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따라 천차만별, 격동의 '대선 시나리오'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09: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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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대권키 쥐어준 거야?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1일 대변인격인 유민영 교수를 통해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선출이 끝나면 며칠 내에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안 원장이 드디어 입장 표명 시기를 결정함에 따라 모든 정치권의 '눈'은 안 원장의 '입'에 쏠려 있는 형국이다. 안 원장의 결정에 따라 대선의 향방이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안 원장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천차만별의 대선 시나리오를 미리 예측해봤다.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11일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선출 후 며칠 내에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출마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안철수 선택 따라
엄청난 지각변동

한 외신기자는 이러한 안 원장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의 나라에서는 유력 대선주자가 대통령선거 100일 전까지도 출마여부를 밝히지 않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안철수 현상'은 한국 정치사는 물론이고 세계 정치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임이 분명하다. 안 원장은 평소 대권에 대해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는 제18대 대선은 안 원장의 선택에 따라 엄청난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우선 18대 대선의 향방을 가를 첫 번째 분수령은 안 원장의 출마여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결국엔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일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를 통해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사실상 대권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평소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민주당 대선경선이 끝난 이후부터 추석 사이에 본인의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최근 민주당의 대선경선 이후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안 원장이 야권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분석하고 있다. 대선출마결심을 사실상 굳혔다는 이야기다.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한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치열한 삼파전이 예상된다.


출마할까 말까? 아직도 망설이는 안철수
안철수 '입'만 바라보는 기성정치권 굴욕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불출마 가능성도 농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26재보선 당시 50%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안 원장이 5%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을 만나 짧은 대화 끝에 전격적으로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고 박 시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지난 9일 김민전 경희대 교수,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교수 등과 오찬을 함께하며 "주변에선 내가 (대통령직을)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말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출마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민주당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안 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이다. 작년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될 때와 같은 그림이다. 그러나 안 원장이 출마를 포기하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을 때 안 원장이 갖고 있던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에게 그대로 전해질 것인가는 의문이다. 안 원장이 출마를 포기하면 그 지지세력 일부는 민주당 쪽으로 가겠지만 새누리당이나 제3후보, 또는 아예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남는 세력도 제법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민주당 경선과정 등에 실망한 안 원장이 그 누구에 대한 지지의사도 밝히지 않고 그냥 불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엔 야권 전체가 대재앙을 맞을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출마여부는?
출마방식은?

한편 지금까지 정치권은 안 원장의 출마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그의 출마시기에 따라 여야 각 진영은 대선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안 원장이 자신의 출마여부를 민주당 경선 이후에 밝히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안 원장의 출마시기에서 안 원장이 왜 민주당 경선 이후에 출마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는지, 또 이를 왜 미리 언론에 공지했는가에 집중되고 있다.

일단 안 원장 측은 "민주당 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이를 미리 공지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을 위한 배려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출마여부를 밝힐 시기를 미리 공지한 것엔 분명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원장이 출마여부를 밝힐 시기를 미리 공지함으로써 멀어진 대중들의 관심을 다시 한 번 모으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특히 안 원장이 추석을 앞두고 다시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곧 다가올 추석은 대선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손꼽힌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기에 오는 18대 대선이 자연스럽게 대화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석기간 이슈에서 멀어진다면 연말 표심에서도 함께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출마 선언 지연에 따른 비판 여론도 안 원장이 출마와 관련된 입장발표를 예고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입장발표 예고
노림수 있나?

안 원장이 대선을 불과 90여일 앞둔 지금까지도 출마여부를 결정하지 않자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다 새누리당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역전 당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안 원장으로선 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겉으로는 민주당을 배려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현재 민주당 경선을 통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공세라는 것이다. 실제로 단일화 경쟁에서 문 후보가 안 원장을 앞섰다는 리얼미터의 지난 10일 조사 결과도 안 원장의 대선 출마여부 발표 예고로 묻혀 버리면서 안 원장의 지독한(?) '타이밍 정치'는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어찌됐든 안 원장이 대선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정치권은 이제 안 원장의 출마선언 방식과 과연 안 원장이 야권과 손을 잡을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안 원장의 출마 방식과 콘셉트는 초미의 관심사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반등시킬 이벤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출마 방식이 기존 정치권의 방식과 차별화 되지 않거나 준비 부족으로 인해 부실한 면을 노출할 경우에는 '준비 되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돼 안 원장의 하락세가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안 원장이 대선출마선언을 할 것이라면 국민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방식을 선택해야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예상되는 출마선언 방식으로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안이나, 국민의 의견을 듣고 답하는 '국민과의 대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청춘콘서트' 형식도 거론된다. 출마선언 장소 또한 딱딱함과 격식보다는 젊은 감각에 어울리는 곳을 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또 안 원장의 야권단일화 수용여부는 그야말로 이번 대선정국을 통째로 뒤흔들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안 원장이 출마의사를 밝힌다면 민주당은 안 원장에게 후보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야권단일화 조금만 '삐끗'해도 동반 추락
대선정국 뿌리째 뒤흔들 안철수의 '선택'
 

민주당은 지금까지 줄곧 안 원장의 입당을 적극 권유하고 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입당은커녕 정치권 일각에선 안 원장이 독자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민주당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안 원장과 민주당이 단일화에 합의한다고 해도 그 방식을 놓고도 치열한 싸움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모바일투표가 관건이다. 최근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진 것도 모두 모바일투표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올 초 당대표 경선부터 도입한 모바일투표를 강행할 태세지만 조직 동원이 불가능한 안 교수 측은 각종 부작용을 이유로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 원장으로서는 야권단일후보로 추대되는 방식을 가장 선호할 테지만 가능성이 낮고, 최소한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투표를 병행하는 방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입당이나 단일화 방식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안 원장이 독자출마 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단일화에 합의한다 해도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경선 때처럼 심각한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엔 민주당이 와해돼 일부 의원들이 안 원장 측으로 전향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당이 창당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잖다.

전문가들은 어느 경우가 되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의 극단적인 마찰은 야권 전체가 몰락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과 안 원장의 단일화 과정을 폭탄제조와 비유하기도 한다. 잘 융합만 한다면 큰 힘을 발휘하겠지만 제조과정에서 조금만 실수해도 터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단일화
험로 예상

하지만 야권후보가 분열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간 3자 구도가 될 경우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것은 안 원장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안 원장이 좋든 싫든 단일화 과정에 응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안철수의 선택'에 따라 오는 12월19일 치러질 제18대 대선의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누가 뭐래도 이번 대선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안 원장인 것이다. 안 원장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떠한 후폭풍을 몰고 올지 정치권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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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