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긴급 새소식!!
김정은 수령의 애첩 리설주 여사님께서 비밀궁에서 홀딱 벗고 로동당 미청년 간부들과 추잡하게 놀아났다!
그 사실을 발설했다고 은하수 악극단의 여성 배우 9명을 공개 총살함!!! @.@”
괴상스러운 제호
삐라는 현재 한국의 인쇄 수준에 비해 상당히 조악한 편이었다. 종이도 싸구려였다.
아마 문제는 그 속에 든 내용이리라. 요즘 전단지는 대개 상업화되어 옛 한반도에 뿌려진 삐라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자극이 남발되면 우스운 장난질도 상쟁의 원인이 된다.
서로 욕질하는 건 하다못해 기분풀이나마 될지언정 굳이 비화시켜 뺨 때리고 맞는 짓을 왜 애써 하는지….
그런데 살펴본 바 삐라를 피에로씨 등이 옥탑에서 직접 만들지는 않는 성싶었다.
중간 유통 지점망쯤으로 짐작되었다. 그곳엔 전단지뿐 아니라 대충 만든 괴상스러운 제호의 신문지 뭉치 따위도 구석에 쌓여 있었다.
그건 언젠가 유튜브나 공중파 방송의 고발 프로에서 본 이른바 ‘가짜뉴스 신문’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요즘 일반 언론사들도 자기네의 입맛에 맞춰 편집한 허무맹랑 황당무계한 뉴스를 늘상 생산 유포하는 판인데 과연 진짜 가짜뉴스 신문의 실상은 어떤지 궁금해 피에로씨에게 부탁해서 한 부를 얻어 왔다.
어느 만큼 신기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건만, 하숙방에서 신문지를 펼친 난 도무지 읽어 나갈 수가 없었다.
노인네들이 주독자층인지 활자가 무척 큰 건 그냥 뭐 이해하겠는데, 내용만큼은 더 목불인견이라 한 순간 구역질이 일 지경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언론은 광고다!’라고 어느 현인이 갈파했다지만, 그 신문지 속의 기사는 막돼먹은 찌라시 광고보다 한층 더 흉측스러웠다.
사실상 모든 언론(신문 방송 등등)은 세상 현실을 주관적으로 편집할 수밖에 없다. 언론 자체가 원래 그런 목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한때 지조 있는 기자와 편집인들이 목숨까지 걸고 사실과 진실을 밝히려 애쓴 자취를 발견하지만 이미 대세는 바뀌어 버렸다(이건 작가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사실 따위보다 재료를 잘 요리해서 먹기 좋도록 그릇에 담아 줘야 하며, 사람들이 맛본 다음 흡족스레 “따봉!”이라 외치면서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워야만 비로소 진실이 되고 뒤이어 사실로 변한다.
그 속에 든 감미료 독소가 몸을 망치고 정신을 혼몽하게 변질시켜도 이미 중독된 상태라 오히려 희희낙락 좋아한다.
더구나 언론 사주들은 소유한 매체를 사실의 장이 아니라 자신의 무기로 생각하기 때문에, 겉으론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사리사욕을 위해 특정 파당(보수 혹은 진보)을 지지할뿐더러 직접 나서서 여론을 조작 왜곡하기도 한다.
이제야 우리는 ‘한국 역사상 모든 언론은 광고이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언할 수 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우리 쪽 언로[言路]는 진실이라고 외치는 자들의 천국 세상….
그들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유서 깊은 언론과 자기네를 비교해 성찰하기보다 북조선의 일당 독재 매체인 <로동신문>을 은근스레 깔보면서 자유의 메신저인 양 행세하며 희희낙락거린다.
자율하지 못하는 방만 방종… 국민들마저 분열돼 항생제 섞인 그 분유를 매일 빨아먹으면서 모유의 존재를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참 중도의 마당은 없는 가짜 피에로들의 무대… 광견병 걸린 하이에나들의 잔치….
황당무계한 뉴스 늘상 생산 유포
여론 조작 사주하는 사주들 실상
자, 각설하고 이제 찌라시 신문지로 돌아가 보자.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가치가 있다고 하니 제 아무리 괴상망측하더라도 함부로 폄하‧재단해선 안 되리라.
