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울시의회 의장 김인호 협치론과 혁신론

동대문 ‘인호베이션’ 꿈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와 의회의 협치와 소통은 필수항목이다. 그러나 서로 견제하는 탓에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도 갈등의 골이 깊다. 하나부터 열까지 충돌하지 않는 게 없다. 이런 탓에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냉랭한 관계를 풀기 위해서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늘 전면에 나선다. 

낮에는 신문을 돌리고, 저녁에는 책을 펼쳐 공부하며 정치인의 꿈을 꿨다.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을 정치인으로 키웠다. 시의원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정을 받았고, 2선 때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일요시사>가 김 의장을 만나 시와 겪고 있는 갈등과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정치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서울로 왔습니다. 낮에는 신문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잡지를 팔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내 손으로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고, 그 무렵 읽었던 <백범일지>에 감명을 받아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열악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도 가졌습니다. 이런 것을 자양분 삼아 노력한 결과 오늘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에는 초선 때가 겁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정치 철학은 삼리입니다. 의리를 중요시 여기고, 도리를 다하고, 순리대로 풀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떤 조직이던 그렇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가지게 된 생각입니다. 초선 때는 지하철 9호선 요금 무단 인상 등의 의혹을 밝혀냈습니다. 맥쿼리가 적자를 보면 적자를 보존해주는 협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구 노력이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조사특위를 이끌면서 3조2000억원의 예산을 절약하게 되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시의원으로서 밥값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2선 때와 3선 때도 시의원으로 많은 활약을 하셨습니다.

▲당시 1호 조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 조례입니다. 시의원 중 처음으로 1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해당 조례는 현재 정책이 돼서 시 집행부에서 예산을 편성합니다. 3선이 돼서는 시민을 잘 아우르는 협치를 중요시 여깁니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분을 충실히 해낼 때, 진정 시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3선을 지내면서 부족함도 있었지만, 시민과 구민 앞에 진심과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과거 신문 팔다 의장까지
“시와 의회 서로 존중해야”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어려운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아사 직전이입니다. 현장에 가면 임대 점포가 많이 비어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도 계약 기간이 남은 탓에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중입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소비가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지원을 통해 착한 소비를 유도해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 시민에게는 ‘내야 할 의무’ 말고도 ‘받을 권리’도 있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누구나 세금을 냅니다. 어려울 때는 국가에 돌려받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다만 제 뜻이 다 관철되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의회의 역할과 기능은 시 집행부 견제 및 감시입니다. 지금까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의회 인사권이 독립됐습니다. 국회 모델은 아니지만 정책 전문 인력이 보강돼 역량 강화가 예상됩니다.

의회가 발전하면 이익과 편익은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봅니다. 다만 여전히 예산 편성권, 조직권이 넘어와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또 주민조례발안제를 통한 주민 참여 확대로 시민도 필요로 하는 조례의 발의와 개정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 의회와 갈등이 심화된 양상입니다.

▲오 시장은 지금껏 무리한 공약을 이행하려고 했습니다. 의회에서는 절차상 하자, 사전 절차 미이행, 사업 실효성에 의심이 드는 사업에 대해서 예산을 삭감하기도 합니다. 이런 탓에 의회와 시가 많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10명의 시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포기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서울시에 3조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각고의 노력과 협상 끝에 8500억원을 지원받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지급했습니다. 시민을 위한 최선의 결론을 만들어가려면 갈등이 필요합니다. 다만 오 시장께서 의회를 더 존중하고, 자주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 시장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층고 제한을 발표했습니다. 

▲주택 공급이 더딘 건 사실입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있어선 층고 완화가 필요한 점도 인정합니다. 다만 시에서 이런 계획들을 급히 발표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의회는 그런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층고 완화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 등 집값 안정을 위해 대책을 발표하는데 그럴 때 집값이 오르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규제를 풀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데 있어 간과해선 안 될 절차가 ‘여론 수렴’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서울플랜 2030’은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 시민 참여 등 수많은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님께서 민주적인 절차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결정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사권을 둘러싸고서도 충돌이 빚어집니다.


