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싸움' 김운용스포츠위원회 이권다툼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08 08:55:08
  • 호수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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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대부’ 이름에 먹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위원회를 남겼다.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설립한 그의 바람은 수포가 되는 모양새다. 2대 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은 그의 가족과 이사진 간 내분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다. ‘태권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했으며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7년 별세
순조롭게 시작

스포츠를 사랑했던 그는 2016년 9월 자신의 이름을 딴 ‘김운용스포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는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오래 지키진 못했다. 이듬해 10월 건강 문제로 별세했다.

공석이었던 위원장 자리에 장녀 김혜원씨가 앉았다. 김 위원장은 윤곡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과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대한체육회와 협력해 출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순조롭게 운영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영국인이었기에 한국 상주하기가 불가능했던 데다 한국의 비영리 법인 운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결국 김 위원장 아버지 비서로 재직했던 서모씨에게 위원회 운영을 일임하며 재정적 지원에만 전념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7월경까지 위원회에 2억6000만원이 넘는 후원금과 여성 스포츠인을 위한 윤곡 대한민국여성체육대상 비용을 지원했다. 또 2018년 1월부터 위원회에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던 기존 유료 사무실 대신 김 위원장 소유의 오피스텔을 무료로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일궈놓은 위원회를 지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지만 이사진 간 갈등이 발생했다. 그는 임 이사 등이 자신의 컴퓨터와 회계장부 등을 훔치고 유족 모르게 태권도대회를 유치해 국가보조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그들은 2017년경부터 2019년 7월까지 2억6000여만원의 후원금 중 최소 1억원을 술값, 밥값, 커피값, 노래방, 사우나, 개인 차량 주유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운용 전 IOC 총재 딸…2대 위원장 
특수절도·사업비 횡령 등 이사 고소

그는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이하 김운용컵)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매해 4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았고, 김운용컵을 운용하는 데만 사용해야만 했다”며 “하지만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고 돈이 항상 부족하다는 허위 보고를 했다. 그 사실도 모른 채 2억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고 억울해했다. 

또 위원회 이사진이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위원회 자금을 개인 계좌로 현금이체하는 방식으로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 8월, 이사진이 사무실 출입문 도어락을 파손시킨 후 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컴퓨터 4대, 모니터 1대, 회계장부와 법인 비품 등을 무단 반출해 업무를 중단시켰다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진의 주장은 법인을 만들 때 법인 설립비용을 자기들이 냈다는 것이다. 액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00만~3000만원 든 것으로 안다”며 “문제는 그 법인 설립비용을 냈다고 해도 법인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그들도 공로가 있지만 그 돈을 마음대로 사용한 건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법인통장의 돈을 사용하는 데 있어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나라에서 지원금이 최소 3~4억원 정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사들이 그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위원장은 임 이사를 특수절도,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았다. 김 위원장이 임 이사를 고소한 사건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현재 재항고 또는 재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vs 이사진
위원장직 갈등

임 이사 측은 2019년과 2020년 임시총회에서 김 위원장이 위원장 자격을 상실했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7월경 김 위원장은 이사 재신임 여부 안건에 관해 임시총회를 열었다. 같은 해 8월14일 이사진은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을 이를 거절했다.

같은 달 21일과 29일 임시총회를 또 계획했으나 김 위원장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9월6일과 23일에도 이사진은 임시총회를 소집하려 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10월10일 이사진은 김 위원장 해임과 관련해 임시총회를 소집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이후 이사진은 이듬해 1월28일부터 2월7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메일, SNS 등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재차 요구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해 2월, 3월, 6월에도 임시총회를 열어 김 위원장 해임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회 정관 제8조(회원의 탈퇴와 제명)에 따르면 ‘회원이 법인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목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또는 1년 이상 회원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제명은 회원의 의사에 반해 회원의 자격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사단법인이 회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제재이므로 제명에 관한 정관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원회 이사진은 업무처리 시 김 위원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살아계실 때 국고를 받아 매년 국제대회를 개최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까지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수차례
임시총회 

이 관계자는 “이사진은 지출 내역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 있어 투명하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그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을 해임하려는 움직이도 보였고 위원장 허락도 맡지 않고 대회를 개최하는 등 갈등이 계속 불거졌다. 2~3년 전부터 이런 행태가 지속되다 보니 위원회는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위원회 이사들은 ’김운용‘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다른 대회를 개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2017년부터 매년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를 주최했다.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는 ’위원회‘가 주최하고 매년 새로 구성되는 조직위원회가 주관해온 대회다. 

그러나 임 이사는 해당 대회를 주최하는 위원회의 위원장도 아니고 위원회를 대표해 보조금을 신청할 권한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단법인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 조직위원회’ 대신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 조직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기관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국고 보조금 승인을 요청했고 2020년에는 무주군청과 전라북도청에 3억원을 수령했다가 회수 조치했다. 

김 위원장은 “무단으로 유사한 명칭의 위원회 도장을 파고 통장을 개설한 뒤 절도해간 위원회 컴퓨터와 주요 서류를 계속 사용해 마치 기존 위원회 사무인 것처럼 신청자료를 작성하고 국고 보조금을 받아내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진 일부가 2016년 12월부터 ‘주식회사 김운용스포츠위원회’라는 것을 설립해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말도 없이 아버지 이름을 이용해서 사업을 한다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원회 설립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요청도 냈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진정을 받은 후 위원회가 신고한 주소지인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지 않고 사업 수행도 불가능해 보인다며 서울시에 설립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후원금·국비 받아 허위 보고? 
결재 없이 태권도 대회 개최


서울시는 “후속 조치를 위해 법인의 관계자 및 법률대리인에게 확인한 결과 등기부등본상 기재된 사무실이 부존재하나 변경된 사무실이 존재하며 법인 관련 소송 중으로 주사무소 변경 등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민법 제38조에서는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로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경우, 조건에 위반한 경우, 그리고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사실 확인 결과를 토대로 법인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검토한 바, 사단법인 김운용스포츠위원회의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부존재·위원회 관련 배임 의혹 등의 사유만으로 법인설립허가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해당 법인과 관계된 소송 결과 확정 후, 사무실 부존재 사유와 원인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고 그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김운용컵 대회의 유치와 약 20여개의 해외 지부 설립 등을 통해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지만 사무국 폐쇄라는 극단적 선택이 내부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원회 문제가 확대될 경우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1988 서울올림픽 개최, 대한민국 최초의 IOC 수석부위원장 등을 이룩한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명예가 실추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금전 관계가 깨끗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위원회를 위해 돈을 지원해줬는데 이사들이 대회를 홍보한답시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돌아다니는 등 마음대로 돈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위원회는 제대로 된 운영이 잘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만간
입장 발표”

해당 의혹에 대해 임 이사는 “조만간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이사진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태권도 대부’ 김운용 누구?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부위원장은 1986년 IOC 위원에 선출된 뒤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IOC 집행위원과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특히 고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등 국제대회 유치 등에 기여했으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 당시엔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을 이끌어낸 바 있다.

‘태권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했으며,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 체육계를 대표했던 김 전 부위원장은 6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에 특유의 친화력과 인맥 쌓기로 스포츠 외교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김운용 전 부위원장은 2015년 양정모(레슬링), 박신자(농구)와 함께 ‘올해의 스포츠영웅’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의 생애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캔들’에 연루돼 IOC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으며, 2004년 대한체육회와 세계태권도연맹 운영 과정에서 횡령 등 비리 혐의로 수감돼 국제 체육계를 떠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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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