 교주의 주머니에서 좀 나오는 모양이었다. 

“큰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미쳐야 합니다! 물론 아름답게 미친다면 더 좋겠지요. 지금 우리 여통령님 각하께서는 민족의 숙원인 통일 대사업에 노심초사하시느라 무궁화처럼 어여쁘게 살짝 미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주의 위대한 마력을 활용한 경천동지할 대사업 앞에서 그 어떤 무지한 자가 웃을 수 있단 말입니까? 아아, 뱁새가 봉황의 큰 뜻을 어이 알리오! 모두 엎드려 감복할지어다!”

정치와 종교는 광신적인 양상을 띨 때 가장 가까워진다. 오랜 체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선조들이 세워 놓은 정교 분리 원칙을 비웃으며 밀애를 즐기려 한다. 사련이지만 그들에게는 로맨스다.

어디까지 나가든….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그런 사련에 빠져 가장 저질스러운 불륜을 저지르는 관계는 극우 꼴통 정당(정치 모리배들)과 수구파 기독교단이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꼴만 봐도 명약관화하다.

그들은 최소한의 이성과 양심과 부끄러움마저 내던져 버린 채 벌거벗고 광장을 누빈다. 목표는 사리사욕일 뿐이다. 그들이 가장 믿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나 신이 아니라 바로 미국이다.

그들에게 있어 미국은 우주의 중심이며, 그러므로 성조기는 태극기보다 한층 더 고상한 귀물인 셈이다. 다른 어느 나라, 어느 식민지에 이런 경우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통일대박론 일조에 고군분투
이성·양심 내던진 수구 기독

기독교인들은 자기네는 아주 고결한 척하며 한국의 토착 종교, 특히 그중에서도 무당을 저속한 미신이라 침 뱉으면서 깔보고 비웃는다.

하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연구하는 종교학·민속학·문화인류학계의 학자들은 한국의 기독교 신앙 속에 무속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 들어 있음을 인정한다.

미국식 교회 건축 양식의 이성미와 양복(혹은 양장) 차림이라는 겉치장을 벗겨내고 본질만 본다면 일부 기독교인만큼 기복신앙을 추구하는 경우는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여기저기 난립하는 기독교파의 기도원은 무당보다 더욱 더 엽기적이고 광신적인 양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만일 한국 땅에 애시당초 무속이 없었다면 기독교가 이처럼 번창할 리 만무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오직 기독교인만이 그 사실을 모르거나 모르는 척할 뿐이다. 광신에 협잡까지 더해지면 법마저도 그들을 제어하기가 어렵다.

일부 교회나 기도원에서 목사들이 희소 난치병과 불치병을 예수님의 영력으로 고친다고 선전하는데, 대부분은 미리 짜고 술수를 부린다는 소문이다.

물론 진짜 성령의 능력을 받아 사역하는 분도 있으리라. 다만 99%가 징그러운 사기꾼이라는 게 문제인 셈이다. 

옥탑방 괴교주와 피에로씨는 마침내 합작하여 하나의 신흥 종교를 창시했다. 그 이름은 ‘신세계성공통일대박교’, 약칭 성공통일교였다. 피에로씨는 약간 자부심이 깃든 어조로 유래를 설명해주었다.

“처음에 교주 영감탱이는 그냥 통일대박교로 나가려 들더군. 그건 좀 유치하다고 내가 말렸지. 그리구 성공학의 교묘한 원리를 매치시켜 하나의 정신운동을 지향케 한 셈이야. 영감쟁이는 굳이 고집스럽게 성공보다 승공이 더 좋겠노라 우겼지만, 그런 고리타분한 말은 요즘 세대에게 안 통한다고 내가 겨우 설득하여 성공통일교로 정했지. 하긴 영감이 젊은 시절엔 승공이란 말이 더 유행했다더군. 영감쟁이는 나더러 부교주를 하라더라만 난 그냥 교육선전부장으로 만족키로 했어.”

그러면서 금박 글씨가 거창스러워 보이는 명함을 내밀었다.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국내용으로 전단지를 뿌리고 지라시 신문을 나눠 주는 노릇이었지만 북한에 삐라를 날려 보내는 작전에도 가담하는 성싶었다.

유튜브에 교주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린다며 설치기도 했으나 기대한 만큼 많은 조회수를 올리진 못한 것 같았다. 그래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더욱 광분하여 하숙생들을 상대로 포교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 배후엔 자유북한운동연합인가 뭔가 하는 탈북민 단체가 있었다. 

피에로씨는 그 단체에도 직접 들락거리는 모양이었는데, 그 무렵부터 북한 여성을 무척 칭송하곤 했다.

고운 진선미

“속담이나 격언엔 진리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난 요즘 깨달았어. 남남북녀라고 하잖아. 정말 그녀들은 아리따워. 외피 겉치장보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미라고 할까.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과 순결성, 꾸밈 없는 순박함과 진실성, 자연미와 함께 숨쉬는 생명력, 전통미 속에 깃든 선량한 순종의 미덕…. 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가 잃어버린 고운 진선미를 지니고 있잖아.”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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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