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슈퍼카 사기’ 김재량 12년 도피생활의 끝

“케냐에 숨어 잘 먹고 잘 살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10년 일어난 검은색 엔초 페라리 사고. 이 사고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수십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생겼고, 그 중심엔 ‘김재량’이 있었다. 당시 김재량은 100억원이 넘는 사기 피해액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그의 근황이 최근 밝혀졌다. 

지난해 8월 인터넷 상에 한 사진이 이슈가 됐다. 사진의 내용은 차량 경매 정보. 슈퍼카의 대명사인 부가티와 코닉세그의 차량들이 경매로 올라온 것이다.

다시 수면위로
김재량은 누구?

희귀한 슈퍼카들이 국내에서 경매로 나왔다는 사실에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런 슈퍼카들이 경매에 나오게 된 경유에 대해 의구심이 커져갔다. 

공매로 나온 3대의 슈퍼카. 이 사건의 시작은 약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 부실 저축은행 15곳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사건으로, 당시 국내 금융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저축은행들 중 도민저축은행이란 곳이 있었다. 해당 은행의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는 도민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자, 채권 회수를 위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 과정 중 한 창고에서 26대의 슈퍼카들을 발견하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슈퍼카들을 도민저축은행의 자산으로 구분해 압류했다.


예금보험공사는 26대의 슈퍼카 중 13대는 차량 소유주에게, 10대는 경매 및 공매를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사용했다. 그렇게 남은 차량 3대가 바로 앞서 언급했던 한 대의 부가티와 두 대의 코닉세그다. 해당 차량들이 뒤늦게 공매에 나온 이유는 차량에 얽혀 있던 법적 절차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 도민저축은행은 자기 자본금 비율이 약 1% 밖에 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결국 도민저축은행에 내려진 영업정지 처분은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이 해당 차량들을 담보로 받고 불법대출을 해준 것이다. 

공매로 나온 슈퍼카 정체는?… 시작은 ‘김재량’
수십명 피해자 남기고 해외 도피… 미국? 홍콩?

슈퍼카를 담보로 대출금을 받아 간 사람은 김재량이었다. 김재량은 1977년생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수입차가 흔치 않았던 시절에도 벤츠를 비롯한 BMW 같은 차들을 타고 다닐 정도로 부유했고, 정계는 물론 연예인들까지 두루 친하게 지내며 강남에선 유명인사로 통했다. 

김재량은 다양한 슈퍼카들을 튜닝·수리하는 일과 국내로 직수입해 판매하는 일을 했다. 2003년 ‘소닉모터스’를 설립했고, 재벌2세, 연예인들이 많이 올 정도로 사업이 흥했다.

사업을 이어가던 중 김재량은 두바이에서 슈퍼카가 저렴하게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두바이에서 차량을 구매한 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실적으로 두바이에서 차량을 가져오기 불가능했던 김재량은 두바이 현지 관리자를 채용하게 된다. 막대한 현금이 오고 가야 하니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고, 한인 목사 부부로 두바이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종교인을 선택했다. 


한인 목사는 차량 매물이 나올 때마다 리스트를 작성해 김재량에게 보내줬다. 그 규모만 30~40억원으로 알려졌다. 차량 대금을 치룬 김재량이었지만 차량이 영국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유한 집안에 사업 수익도 나쁘지 않았지만 30~40억이란 돈은 김재량에게도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이때부터 김재량은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다. 사기로 인해 잃은 금액을 사기로 메꾸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사기엔 사기로
110억원 편취

김재량은 “차량의 원래 가격이 10억인데, 너에게만 싸게 주겠다”고 지인들을 속였다. 이런 식으로 차량 한 대를 5~6명에게 팔아 돈을 챙겼고 “차량에 문제가 생겼다. 부품은 주문 해놨고,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시간을 끌었다. 

그의 사기 행각은 끝나지 않았다. 당시 유명 연예인이 차량 수리를 위해 소닉 모터스에 방문했는데 그 차량을 다른 타인에게 판매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저질렀다. 

김재량은 당시 은행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요즘에는 1금융권, 2금융권을 막론하고 서로 전산을 공유해 고객의 신상정보와 신용정보를 알 수 있어 이 같은 사기가 발생하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금융사끼리 전산을 공유하지 않았다.

