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버린 윤석열 정계개편 큰 그림

역시 믿을 사람은 스승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게 사실상 이별을 고한 윤석열 대통령이 새 그림을 그리는 모양새다. 국정 동력에 계속 타격을 받자 과거 구상했던 자신만의 세력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앞세우는 인물은 찐핵관(진짜 윤핵관)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다. 

대통령실에서 여의도 라인이 얼추 정리돼가는 모양새다. 그동안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검찰 라인과 여의도 라인의 내부 투쟁이 있었다. 인사권을 쥔 검찰 라인이 이들을 밀어내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여의도 라인을 대체할 적임자 찾기에도 고심 중이다.

대선 기간
창당 시도

지금까지 대표적인 윤핵관에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자리했지만 만족하지 못한 모양새다. 이들은 대선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을 밀착 보좌하는 등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실에서 대거 인적 개편을 단행하면서 윤핵관도 다소 힘이 빠진 듯하다.

장 의원은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고, 권 원내대표 역시 물러나서다. 

여당의 끊임없는 내홍이 윤 대통령에게 윤핵관의 정치력을 의심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앞으로 윤핵관이 전면에 나서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정리 대상이 된 대통령실 근무자 대부분이 장 의원의 측근인 만큼 여의도 라인 정리를 확실히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함께할 정치세력을 바꾼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이 좀처럼 당내 혼란 등을 수습하지 못하자 결국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필두로 한 정계개편에 나선다는 말이 떠돈다.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은 정권교체를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며 윤 대통령과 손을 맞잡았다.

본래 김 위원장은 진보 정당 출신으로 보수당의 후보와는 어색한 동행으로 비쳤다. 과거 진보정당의 비주류 좌장 역할을 맡으며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세력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은 2013년부터 이어왔다.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 근무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하며 국감에 출석했을 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했고, 김 위원장이 측면에서 지원했다. 2014년에는 윤 대통령에게 국회의원 출마를 권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때도 TV 토론회 질문에 답변하는 법부터 정치 언어 설파까지 윤 대통령을 정치인으로 변화시키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멘토이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맡아온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국민 통합을 내세우며 새시대준비위원회(이하 새준위)를 출범시키며 김 위원장을 임명했다. 김 위원장도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본격적으로 정계개편설이 흘러나왔다.

새준위는 출범부터 많은 논란을 낳았다. 정계개편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 때문이다. 당시 새준위는 국민의힘 선대위 외곽 별동대로 불리기도 했다. 조직도엔 대표, 비서실장, 인재영입 담당자까지 있었을 정도다. 산하에는 대외협력본부, 지역화합본부, 기획조정본부 등 7개 본부가 있고, 심지어 상임고문까지 존재했다.


당시 영입 인물로는 외연 확장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기획조정본부장에는 민주당 최명길 전 의원, 대회협력본부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했던 호남 출신 이용호 의원이 맡았다. 지역화합본부장은 국민의당 김동철 전 원내대표였다.

이뿐만 아니다. 신지예 한국정치네트워크 대표, 강경 보수인 전광훈 목사와 가까운 김승규 전 국정원장까지 폭넓은 인선이 이어졌다. 

새준위도 창당 위한 별동대
민주당 텃밭 공들여 밑그림

다양한 인사 영입을 통해 새준위 출범 초기에는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 확장을 조직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공개적인 성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신 정당이나 창당을 앞둔 준비위원회 조직과 유사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탓에 새준위는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의 발언도 창당설에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전남 선대위 출범식에서 “선뜻 내키지 않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을 위해 진보, 중도 진보, 호남과 여성, 청년 등 유능한 분이 동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정당을 비판한 것은 물론, 경선 과정에서 당 해체 관련 발언과도 유사한 것으로 읽힌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도 윤 대통령이 집권 시 여소야대의 한계성 등 여러 문제들로 인해 정계개편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당내에 인물들조차 새준위와 윤 대통령의 발언에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새준위가 창당을 염두에 둔 기구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런 탓에 선대위와의 마찰도 터져 나왔다. 결국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선대위를 폭파시키면서 새준위 역시 힘이 빠졌고, 정계개편설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새준위 수장이었던 김 위원장도 잠시 물러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김 위원장이 다시 힘을 받게 됐다. 국정 7대 과제에 국민 통합이 포함됐고, 김 위원장 역시 국민 통합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돌아와서다.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탈진보, 중도 포섭 등의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국민통합위원회(이하 국통위)가 대통령 직속위원회로서 공식 출범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호남 지역
공들이기


국통위는 조직은 정치·지역분과, 경제·계층분과, 기획분과, 사회·문화분과로 4개의 큰 갈래로 나뉘어 있다. 국통위가 집행력을 가진 행정부처나 기관은 아니다. 다만 자문위원회라는 점에서 의견을 충분히 개진 가능하다는 게 눈여겨볼 지점이다. 

