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 경찰병원 허술한 주사약 관리 실태

생명이 달렸는데 대충 느슨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립’이라는 두 글자에는 숙명이 담겼다. 나라가 세우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더 철저하고 더 ‘잘’해야만 한다. 그리고 병원은 본디 철저한 곳. 사람들이 국립병원을 특히 신뢰하는 이유는 이 ‘덧칠’된 철저함에 있다. 하지만 경찰병원은 그 믿음을 저버렸다. 그리고 그 대가는 애먼 환자들의 몫이다.

경찰병원(이하 병원)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립종합병원이다. 개원 이후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오면서 이제는 병상 500개에 달하는 대형 병원이 됐다. 주로 경찰관·의경·소방관들이 이용하지만, 민간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늦어도 1시간
부실한 조제

국립병원인 만큼, 의료진 대부분은 공무원이다. 현재 전문의 73명과 간호사 243명이 일반직·일반임기제·전문임기제 공무원 등으로 근무 중이다.

또 이곳은 책임운영기관이다. 책임운영기관이란 정부 조직 가운데 정책 집행과 행정 서비스 전달을 담당하는 행정 기관을 가리킨다. 일반 행정 기관과 달리 운영 과정에서 폭넓은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운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서 넓은 자율성이 ‘느슨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율성을 넓히는 것은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지, ‘대충’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경찰병원 의료진은 이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내부에서 “의료진 편의와 환자 안전을 맞바꾼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병원 안에서 의료법 및 규정 위반이 상습적으로 반복된다”는 내부 고발을 접했다. 제보자 A씨는 “의료진이 환자 안전보다 자신들의 편의를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의료진이 관행적으로 주사용 약물과 멸균 드레싱(테가덤) 사용수칙을 어기는 탓에, 환자들의 2차 감염 가능성이 커졌다.

본래 주사용 약물은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조제하는 게 원칙이다. 식염수에 약물 일정량을 섞고 주사기에 넣는 일련의 과정 전부를 마치면 지체 없이, 늦어도 1시간 이내에는 투여를 시작해야 한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이를 미리 만들어둘 경우, 세균 오염 및 증식·주사제 변질·주사액 유출로 인한 약물 함량 미달 등이 우려된다. 

하루 사용할 모든 약물 일괄 조제?
최대 7~8시간 상온 방치 의혹 제기

환자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보니, 정부도 각종 지침·수칙에서 이 원칙을 수차례 강조했다. 5년 전 보건복지부는 부령인 <의료법 시행규칙>에 ‘일회용 주사기에 주입된 주사제는 지체 없이 환자에게 사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난해 제작한 <주사 감염예방 안전 가이드라인>에도 같은 지침을 담았다.

2019년 질병관리청(당시 본부)과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공동 발간한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도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주사기에 약물을 준비하며, 준비된 약물은 가능한 한 빨리 늦어도 1시간 이내에 투여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병원 간호사들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A씨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출근 직후에 그날 사용할 모든 약물을 일괄 조제하고 본 업무에 들어간다. 3교대인 병원 근무 시스템을 고려할 때, 약물과 주사가 최대 7~8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A씨는 “위반사항을 처음 인지한 때가 지난해 말”이라며 “이 관행은 이번 달까지도 계속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병원 응급실에서도 비슷한 규정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 응급실에서는 멸균 드레싱 ‘테가덤’을 사용한다. 환부에 직접 부착되는 테가덤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의료품이다. 한 박스에 담겨도 개별 멸균 포장이 돼있는 이유다. 테가덤은 세균 오염을 막기 위해 사용 직전에 포장을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의료진 편의를 위해 미리 개별 포장을 벗겨뒀다가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A씨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병원 의료진은 현행법과 의료수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국립병원 소속 공무원이다. 누구보다도 정부 지침에 충실히 따라야 할 이들이, 외려 앞장서 지침을 어긴 셈이다.

더구나 이로 인해 2차 감염이라도 발생한다면, 환자에 따라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제 약물을 오랫동안 상온 보관할수록 오염 가능성이 커진다”며 “병원 환경에서는(약물이) 포도상구균을 비롯한 다양한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빈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면서도 “만약 오염된 약물이 주입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발열부터 심하면 쇼크까지 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2차 감염되면… 
“심하면 쇼크”

그 빈도보다도 중요한 것은 병을 고치러 왔다가 도리어 병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만에 하나’의 심각성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말 경찰병원에 공문을 보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병원은 이틀 만에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병원은 주사용 약물 사용수칙 위반 의혹에 대해 “질병관리청의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엄격한 관리하에 약물을 투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테가덤에 대해서는 “의료 소모품 관리는 병원의 업무표준관리지침 및 의료기구 관리지침·기구 세척·소독·멸균지침에 따라 의료품을 관리하고 있다”며 “직원 필수 교육으로 매년 1회 이상 감염관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앞선 답변과 같이 병원은 환자의 빠른 쾌유를 위해 최선의 진료서비스를 목표로 모든 의료진이 노력하고 있다”고 에둘러 부정했다. 이어 ‘관할 보건소 등으로부터 의료 규정 위반에 관련된 별도의 제재나 지도를 받은 바 있는지’ 묻자 “없다”고 일축했다.


