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⑳대한민국 언론의 현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2.13 14:00:36
  • 호수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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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긴급 새소식!!

김정은 수령의 애첩 리설주 여사님께서 비밀궁에서 홀딱 벗고 로동당 미청년 간부들과 추잡하게 놀아났다!
그 사실을 발설했다고 은하수 악극단의 여성 배우 9명을 공개 총살함!!! @.@”

괴상스러운 제호

삐라는 현재 한국의 인쇄 수준에 비해 상당히 조악한 편이었다. 종이도 싸구려였다.

아마 문제는 그 속에 든 내용이리라. 요즘 전단지는 대개 상업화되어 옛 한반도에 뿌려진 삐라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자극이 남발되면 우스운 장난질도 상쟁의 원인이 된다.


서로 욕질하는 건 하다못해 기분풀이나마 될지언정 굳이 비화시켜 뺨 때리고 맞는 짓을 왜 애써 하는지…. 

그런데 살펴본 바 삐라를 피에로씨 등이 옥탑에서 직접 만들지는 않는 성싶었다.

중간 유통 지점망쯤으로 짐작되었다. 그곳엔 전단지뿐 아니라 대충 만든 괴상스러운 제호의 신문지 뭉치 따위도 구석에 쌓여 있었다.

그건 언젠가 유튜브나 공중파 방송의 고발 프로에서 본 이른바 ‘가짜뉴스 신문’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요즘 일반 언론사들도 자기네의 입맛에 맞춰 편집한 허무맹랑 황당무계한 뉴스를 늘상 생산 유포하는 판인데 과연 진짜 가짜뉴스 신문의 실상은 어떤지 궁금해 피에로씨에게 부탁해서 한 부를 얻어 왔다. 

어느 만큼 신기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건만, 하숙방에서 신문지를 펼친 난 도무지 읽어 나갈 수가 없었다.

노인네들이 주독자층인지 활자가 무척 큰 건 그냥 뭐 이해하겠는데, 내용만큼은 더 목불인견이라 한 순간 구역질이 일 지경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언론은 광고다!’라고 어느 현인이 갈파했다지만, 그 신문지 속의 기사는 막돼먹은 찌라시 광고보다 한층 더 흉측스러웠다.

사실상 모든 언론(신문 방송 등등)은 세상 현실을 주관적으로 편집할 수밖에 없다. 언론 자체가 원래 그런 목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한때 지조 있는 기자와 편집인들이 목숨까지 걸고 사실과 진실을 밝히려 애쓴 자취를 발견하지만 이미 대세는 바뀌어 버렸다(이건 작가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사실 따위보다 재료를 잘 요리해서 먹기 좋도록 그릇에 담아 줘야 하며, 사람들이 맛본 다음 흡족스레 “따봉!”이라 외치면서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워야만 비로소 진실이 되고 뒤이어 사실로 변한다.

그 속에 든 감미료 독소가 몸을 망치고 정신을 혼몽하게 변질시켜도 이미 중독된 상태라 오히려 희희낙락 좋아한다.

더구나 언론 사주들은 소유한 매체를 사실의 장이 아니라 자신의 무기로 생각하기 때문에, 겉으론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사리사욕을 위해 특정 파당(보수 혹은 진보)을 지지할뿐더러 직접 나서서 여론을 조작 왜곡하기도 한다.

이제야 우리는 ‘한국 역사상 모든 언론은 광고이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언할 수 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우리 쪽 언로[言路]는 진실이라고 외치는 자들의 천국 세상….

그들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유서 깊은 언론과 자기네를 비교해 성찰하기보다 북조선의 일당 독재 매체인 <로동신문>을 은근스레 깔보면서 자유의 메신저인 양 행세하며 희희낙락거린다.

자율하지 못하는 방만 방종… 국민들마저 분열돼 항생제 섞인 그 분유를 매일 빨아먹으면서 모유의 존재를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참 중도의 마당은 없는 가짜 피에로들의 무대… 광견병 걸린 하이에나들의 잔치….

황당무계한 뉴스 늘상 생산 유포
여론 조작 사주하는 사주들 실상


자, 각설하고 이제 찌라시 신문지로 돌아가 보자.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가치가 있다고 하니 제 아무리 괴상망측하더라도 함부로 폄하‧재단해선 안 되리라.

