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3인 한가위 민심 잡을 '비장의 카드'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6 11: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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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머리민심' 잡아야 '주도권' 잡는다"

[일요시사= 김명일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민심은 이번 18대 대선의 분수령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12월 대선이 주요 화제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어떤 여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선거판세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여야 대선주자들이 추석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력한 장외주자로 분류되던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9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함에 따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함께 대권을 향한 치열한 3각 구도가 완성됐다. 이들 세 사람이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당장 추석 민심이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역대 대선에서의 사례를 보더라도 추석 연휴기간 조성된 민심이 연말 대선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온 것을 알 수 있다. 

대선 분수령
명절의 중요성

한 여론조사기관에서도 명절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민들의 일방적인 정보가 한자리에 모인 일가친척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역 간, 세대 간 융합을 이뤄내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여론의 큰 흐름을 조성해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전문가들은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각자 추석연휴를 앞두고 민심을 사로잡을 비장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의 여왕 박근혜, 13연승의 사나이 문재인, 타이밍 정치의 귀재 안철수가 내놓을 비장의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정치권 안팎의 국민적 관심사도 여기에 집중돼 있다. 

3파전 구도 완성…"진짜 대선레이스는 이제부터!"
각 후보가 꺼낼 비장의 카드에 정치권 이목 집중


우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4일 최근 불거진 역사인식 논란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과를 하며 추석민심잡기에 나섰다. 역사인식 논란은 박 후보가 후보당선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하는 등 파격행보를 보이며 추진해온 '국민대통합'을 무색케 만드는 것은 물론 중도층을 돌아서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역사인식 논란 이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7∼18일 여론조사(1500명·95% 신뢰수준에 ±2.5%p 오차)에 따르면 양자대결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7.1%)가 박 후보(44.0%)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의 지지율이 박 후보를 추월한 것은 리얼미터가 지난 7월부터 양자대결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역사인식논란은 박 후보에게는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박근혜의 전격 사과
문재인은 쇄신할까?

박 후보는 당초 과거사와 관련해 할 말은 다했다는 입장을 견지했었지만 정치전문가들은 물론 캠프 내에서도 역사인식에 관한 사과 없이는 대권을 잡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자 결국 추석을 앞두고 전향적 사과를 한 것이다.

박 후보가 내놓을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로는 당 지도부 교체 등의 쇄신방안도 거론된다. 공천헌금 사태와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측근인 홍사덕, 송영선 전 의원이 비리에 연루돼 새누리당이 큰 곤혹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없이 추석을 맞이한다면 박 후보로서는 무척 불리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장외에서 박 후보에게 꾸준히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등 비박계 정치인들과의 극적인 대화합을 연출하는 것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박계 정치인들과의 극적인 화해는 표 확장은 물론이고 경선과정에서 박 후보가 얻게 된 '불통' 이미지를 상당부분 희석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평소 박 후보가 강조해온 '대통합' 정신과도 일치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전격적인 연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선진당은 현재 비록 4석을 가진 소수정당에 불과하지만 대선의 향방을 가를 충청권 토착정당임을 무시할 수 없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선진당의 이인제 대표가 최근 공공연히 제3세력을 운운하며 안 전 원장을 지지할 수도 있다고 밝힌 점은 박 후보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노선이 비슷한 만큼 보수대연합을 기치로 내걸고 박 후보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이번 대선과정에서의 연대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음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다. 문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파죽지세의 13연승을 차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모바일투표 논란 등 불공정 경선 의혹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당원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이대로라면 대선에서 같은 당원들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선과정에서 당원들 간에 벌어진 계란투척과 욕설, 몸싸움 등 막장행태는 중도층의 등까지 돌리게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문 후보 측이 추석 전 파격적인 당 쇄신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 안팎의 인사들도 한결같이 파격적인 쇄신 없이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도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의 모든 권한을 대선후보에게 위임하기로 하는 등 문 후보가 중심이 돼서 당 쇄신에 나설 여건은 이미 만들어졌다. 이제 정치권의 이목은 문 후보가 과연 어떠한 쇄신책을 내놓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쇄신 드라이브의 성공 여부는 문 후보의 리더십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 후보가 과감한 쇄신에 성공한다면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쇄신작업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경선과정에서 '친노 패권주의'가 드러났다며 관리부실과 소통부재를 이유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동반사퇴까지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단일화 변수
안철수의 행보는?
  

대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급박한 상황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전격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당 운영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당 지도부 역시 개혁의 주체여야 할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 상황에 대해 무척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만약 문 후보가 기대에 못 미치는 쇄신책으로 국민들에게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긴다면 대권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또 문 후보 진영에서는 당내 대선경선에 참여했었던 '비문 3인방(손학규·김두관·정세균)' 끌어안기도 추석민심을 사로잡을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비문 3인방은 지난 16일 최종 경선(서울지역)이 끝난 직후 일제히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선과정에서의 갈등을 이유로 일부 후보가 안 원장 측에 가세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그만큼 이번 경선 과정에서 생긴 문 후보와 비문 3인방의 갈등이 깊은 것이다.

만약 당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비문 3인방이 문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는커녕 실제로 안 원장 측에 가세하게 된다면 단일화 과정에서 문 후보가 무척 불리해질 것이 틀림없다. 비문 3인방과의 진정성 있는 화해는 막장경선으로 굳어진 민주당의 구태정치 이미지를 씻는데도 주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문 후보 측은 아직 선대위 인선을 마무리 짓지 않은 만큼 파격적 인사의 영입으로 추석 민심 잡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19일 추석을 10여 일 앞두고 출마선언을 한 것 자체가 추석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 전 원장 측은 "민주당 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경선이 끝난 이후에 출마를 선언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안 전 원장이 대선정국에서 추석이 가지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미 출마선언의 마지노선을 추석 전으로 정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도 추석 민심 따라 대권 판도 '출렁'
여야 대선주자 총력전 나설 듯…중간승자는 누구?

또 안 전 원장 측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만큼 파격적인 캠프인선으로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자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외에도 안 전 원장은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이제 막 대선판에 정식으로 뛰어든 만큼 구체적인 비전제시만으로도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안 원장과 문 후보에게는 야권단일화라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비장의 카드가 아직 남아 있다. 추석 전 양 후보가 야권단일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겠다는 선언만으로도 단숨에 이슈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세 후보가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있다. 바로 상대후보에 대한 검증과 대형공약의 발표다. 전문가들은 만약 상대후보에 대한 결정적 네거티브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추석을 앞두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미 이번 대선이 진흙탕 네거티브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여론은 고려해야 할 부담이다.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대형공약을 발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이 '무상급식'이란 화두로 돌풍을 일으켰던 것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최근 포퓰리즘 공약에 대한 국민들의 경계심이 높아진데다 여야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을 발표해 이미 공약의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평가가 많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본격적인 대선경쟁
검증·공약 대결 예상
 

한편 한 정치전문가는 "대선이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고 안 전 원장의 출마선언으로 삼파전 구도가 완성된 만큼 이제는 본격적인 대선경쟁이 시작 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각 주자들은 추석연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추석연휴에 어떤 주자가 주도권을 잡는가는 향후 대선 판세를 엿볼 수 있는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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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