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짠내투어 ③충북 제천시 칠성로

만 원짜리 두 장으로 즐기는 제천 맛 기행

충북 제천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여행지다. 1만9900원에 제천의 5가지 맛을 즐기는 ‘가스트로 투어’가 있기 때문이다. 나 홀로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여러 곳 운영되고, 의림지와 청풍호 등 입장이 무료인 여행지도 적지 않다. 5만원에 5시간 동안 제천 곳곳을 돌아보는 관광택시는 가족이나 친구 등 4명이 동행할 때 더욱 효율적이다.

시간이 부족하고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 환영받는 프로그램은 가스트로 투어다. 가스트로(gastro)는 ‘위장’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가스트로 투어는 약 2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도심형 미식 여행 프로그램이다. 동행하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생생한 제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가스트로 투어

가스트로 투어 A 코스는 찹쌀떡을 시작으로 하얀민들레비빔밥, 막국수, 샌드위치, 빨간오뎅 순서로 맛본다. B코스는 황기소불고기를 먹은 뒤 막국수, 승검초단자와 한방차, 빨간 오뎅, 수제 맥주를 차례로 즐긴다. 참가자가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는데, 수제 맥주가 포함된 B 코스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 참가 인원은 4~20명이고, A 코스와 B 코스 가격은 동일하다(예약 필수).

투어는 제천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출발한다. 정복순 문화관광해설사는 “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시 가운데 하나로, 예부터 약초가 풍부했어요. 음식에 약초를 넣는 게 자연스러웠죠. 그래서 약선 음식이 발달했답니다”라고 제천 음식의 특징을 설명한다. 나눠준 무선송수신기 덕분에 다른 참가자나 해설사와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해설이 또렷하게 들린다.

A 코스 첫 장소는 이름부터 정감 넘치는 ‘덩실분식’이다. 1965년부터 찹쌀떡을 만들어온 전국구 맛집이다. 부드러운 떡과 고소한 팥소가 어우러져 입안에 행복감이 밀려든다. 본격적인 식사를 위해 ‘마당갈비’로 향한다. 이곳에서 맛볼 음식은 하얀민들레비빔밥이다.


흰민들레와 고구마, 콩, 은행, 대추, 표고버섯을 고명으로 올린 영양밥이다. 흰민들레는 간과 위를 튼튼히 하는 토종 약초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알고 먹으니 더 맛있다.

배가 슬슬 불러올 즈음, ‘상동막국수’에 들어선다. 노포 분위기가 풍기는 이곳은 감초와 계피, 과일을 넣어 만든 면수가 유명하다. 다른 막국수 집과 면수 색부터 다르다. 비빔막국수가 기본으로 나오고, 물막국수를 맛보고 싶은 사람은 면수를 적당히 부어 먹는다. 신선한 채소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샌드타임’을 거쳐, 마지막 음식을 만나기 위해 내토전통시장으로 향한다.

참가자가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선택하는 코스
제천 여행에서 빠지면 안되는 산책길 의림지

내토는 제천의 옛 지명으로, 내토전통시장은 제천의 부엌이나 다름없다. 빨간오뎅은 사각형 어묵을 접어 꼬치에 꿴 다음 매운 양념에 익힌 간식이다. 겨울이 추운 제천은 맵고 칼칼한 음식이 발달했다. 빨간오뎅은 추위를 견디던 주민의 음식 문화를 담은 명물이다. 중독성이 강해 고향을 떠난 이들이 그리워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B 코스 첫 번째 음식은 ‘대장금식당’의 황기소불고기다. 황기와 계피, 파, 무, 양파를 넣어 국물까지 다 먹게 된다. 식당 곳곳에 유명인의 사인도 있다. 다음은 상동막국수에 들렀다가, 대한민국식품명인 52호 이연순 명인의 제천 한방떡을 맛보러 갈 차례다.

찹쌀가루에 생당귀 잎을 찧어 넣고 반죽한 승검초단자는 잣가루 고물을 묻혀 고소하다. 팥 껍질을 벗겨 꿀로 반죽한 소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곁들이는 한방차에는 과식하는 가스트로 투어 참가자들의 소화를 돕기 위해 백출을 넣었다.

