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집단 살인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5.10 09:34:57
  • 호수 1374호
  • 댓글 4개

설거지 가르쳐준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인터넷 개인방송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방송 진행자(BJ)는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하며 방송을 즐긴다. 다만 BJ와 시청자가 너무 가까워지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공범들에 대해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인터넷 방송진행자 A씨(20대)를 고등학생 B군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지난달 13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위험한 초대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자 시청자인 10대 C군과 D양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다른 시청자 20대 여성 E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1년 전 A씨와 B군은 방송 진행자와 시청자로 관계가 형성됐다. B군은 지난해 5월부터 A씨의 개인방송을 시청했다. 7개월 뒤 A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모 아파트로 B군을 초대했다. 아파트는 1987년 준공돼 30년을 훌쩍 넘겼으며 57~74㎡의 소형 평수로 이뤄졌다.

A씨가 진행했던 하쿠나라이브는 생방으로 진행하는 콘텐츠가 많았다. 이른바 엽기 방송, 벗는 방송 등 가학적인 장면을 노출해 수익을 올리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다.


B군이 초대된 곳은 A씨의 주거지로, 인근 주민에게 소음 피해를 줬다. A씨가 거주하는 2층 맞은편에서 살고 있는 중년 여성은 “앞집에 여러명이 살았다. 평소에도 노래를 자주 불렀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A씨의 방송 내용은 라디오와 유사한 형태였다. 시청자에게 신청곡과 사연을 받았다. 

A씨 자택에는 B군 명의로 인터넷·TV 결합상품이 설치됐다. A씨는 결합상품 설치 사은품인 40만원 상당의 전자상품권을 B씨로부터 받기도 했다. B씨는 어머니에게 “다시는 BJ 형(A씨)을 만나지 않겠다. 또 가면 날 죽일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집으로 돌아온 B군이 A씨 집을 다시 찾은 것은 지난 1월이었다. B군 어머니는 A씨에게 “아이가 병원치료도 받아야 하고 복용하는 약도 챙기지 못했으니 귀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 시청자 폭행 사망
공범 4명 야구 방망이로…시신 유기

B군은 고등학생 때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판정을 받았으며 입대 신체검사에서 경계선 지능을 확증받아 통원·약물치료를 받았다. 이 점을 알고 있는 B군 어머니의 요청에도 A씨에게 “나도 얘(B군)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유족 측은 “가해자(A씨)가 어머니 전화를 문제삼았다. (가해자가)4500만원짜리 면접을 보는데 네 어머니가 전화해(면접을) 망쳐놨으니, 네(피해자)가 4500만원을 책임져야 한다. 책임지지 않으면 네 어머니에게 받아낼 것이라고 겁박했다”고 전했다.

B군은 어머니에게 “엄마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요. 4500만원 낼 수 있어요?”라며 울먹이며 말했다. A씨의 폭력과 착취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A씨는 B군과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해 B군 신분증을 재발급받아 B군을 물류센터 상하차 작업장에 취업시켰다. 급여는 A씨 통장으로 이체되도록 했다. B군 계좌 직불카드도 A씨가 사용했고 B군이 모아놓은 돈도 A씨는 조금씩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와 공범인 그의 아내가 쓰는 고가의 휴대전화를 B군이 개통했고 일체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이렇게 갈취당한 금액이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엔 B군이 A씨와 함께 B군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쌀·김치·고기 등을 챙겨가던 이들은 근처에 거주하는 B군 어머니와 마주했다. 당시 A씨는 “제가 돈 쓰는 법, 청소하고 밥하기, 빨래, 설거지를 가르치고 있어요. 제가 아는 경찰도 많고 자선 사업가들도 알고 있으니 (B군이)집에 가기를 원할 때까지 잘 데리고 있겠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이때부터 B군의 통원·약물치료가 중단되면서 행동과 말이 과격해졌으며 이때부터 폭행이 시작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할머니 집을 방문했던 B군은 한쪽 팔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족과 B군의마지막 통화는 지난 2월13일이었다. 

B군은 “(A씨)사정으로 집에 갈 수 없다. 3월이나 4월에는 꼭 가겠다. 3월9일 대통령선거 투표일에는 가서 투표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는 유족이 들은 B군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3월7일에서 10일 사이 A씨와 공범 3명은 자택에서 B군을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하고 야구방망이로 때려 숨지게 했다.

유족 “1000만원 갈취” 
실종 수사에도 비협조

다음 날인 11일 밤 시신을 유기했다.

이들은 같은 달 12일과 15일, B군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소액결제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3일 공범 SNS에는 음식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때 B군 가족은 코로나19 감염으로 격리됐다가 같은 달 27일 A씨 집을 찾아갔지만 소득이 없었다. 28일과 29일에도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고 다음달 1일에도 A씨 집을 방문했다. 이날은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가해자 때문에 경찰을 대동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B군 휴대전화 위치가 이 집으로 확인된다는 경찰의 말에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유족에 따르면 가해자들의 악행은 피해자의 실종 수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이어졌다.

당시 A씨는 “제가 지상파 드라마(실종 수사도 다루는 군 검사를 소재로 한 미니시리즈)에 단역 출연했다. 실종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배우를 사칭하기도 했다. 또 경찰이 피해자 휴대전화 위치가 가해자 집으로 나오는 이유를 묻자 “피해자가 제 휴대전화를 가져가고 최신 휴대전화는 두고 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입고 나간 옷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하는 등 수사선상을 어지럽히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유족은 지난달 4일 새벽, 경찰로부터 피해자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유족은 피해자가 숨진, 악마의 소굴이었던 그 집에서 피 묻은 가방을 발견하고 오열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채널 시청자 살해 사건이 언제 또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제대로 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2차 가해 가능성

이 교수는 ”문제되는 장면이 노출될 시 채널 게스트가 호스트를 신고하는 데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개별 연락을 통해 채널 BJ와 시청자 간 만남을 통한 2차 가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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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