내가 옳은 만큼 남은 나쁘니 말살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적어도 38선으로 분단된 대한민국에서는…

해괴한 생각조차 이해해야 한다. 나의 올바른 생각은 상대방의 관점에선 해괴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사소한 문제든 상쟁의 불씨로 변한다.

일단 맘을 열고서 시작하자. 구역질을 느낀다면 상대방은 나에 대해 더 토악질을 느낄 수도 있다.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특히 요즘 같은 시류의 한반도에서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는 독선주의에 빠질 경우(즉, 상대방이 멸망하면 탄탄대로 꽃길이 열리리란 망상에 빠질 경우)…


그런 사태는 결코 실현되지 않겠지만…

결국 어리석은 동반 자살의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이 상황은 두 편이 악수하고 대충 반성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로 상대방의 욕망과 고충을 자기 욕구만큼 이해한 뒤 더 나아가 아집과 아견(고지식)의 프레임 자체를 해체해야만 할 텐데….

그리고 자기 자신의 얼굴을 한강 물에 비춰보며 진실하게 웃을 수 있어야 서로 싸워 피 흘리더라도 아름다울 텐데…. 검푸른 강물은 말 없이 울며 절규하고 있는지 모른다.

부디 화합해 흘러가라고…. 하지만 언제 그런 날이 오려나.

강물이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굽이굽이 흐르는 것처럼, 다리가 좌우의 힘을 합쳐 걷는 듯, 서로 반대하면서도 중심에서 이해하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련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엔 아직 중심축이 없다는 사실을 어찌하랴. 이제 부디 진보니 보수니 종북 좌빨이니 수구 꼴통이니 침 튀기며 동족 상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 우리 한국인의 뇌는 과연 좌빨인가 우빨인가, 응? 여러분의 심장과 폐와 위장과 간은 우익인지 좌익인지 한번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 

사설이 너무 길어졌다. 이제 진짜 각설하고 찌라시 신문으로 돌아가자.

난 정말 있는 그대로 보려 했다. 아까보다는 좀 더 발행자와 기자의 심정이 이해됐다. 심정에 따라서는 객관적인 현실을 충분히 주관적으로 왜곡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아니, 대체 언론 속에 객관적 현실이 있기라도 한가? 진보지든 보수지든 모두 현실 세상을 자기네 입맛과 이익에 맞춰 편집해주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도저히 구역질 없이는 그 뉴스 페이퍼를 계속 볼 수가 없었다. 그건 신문이라기보다 과장과 증오와 거짓을 뒤섞어 옛 양은냄비에서 펄펄 끓여 낸 약장수의 가짜 특효 엑기스 같은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여대통령과 북조선 인민공화국의 수령이 합궁을 했는데 음양흡기술로 김정은을 녹다운시킨 다음 흡수 통일을 이룬다는 식이었다.

그건 약과였다. 내 주관보다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직접 몇 구절 따 옮겨본다. 

“우리의 진골 여왕님께서는 무불통지하시고 대자대비하시어 이미 미‧일‧중‧소 등 주변 강국의 흑막을 초능력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시고 대한민국 국민과 민족의 광영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심초사하고 계시다. 박정희 대통령 각하와 육영수 여사님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스스로 오랜 단학 수련을 통해 이미 인간의 반열을 넘어 신의 따님으로 등극하셨다. 우리 여왕 각하님은 4대 국어에 능통하여 직접 세계를 순방하며 글로벌 리더로서 가는 곳마다 각국의 언어로 유창스레 일장연설하사 미래를 족집게처럼 예언하시어 찬탄을 받으셨다.”

뉴스페이퍼

“우리 영명하신 여황님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 눈빛만으로 단박 제압하셨고, 미국 워싱턴 백악관과 러시아 붉은 광장 크렘린 궁전에도 특수 에너지를 발사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익을 착실히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한층 더 엄격하시어 아베 수상의 하체 기운을 단 한마디로 쫙 빼어 버리시고 우리 국익에 순종하도록 만들어버리셨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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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