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짠내투어 ④국제시장·부평깡통시장·자갈치시장

지갑이 얇아도 괜찮아! ‘가성비’ 넘치는 부산 시장 투어

얇은 지갑 때문에 여행이 망설여진다면? 시장으로 떠나자. 1만원이면 배를 든든히 채우고 쇼핑까지 즐길 수 있다.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은 알뜰한 여행자를 위한 놀이터이자 먹자골목이다. 시장만 다녀도 온종일 재미있고 유쾌하다.

국제시장은 광복 이후 떠난 일본인이 남긴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처음엔 도떼기시장이라 불리다가, 1950년대 미군 군수물자와 밀수입품이 흘러들면서 국제시장이란 이름을 얻었다. 거창한 이름처럼 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태어난 순간부터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다양한 물품

국제시장은 6개 공구로 구성되며, 공구마다 2층 상가 건물이 A·B동으로 나뉜다. 시장이 넓고 골목이 많아 길을 잃기 쉽지만, 곳곳에 볼거리가 넘쳐 오히려 헤매는 즐거움이 크다. 각종 생필품부터 주방 기구, 철물, 조명, 원단, 부자재, 인테리어 소품 등 취급 물품도 다양해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 〈국제시장〉을 촬영한 ‘꽃분이네’는 관광객이 줄 서서 사진을 찍는 코스다. 지금은 카페로 운영된다. 1공구 샛길에 자리한 실비거리는 아는 이들만 찾는 숨은 공간이다. 향수에 젖게 하는 곳으로, 값싸고 푸짐한 한 끼에 소주잔을 기울이기 적당하다. 국제시장은 창선상가와 이어지며, BIFF거리와 광복로패션거리를 비롯해 일대에 골목 상권이 많아 여기저기 한눈팔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국제시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부평깡통시장은 역사가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해방 이후 부평시장이라 불리다가, 한국전쟁이 끝나고 각종 구호품과 미군 군수물자가 유통되면서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이 덧붙었다. 당시 과일이나 생선 통조림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이 만물상이라면, 부평깡통시장은 청과, 육류, 건어물 등 식재료와 의류, 잡화, 수입품이 주를 이룬다. 시장에서 흥정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지만, 워낙 싼 물건이 많아 제값을 치르면서도 횡재한 기분이다. 부평깡통시장은 ‘먹방’ 여행지로 소문났다.

부산 대표 음식인 어묵과 비빔당면, 유부주머니 등은 한 번쯤 먹어보기를 권한다. 대부분 지갑을 열기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저렴하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국제시장과
부산 대표 수산시장인 자갈치시장

시장은 이슥한 시간에도 사람들로 붐빈다. 야시장에서 갖가지 주전부리를 팔기 때문이다. 2013년 국내 최초로 개장한 부평깡통야시장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오후 7시30분~11시30분에 서고 연중무휴다(명절 전 임시 휴무).

야시장이 열리면 2차 아케이드를 따라 30여 개 점포가 길 양옆과 가운데 늘어선다. 맛있는 냄새가 넘쳐흐르고, 스카치에그와 냉면구이, 삼겹살김밥, 돼지갈비후라이드 등 독특한 메뉴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보통 5000원 안팎에 맛볼 수 있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점포가 많아 현금을 준비하거나 계좌이체해야 한다.

바다에 접한 자갈치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수산 시장이다. 언제 찾아도 펄떡이는 활어와 문어, 낙지, 조개 등이 가득하다.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에서 영도대교 방면으로 내려오면 찾기 쉽다. 현대화한 건물에 상가가 입점했는데, 야외에 늘어선 노점도 같이 둘러볼 수 있다.

수산 시장만큼 흥미로운 구경거리도 없다. 다닥다닥 붙은 노점을 따라가면 다채로운 어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실내에 마련된 현대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빼곡히 들어선 수조마다 활어와 조개류, 대게, 킹크랩 등이 수북하다. 횟감을 사면 2층 회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상차림 비용은 5000원이고, 매운탕이나 곰장어구이 등은 조리 비용이 별도다. 자갈치시장 휴무는 첫째·셋째 화요일이며, 노점은 상점에 따라 다르다.

시장에서는 온누리상품권과 제로페이(모바일)를 이용하면 더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 구입 시 종이와 전자 상품권은 5%, 모바일 상품권은 10% 할인해준다. 각각 은행과 스마트폰 앱에서 구매한다. 온누리상품권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충전해서 쓰는 카드형 상품권도 있지만, 종이 상품권이 가장 많이 통용된다.

자갈치시장과 수산물 판매 업종은 제로페이 가맹점인 경우, 온누리상품권보다 할인 폭이 큰 제로페이 대한민국수산대전상품권이 유리하다.

