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건강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7 14: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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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 가져도 건강 잃으면 다 잃은 것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을 해오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친구·고향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여섯 번째로 그들의 '건강'을 살펴봤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다 잃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인도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일. 대선이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출마의 뜻을 밝힌 후보들이라면 그들의 건강 역시 중요한 검증 대상일 수밖에 없다.

 

'철의 여인' 박근혜 
"연약해보이지만 건강 이상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여성후보다. 게다가 박 후보는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겉모습은 무척 왜소해 보인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느라 퉁퉁부어 붕대를 감은 손은 박 후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러나 박 후보는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매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단 한번도 건강상의 문제를 드러낸 적이 없는 철의 여인이다.

박 후보를 도와 선거를 뛰어본 사람들은 박 후보의 걸음걸이가 무척 빠른 편이어서 건강한 남자도 따라잡기가 벅찰 지경이라고 말한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그는 일단 구두를 벗는다. 운동화 내지는 단화를 신고 구석구석을 누빈다.

지난 4·11총선 때부터 하루 2~3시간 잠을 자면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강건한 체력에는 참모들도 혀를 내두른다. 박 후보는 차량이동 중에도 등받이에 등을 대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동 중에는 전화를 걸거나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시간에 쫓겨 정독을 못했거나 다시 보고픈 기사는 본인이 직접 스크랩해서 집에서라도 읽는 스타일이다.


박 후보는 꼼꼼한 성격만큼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박 후보는 매일 새벽 5시쯤 일어나 국선도를 한다. 체조와 단전호흡, 팔굽혀펴기, 물구나무서기로 이어진다. 먼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단전호흡에 들어간다. 운동을 하면서 새벽에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는 국선도 단전호흡은 지금까지 박 후보의 건강을 지켜주는 핵심 비법이다. 박 후보가 국선도와 단전호흡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10여년 전쯤 건강을 챙겨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국선도와 단전호흡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박 후보의 식사법 역시 건강관리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다. 박 후보는 현미밥과 두릅나물처럼 담백한 음식을 좋아한다. 한때 보좌진들은 박 후보가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는 줄 알고 중식당 예약을 피했다. 그러나 중식은 물론 양식, 일식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술은 소주 2~3잔 정도는 마시며 막걸리나 양주도 조금씩은 한다. 그렇지만 절대 과음은 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하루 세끼 밥을 규칙적으로 먹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박 후보는 가능하면 규칙적으로 맞추려 애쓴다. 또 채식 위주로 소식(小食)을 한다.

박 후보는 아침 운동 외에도 몇 가지 구기종목을 즐긴다. 특히 테니스와 탁구를 좋아한다. 과거 청와대에서 생활할 때부터 즐겼다고 한다. 같이 땀을 흘리는 가운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물론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아쉬움도 많다.

너무 시간에 쫓기는 요즘은 나름대로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허리에 '만보기'를 차고 가급적 많이 걷는 것이다. 의원회관이든 어디든 틈만 있으면 그저 열심히 걷는다. 박 후보는 원래부터 산책을 좋아하는데 유명정치인이다 보니 어디에서든 외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걸어 볼 기회가 드물다. 그래서 해외 방문길에 나서면 보좌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숙소 인근의 산책로 물색이다. 원래 산책을 좋아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럴 기회가 없다보니 외국에 나가면 공원이나 숲속을 잠시라도 거닐길 좋아한다고 한다.

박 후보는 정치를 하면서 정치인에게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실감하곤 한다고 말한다. 특히 여성 정치인에게 건강한 체력은 필수다. 선거 때가 되면 지원 유세를 위해서 하루에 800km 이상을 이동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차 안에서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 후보의 측근들은 국선도로 꾸준히 관리해 온 체력이 아니었다면 그런 강행군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녹내장·고혈압' 문재인 
"특전사 출신 만능스포츠맨"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연설 때마다 발음이 안 좋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이는 문 후보가 치아 열 개를 임플란트로 교체한 탓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 후보는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1년 만에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스트레스로 치아가 10개나 빠졌다.

문 후보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청와대에 들어간 첫 1년 동안 의욕을 앞세워 밤낮 없이 일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상했다. 혈압도 높아졌고, 근무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 1년쯤 되자 다들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면서 체력관리를 해 나가는 게 바람직했다"고 회고했다.

문 후보가 이렇듯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이유는 참여정부 출범 후 중대한 사안이 연이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출범 첫 해에 겪었던 이라크 파병, 그리고 부안 원자력 발전소 폐기물 처리장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지층으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이 컸다.

