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울시의회 의장 김인호 협치론과 혁신론

동대문 ‘인호베이션’ 꿈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와 의회의 협치와 소통은 필수항목이다. 그러나 서로 견제하는 탓에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도 갈등의 골이 깊다. 하나부터 열까지 충돌하지 않는 게 없다. 이런 탓에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냉랭한 관계를 풀기 위해서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늘 전면에 나선다. 

낮에는 신문을 돌리고, 저녁에는 책을 펼쳐 공부하며 정치인의 꿈을 꿨다.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을 정치인으로 키웠다. 시의원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정을 받았고, 2선 때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일요시사>가 김 의장을 만나 시와 겪고 있는 갈등과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정치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서울로 왔습니다. 낮에는 신문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잡지를 팔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내 손으로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고, 그 무렵 읽었던 <백범일지>에 감명을 받아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열악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도 가졌습니다. 이런 것을 자양분 삼아 노력한 결과 오늘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에는 초선 때가 겁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정치 철학은 삼리입니다. 의리를 중요시 여기고, 도리를 다하고, 순리대로 풀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떤 조직이던 그렇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가지게 된 생각입니다. 초선 때는 지하철 9호선 요금 무단 인상 등의 의혹을 밝혀냈습니다. 맥쿼리가 적자를 보면 적자를 보존해주는 협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구 노력이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조사특위를 이끌면서 3조2000억원의 예산을 절약하게 되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시의원으로서 밥값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2선 때와 3선 때도 시의원으로 많은 활약을 하셨습니다.

▲당시 1호 조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 조례입니다. 시의원 중 처음으로 1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해당 조례는 현재 정책이 돼서 시 집행부에서 예산을 편성합니다. 3선이 돼서는 시민을 잘 아우르는 협치를 중요시 여깁니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분을 충실히 해낼 때, 진정 시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3선을 지내면서 부족함도 있었지만, 시민과 구민 앞에 진심과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과거 신문 팔다 의장까지
“시와 의회 서로 존중해야”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어려운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아사 직전이입니다. 현장에 가면 임대 점포가 많이 비어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도 계약 기간이 남은 탓에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중입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소비가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지원을 통해 착한 소비를 유도해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 시민에게는 ‘내야 할 의무’ 말고도 ‘받을 권리’도 있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누구나 세금을 냅니다. 어려울 때는 국가에 돌려받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다만 제 뜻이 다 관철되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의회의 역할과 기능은 시 집행부 견제 및 감시입니다. 지금까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의회 인사권이 독립됐습니다. 국회 모델은 아니지만 정책 전문 인력이 보강돼 역량 강화가 예상됩니다.

의회가 발전하면 이익과 편익은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봅니다. 다만 여전히 예산 편성권, 조직권이 넘어와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또 주민조례발안제를 통한 주민 참여 확대로 시민도 필요로 하는 조례의 발의와 개정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 의회와 갈등이 심화된 양상입니다.

▲오 시장은 지금껏 무리한 공약을 이행하려고 했습니다. 의회에서는 절차상 하자, 사전 절차 미이행, 사업 실효성에 의심이 드는 사업에 대해서 예산을 삭감하기도 합니다. 이런 탓에 의회와 시가 많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10명의 시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포기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서울시에 3조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각고의 노력과 협상 끝에 8500억원을 지원받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지급했습니다. 시민을 위한 최선의 결론을 만들어가려면 갈등이 필요합니다. 다만 오 시장께서 의회를 더 존중하고, 자주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 시장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층고 제한을 발표했습니다. 

▲주택 공급이 더딘 건 사실입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있어선 층고 완화가 필요한 점도 인정합니다. 다만 시에서 이런 계획들을 급히 발표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의회는 그런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층고 완화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 등 집값 안정을 위해 대책을 발표하는데 그럴 때 집값이 오르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규제를 풀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데 있어 간과해선 안 될 절차가 ‘여론 수렴’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서울플랜 2030’은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 시민 참여 등 수많은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님께서 민주적인 절차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결정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사권을 둘러싸고서도 충돌이 빚어집니다.

