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⑬한국사회 나이와 예의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2.20 16:16:26
  • 호수 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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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사람이란 여느 짐승과 달리 참 이상하다. 발걸음 겨우 떼는 세 살배기 어린애도 갓난 동생 앞에서는 노인장 행세를 하려 들고, 예순 살 넘은 중늙은이도 일흔 여든 노인네 앞에선 어리광을 부려 본다. 

대체 어떤 짐승이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던가?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수염값

한마디로 말해 인간 문화 혹은 동양 유교 극장에서 대대로 상영돼 내려온 삼류 코믹물이 아닌가 싶다. 장유유서, 나이치레, 수염값 따윌 잘 섞어 살짝 비틀면 틀림없이 희극이 발생한다.

유교의 본고장인 중국이나 학문적 연구가 풍부한 일본 등지에선 불가능한 대한민국만의 특징이랄까.

진짜 유교가 아닌 가짜 유교 풍습, 진짜 불교가 아닌 속류 불교, 그리스도의 진리를 빙자한 사이비 교회와 목사들의 천국….

제 아무리 신심 깊은 선남선녀일지라도 일단 사원이나 교회당에 들어가게 되면 사제나 목사 그리고 승려들의 주구[走狗]가 되는 꼴이다. 아무리 유치한 설교라도 경청해야 하며 제 아무리 할 말이 많더라도 꾹 참아야 한다.

꼴통 사이비 유교식 제사니 의례 준칙이니 뭐니 하는 건 사람을 개장 속에 가둬 놓는 일종의 반[半]살해 방식이 아닐까? 생명을 자기들 입맛에 알맞게스리 억압하는 게 그네들의 궁극 목적이지 싶다. 

한편으론 치받기도 있다. 열 살 갓 넘은 애들이 할배 수염을 쓰다듬는 건 재롱이라 치자(하긴 요즘 수염 기른 할배는 없지만 수염이 상징하는 사물은 훨씬 더 많다).

애들은 사춘기를 지나 20대가 되면 기성세대 중에서 ‘성공’하지 못한 손위 사람들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겉으론 대접하는 척하면서 언제든 앞통수든 뒤통수든 칠 준비를 맘속에 지니고 있다.

자기는 그 나이가 되면 훨씬 멋지게 성공할 수 있다는 몽상과 강박관념을 내장한 채.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자기가 무시하던 사람보다 더 하찮은 꼴로 30대를 맞이하면 공상을 한층 강화해 40대를 깔보고, 제 40이 되면 남 50을 비웃다가 겨우 평범한 불평분자로 추락하거나, (자기가 비웃던 손위 사람에게 빌붙어)기생충처럼 살아가거나, 심지어 제 한몸 감당치 못해 인생 비극의 종막을 스스로 끄집어 내리기도 한다.

인생살이가 만만찮건만 그들은 잘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 젊어 고생은 돈 주고 사서 한다는 옛 속담을 비웃으며 성공 꽃 깔린 탄탄대로만 걸으려 애쓴다.

참된 인생의 성공자는 누구인가?

철사 우리 속에 든 병아리들이 나름 삐악삐약거리며 횃대 위로 올라 보려 형제 자매를 짓밟고 쟁투하지만 과연 몇이나 흙마당 초원으로 나가 뛰날아 보려나.

봉황 몇 마리 빼곤 모두 식용 닭이 되는 신세 아닌가… 비유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려다 여기까지 왔는지 되돌아가 보자. 

동방예의지국이니 뭐니 하지만 사실상 한국만큼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비인간적으로 취급하고,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깔보는 곳도 없는 성싶다.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기보다 무슨 물건처럼 취급하는 나쁜 버릇… 대대로 이어져 왔고 만약 당신이 고치지 않는다면 자식 대대로 이어지는 나쁜 습속이 되리라. 

너무 비관적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이란 말이 전세계적으로 회자되는 시대가 아닌가!

우리가 조금만 더 우리 자신을 바로 보고…

가짜 사랑, 가짜 행복, 거짓 풍요, 가짜 애국심, 가짜 진실과 진리, 거짓 종교, 가짜 뉴스, 가짜 의술, 가짜 교육, 사이비 악질 광고 따위로부터 해방돼(8·15 해방보다 더 힘들겠지만) 개, 소, 닭 등 애완 가축만큼의 양심을 지닌다면 만물의 영장이며 홍익인간의 실천자로서 칭찬받을 텐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코리아는 이른바 동방의 등불을 넘어 세계의 빛이 되련만….

