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⑦피에로씨의 허망한 연애사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1.08 08:54:36
  • 호수 14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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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아마 피에로씨처럼 연애를 많이 해본 남자는 없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이기보다 몽상적이고, 육체적이기보다 정신적인 홀로 사랑이었기에 허망하겠지만…. 

그는 옛 동자동 하숙집에서 맘속으로 사랑했던 연인들을 싹 잊어버리고 새로운 애인을 물색했다. 이번에 찝적거린 건 한 여인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이었다. 

낙엽 인간 

예전처럼 오직 한 사람만 별바라기 했다간 서글픈 실연으로 생명마저 꺼진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성공학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뇌까렸다.

영원한 번영을 지향하는 성공철학…


아무튼 그는 세 명, 아니 네 명의 여성을 애인으로 몽상 속에 품었다.

무지개 하숙집의 여주인, 그녀의 외동딸 그리고 청춘을 그리워하는 노녀였다.

나머지 한 여인은 아직 신원불명이므로 나중에 확실히 밝혀지면 소개하련다. 참 꿈도 크다고나 할까, 한국판 카사노바의 일그러진 거울에 비친 허깨비라고나 할까. 

뻔뻔스럽기 짝이 없지만 어찌 보면 좀 가엾은 모습이었다.

누군 멋진 얼굴과 신체 조건에 정력과 연애술까지 겸비해 현실에서 수십 수백 수천명의 여성을 실제로 ‘따먹는’ 판국인데…

물론 금전만 풍부하다면 늙은 개 꼬라지라도 수만명 여인을 농락할 수 있겠지만…

가난뱅이 절뚝발이 중년으로선 몽상밖에 더 할게 있으랴 싶었다.


그래도 그런 짓거리보단 눈높이를 낮춰 알맞은 여자를 찾아내 성심성의껏 사랑하는 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아마 그런 여인이 나타났다면 그랬으리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불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한때 서울역 근처를 돌며 노숙녀나 창녀를 접촉해 보기도 했으나 왠지 상대방 쪽에서 웃으며 사절했다고 한다.

만약 돈만 많았다면 절름발이 왕자로서 추앙받았으련만…

아무튼 피에로씨는 남이 싫다 하든 좋다 하든 뭐라든 자신이 세상에서 체득한 방식의 길을 걸어갔다. 꺼벙한 돈키호테처럼….

당연히 공상 속에선 왕자였는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누추한 만년 노총각에 불과했다.

그나마 여자를 향해 더듬이를 잠시 내세워 보았다가 반응이 없으면 즉시 움츠리곤 몽상애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에 큰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로 낙인 찍혔을 뿐…. 

여주인은 그를 아예 남성 자체로 보지 않았었다. 허풍선 아저씨라고 별명을 지어 부르며 그녀는 그를 불쌍스러운 어떤 존재로 보아 넘겼다.

제 길을 잡아 걸어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낙엽 같은 인간이랄까. 하숙비를 제때 못 내도 음식으로 사람 차별을 하진 않았다. 

딸은 중년 사내의 야릇한 눈빛을 과연 어떻게 느꼈을까?

그녀는 그를 신사 아저씨라고 불렀다. 진짜로 신사 같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인 듯싶었다.

살짝 이상스러운 피에로씨도 어쨌든 그녀 앞에선 신사인 양 언행했으므로, 선도하는 척 갖고 놀며 짐짓 희롱했는지도 모른다.


반아마추어 화가인 그녀는 혹 자신의 마음속 캔버스에 동시대의 한국판 피에로를 슬쩍 그려 보고 있지 않았을까. 

좀 괴팍스러운 ‘청춘 노녀’는 자신을 누님이라 부르며 따라붙는 피에로 사내를 향해 깔깔 웃어주곤 했다.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도 못하고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는 웃음이었다. 살살 가지고 논다고나 할까.

피에로씨도 눈꼽만 한 자존심은 남았는지라 콧방귀를 뀌곤 곧 몽상 속의 여인들에게로 절뚝절뚝 달려가 좋은 한숨이든 슬픈 한숨이든 푹푹 내쉬곤 했다. 

‘각각 다 개성미가 있을 텐데… 어떤 놈은 근전 덕에 아방궁 여인들을 다 섭렵하련만, 자신은 온 마음 다해 애모하는데 단 한 여인과도 정을 나누지 못하다니… 짚신마저 짝이 있다는데 하느님도 참 너무하시지. 아, 어쩌면 지저분한 현실보다 몽상 속의 여인들이 더 리얼한지도 몰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세속에 찌든 여자들보다 훨씬 더 아리땁고 품속은 천당인 양 포근해. 아 쫌 허무하긴 하지만…’.

