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끼임사고’ 행동 나선 민노총, 서울대병원 배너 화제

사고현장 가린 후 작업 지시 및 장례식장 빵 지급도 도마

[일요시사 취재2팀] 강운지 기자 = ‘20대 노동자 끼임사’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SPC 불매운동이 온라인을 통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복도에 배너 광고판이 등장했다.

해당 배너는 2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에서 만든 것으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소재의 서울대병원 복도에 설치됐다.

배너 상단에는 ‘아래는 휴식 시간 안 주고, 노동자 차별하고, 약속도 안 지키는 SPC가 운영하는 점포입니다’라며 ‘파리바게뜨, 파스쿠찌,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등 SPC 계열 업체명이 나열됐다.

하단에는 ‘대신 가기 좋은 가게’로 ‘암병원 B2층 이로마띠꼬, 암병원 1층 티카페, 본관 2층 다사랑’ 등의 업체들을  제시했다.

누리꾼들은 “노조 행동력이 꽤 세다” “꼴 좋다” “전부 다 불매해야겠다” 등의 통쾌한 심정을 전했다.

이는 앞서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의 SPL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20대 노동자 끼임사’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민노총 차원의 퍼포먼스로 보인다. SPL은 빵 반죽과 재료를 제작해 납품하는 업체로, SPC그룹의 계열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노동자 A(23)씨는 오전 6시20분경 빵 소스를 배합하는 작업 도중 소스 교반기(재료 등을 휘저어 섞는 기구) 안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교반기에는 인터록(자동 방호장치)가 부착돼있지 않아 끼임 사고 당시 자동 중지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또 2인1조 근무가 원칙임에도 ‘당시 A씨가 혼자서 근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PC 측은 “현장에 있던 동료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사고”라며 “CCTV가 현장을 비추고 있지 않아 경위를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SPC는 안전조치 미비뿐만 아니라 사고 후 처리 과정에서 더욱 빈축을 샀다.

A씨의 사망 사고 현장에 천을 둘러놓은 채 직원들을 다른 기계서 작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망 현장을 목격한 직원의 트라우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누리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이튿 날에는 A씨 장례식장에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땅콩크림빵’과 ‘단팥빵’이 든 상자 두 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논란이 일자 SPC는 “직원들에게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경조사 지원품”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사고 다음 날,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황재복 SPC그룹 대표이사도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 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uj041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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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