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면 나오는'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

웃음기 빼고 진지하게

[일요시사 취재 1팀] 남정운 기자 = 방송가에 불어닥친 스포츠 예능 돌풍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만의 매력인 진정성을 예능프로그램에 녹여내 대중의 열띤 반응을 이끈다. 새롭고 다양한 포맷도 인기 비결 중 하나. 줄지 않는 인기에 새 프로그램 편성 소식도 잇따른다.

 스포츠 예능 유행 시대를 열었다는 JTBC <뭉쳐야 찬다>. 어느덧 방영 3주년이 목전이다. <뭉쳐야 찬다>를 필두로 한 스포츠 예능은 오랜 시간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한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열 프로그램이 나오는 요즘이다. 

유행 장르

쿡방·트로트 예능 등이 유행하자 우후죽순 생겨난 동종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해왔다. 스포츠 예능이 처음 유행할 때, 이들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수많은 스포츠 예능이 쏟아졌지만,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스포츠 예능들의 생존은 나름 성공한 모습이다.

생존의 비결은 다양한 종목과 포맷에 있다. 프로그램별 차별화가 어려웠던 이전의 유행 장르들과는 다르게, 스포츠 예능은 종목만으로도 쉽게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축구·농구·탁구·골프·컬링 등 다양한 종목을 다루고 특유의 매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이 싫증난 구성을 피해간다.


포맷도 다양하다. ‘연예인들이 구성한 아마추어 운동팀의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라는 전형적인 설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현직 운동선수들을 섭외해 뛰어난 경기력을 내세운 프로그램이나, 관찰 예능을 접목해 스포츠 가족의 일상을 담은 설정 등도 인기다.

이같이 스포츠 예능들은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콘셉트와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뭉쳐야 찬다> 외에도 <골 때리는 그녀들> <우리끼리 작전타임> <피는 못 속여> 등이 대표적인 흥행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뭉쳐야 찬다>는 각 종목의 전설적인 은퇴 선수들을 불러 모아 조기 축구팀을 꾸린다는 설정이다. 각자의 분야에서는 정점을 찍었지만, 축구에는 문외한인 출연진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다.

현재 방영 중인 시즌 2는 오디션으로 멤버를 선발했다. 이를 통해 더 높은 기량을 가진 출연진으로 팀을 구성하며 시즌 1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자 연예인들이 축구 소모임을 구성해 서로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해 2월 설 특집 파일럿 방송 때 10% 내외의 성공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힘입어 정규 편성됐다. 전형적인 포맷을 따르는 대신 여자 축구라는 종목 선택으로 차별화를 이뤄냈다.

KBS2 <우리끼리 작전타임>은 부모 자녀가 같은 길을 걷는 스포츠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여홍철-여서정 부녀(체조), 유남규-유예린 부녀(탁구), 이종범-이정후 부자(야구) 등이 출연한다. 든든한 지원자인 동시에 엄격한 선배가 돼주는 부모세대 이야기와 2세대로서 받는 주목과 부담감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자녀 세대의 이야기 등 그들만의 일상을 담았다.

채널A <피는 못 속여>는 걸출한 스포츠 선수들이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자녀들을 교육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동국(축구)-이재아(테니스) 부녀, 김병헌(야구)-김민주(테니스) 부녀, 남현희-공하이(펜싱) 모녀 등이 출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예능의 인기 비결로 가장 먼저 ‘진정성’을 꼽는다. 출연진들이 전문적인 멘토의 지도 아래 부단히 훈련하고, 발전한 모습을 선보이는 과정이 스포츠 예능의 제일 큰 매력이다. 아울러 순간순간 박진감이 넘치고 예측이 어렵다는 스포츠의 특성도 흥행 요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릴 정도로 의외성이 강하고,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소재로 리얼리티가 잘 드러난다”며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스포츠 경기 관람·중계 시청이 어려워진 점이 스포츠 예능에 관한 관심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억지 웃음 대신 각본 없는 드라마
다양한 종목·설정으로 콘셉트 차별화

정 평론가는 “코로나19로 스포츠 중계 자체가 많이 사라졌는데, 그 빈자리를 예능이 끌어가는 경향도 있다”며 “출연자들이 골프장에 나간 모습이나 치열하게 벌이는 축구 경기 등을 보면서 힐링하거나 활력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스포츠 예능의 흥행 공식은 ‘자연스러움’에 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 본연의 재미를 살리고 출연진들의 희로애락을 잘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

실제로 스포츠의 의외성을 통제하고 기존의 예능 제작법으로 재미를 더하려다 화를 본 사례가 있다. 지난해 말 불거졌던 <골 때리는 그녀들> 조작 논란이다.

시청자들에 의해 제작진이 편집으로 경기 내용에 자의적 조작을 가한 것이 밝혀졌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에서 스포츠 정신을 져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 중이던 시즌 2뿐만 아니라 시즌 1에서도 유사한 조작이 행해졌다는 정황이 연이어 드러났다.

제작진은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며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라고 해명했다. 사태는 책임 프로듀서와 연출자를 교체하면서 일단락됐다.

현재 <골 때리는 그녀들>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최근 수요일 예능 1위, 주간 예능 10위권 자리를 지켜내며 순항하고 있다. 조작 범위가 경기 승패 등 결과까지 뒤바꾼 것은 아니었다는 점, 출연진들의 진정성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 등이 주효했다. 

뒷수습은 잘 됐지만 <골 때리는 그녀들> 조작 논란은 스포츠 예능에 부자연스러운 조작이 들어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흑역사’로 남게 됐다.

한편 새 스포츠 예능 등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을 전후해 <올 탁구나!> <국대는 국대다> <마녀체력 농구부> 등이 첫선을 보인다.


tvN의 <올 탁구나!>는 지난달 31일 처음 전파를 탔다. 연예계 숨은 탁구 고수들이 특훈과 도전을 통해 연예계 최강 탁구팀으로 거듭난다는 설정이다. 첫 방송에서는 강호동과 은지원이 각각 팀원을 모집하고자 탁구 오디션을 진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 야구선수 윤석민, 아이돌 그룹 위너 강승윤, 모델 주우재, 배우 박은석 등이 오디션에 지원했다.

MBN의 <국대는 국대다>는 국민적인 스포츠 스타를 최소 한 달 이상 훈련시킨 뒤 현역 국가대표와 대결하게 한다. 지난 5일 나온 첫 방송에서는 ‘탁구 전설’ 현정화가 출연했다. 현정화는 60일간의 훈련을 거쳐 세계랭킹 8위인 서효원 선수와 맞붙었다.

리얼리티

JTBC의 <마녀체력 농구부>는 오는 15일부터 방영된다. <뭉쳐야 찬다>와 <뭉쳐야 쏜다> 제작진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주전 선수로는 송은이·고수희·별·박선영·장도연·허니제이·옥자연·임수향 등 8명이 출연한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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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