한방차로 속을 다스린 뒤에 내토전통시장의 빨간오뎅을 맛본다. B 코스는 제천중앙시장에 자리한 ‘솔티펍’에서 마무리한다. 봉양읍 솔티마을에서 탄생한 수제 맥주를 경험하는 기회다. 솔티맥주는 제천에서 활동한 의병장 의암 유인석 장군을 기려 만든 ‘솔티8’이 대표다.


의병 봉기에 쓰인 ‘팔도에 고하노라’ 라는 격문이 맥주 라벨에 있다. 알코올 도수도 8%다.

가스트로 투어를 마치고 의림지와 제림(명승)으로 향하자. 의림지는 ​역사 깊은 수리 시설이자,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산책 코스다. ​노송이 울창한 숲을 이뤄 걷기만 해도 마음이 잔잔해진다. 시원한 용추폭포와 아찔한 스릴을 즐기는 유리전망대도 놓치지 말자. 저녁에는 분수와 폭포에 조명이 들어와 낭만적이다.

의림지와 함께 제천 여행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곳이 청풍문화재단지다.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수몰된 마을에 있던 문화재를 이전한 장소다. 제천 청풍 한벽루(보물)와 물태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청풍향교(충북유형문화재), 청풍 팔영루(충북유형문화재) 등이 모여 있다. 수몰역사관에서 수몰 전 사진과 자료를 통해 당시 주민의 생활상을 살펴보고, 청풍대교와 청풍호도 시원하게 조망한다.

관광택시

요즘 인기를 얻는 교통수단 중 하나가 관광택시다. 5만원으로 5시간 동안 토박이 기사의 친절한 안내와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제천을 구석구석 누빈다. 4인 가족이나 친구 넷이 여행하면 1인당 1만 2500원에 이용 가능해 효율적이다. 패키지를 구매하면 일부 시설에 할인 혜택이 있으니, 기사에게 문의하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가스트로 투어→의림지와 제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가스트로 투어→의림지와 제림
-둘째 날: 청풍문화재단지→청풍호반케이블카→옥순봉출렁다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제천시 문화관광 http://tour.jecheon.go.kr
-제천시티투어(가스트로 투어 예약) http://citytour.jecheon.go.kr

문의 전화 
-제천시관광협의회 043)647-2121
-제천시청 관광미식과 043) 641-6707
-제천시관광안내 043)641-6731
-의림지관광안내소 043)651-7101

대중교통
[버스]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회(06:30~ 21:00) 운행, 약 2시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기차] 청량리역-제천역, KTX 하루 7회(06:00~22:00) 약 1시간5분 소요. 제천역 정류장에서 21번 버스 이용,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제천시버스정보센터 http://its.jecheon.go.kr

자가운전
서울→중앙고속도로→제천 IC에서 제천·영월·충주 방면 오른쪽 출구→시민탑오거리에서 법원·검찰청 방면→칠성로10길→제천버스터미널


숙박 정보 
-엽연초하우스: 제천시 의병대로12길, 043)920-2217
-칙칙폭폭999: 제천시 청풍호로2가길, 0507-1357-3368, https://blog.naver.com/ccpp999
-목화여관&다방: 제천시 명륜로, 043)642-5949, https://blog.naver.com/starstay21
-클럽ES제천리조트: 수산면 옥순봉로, 043)648-0480, www.clubes.co.kr
-청풍리조트: 청풍면 청풍호로, 043)640-7000, www.cheongpungresort.co.kr

식당 정보
-시골순두부(순두부·두부찌개·산초구이): 제천시 중말8길, 043) 643-9522
-꿀참나무(묵밥·훈제오리): 제천시 의림대로49길, 043)644-3827
-산마루(곤드레나물밥·더덕구이영양솥밥): 금성면 청풍호로, 043)645-9119
-노다지맛집(강된장비빔밥·육회비빔밥·소머리곰탕): 제천시 내토로47길, 043)648-8865
-명가박달재(약선불고기정식·한방약선떡갈비정식): 제천시 신죽하로, 070-8825-1501

주변 볼거리
교동민화마을, 비룡담저수지, 배론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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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