위원으로 합류한 인물을 살펴보면 전직 민주당 및 보수당 출신 등 각계각층의 인물이 포진돼있다. 여러 민간 위원 중 6명은 국회의원 출신이다. 이들 중 4명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새준위에 인선됐던 최명길 전 의원이 다시 합류했고, 최원식·임재훈 전 의원이 대표 얼굴이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민주당 내 반문(반 문재인) 인사였다는 공통점도 가진다.

정치권에서도 창당을 기반으로 한 정계개편 이야기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앞서 대통령실에서 여의도 라인을 정리하기 시작한 이유도 김 위원장의 정계개편 노림수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이 되면서 다수 의원들이 친윤(친 윤석열)을 표방하고 있지만,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 사실상 당내 기반이 견고하지 않은 데다 윤핵관의 본거지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라인이다.

보수에 주안을 둘 수밖에 없는 위치다. 또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 속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만의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호남을 의식한 행보를 보였던 점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그는 취임식 이후 보수당 출신 대통령 중 최초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또 그동안 방치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시위와 관련해 사저 인근 경호구역 확장을 지시한 바 있다. 사면이 유력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역시 단행하지 않았다. 

과거와
비슷하게?

보수당의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호남 출신인 박주선 전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이 거론되기도 했다. 최근 지명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역시 호남 출신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및 지방선거 이후로 호남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실제로 지난달 28일에 열렸던 전당대회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본거지인 호남의 투표율은 전국 평균 투표율보다 낮았는데 전통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셈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보수당 출신으로서 호남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던 외연 확장 공략이 어느 정도 성공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윤 대통령 주변에는 검찰 쪽 인사들로 수두룩하다. 정치적 기반을 쌓기 위한 ‘믿을맨’은 정권교체 동맹 세력이 아닌 사석에서 형님이라 부를 수 있는 멘토뿐이라는 점이 강하게 인식됐을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소명으로 여기는 모양새”라며 “정치 경험이 없어 국민이 정치판을 개혁해 신진세력이 정치판을 개혁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필두로 정계개편을 노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김 위원장의 이력도 한몫한다. 그는 과거 민주당 계열의 창당과 합당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직을 맡았고, 4선 의원을 지냈을 만큼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다.

당시에는 중도개혁통합신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은 이력도 있다.

윤핵관을 내치고, 김 위원장을 필두로 정계개편에 나선다면 보수당을 넘어 더 큰 정계개편도 가능하다. 정계개편 시 신당 창당과 함께 검찰 라인도 다수 합류해 세 확장에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 확장과 더불어 김 위원장의 정계개편 핵심은 중도에 찍혀 있다. 대선 때도 중도에 방점을 찍고 재미를 톡톡히 봤던 만큼, 반 민주당 세력을 합치고 국민의힘 세력인 영남·호남까지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큰 그림이다. 

대통령의 세력 모으기 절실
당장은 불가…총선 전 시동?

그가 창당하려는 모델은 열린우리당 창당 모델을 따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위원장으로 국민의힘을 넘어선 진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해석된다.

열린우리당은 2003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 인사들이 새천년민주당을 집단 탈당해 창당했던 당이다. 국회를 양분하고 있던 세력인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전국 정당 건설, 지역구도 타파 등을 슬로건을 내세웠다. 

만일 곧 나올 국민의힘 비대위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윤핵관 세력이 패배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의 살 길이 열리는 동시에 김 위원장발 여당 정계개편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창당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전 대표와의 당내 갈등 이면에도 정계개편으로 자신이 팽당할 수 있다는 당 일각의 시선도 있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배척하는 세력의 창당을 의심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세력화도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시선도 감지된다. 국민 통합이라는 화두와 함께 비전을 던질 경우, 구심점이 나타나 뭉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현재 양당 모두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에 휩싸인 가운데, 국민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기존 세력을 배제하자는 새 욕구가 분출될 수 있는 까닭이다. 앞으로 김 위원장이 국민 통합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제시하면 정계개편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당사자인 김 위원장 역시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다”며 못 박으면서도 “제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무르익은 상태가 되면 여러 가지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해당 발언은 정계개편의 명분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선 기간 꾸준히 언급돼온 만큼 차기 총선 전에 이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결국 그 역시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똑같은 상황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의심이 짙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낮은 상태서 신당 창당과 새 세력을 규합할 동력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인사 개편 이후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자신의 세를 새로 꾸릴 명분을 만들 수 있도록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명분이 문제
충분히 가능

한 여권 관계자는 “당장은 무리지만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여당의 혼란이 계속돼 국민의힘을 넘어선 더 큰 정계개편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양당이 국민에게 욕을 먹고 있는 만큼 화두를 띄우면 국민에게 요구가 나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무라인 개편 계파색 없애기 시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인적 개편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앞서 해임했던 정무수석실 산하 정무1비서관과 정무2비서관 자리에 국민의힘 전희경 전 의원과 장경상 전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을 임명했다. 

인선 발표 전 내정설이 거론됐던 두 인물은 지난 6일 대통령실에 첫 출근을 해 정무비서관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전 전 의원과 장 사무국장은 인수위에서 직을 맡지 않았다. 특정 계파에 얽매이지 않은 평을 받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동안의 기여도와 무관하게 역량을 보고 인선한 결과라는 셈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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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