▲당이 달라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당 시절에도 다수 당내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서울시의회는 견제와 감시에 있어서는 당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시민이 저희를 뽑았습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 2배수, 3배수를 정해서 시장에게 보고합니다. 시장은 선정된 인물 중 임명권을 가집니다. 현재의 인사권은 의회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임추위 구성은 시가 4명, 시의회가 3명인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의회와 시 집행부가 동등한 임원추천 구성이 돼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시와 의회가 3대3으로 해서 추천하고 시장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의회의 인사권 침해라고 보기에는 부당합니다. 인사권은 현재 법정 다툼의 소지가 있어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방자치 더 큰 목소리 내야”
발전 더딘 동대문구 출사표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17개의 광역도시 중 맏형 격인 대한민국 수도입니다. 급격히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 빈곤 확대 등 서울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치가 필요합니다. 

협치는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서울시는 시의회를, 시의회는 서울시를 존중하며 논의의 장으로 나아갈 때 원활환 협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협치를 이룰 수 있는 11대 의회가 되길 바랍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당선 직후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초 광화문 광장을 언급하다가 갑자기 용산으로 선회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옮기기로 한 용산 국방부와 한남동 공관 일대는 모두 서울에 위치합니다. 이 문제는 국가적 사안이기도 하지만 서울에 위치하고 있기에 서울의 여론이 반영돼야 하는 지역적 사안입니다.

이와 함께 윤 당선인은 용산구민에게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기게 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용산구민의 의견을 구해야 했는데 그런 점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웠는데 해당 사안이 시와 의회 대립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방, 외교, 교육, 복지 등을 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 밑으로 내려올수록 자치단체는 여성, 가족 등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실질적인 지원, 복지를 신경써야 하는 까닭입니다. 현 시대는 첨예한 갈등 상황이 많은 시대로 갈등이 증폭돼있는 상황입니다.

젠더 갈등도 그의 일환인데, 윤 당선인의 공약과 저는 다른 시선을 가졌습니다. 서울은 여성에 대한 처우를 더욱 개선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해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마음에서 서울시에 ‘여성가족지원청’ 신설을 시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선인 공약 자체를 의회에서 반대하는 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면 서울시에서는 여성 정책을 좀 더 강화시키면서 모자란 균형을 맞춰나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차후 중앙에서 성·세대 평등부가 따로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 여성에 대한 처우나 상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지역 차원의 대안이 필요합니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이 확고하다면, 지역의 시선은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이니까 공약 실행 과정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보완해가야 합니다. 반드시 실행 전에 충분한 사전 검토 논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청년정책 등에 관한 사안도 시급해 보입니다.

▲최근 청년들은 3포, 4포, 7포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청년 대책은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청년을 청년답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서울시의회도 청년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지만 늘 부족합니다. 이에 청년 특별위원회도 설치해서 앞장서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최근 동대문구청장 출사표를 던지셨습니다. 

▲12년간 의회 행정과 정책 경험을 쌓았고,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대문구에 대한 저의 진심과 필요한 역량은 많은 사안을 통해 검증돼왔다고 생각합니다. 동대문구에 서울대표도서관 유치, 배봉산 둘레길 조성, 중랑천 수변 공간 마련 등등 ‘김인호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남은 열정을 적극적으로 펼쳐보겠다는 생각에 구청장 출마 뜻을 밝혔습니다.

-브랜드로 내세우시는 이노베이션(‘인호베이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는 사대문에 걸쳐 있으면서 발전이 더딘 구입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만 해도 동대문구, 청량리하면 부 도심으로서 명성이 있었습니다. 동대문구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동대문 ‘인호’베이션이라는 브랜드로 선거를 준비 중입니다. 배드 타운이 아닌 경제성장의 거점 일차리 창출, 창업이 주를 이루는 스마트 동대문구 시티가 돼야 합니다. 혁신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주저하는 일을 내가 하면 될 뿐입니다. 모두가 지켜보기만 하는 불편을 내가 나서서 해결하면 되고, 일반인의 궁금증과 의아함을 제가 나서서 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원’이라는 자리가 저에게 적합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이 같은 혁신의 마인드로 불편한 이야기를 서울시에 많이 던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 주민을 위해서 앞으로도 헌신하도록 하겠습니다. 12년의 시의원 생활 동안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두운 곳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좀 더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붓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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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방시혁 ‘밀월설’ 막전막후

이재명정부-방시혁 ‘밀월설’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