고객의 적합 여부를 파악하고 승인이 나야 대금을 지불하는 요즘 시스템과는 달리 금융계 쪽에서 차량 대금을 먼저 지급해야 하는 선송금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했다. 수많은 리스사에 심사를 넣었고 6곳에서 승인이 났다. 

김재량은 캐피탈에서 총 60억원의 돈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편취한 돈의 총액은 110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슈퍼카 3대를 담보로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채 회장을 통해 도민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까지 받았던 것이다. 

김재량은 자신이 몰던 엔초 페라리로 교통사고를 내게 된다. 이게 그 유명한 2010년 ‘검은색 엔초 페라리 사고’다. 이 사고는 당시 자동차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이후 김재량은 경찰이 오게 되면 자신의 사기 행각이 모두 들통날 것이라 판단했고, 차량을 버리고 곧바로 해외로 도주하게 된다. 

해외로 도피
묘연한 행적

국내 경찰의 요청으로 인해 인터폴의 수사망에도 올라갔지만 김재량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관련자들 사이에서 ‘미국, 홍콩 등지서 신분을 세탁한 뒤 조용히 살고 있다’는 추측만이 난무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 김재량의 충격적인 근황이 전해져왔다. 김재량이 몸을 숨긴 곳은 미국도 홍콩도 아닌 케냐였다. 김재량이 케냐로 몸을 숨긴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국내 경찰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케냐로 간 것이란 추측이 가장 유력하다.

케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김재량은 케냐에서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고위층 사람들과 잘 먹고 잘 사는 중”이라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케냐 현지에서 김재량은 유명인사다. 케냐에서 김재량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김재량 사건을 모른다. 김재량은 케냐의 정비소를 운영하는 등 많은 사업을 벌였다.

 A씨에 따르면 김재량은 케냐에서 ‘김재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재량은 고위급 관료들과 군 장성들과 함께하며 인맥을 키워갔다. 교회, 학교에 기부하며 본인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김재량은 한국 음식을 케냐 현지로 수입해 유통 판매하는 비즈니스 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 김재량 집의 가정부가 3명, 정원 관리사가 2명, 운전 기사와 일가족 수발을 드는 사람 약 10명이 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케냐서 호의호식? 지인이 전해온 충격적 근황
결국 ‘강제 송환’… 유튜버·인터폴·경찰의 합작


A씨에 따르면 김재량은 케냐 현지서도 애스턴 마틴, 람보르기니, 벤틀리와 같은 외제차를 타고 김재량의 부인은 벤츠 SUV, 일제 승용차를 번갈아 갈아타고 있다. 그의 부인은 나이로비 현지에서 땅값이 비싼 핫플레이스의 부동산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김재량은 두 쌍둥이 아들을 학비가 1인당 매년 6000만원에 육박하는 사립학교에 보내왔다. 독일에 있는 외국인 학교로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합격, 김재량 일가는 독일로 이주해 아들의 학업을 마무리지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소재지까지 파악이 완료돼 많은 네티즌들은 ‘참교육’을 기다렸다. 하지만 김재량의 검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케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걸어나와 죗값을 받겠다고 자수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으로 생각됐다.

A씨는 “케냐는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곳”이라며 “고위 관료들과의 인맥으로 김재량과 같은 범죄자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최근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에 ‘사기꾼 김재량, 강제소환되어 구속되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카라큘라 채널은 그동안 김재량의 사기행각에 대한 공론화와 검거를 위해 힘써왔다. 카라큘라 채널에 따르면 현재 김재량은 케냐 당국의 협조 아래 인터폴 요원, 한국 경찰청 외사국 수사관들에 의해 현지에서 긴급체포돼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결국 잡혔다
10여년 만에…

카라큘라 채널은 “그동안 끈질긴 추적으로 사기꾼 김재량이 케냐에 은신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영상을 통해 최초로 세상에 알렸으며 그동안 습득했던 모든 정보들을 수사기관에 제공해 김재량을 국내 강제송환시킬 것을 종용했다”며 “대한민국과 케냐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있지 않아 사건이 진척되지 못할 뻔 했지만 외교부 관계자와 인터폴, 경찰청 외사국, 카라큘라가 함께 의지를 불태우고 김재량 강제송환에 온 힘을 모아 결국 값진 결실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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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