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되면 안 되는 사람들 <입체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09: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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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행보' 거꾸로 되짚어보면 끝에 '악연' 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통합행보로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봉하마을과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는가 하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동까지 성사시켰다. 언론에서는 박 후보의 행보를 '파격'이라 평가하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박 후보의 행보가 파격이라 평가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박 후보와 그들 간의 지독한 악연 때문이다. 박 후보가 그들과의 만남을 고집한 진짜 이유를 추적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견고한 지지율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린다. 박 후보의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을 덮친 초유의 공천헌금 사태와 역사관 논란, 야권의 수많은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 없이 박 후보를 지지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지금 당장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해도 대선에서 40%의 지지는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콘크리트 지지율
콘크리트 반대율

하지만 박 후보에게는 콘크리트 지지율만큼이나 견고한 '콘크리트 반대율'도 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즉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콘크리트 반대율을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박 후보가 지난 8월20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국민대통합'과 '100% 대한민국'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박 후보가 지금까지 펼쳐온 대통합행보를 되짚어 보면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을 형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세력은 바로 '친노무현계(이하 친노)'다. 박 후보가 대선후보 확정 다음 날 봉하마을로 직접 내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전격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면담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제1야당의 대표로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2007년 1월 노 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그 이전에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한 연극 <환생경제>를 보며 웃고 즐긴 것이 지금까지도 친노세력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단단한 '콘크리트 반대율' 깨야 대권 잡는다
아버지 대부터 수많은 악연 사회 각계 곳곳에

당시 한나라당 이혜훈, 박찬숙, 박순자, 주호영, 주성영, 나경원, 정병국 의원 등이 직접 출연해 공연한 <환생경제>라는 연극은 노 전 대통령을 빗댄 등장인물 '노가리'를 향해 각종 막말을 쏟아내는 장면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악연 때문에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다음 날인 지난 2009년 5월24일 조문을 하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문상객들에게 쫓겨나다시피 김해를 떠나야 했다. 봉하마을은 구경조차 하지 못한 채였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유독 전직 대통령들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상징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간의 악연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비록 아버지대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박 후보의 지지율 근간이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후광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1일 김문수 경기지사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박 후보를 '칠푼이'로 지칭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지난 4·11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된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PK(부산·경남)정치를 상징하는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는 박 후보에게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박 후보는 봉하마을을 방문한 다음 날인 지난 8월22일 오전엔 김 전 대통령을, 오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각각 예방했다.

전직 대통령들과
불편한 관계 '독'

적군보다 더 지독한 아군도 있다. '친이명박계(이하 친이계)'를 일컫는 말이다. 친이계는 소수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만큼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는 표면적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박 후보와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는 "박 후보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강경파들이 다수 존재한다. 박 후보 진영 일각에서 현영희 의원 돈 공천 파문이 청와대의 작품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제로는 박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몰래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두 사람의 악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후보는 당시 대선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 진영은 이 대통령이 전과 14범이라는 주장을 하거나, 위장전입 문제까지 파헤쳤다. 이 대통령은 이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과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극에 달했던 두 사람의 갈등은 경선이 끝난 후 박 후보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면서 해소되는 듯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것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였다. 박 후보는 당시 총선 공천에서 '친박근혜계(이하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자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며 직설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이 경선 직후 박 후보에게 공언했던 '동반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지난 5년간 주요 현안마다 사사건건 부딪쳤다.

대권 위해서라면
적도 아군도 없어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갈등이 정점에 이른 것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맞섰던 2010년 2월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충청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하지만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다음 날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라고 이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한 촛불파동 때는 재협상을 요구했고, 용산참사 때는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했으며, 한나라당에 의해 미디어법 개정이 추진될 당시에도 반대 입장을 밝혀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와 오랜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4·11총선 때에는 이른바 '친이계 학살'로 불리는 공천을 단행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회동의 배경에 대해 "박 후보는 대선승리를 위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의 지원이 절실하고, 이 대통령 또한 안정적인 퇴임을 위해서라도 박 후보와의 관계개선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지율 상승 성공했지만 진정성은 의문
반성·사과 없는 끌어안기에 역풍도 '솔솔'

한편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노동자 계층과 2030세대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친노세력이나 진보주의 등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특히 노동자 계층은 박 후보가 최근 경제민주화 이슈 등을 내놓으며 껴안기에 나섰음에도 박 후보에 대해 매우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28일에는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려다 전태일 열사 유족은 물론 재단 관계자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봉하마을 방문 등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고무되어 있던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는 이 일을 계기로 잠시 주춤하게 됐다. 

이날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를 막아선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노동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전태일재단에 간다는 것은 열사를 욕보이는 행위"라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2030세대 또한 만만치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배워온 이들에게 박 후보의 역사관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박 후보가 2030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젊은이들의 거리인 홍대를 방문하고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찢어진 청바지도 입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5·16발언, 인혁당 발언 등에 대한 인식변화가 없다면 2030세대를 끌어안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분석이다. 또 2030세대들은 치열한 입시경쟁, 과도한 대학등록금, 낮은 취업률 등에 대한 책임을 현정권에 묻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 박 후보를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2030 끌어안기
역사관이 걸림돌

현재로선 콘크리트 반대율을 깨기 위한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이번 대통합행보 이전 쌍용차 노조와 한국대학생연합 등 많은 단체들은 박 후보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수십 차례 해왔지만 이들과 박 후보와의 면담은 단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었고, 입장 역시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가 파격적인 대통합행보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진정한 사과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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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