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되면 안 되는 사람들 <입체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09: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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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행보' 거꾸로 되짚어보면 끝에 '악연' 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통합행보로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봉하마을과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는가 하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동까지 성사시켰다. 언론에서는 박 후보의 행보를 '파격'이라 평가하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박 후보의 행보가 파격이라 평가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박 후보와 그들 간의 지독한 악연 때문이다. 박 후보가 그들과의 만남을 고집한 진짜 이유를 추적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견고한 지지율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린다. 박 후보의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을 덮친 초유의 공천헌금 사태와 역사관 논란, 야권의 수많은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 없이 박 후보를 지지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지금 당장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해도 대선에서 40%의 지지는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콘크리트 지지율
콘크리트 반대율

하지만 박 후보에게는 콘크리트 지지율만큼이나 견고한 '콘크리트 반대율'도 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즉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콘크리트 반대율을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박 후보가 지난 8월20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국민대통합'과 '100% 대한민국'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박 후보가 지금까지 펼쳐온 대통합행보를 되짚어 보면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을 형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세력은 바로 '친노무현계(이하 친노)'다. 박 후보가 대선후보 확정 다음 날 봉하마을로 직접 내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전격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면담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제1야당의 대표로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2007년 1월 노 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그 이전에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한 연극 <환생경제>를 보며 웃고 즐긴 것이 지금까지도 친노세력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단단한 '콘크리트 반대율' 깨야 대권 잡는다
아버지 대부터 수많은 악연 사회 각계 곳곳에


당시 한나라당 이혜훈, 박찬숙, 박순자, 주호영, 주성영, 나경원, 정병국 의원 등이 직접 출연해 공연한 <환생경제>라는 연극은 노 전 대통령을 빗댄 등장인물 '노가리'를 향해 각종 막말을 쏟아내는 장면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악연 때문에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다음 날인 지난 2009년 5월24일 조문을 하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문상객들에게 쫓겨나다시피 김해를 떠나야 했다. 봉하마을은 구경조차 하지 못한 채였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유독 전직 대통령들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상징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간의 악연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비록 아버지대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박 후보의 지지율 근간이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후광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1일 김문수 경기지사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박 후보를 '칠푼이'로 지칭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지난 4·11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된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PK(부산·경남)정치를 상징하는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는 박 후보에게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박 후보는 봉하마을을 방문한 다음 날인 지난 8월22일 오전엔 김 전 대통령을, 오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각각 예방했다.

전직 대통령들과
불편한 관계 '독'

적군보다 더 지독한 아군도 있다. '친이명박계(이하 친이계)'를 일컫는 말이다. 친이계는 소수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만큼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는 표면적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박 후보와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는 "박 후보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강경파들이 다수 존재한다. 박 후보 진영 일각에서 현영희 의원 돈 공천 파문이 청와대의 작품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제로는 박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몰래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두 사람의 악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후보는 당시 대선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 진영은 이 대통령이 전과 14범이라는 주장을 하거나, 위장전입 문제까지 파헤쳤다. 이 대통령은 이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과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극에 달했던 두 사람의 갈등은 경선이 끝난 후 박 후보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면서 해소되는 듯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것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였다. 박 후보는 당시 총선 공천에서 '친박근혜계(이하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자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며 직설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이 경선 직후 박 후보에게 공언했던 '동반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지난 5년간 주요 현안마다 사사건건 부딪쳤다.


대권 위해서라면
적도 아군도 없어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갈등이 정점에 이른 것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맞섰던 2010년 2월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충청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하지만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다음 날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라고 이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한 촛불파동 때는 재협상을 요구했고, 용산참사 때는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했으며, 한나라당에 의해 미디어법 개정이 추진될 당시에도 반대 입장을 밝혀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와 오랜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4·11총선 때에는 이른바 '친이계 학살'로 불리는 공천을 단행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회동의 배경에 대해 "박 후보는 대선승리를 위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의 지원이 절실하고, 이 대통령 또한 안정적인 퇴임을 위해서라도 박 후보와의 관계개선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지율 상승 성공했지만 진정성은 의문
반성·사과 없는 끌어안기에 역풍도 '솔솔'

한편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노동자 계층과 2030세대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친노세력이나 진보주의 등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특히 노동자 계층은 박 후보가 최근 경제민주화 이슈 등을 내놓으며 껴안기에 나섰음에도 박 후보에 대해 매우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28일에는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려다 전태일 열사 유족은 물론 재단 관계자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봉하마을 방문 등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고무되어 있던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는 이 일을 계기로 잠시 주춤하게 됐다. 

이날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를 막아선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노동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전태일재단에 간다는 것은 열사를 욕보이는 행위"라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2030세대 또한 만만치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배워온 이들에게 박 후보의 역사관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박 후보가 2030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젊은이들의 거리인 홍대를 방문하고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찢어진 청바지도 입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5·16발언, 인혁당 발언 등에 대한 인식변화가 없다면 2030세대를 끌어안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분석이다. 또 2030세대들은 치열한 입시경쟁, 과도한 대학등록금, 낮은 취업률 등에 대한 책임을 현정권에 묻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 박 후보를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2030 끌어안기
역사관이 걸림돌

현재로선 콘크리트 반대율을 깨기 위한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이번 대통합행보 이전 쌍용차 노조와 한국대학생연합 등 많은 단체들은 박 후보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수십 차례 해왔지만 이들과 박 후보와의 면담은 단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었고, 입장 역시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가 파격적인 대통합행보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진정한 사과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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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