내가 옳은 만큼 남은 나쁘니 말살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적어도 38선으로 분단된 대한민국에서는…
해괴한 생각조차 이해해야 한다. 나의 올바른 생각은 상대방의 관점에선 해괴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사소한 문제든 상쟁의 불씨로 변한다.
일단 맘을 열고서 시작하자. 구역질을 느낀다면 상대방은 나에 대해 더 토악질을 느낄 수도 있다.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특히 요즘 같은 시류의 한반도에서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는 독선주의에 빠질 경우(즉, 상대방이 멸망하면 탄탄대로 꽃길이 열리리란 망상에 빠질 경우)…
그런 사태는 결코 실현되지 않겠지만…
결국 어리석은 동반 자살의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이 상황은 두 편이 악수하고 대충 반성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로 상대방의 욕망과 고충을 자기 욕구만큼 이해한 뒤 더 나아가 아집과 아견(고지식)의 프레임 자체를 해체해야만 할 텐데….
그리고 자기 자신의 얼굴을 한강 물에 비춰보며 진실하게 웃을 수 있어야 서로 싸워 피 흘리더라도 아름다울 텐데…. 검푸른 강물은 말 없이 울며 절규하고 있는지 모른다.
부디 화합해 흘러가라고…. 하지만 언제 그런 날이 오려나.
강물이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굽이굽이 흐르는 것처럼, 다리가 좌우의 힘을 합쳐 걷는 듯, 서로 반대하면서도 중심에서 이해하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련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엔 아직 중심축이 없다는 사실을 어찌하랴. 이제 부디 진보니 보수니 종북 좌빨이니 수구 꼴통이니 침 튀기며 동족 상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 우리 한국인의 뇌는 과연 좌빨인가 우빨인가, 응? 여러분의 심장과 폐와 위장과 간은 우익인지 좌익인지 한번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
사설이 너무 길어졌다. 이제 진짜 각설하고 찌라시 신문으로 돌아가자.
난 정말 있는 그대로 보려 했다. 아까보다는 좀 더 발행자와 기자의 심정이 이해됐다. 심정에 따라서는 객관적인 현실을 충분히 주관적으로 왜곡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아니, 대체 언론 속에 객관적 현실이 있기라도 한가? 진보지든 보수지든 모두 현실 세상을 자기네 입맛과 이익에 맞춰 편집해주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도저히 구역질 없이는 그 뉴스 페이퍼를 계속 볼 수가 없었다. 그건 신문이라기보다 과장과 증오와 거짓을 뒤섞어 옛 양은냄비에서 펄펄 끓여 낸 약장수의 가짜 특효 엑기스 같은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여대통령과 북조선 인민공화국의 수령이 합궁을 했는데 음양흡기술로 김정은을 녹다운시킨 다음 흡수 통일을 이룬다는 식이었다.
그건 약과였다. 내 주관보다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직접 몇 구절 따 옮겨본다.
“우리의 진골 여왕님께서는 무불통지하시고 대자대비하시어 이미 미‧일‧중‧소 등 주변 강국의 흑막을 초능력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시고 대한민국 국민과 민족의 광영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심초사하고 계시다. 박정희 대통령 각하와 육영수 여사님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스스로 오랜 단학 수련을 통해 이미 인간의 반열을 넘어 신의 따님으로 등극하셨다. 우리 여왕 각하님은 4대 국어에 능통하여 직접 세계를 순방하며 글로벌 리더로서 가는 곳마다 각국의 언어로 유창스레 일장연설하사 미래를 족집게처럼 예언하시어 찬탄을 받으셨다.”
뉴스페이퍼
“우리 영명하신 여황님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 눈빛만으로 단박 제압하셨고, 미국 워싱턴 백악관과 러시아 붉은 광장 크렘린 궁전에도 특수 에너지를 발사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익을 착실히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한층 더 엄격하시어 아베 수상의 하체 기운을 단 한마디로 쫙 빼어 버리시고 우리 국익에 순종하도록 만들어버리셨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