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생계 잃은 택시운전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9.26 13:25:58
  • 호수 13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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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못하고 벌금만 25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승객을 태우다가 승객에게 폭행을 당한 한 택시기사의 사연입니다.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의 10(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가중처벌)에 따르면 ‘운행 중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의 죄를 범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법 있어도…

여기서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승객의 승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포함한다. 법은 있지만 운전자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 현실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운전자 폭행 사건은 잠정 2167건에 달했다.

운전자 폭행 사건은 지난해에만 4259건이 발생해 전년 대비 47% 늘었다. 2019년 2587건, 2020년 2894건 대비 급증한 수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에도 4000건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운전자 폭행 대다수는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다. 2019년 81%인 2111건 ▲2020년 80%인 2336건 ▲지난해 72%인 3087건이 이에 해당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운전자 폭행사고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약자를 향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광주광역시에서 택시운전사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30대 A씨도 통계에 나온 일을 겪었다. 만취한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갔으나 승객이 A씨를 폭행한 것이다.

A씨는 지난 1월25일 택시를 운행하던 중 승객 B씨로부터 전화 요청이 들어왔다. 당시 승객은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택시를 불렀다. A씨는 전화를 받고 즉시 음식점으로 출발했다.

A씨가 도착했을 때, B씨는 이미 만취한 상태였다. A씨는 B씨가 요청한 목적지인 광주의 한 아파트로 이동했고, 곧 도착했다.

느는 승객 폭행…6월까지 벌써 2167건
2차 가해 후 통화 “기억이 나지 않는다”

A씨는 B씨에게 택시요금 지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B씨는 이를 무시하고 바로 문을 열고 내리면서 구토했다. 이 과정에서 토사물이 차에 튀었다. 택시에 토사물이 묻으면 당일 택시 운행은 어렵다. 토사물을 치워야 할 뿐만 아니라, 아무리 조금 묻었다고 하더라도 차에 남는 냄새 때문에 다른 승객을 태우기 힘든 탓이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택시 운송조합은 승객이 택시 내에서 구토할 경우 최대 15만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했지만, 택시운전사와 승객이 알아서 합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씨는 B씨에게 택시비와 차량 세차비도 추가로 요구했다. 그러자 B씨는 다짜고짜 “뭐. 얼마 주라고? 이 ○○야. ○○놈아!” “세차비 뜯으려고 하냐!”며 A씨를 폭행했다. 택시 앞에서 B씨는 A씨의 다리를 걷어찼다. A씨는 오른쪽 무릎이 돌아가는 상해를 입었다. 폭행 후 B씨는 곧바로 도망치려 했다.

이후 A씨는 추가 폭행을 시도하려는 B씨와 거리를 두며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고, 도망치는 B씨에게 자리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이런 A씨의 행동에 다시 폭행했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스크와 안경을 강제로 벗기고 2차 폭행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전치 6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으며, 현재 치아 2개를 발치한 상황이다. 발치한 치아 외 4개의 치아가 흔들리고 경과를 지켜본 후 모두 발치해야 할 수도 있다. 또 뇌진탕 및 신체 각 부위에 염좌, 타박상 등의 중상해를 입었다.

B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A씨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B씨는 A씨와의 통화에서 본인을 ‘토하고 실랑이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 기억하고 좀 다르다. 그래서 물어보는 거다. 그러니까 나랑 멱살 잡는 건 봤다. 그런데 타격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며 “지금 일을 못할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A씨에게 말했다.

구토 세차비 요구했더니…
“제출한 자료가 누락됐다”

그는 “우선 나 때문에 다쳤으니까 그 부분은 죄송하다. 그런데 내가 차 문을 열고 토했다. 좀 튀었을 수는 있지만, 문을 열고 토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B씨는 “나는 그때 현금이 많았다. 그런데 A씨가 먼저 욕 한마디를 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아니. 기억이 안 나서 그렇다. 녹취하고 내 기억이 다르다”고 횡설수설했다. B씨는 폭행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 부분도 A씨에게 억울하지만, 가장 크게 답답한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폭행 현장에서 112에 네 차례나 신고했지만 현장에서 체포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씨가 신고한 내역에는 B씨의 욕설 다수가 들어 있다. 첫 번째 신고는 오전 12시20분으로 이후 폭행이 심해지자 1분 뒤에 다시 재차 신고했다.

B씨가 도망치려고 해서 다시 경찰에 신고해 상황을 전했다. 이 통화에도 B씨의 욕설과 폭행하는 소리, 도망친다는 음성이 녹음돼있었다. 마지막 통화에는 도망치는 B씨를 붙잡으려는 다급한 A씨의 음성이 들어가 있다.

결국 폭행사건은 소송으로 진행됐고 결과는 지난 5월3일, B씨가 250만원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끝났다. A씨는 소송 결과를 이해할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특가법에 따르더라도 250만원 벌금형은 너무 낮은 금액인 데다 B씨가 택시요금을 내지 않았던 부분은 혐의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검사 재량

A씨는 “검찰에 탄원서와 폭행으로 인한 발치 치료 내용을 제출했었다. 그리고 사건 진행 상황과 자료 열람 청구 요청을 광주지방법원 형사 약식계에 신청했는데 불허가 났다. 사건 당사자인 내가 법원 약식계에 전화해 사건 피해자에게 ‘왜 열람이 안 되냐’고 물어보자 ‘담당 검사의 재량’이라고만 했다”며 “최종 판결문을 받으니 의혹이 더 커진다. 판결 내용에는 내가 제출한 탄원서와 진단서, 그리고 치료 내용도 빠졌다. 몸이 힘들어서 생계도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자를 구제하지도 못하는데 이게 법인가”라고 억울해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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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 헌법기관이란다.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