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되면 안 되는 사람들 <입체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09: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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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행보' 거꾸로 되짚어보면 끝에 '악연' 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통합행보로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봉하마을과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는가 하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동까지 성사시켰다. 언론에서는 박 후보의 행보를 '파격'이라 평가하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박 후보의 행보가 파격이라 평가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박 후보와 그들 간의 지독한 악연 때문이다. 박 후보가 그들과의 만남을 고집한 진짜 이유를 추적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견고한 지지율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린다. 박 후보의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을 덮친 초유의 공천헌금 사태와 역사관 논란, 야권의 수많은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 없이 박 후보를 지지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지금 당장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해도 대선에서 40%의 지지는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콘크리트 지지율
콘크리트 반대율

하지만 박 후보에게는 콘크리트 지지율만큼이나 견고한 '콘크리트 반대율'도 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즉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콘크리트 반대율을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박 후보가 지난 8월20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국민대통합'과 '100% 대한민국'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박 후보가 지금까지 펼쳐온 대통합행보를 되짚어 보면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을 형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세력은 바로 '친노무현계(이하 친노)'다. 박 후보가 대선후보 확정 다음 날 봉하마을로 직접 내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전격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면담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제1야당의 대표로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2007년 1월 노 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그 이전에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한 연극 <환생경제>를 보며 웃고 즐긴 것이 지금까지도 친노세력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단단한 '콘크리트 반대율' 깨야 대권 잡는다
아버지 대부터 수많은 악연 사회 각계 곳곳에


당시 한나라당 이혜훈, 박찬숙, 박순자, 주호영, 주성영, 나경원, 정병국 의원 등이 직접 출연해 공연한 <환생경제>라는 연극은 노 전 대통령을 빗댄 등장인물 '노가리'를 향해 각종 막말을 쏟아내는 장면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악연 때문에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다음 날인 지난 2009년 5월24일 조문을 하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문상객들에게 쫓겨나다시피 김해를 떠나야 했다. 봉하마을은 구경조차 하지 못한 채였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유독 전직 대통령들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상징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간의 악연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비록 아버지대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박 후보의 지지율 근간이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후광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1일 김문수 경기지사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박 후보를 '칠푼이'로 지칭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지난 4·11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된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PK(부산·경남)정치를 상징하는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는 박 후보에게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박 후보는 봉하마을을 방문한 다음 날인 지난 8월22일 오전엔 김 전 대통령을, 오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각각 예방했다.

전직 대통령들과
불편한 관계 '독'

적군보다 더 지독한 아군도 있다. '친이명박계(이하 친이계)'를 일컫는 말이다. 친이계는 소수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만큼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는 표면적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박 후보와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는 "박 후보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강경파들이 다수 존재한다. 박 후보 진영 일각에서 현영희 의원 돈 공천 파문이 청와대의 작품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제로는 박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몰래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두 사람의 악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후보는 당시 대선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 진영은 이 대통령이 전과 14범이라는 주장을 하거나, 위장전입 문제까지 파헤쳤다. 이 대통령은 이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과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극에 달했던 두 사람의 갈등은 경선이 끝난 후 박 후보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면서 해소되는 듯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것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였다. 박 후보는 당시 총선 공천에서 '친박근혜계(이하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자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며 직설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이 경선 직후 박 후보에게 공언했던 '동반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지난 5년간 주요 현안마다 사사건건 부딪쳤다.


대권 위해서라면
적도 아군도 없어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갈등이 정점에 이른 것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맞섰던 2010년 2월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충청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하지만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다음 날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라고 이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한 촛불파동 때는 재협상을 요구했고, 용산참사 때는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했으며, 한나라당에 의해 미디어법 개정이 추진될 당시에도 반대 입장을 밝혀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와 오랜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4·11총선 때에는 이른바 '친이계 학살'로 불리는 공천을 단행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회동의 배경에 대해 "박 후보는 대선승리를 위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의 지원이 절실하고, 이 대통령 또한 안정적인 퇴임을 위해서라도 박 후보와의 관계개선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지율 상승 성공했지만 진정성은 의문
반성·사과 없는 끌어안기에 역풍도 '솔솔'

한편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노동자 계층과 2030세대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친노세력이나 진보주의 등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특히 노동자 계층은 박 후보가 최근 경제민주화 이슈 등을 내놓으며 껴안기에 나섰음에도 박 후보에 대해 매우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28일에는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려다 전태일 열사 유족은 물론 재단 관계자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봉하마을 방문 등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고무되어 있던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는 이 일을 계기로 잠시 주춤하게 됐다. 

이날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를 막아선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노동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전태일재단에 간다는 것은 열사를 욕보이는 행위"라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2030세대 또한 만만치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배워온 이들에게 박 후보의 역사관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박 후보가 2030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젊은이들의 거리인 홍대를 방문하고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찢어진 청바지도 입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5·16발언, 인혁당 발언 등에 대한 인식변화가 없다면 2030세대를 끌어안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분석이다. 또 2030세대들은 치열한 입시경쟁, 과도한 대학등록금, 낮은 취업률 등에 대한 책임을 현정권에 묻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 박 후보를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2030 끌어안기
역사관이 걸림돌

현재로선 콘크리트 반대율을 깨기 위한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이번 대통합행보 이전 쌍용차 노조와 한국대학생연합 등 많은 단체들은 박 후보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수십 차례 해왔지만 이들과 박 후보와의 면담은 단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었고, 입장 역시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가 파격적인 대통합행보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진정한 사과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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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