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⑳대한민국 언론의 현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2.13 14:00:36
  • 호수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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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긴급 새소식!!

김정은 수령의 애첩 리설주 여사님께서 비밀궁에서 홀딱 벗고 로동당 미청년 간부들과 추잡하게 놀아났다!
그 사실을 발설했다고 은하수 악극단의 여성 배우 9명을 공개 총살함!!! @.@”

괴상스러운 제호

삐라는 현재 한국의 인쇄 수준에 비해 상당히 조악한 편이었다. 종이도 싸구려였다.

아마 문제는 그 속에 든 내용이리라. 요즘 전단지는 대개 상업화되어 옛 한반도에 뿌려진 삐라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자극이 남발되면 우스운 장난질도 상쟁의 원인이 된다.


서로 욕질하는 건 하다못해 기분풀이나마 될지언정 굳이 비화시켜 뺨 때리고 맞는 짓을 왜 애써 하는지…. 

그런데 살펴본 바 삐라를 피에로씨 등이 옥탑에서 직접 만들지는 않는 성싶었다.

중간 유통 지점망쯤으로 짐작되었다. 그곳엔 전단지뿐 아니라 대충 만든 괴상스러운 제호의 신문지 뭉치 따위도 구석에 쌓여 있었다.

그건 언젠가 유튜브나 공중파 방송의 고발 프로에서 본 이른바 ‘가짜뉴스 신문’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요즘 일반 언론사들도 자기네의 입맛에 맞춰 편집한 허무맹랑 황당무계한 뉴스를 늘상 생산 유포하는 판인데 과연 진짜 가짜뉴스 신문의 실상은 어떤지 궁금해 피에로씨에게 부탁해서 한 부를 얻어 왔다. 

어느 만큼 신기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건만, 하숙방에서 신문지를 펼친 난 도무지 읽어 나갈 수가 없었다.

노인네들이 주독자층인지 활자가 무척 큰 건 그냥 뭐 이해하겠는데, 내용만큼은 더 목불인견이라 한 순간 구역질이 일 지경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언론은 광고다!’라고 어느 현인이 갈파했다지만, 그 신문지 속의 기사는 막돼먹은 찌라시 광고보다 한층 더 흉측스러웠다.

사실상 모든 언론(신문 방송 등등)은 세상 현실을 주관적으로 편집할 수밖에 없다. 언론 자체가 원래 그런 목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한때 지조 있는 기자와 편집인들이 목숨까지 걸고 사실과 진실을 밝히려 애쓴 자취를 발견하지만 이미 대세는 바뀌어 버렸다(이건 작가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사실 따위보다 재료를 잘 요리해서 먹기 좋도록 그릇에 담아 줘야 하며, 사람들이 맛본 다음 흡족스레 “따봉!”이라 외치면서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워야만 비로소 진실이 되고 뒤이어 사실로 변한다.

그 속에 든 감미료 독소가 몸을 망치고 정신을 혼몽하게 변질시켜도 이미 중독된 상태라 오히려 희희낙락 좋아한다.

더구나 언론 사주들은 소유한 매체를 사실의 장이 아니라 자신의 무기로 생각하기 때문에, 겉으론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사리사욕을 위해 특정 파당(보수 혹은 진보)을 지지할뿐더러 직접 나서서 여론을 조작 왜곡하기도 한다.

이제야 우리는 ‘한국 역사상 모든 언론은 광고이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언할 수 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우리 쪽 언로[言路]는 진실이라고 외치는 자들의 천국 세상….

그들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유서 깊은 언론과 자기네를 비교해 성찰하기보다 북조선의 일당 독재 매체인 <로동신문>을 은근스레 깔보면서 자유의 메신저인 양 행세하며 희희낙락거린다.

자율하지 못하는 방만 방종… 국민들마저 분열돼 항생제 섞인 그 분유를 매일 빨아먹으면서 모유의 존재를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참 중도의 마당은 없는 가짜 피에로들의 무대… 광견병 걸린 하이에나들의 잔치….

황당무계한 뉴스 늘상 생산 유포
여론 조작 사주하는 사주들 실상


자, 각설하고 이제 찌라시 신문지로 돌아가 보자.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가치가 있다고 하니 제 아무리 괴상망측하더라도 함부로 폄하‧재단해선 안 되리라.