용두산공원은 부산타워를 새롭게 꾸민 다이아몬드타워와 이순신 장군 동상, 꽃시계, 시민의종 등 볼거리가 풍부한 도시공원이다. 숲이 우거진 산책로와 쉼터에서 시장 구경하느라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한다. 

유라리광장

해가 진 뒤 야경 감상 코스로 찾아도 좋다. 목~일요일에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귀신의집, 버스킹, 한복 체험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가득한 ‘용두산빌리지’가 열린다. 미디어 아트와 부산 시내 전망을 감상하는 다이아몬드타워도 늦게까지 운영한다. 광복로패션거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편하다.

영도대교 아래쪽에 조성한 유라리광장은 활기찬 항구와 바다 경관을 품었다. ‘웃음등대’ 같은 조형물이 소소한 볼거리 제공한다. 평소 한적하지만, 토요일이면 영도대교 도개 행사를 보기 위해 찾는 발걸음이 많다. 도개 행사는 오후 2시부터 15분간 진행하는데, 때때로 배가 교량 아래를 지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국제시장→부평깡통시장→자갈치시장→유라리광장→용두산공원(용두산빌리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제시장→보수동책방골목→부평깡통시장(부평깡통야시장) 
-둘째 날: 자갈치시장→유라리광장→용두산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중구 문화관광 www.bsjunggu.go.kr/tour
-국제시장 http://gukjemarket.co.kr
-부평깡통시장 www.bupyeong-market.com
-자갈치시장 www.bisco.or.kr/jagalchimarket

문의 전화
-중구청 문화관광과 051)600-4085
-국제시장 051)245-7389
-부평깡통시장 051)243-1128
-자갈치시장 051)713-8000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22회(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까지 도보 약 120m 이동, 자갈치역 하차, 7번 출구에서 국제시장까지 도보 약 4분. 3번 출구에서 부평깡통시장까지 도보 약 5분. 10번 출구에서 자갈치시장까지 도보 약 2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수시(05:15~22:51)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부산역에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까지 도보 약 320m 이동, 자갈치역 하차, 7번 출구에서 국제시장까지 도보 약 4분. 3번 출구에서 부평깡통시장까지 도보 약 5분. 10번 출구에서 자갈치시장까지 도보 약 2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1788, www.letskorail.com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자가운전
국제시장: 중앙고속도로 대저 JC에서 백양터널 방면 왼쪽 도로→4.9㎞ 이동, 백양터널톨게이트→3.4㎞ 이동, 가야고가교에서 고가도로 진입→1.9㎞ 이동, 수정터널톨게이트→2.4㎞ 이동, 좌천삼거리에서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출구→5.1㎞ 이동, 남포사거리에서 국제시장 방면 우회전→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중앙고속도로 대저 JC에서 백양터널 방면 왼쪽 도로→4.9㎞ 이동, 백양터널톨게이트→3.4㎞ 이동, 가야고가교에서 고가도로 진입→1.9㎞ 이동, 수정터널톨게이트→2.4㎞ 이동, 좌천삼거리에서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출구→5.4㎞ 이동, 자갈치사거리에서 서구청 방면 우회전→176m 이동, 부산근대역사관 방면 오른쪽→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 중앙고속도로 대저 JC에서 백양터널 방면 왼쪽 도로→4.9㎞ 이동, 백양터널톨게이트→3.4㎞ 이동, 가야고가교에서 고가도로 진입→1.9㎞ 이동, 수정터널톨게이트→2.4㎞ 이동, 좌천삼거리에서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출구→5.4㎞ 이동, 자갈치사거리에서 자갈치 방면 좌회전→자갈치시장

숙박 정보 
-호텔콘트: 중구 용두산길, 051)244-0088, www.hotelcont.com
-센트럴파크호텔 부산: 중구 해관로, 051)243-8001, http://centralparkhotelbusan.com
-지엔비호텔: 중구 흑교로, 051)243-5555, https://busangnbhotel.modoo.at
-힐사이드호텔: 중구 중구로, 051)464-0443, www.hillsidehotel.co.kr

식당 정보
-백화양곱창(양곱창): 중구 자갈치로, 051)245-0105
-개미집 본점(낙지볶음): 중구 중구로30번길, 051)246-3186
-한월횟집(생선구이): 중구 자갈치해안로, 051)246-2421
-이가네떡볶이(떡볶이튀김세트): 중구 부평1길(부평깡통시장 내), 051)245-0413, www.leegane.co.kr

주변 볼거리
광복로패션거리, 자갈치크루즈,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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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