▲당이 달라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당 시절에도 다수 당내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서울시의회는 견제와 감시에 있어서는 당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시민이 저희를 뽑았습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 2배수, 3배수를 정해서 시장에게 보고합니다. 시장은 선정된 인물 중 임명권을 가집니다. 현재의 인사권은 의회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임추위 구성은 시가 4명, 시의회가 3명인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의회와 시 집행부가 동등한 임원추천 구성이 돼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시와 의회가 3대3으로 해서 추천하고 시장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의회의 인사권 침해라고 보기에는 부당합니다. 인사권은 현재 법정 다툼의 소지가 있어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방자치 더 큰 목소리 내야”
발전 더딘 동대문구 출사표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17개의 광역도시 중 맏형 격인 대한민국 수도입니다. 급격히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 빈곤 확대 등 서울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치가 필요합니다. 


협치는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서울시는 시의회를, 시의회는 서울시를 존중하며 논의의 장으로 나아갈 때 원활환 협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협치를 이룰 수 있는 11대 의회가 되길 바랍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당선 직후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초 광화문 광장을 언급하다가 갑자기 용산으로 선회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옮기기로 한 용산 국방부와 한남동 공관 일대는 모두 서울에 위치합니다. 이 문제는 국가적 사안이기도 하지만 서울에 위치하고 있기에 서울의 여론이 반영돼야 하는 지역적 사안입니다.

이와 함께 윤 당선인은 용산구민에게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기게 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용산구민의 의견을 구해야 했는데 그런 점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웠는데 해당 사안이 시와 의회 대립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방, 외교, 교육, 복지 등을 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 밑으로 내려올수록 자치단체는 여성, 가족 등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실질적인 지원, 복지를 신경써야 하는 까닭입니다. 현 시대는 첨예한 갈등 상황이 많은 시대로 갈등이 증폭돼있는 상황입니다.

젠더 갈등도 그의 일환인데, 윤 당선인의 공약과 저는 다른 시선을 가졌습니다. 서울은 여성에 대한 처우를 더욱 개선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해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마음에서 서울시에 ‘여성가족지원청’ 신설을 시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선인 공약 자체를 의회에서 반대하는 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면 서울시에서는 여성 정책을 좀 더 강화시키면서 모자란 균형을 맞춰나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차후 중앙에서 성·세대 평등부가 따로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 여성에 대한 처우나 상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지역 차원의 대안이 필요합니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이 확고하다면, 지역의 시선은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이니까 공약 실행 과정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보완해가야 합니다. 반드시 실행 전에 충분한 사전 검토 논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청년정책 등에 관한 사안도 시급해 보입니다.

▲최근 청년들은 3포, 4포, 7포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청년 대책은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청년을 청년답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서울시의회도 청년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지만 늘 부족합니다. 이에 청년 특별위원회도 설치해서 앞장서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최근 동대문구청장 출사표를 던지셨습니다. 

▲12년간 의회 행정과 정책 경험을 쌓았고,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대문구에 대한 저의 진심과 필요한 역량은 많은 사안을 통해 검증돼왔다고 생각합니다. 동대문구에 서울대표도서관 유치, 배봉산 둘레길 조성, 중랑천 수변 공간 마련 등등 ‘김인호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남은 열정을 적극적으로 펼쳐보겠다는 생각에 구청장 출마 뜻을 밝혔습니다.

-브랜드로 내세우시는 이노베이션(‘인호베이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는 사대문에 걸쳐 있으면서 발전이 더딘 구입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만 해도 동대문구, 청량리하면 부 도심으로서 명성이 있었습니다. 동대문구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동대문 ‘인호’베이션이라는 브랜드로 선거를 준비 중입니다. 배드 타운이 아닌 경제성장의 거점 일차리 창출, 창업이 주를 이루는 스마트 동대문구 시티가 돼야 합니다. 혁신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주저하는 일을 내가 하면 될 뿐입니다. 모두가 지켜보기만 하는 불편을 내가 나서서 해결하면 되고, 일반인의 궁금증과 의아함을 제가 나서서 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원’이라는 자리가 저에게 적합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이 같은 혁신의 마인드로 불편한 이야기를 서울시에 많이 던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 주민을 위해서 앞으로도 헌신하도록 하겠습니다. 12년의 시의원 생활 동안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두운 곳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좀 더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붓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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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