내가 옳은 만큼 남은 나쁘니 말살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적어도 38선으로 분단된 대한민국에서는…

해괴한 생각조차 이해해야 한다. 나의 올바른 생각은 상대방의 관점에선 해괴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사소한 문제든 상쟁의 불씨로 변한다.

일단 맘을 열고서 시작하자. 구역질을 느낀다면 상대방은 나에 대해 더 토악질을 느낄 수도 있다.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특히 요즘 같은 시류의 한반도에서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는 독선주의에 빠질 경우(즉, 상대방이 멸망하면 탄탄대로 꽃길이 열리리란 망상에 빠질 경우)…


그런 사태는 결코 실현되지 않겠지만…

결국 어리석은 동반 자살의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이 상황은 두 편이 악수하고 대충 반성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로 상대방의 욕망과 고충을 자기 욕구만큼 이해한 뒤 더 나아가 아집과 아견(고지식)의 프레임 자체를 해체해야만 할 텐데….

그리고 자기 자신의 얼굴을 한강 물에 비춰보며 진실하게 웃을 수 있어야 서로 싸워 피 흘리더라도 아름다울 텐데…. 검푸른 강물은 말 없이 울며 절규하고 있는지 모른다.

부디 화합해 흘러가라고…. 하지만 언제 그런 날이 오려나.

강물이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굽이굽이 흐르는 것처럼, 다리가 좌우의 힘을 합쳐 걷는 듯, 서로 반대하면서도 중심에서 이해하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련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엔 아직 중심축이 없다는 사실을 어찌하랴. 이제 부디 진보니 보수니 종북 좌빨이니 수구 꼴통이니 침 튀기며 동족 상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 우리 한국인의 뇌는 과연 좌빨인가 우빨인가, 응? 여러분의 심장과 폐와 위장과 간은 우익인지 좌익인지 한번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 

사설이 너무 길어졌다. 이제 진짜 각설하고 찌라시 신문으로 돌아가자.

난 정말 있는 그대로 보려 했다. 아까보다는 좀 더 발행자와 기자의 심정이 이해됐다. 심정에 따라서는 객관적인 현실을 충분히 주관적으로 왜곡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아니, 대체 언론 속에 객관적 현실이 있기라도 한가? 진보지든 보수지든 모두 현실 세상을 자기네 입맛과 이익에 맞춰 편집해주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도저히 구역질 없이는 그 뉴스 페이퍼를 계속 볼 수가 없었다. 그건 신문이라기보다 과장과 증오와 거짓을 뒤섞어 옛 양은냄비에서 펄펄 끓여 낸 약장수의 가짜 특효 엑기스 같은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여대통령과 북조선 인민공화국의 수령이 합궁을 했는데 음양흡기술로 김정은을 녹다운시킨 다음 흡수 통일을 이룬다는 식이었다.

그건 약과였다. 내 주관보다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직접 몇 구절 따 옮겨본다. 

“우리의 진골 여왕님께서는 무불통지하시고 대자대비하시어 이미 미‧일‧중‧소 등 주변 강국의 흑막을 초능력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시고 대한민국 국민과 민족의 광영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심초사하고 계시다. 박정희 대통령 각하와 육영수 여사님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스스로 오랜 단학 수련을 통해 이미 인간의 반열을 넘어 신의 따님으로 등극하셨다. 우리 여왕 각하님은 4대 국어에 능통하여 직접 세계를 순방하며 글로벌 리더로서 가는 곳마다 각국의 언어로 유창스레 일장연설하사 미래를 족집게처럼 예언하시어 찬탄을 받으셨다.”

뉴스페이퍼

“우리 영명하신 여황님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 눈빛만으로 단박 제압하셨고, 미국 워싱턴 백악관과 러시아 붉은 광장 크렘린 궁전에도 특수 에너지를 발사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익을 착실히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한층 더 엄격하시어 아베 수상의 하체 기운을 단 한마디로 쫙 빼어 버리시고 우리 국익에 순종하도록 만들어버리셨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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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