실제로 그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 일을 1년 정도만 하고 나가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고 전해진다. 한 명 뒀던 여직원을 슬그머니 두 명으로 늘렸고 그 사이에 이가 하나하나 빠졌다. 남들은 다 긴장하는 치과치료를 받으며 졸았을 정도로 일을 했다고 한다. 평소 취미가 등산에 스쿠버다이빙일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던 문 후보였지만 청와대 생활 1년 만에 고혈압과 녹내장을 얻었다.

결국 문 후보는 건강악화를 이유로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네팔 산행에 나선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네팔 산행 도중 문 후보는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영자신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즉시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무효 판결 이후 다시 청와대로 복귀한 문 후보는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렇듯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건강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감히 문 후보를 '약골'이라 부를 수는 없다. 문 후보는 다름 아닌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 당해 공수부대에 차출된 뒤 1공수특전여단 3대대에서 복무했다. 유신독재 정권은 학생운동 주동자들의 맥을 끊기 위해 신체검사도 하지 않은 상태로 강제징집했다.

그렇게 강제징집을 당한 문 후보는 특전사에 입대한 후 오히려 뛰어난 재능을 발견했다. 문 후보는 특전사에서 특등사수였으며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모습대로 선임분대장을 맡으며 최고의 군인으로 변해갔다. 그는 악명 높은 특전사 훈련을 단순히 견뎌낸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강의 군인들만 모인 특전사에서 두 번씩이나 최우수 특전사 표창을 받은 것이 그 증거다. 폭파 주특기로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특기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최우수 화학병 표창도 받았다.

문 후보의 취미 또한 군 시절 수중폭파조 경험으로 익힌 스킨스쿠버다. 이처럼 문 후보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한다. 비록 과로 앞에 잠시 무릎을 꿇기도 했지만 특전사 출신에 만능스포츠맨, 가리는 것 없는 식성으로 유명한 문 후보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만성 B형 간염' 안철수 
"건강의 중요성 누구보다 잘 알지만…"

지난 19일 정식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출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건강관리에 들어갔다. 그는 한 강연에서 "체력이 달려서 요즘 근육 만드는 운동을 한다"며 "식스팩을 만들기 위해 복근운동을 하는데 식스팩이 윗부분에 두 개만 있고 아래 네 개가 아직 안 생겼다"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안 원장은 "운동을 시작한 후 몸이 무척 가벼워진 느낌"이라며 건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전 원장이 대선출마를 이토록 망설인 이유가 그의 '건강'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안 전 원장은 의사출신인데다 모범적인 사생활로도 유명하지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시절엔 술을 무척 자주 마셨고, 회사를 경영하던 시절에도 과음을 해 간 건강이 크게 악화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 술을 끊어 전혀 마시지 않고 있으며 흡연도 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간 관련 병력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피로가 누적되고 무리를 하면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 전 원장이 대선출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건강관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 전 원장은 간염 보유자다. 안 전 원장의 직접적인 병명은 '만성 B형간염'으로 그는 1988년 이후 7년간이나 하루 4시간씩만 자면서 의사 생활과 백신개발을 병행해 신체를 너무 혹사하는 바람에 간염에 걸려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지난 1998년에는 한창 크고 있던 '안철수연구소'를 자리 잡게 하는 일과 미국 유학생활을 병행하느라 무리한 나머지 급성간염으로 입원했다. 안 전 원장은 당시 누워서 회의를 주재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안 전 원장의 측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지만 과로로 인한 간염이었다. 6개월 정도 고생한 후에야 이전의 상태를 거의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뜻밖에 찾아온 간염은 안 전 원장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경영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회사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건강 회복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경영자로서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하지만 갑작스런 건강악화는 안 전 원장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건강을 포함한 사업 외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이다. 특히 의학도였던 그로서는 새삼 건강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안 전 원장은 병을 앓고 난 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한 추진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건강과 체력이 뒷받침 돼야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에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그 이후로 안 전 원장은 건강관리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한다. 아침마다 30~40분 정도 러닝머신을 이용해 빨리 걷는 운동을 한다. 안 전 원장은 "학창시절부터 단거리 달리기는 못하는데 장거리 달리기는 잘한다"며 스스로 이를 악물고 오래 참는 데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B형 간염을 한번 앓은 사람은 이를 완벽하게 치료할 방법이 아직은 없다고 한다. 안 전 원장의 평소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이 이번 대선과정에서 빛을 발할지 아니면 또 다시 건강상의 문제점을 드러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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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