병원은 답변서에서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병원 측 답변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병원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을 여럿 확보했다. 이들은 각각 병원 측 해명을 반박할 수 있을만한 증거를 담고 있었다.

‘사진 1’ 속 주사제에는 제각각 숫자가 적혀있다. 이는 해당 주사제가 투여될 시간을 의미한다. 예컨대 ‘4P’라고 적혀있는 주사제는 ‘오후 4시’ 투여 예정이다. 크게 그려진 십자가는 식염수와 약물 혼합(+)을 마쳤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사진 속 주사제들은 이미 모두 혼합된 채 보관 중인 것인데, 오후 4시와 11시 투여 예정인 주사제는 ‘1시간 규정’을 준수했다면 함께 존재할 수 없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오후 3시21분. 4시 주사제는 문제없다고 치더라도, 11시 주사제는 원칙보다 6시간30분 이상 일찍 조제됐다. 규정에 따르면 무균 시설 내 제조 등 엄격한 조제 절차를 거치더라도, 보관 가능 시간은 최대 6시간이다.

해명 적당히
책임은 회피


심지어 ‘엄격한 조제’가 이뤄졌는지도 미지수다. 우려대로 미리 조제된 주사제 일부가 유출된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진 중 하나에서 주사기는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고, 새어 나온 주사제는 바닥에 흘러 있었다. A씨 주장대로 주사제는 미리 조제되고 있었고, 관리도 부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병원 측의 테가덤 해명도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사진 2’에선 개별 포장이 모두 벗겨진 채 쌓여있는 테가덤 뭉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그 위에 ‘깐 것’이라고 적힌 것은, 의료진이 의도적으로 껍질을 벗겨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힘을 싣는다. 

“보건소 제재·지도를 받은 바 없다”는 병원 답변도 사실과 다르다. <일요시사>는 송파구 보건소가 지난 1월 작성한 민원 답변서를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송파구 보건소 의약과는 지난 1월5일 병원 현장 점검에 나섰고, 현장에서는 명확한 위반 사실을 찾지 못했다.

다만 보건소는 병원 측에 “해당 민원이 발생하는 사례가 없도록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남긴 바 있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반박자료를 첨부해, 병원 측에 답변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대답이 돌아왔던 이전과는 달리, 병원은 메일을 확인한 지 나흘이 지났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병원 관계자를 채근하자 “아직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우리 역시 관련 부서에서 전해 들은 게 딱히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람 잡는’ 관행이 이어진 기간은 확인된 것만 반년이다. 이마저도 현재 진행형이다. 애꿎은 피해자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동안 이 관행을 끊어낼 방법이 정말 없었을까.

A씨는 “보건소에 이어 구청에도 위반 사실을 알려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일요시사>가 입수한 것과 유사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보건소와 송파구청에 넘겼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이들은 병원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당황스럽게도 ‘증거 부족’이었다.

의료진 편의 위해 의료법 위반 의혹
일단 발뺌했지만…위반 정황들 발견

<일요시사>는 A씨가 보건소와 구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확인했다. 보건소는 “의료법 등 법령 위반에 대한 처분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 접수된 내용과 그 증거자료를 근거로 담당 공무원이 현장 상황을 점검한 뒤 구체적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요청에 따라 현장 점검을 실시했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인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출한 사진만으로는 행정처분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송파구청은 보건소 답변을 그대로 인용하기만 했다. 구청이 따로 취한 조치는 전무했다.

A씨는 “보건소와 구청 측에 ‘사진 속 약물이 실제로 존재한 바 있는지, 담당자는 누구인지까지 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며 “실존 여부를 확인하는 만큼 확실한 게 어디 있겠느냐. 그럼에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조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니 지켜보는 사람 속이 다 타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증거가 뻔히 있는 상황인데, 한 번 만에 잡지 못했다면 몇 번쯤 더 살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립병원 입원 환자들 생명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는데, 저렇게 미온적으로 대충 시늉만 하고 마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만약 관련 의료사고가 터지면 환자는 ‘삼중고’에 빠진다. 환자는 원래 아픈 곳을 살피는 동시에 2차 감염까지 치료해야 하고, 또 이 가운데 2차 감염 책임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잘못은 의료진이 하고, 부담은 환자가 지는 불합리한 구조다.

게다가 의료진 과실 입증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천신만고 끝에 법적 다툼으로 들어가도, 환자가 승리할 확률은 단 1%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 과실로 제기된 소송은 총 6300여건으로 이 가운데 의료진 과실이 명백하게 인정된 건은 단 64건뿐이다.

환자 1명이 ‘상처뿐인 승리’를 거머쥘 때, 다른 환자 99명은 분루를 삼키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법도, 국가도 이들을 굽어살피지 않는다.

보건소·구청 
수수방관 한몫

A씨는 “이 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공무원들의 사명감 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의료진 공무원들이 투철하게 규정을 지켰다면, 혹은 보건소나 구청 공무원들이 조금만 더 면밀히 살펴봤다면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다”며 “이들 사이에 만연한 안일함이 환자들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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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