그렇게 입속으로 중얼거리곤 하던 피에로씨는 일단 국내파 여성은 포기한 뒤 국외파 쪽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조선족 또는 탈북 여성이었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건너온 여자도 슬쩍슬쩍 집적거려 보았다. 하지만 하숙비마저 제대로 못 내는 일종의 푼수에게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여성은 거의 전혀 없었다. 

피에로씨가 가장 싫어하는 건 경찰이었다. 아니, 경찰 전체가 아니라 하숙생 중 한 명인 유 순경이었다. 아니, 유 아무개 순경 자체라기보다 그 인간 내부에 들어 있는 어떤 요소였다. 

가난뱅이 중년의 몽상 속 사랑
죽은 사람이 하숙 떠나도 악담


유는 엽색가였다. 범인은 놔두고 여색에 미쳐 뛰어다녔다. 모창 가수나 피에로처럼 공상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여자들을 꾀어 따먹는 모양이었다.

처녀든 유부녀든 가리지 않았고, 소녀나 노파들에게도 슬쩍 촉수를 뻗어 보았다.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말고…

성공률이 별로 높은 편은 아니었다. 어쨌든 경찰의 힘을 은근히 사용하면서도 무척 조심했으니까.

그럴 바에야 딴 직업을 택하지 왜 굳이 경찰에 입문했는지 의문스러웠다.

여재수생을 구스르거나 협박해 욕망을 채우기도 하고, 도리어 창녀에게 걸려 성병의 고통에 신음하기도 했다. 양동 혹은 갈월동 쪽 춘희(椿姬)들도 이따금 지나는 길에 올라와 따스한 식당 밥을 먹었던 것이다. 

“흥, 쌤통이로군 그래. 쥐꼬리만한 권력을 과장해서 인간을 핍박하곤 했지. 흠, 선인선과 악인악과…. 갈수록 낯짝이 노르스름해지는 게 곧 복상사할 꼴이군.” 

피에로는 콧방귀를 뀌며 뇌까렸다.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반성했는지는 의심스럽다. 

헌데 언젠가부터 유 순경의 엽색행각이 잠잠해졌다. 아니,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던 물줄기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고나 할까.

그 대상은 바로 ‘청춘 노녀’였다.

젊은 사내는 소리 없이 조용조용 계단을 걸어올라 3층 맨구석에 박힌 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장미꽃 한 송이를 든 채…

한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았다. 마치 은밀스러운 식충화(食蟲花) 속에 들어가 꿀 빨아먹느라 혼몽해진 곤충처럼, 꿀물 속에 푹 빠져 버린 개미나 벌처럼…

간간이 흐느끼는 듯한 신음만 바람소리에 섞여 들렸다고 옆방 사람은 속닥속닥 얘기했다. 적어도 30세 이상 차이나는 두 남녀가 어둑한 방 안에서 과연 뭘 했을까?

합궁(섹스)은 기정사실화되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노녀와 청년 경찰이 어울려 들었는지 의문이었다.

급기야 어느 무협지 애독자가 슬쩍 흘린 말이 진실인 양 하숙에 떠돌았다. 고독한 노녀가 남몰래 ‘음마흡양쾌락술법’을 연성해 홀리지 않았겠냐는 추측이었다.

사실인지 어쩐지 모르되, 얼마 후 겉으로 강건해 뵈던 유 순경은 안색이 푸르죽죽하고 비쩍 바른 몰골로 나타나 휘청휘청 계단을 내려오다가 곤두박질쳐 죽고 말았다. 허무한 삶 또는 색골의 초상화였달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모르는데 여주인은 별 말이 없었다. 오히려 피에로씨가 나서서, 잘 떠났노라고 조사인지 축사인지 모를 소릴 지껄였다.

유 순경은 말단 경관에 불과했지만 은근히 경찰청을 내세워 무지몽매한 하숙생들을 협박하며 자의반 타의반 검열 기능을 수행케 했기에 그의 종말을 섭섭해 하는 사람은 없었다.

개과천선만 잘 했다면 독특한 존재(카사노바 경찰)로서 부러움마저 좀 샀으련만…. 

강제 용서

죽은 사람이 하숙을 떠난 뒤에도 피에로씨는 간혹 악담을 퍼붓곤 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살아 생전 악인이었을지언정 일단 죽고 나면 선인으로 돌변시켜 버린다.

나빴던 점은 축소시켜 싹 잊어버리고 좋았던 면만 과장해 장송곡에 띄워 보낸다.

제 아무리 원한 맺힌 사람(피해자)이라도 죽은 사람의 악행을 만일 영정 앞에서 까발린다면, 설령 그 피해 당사자가 아무리 선인일지라도 곧 무정스러운 악인으로 비판받고 만다.

즉, 한국에선 용서가 자발적이지 않고 반강제적인 셈이다. 그런 반쪼가리 용서는 나중에 대대손손 화를 더 키워 줄 텐데도….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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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