동양 유교 극장의 삼류 코믹물
옥탑방 노인네의 괴상한 생김새

이제 군소리 따윈 집어치우고 한마디로 끝내자. 왕조시대에 목숨 걸고 정론을 펼친 선비들이 대단했기로서니 꿀릴 건 없다.

조선시대의 왕이나 사대부 선비님들보다 오늘날의 평범한 시민들이 훨씬 더 진실하고 양심적이고 열려 있다.

다만, 대통령이든 뭐든 다 비판할 건 하되 자기 당파의 개짓거리에 대해서도 재채기나마 할 수 있다면, 즉 이기적인 좀비 근성만 사라진다면 요즘 코로나 좀비 바이러스를 잘 관리해 전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이 땅 금수강산에서 티격태격하며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부부간에도 그렇지만 정치판 여야도 서로 싸우지 않으면 별 재미없다. 하하…

코피 터지게끔 싸우되 일반 국민들이 각자 나름의 목소리로 웃으며 구경할 만큼만 룰을 지킨다면 대한민국은 구태를 벗어나 새로운 현대의 동방 서방 예의지국 뉴 모델이 될 텐데….

세 살짜리 아이가 할아비 수염을 잡아 흔들든 할매가 손자의 코피를 내든 어떠하랴. 그건 억압 없는 생명의 자연스러운 율동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옥탑방의 괴상한 노인네는 젊은 애들을 가지고 놀긴 하되 그런 풋풋한 생명감이 없었다. 젊음을 애완물로 여기며 희롱하려는 측면도 있었다.

자기는 청춘 시절에 아름답고 극적인 연애를 많이 했고, 때론 수녀나 비구니 그리고 무당의 애처로운 외로움도 달래 줬노라고 흐뭇한 표정으로 회상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개방 같은 음란 성폭행 사이트의 파렴치한 악행에 대해서도 꽤나 너그러웠다.

헌데 자기와 비슷한 연배의 노인을 만날 경우 인상이 훽 바뀌었다. 그 따위 삶이 뭐냐, 청춘을 허비하고 그렇게 어영부영 살아가는 건 죄악이야, 하고 꾸짖는 표정이었다.

자기보다 더 연로한 늙은이들은 아예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고 멸시했다. 자신은 더욱 징그러운 꼬라지면서도…. 

그건 혹시 늙어 죽기 싫은 마음과 두려움 그리고 영원히 영화를 누리고픈 욕망의 굴절된 표현이 아닐까? 아마 어린 녀석이 윗사람을 치받는 경향성도 그런 원초적인 소망이 내장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바로 그 괴상스러운 노인네의 마음속에…. 

다만 한 사람 괴노인을 주눅들게 하는 천적 같은 존재가 있었다. 하숙생들이 ‘레드 몬스터’라고 부르는 사람이었다.

가끔 누군가 올드 로맨티스트라고 불러 주기도 했다. 그는 무지개 식당의 하숙생이 아니었으며 다른 미지의 어느 시공간에 사는 듯 이따금 슬쩍 들르곤 했다.

노인네들이 사라져 가는 열정을 마음으로나마 보강키 위해 붉은 색을 몸에 걸치는 건 이해할 만하지만 그는 퍽 유별났다.

아마 옛날이라면 ‘빨갱이’란 누명을 쓰고 경찰서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했으리라. 사실상 해방촌이나 서울역 부근을 거닐다 보면 그런 빨간 요괴 같은 노인이 가끔 눈에 띈다.

그 빨갱이가 이 빨갱인지 저 빨갱이가 그 빨갱인지 좀체 확인할 수가 없을 정도로 헷갈린다(아무튼 가능한 한 자세히 묘사해 보기도 하자. 이 땅에 레드 콤플렉스, 즉 빨강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없는 사람은 드물 테니까).

복잡하게 묘사하기보다 차라리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명료할 듯싶다. 

‘그는 약간 황달기가 있는 눈과 흰 코털과 허연 안색만 빼면 완전히 붉은 색깔로 치장한 인간이었다’.

새빨간

백발을 감춘 모자, 옷, 양말, 구두, 가방이나 배낭, 가끔 타고 다니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휴대폰과 이어폰도 새빨간 색깔이었다.

심지어 마스크도 진홍색이었으며, 메모할 때 보면 만년필에서 흘러나오는 잉크 또한 피 같은 빛깔이었다. 노르스름한 눈알은 좀 징그럽지만 불그무레한 안경 속에선 모종의 위엄을 발휘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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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